"지구온난화연구 논란, 과학 전체 신뢰에 흠집"
"지구온난화연구 논란, 과학 전체 신뢰에 흠집"
[기획] 작전명 '코드 그린'에 종사하는 과학이었나
2010.03.08 10:40:00
정부는 우리의 삶을 뒤바꿀 주요 정책들을 시민들에게 설득하기 위해 곧잘 과학적 사실을 근거로 제시한다. 문제는 논쟁이 붙는 정책에 대해서는 반대 진영에서도 정반대의 근거를 '과학적 사실'이라며 제시한다는 것이다.

이런 논란에 대해 대부분의 언론은 중계방송식 보도에 머물기 때문에 시민들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과학자들과 직접 문답을 할 기회가 있으면 이런 곤혹스러움이 해소될까? 그렇지 않다. 과학자들도 입장이 갈려있기는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만일 입장이 다른 전문가 집단끼리 서로 상대방애 대해 "배후에 로비 세력이 있다"고 비난전까지 펼치고 있다면, 시민들은 과연 어떤 기준으로 특정 전문가 집단을 '독립적이고 신뢰할만 하다'고 판단할 수 있을까.

연구과정에 대한 문제제기가 '흠집내기'인가

문제는 또 있다. 특정 연구가 큰 틀에서는 올바른 결론을 내놓았다고 해도 그 연구 과정이나 연구집단에 각종 문제점이 드러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일 이 연구의 결론이 옳다는 이유로, 연구과정과 연구집단에 대해서 비판하는 것조차 연구 자체를 부정하려 드는 '흠집내기'라고 반발한다면 이것은 '논점 흐리기'가 될 것이다.
▲ 지구온난화 연구자들의 신뢰를 추락시킨 '빙하게이트'의 대상이 된 히말라야 빙하.


최근 세계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지구온난화 논쟁이 전형적인 사례가 되고 있다. 대부분의 언론은 '지구온난화 연구가 맞느냐 안맞느냐'는 구도로 이 논쟁을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구도는 '정치적' 공방으로 전락하기 쉽다. 또한 지금까지 지구온난화 연구의 결론은 과학적으로 탄탄한 근거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공방에서 지구온난화 연구 자체는 흔들리지 않고 있다.

정작 지구온난화 논쟁에서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은 따로 있다. 지구온난화의 연구 과정과 연구집단에 각종 문제가 드러났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가 별것 아니라고 일축하다가는 그동안 애써 형성한 '사회적 지지기반'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 또한 다른 과학계마저 매도당할 위험까지 초래할 수 있다.

'기후게이트'와 '빙하게이트' 등 지구온난화 연구 분야에서 충격적인 추문들이 드러난 이후 "사소한 오류들이 있었을 뿐"이라고 버티던 과학자들도 시간이 갈수록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런 오류들이 결코 '사소한' 것이 아니라 '부끄럽고 곤혹스러운(embarrassing)'것임을 인정하고 있으며, 자칫하다가는 지구온난화 연구를 근거로 온실가스 감축 등 환경정책으로 전환하는 과정 자체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제인 루브첸코 청장이 영국의 일간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 기후변화 연구를 감독하는 유엔 산하기관 기후변화위원회(IPCC)을 비판하는 발언이 대표적이다.(박스기사 참조)

루브첸코 청장은 지구온난화 연구 결과 자체는 지지하면서도 기후변화 연구에 대한 대중의 신뢰에 타격을 준 오류와 느슨한 검증절차에 대해서는 '부끄럽고 곤혹스러운 것(embassment)'이라고 표현했다. (☞관련 기사:'신성한 과학' 지구온난화 연구의 추락)
IPCC 보고서에 담긴 왜곡.과장된 예측들

대표적인 것들은 다음과 같다.

△히말라야 빙하가 2035년 경에 모두 사라진다는 보고서의 예측은 전혀 근거가 없는 반면, 앞으로도 300년 이상 지속된다는 증거는 유력하다.

△네덜란드 국토 면적의 약 55%가 해수면보다 낮으며 국내총생산(GDP)의 65%가 침수 위험에 직면한 저지대에서 나온다는 IPCC의 조사 결과가 보고서에 포함됐다. 하지만 네덜란드 정부는 최근 "26% 정도의 면적만 해수면 아래에 있으며, 이 지역에서 나오는 경제적 부가가치는 GDP의 19%에 불과하다" IPCC 측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IPCC는 "55%라는 수치는 범람 위험이 있는 지역의 비율을 가리키는 것이었다"면서 오류를 인정했다.

△아프리카의 작물 수확이 2020년까지 50%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도 IPCC 보고서에 참여한 고위 관계자가 "아무 근거가 없다"고 시인했다.


궁지에 몰린 기후변화 간판 학자

최근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일 지구온난화 연구 논란과 관련해 영국에서는 이 분야 연구의 대표적 학자에 대한 하원 청문회가 열렸다.

이 청문회는 기후변화 연구로 잘 알려진 이스트앵글리아대의 기후변화연구소장 필 존스 교수 등 이 연구소 관계자들이 지구의 온도 변화 추세에 대한 원자료를 제공하라는 요청에 대해 부적절하게 대응했는가를 조사하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지구온난화 연구자들이 자신들의 결론에 어긋나는 데이터는 의도적으로 배제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메일 내용이 해킹에 의해 유출돼 '기후게이트'로 불리는 이 의혹에 대해 존스 교수는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원자료를 취급하길 원하지 않고, 원자료에서 도출된 결과를 다루길 원한다"면서 "원자료를 공개하지 않은 이유에는 이런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원자료는 상업적 가치가 있기 떄문에 공개를 꺼리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런 설명들은 청문회에 출석한 기후변화 회의론자들을 납득시키지 못했다"고 전했다.

영국의 재무장관을 지낸 나이젤 로슨은 "올바른 과학자, 성실한 과학자는 모든 자료와 연구방법을 공개하길 원한다"면서 "이런 과학자들은 정보공개청구법을 동원해서 자료를 요구하라고 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지구온난화정책재단의 사무총장 베니 페이서도 "과학은 검증 가능성, 재현 가능성 등의 문제에 죽고 산다"면서 존스 교수 등의 답변을 탐탁치 않아 했다.

앞서 존스 교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도 방어적인 답변을 하느라 급급했다. <BBC>는 "존스 교수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일부 기상 자료는 충실하지 못하다고 시인했다"면서 "필스는 원자료를 공유하자는 비판자들의 요청을 거부한 것은 이때문이었으며, 그 결정을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친환경적 논조로 잘 알려진 <가디언>도 "존스 교수는 1990년 지구온난화 연구를 뒷받침하는 기록들이 사라진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시인했다"면서 "기록 분실로 대기 온도 측정 장소가 부적절하게 이동되지 않았다는 주장을 검증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고 전했다.

존스 교수는 자신이 기상 자료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킨 이메일 유출 사건으로 여러 차례 자살할 생각까지 했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그는 이라크 관련 정보를 과장한 것이 드러나 자살한 과학자 데이비드 켈리를 언급하면서 당시 '데이비드 켈리 모멘트'를 겪었다는 표현에 동의했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려면 긴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BBC>와의 일문일답 인터뷰(별도 박스기사 참조)를 보면 과거 황우석 박사가 '과학적 사기극'의 논란에 휩싸였을 때의 '전문적 궤변'을 연상케 하는 대목들이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황우석 사건'은 일개 연구팀의 사기극이었다면, '지구온난화 연구'는 특정 연구 분야의 과학집단 전체가 집단적인 이해관계에 매몰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라고 보고 있다.

다음은 <BBC>와 존스 교수가 나눈 일문일답의 주요 내용이다.(원문보기)

-IPCC가 인용한 전세계 온도 기록에 따르면 1860~1880년, 1910~1940년, 그리고 1975~1998년의 온도 상승 비율은 동일하다. 이에 동의하나?

1975~1998년의 기간과 매우 유사한 온도 상승 추세를 보이는 1975~2009년까지 포함해 4개 기간의 온도 상승 추세는 모두 비슷하며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1995년부터 현재까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지구온난화 현상이 없다는 것에 동의하나?

그렇다. 1995~2009년의 기간 중 10년 당 0.12℃ 온도가 오르는 추세는 나타났다. 하지만 95% 신뢰수준에서 유의미하지는 않다. 과학적 기준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려면 되도록 기간이 길어야 한다.

-2002년 1월부터 현재까지 지구가 차가워지는 현상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나타났다는 것에 동의하나?

아니다. 이 기간은 1995~2009년의 기간보다도 짧은 기간이다. 이 기간 동안 10년 당 0.12℃도 내려갔다. 하지만 이 추세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다.

-1975~1998년 사이의 지구 온난화에 자연현상이 유의미한 영향을 주었다고 동의하나?

이 분야는 내 전문 영역을 조금 벗어난다. 다만, 자연현상(화산폭발과 태양 흑점 활동)들이 이 기간에 걸친 변화에 영향을 주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기간에 발생한 두 번의 큰 화산폭발이 영향을 주었다면 온도를 낮추는 요인이 됐을 것이며, 태양 활동은 거의 없었다. 두 가지 자연현상만 고려한다면 이 기간은 온도가 조금 내려갔어야 할 것이다.

-지구온난화가 일어났고, 인간의 책임이 크다는 결론을 얼만큼 확신하나?

기후가 더워졌다는 것은 100% 확신한다. 인간의 책임이 크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IPCC 보고서 9장이 그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 1950년대 이후 온도 상승의 대부분은 인간 활동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인간이 온도 상승을 일으켰다는 결론을 믿지 않는 진영에서는 지표면 대기온도 측정 장소들이 실제 현상을 반영하도록 적절하게 선정되지 않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신뢰 회복을 위해 입력 데이터를 새롭게 구축해야 하지 않을까?

측정 자료의 80%는 이미 공개된 것이어서 검증이 가능하다. 일부 자료는 신뢰를 잃었다는 것을 인정한다. 따라서 그 이상의 자료를 공개할 필요는 있다.

-중세 시대에 온난화가 전지구적 현상으로 진행되었는지에 대한 논쟁이 있다. 만일 중세 시대의 온난화가 전지구적 현상이었다는 것이 입증되면, 20세기 후반 동안 평균 지표면 대기온도가 유례없이 상승했다는 전제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인정할 것인가?

중세시대에 북반구 일대에서 온난화 현상이 있었다. 하지만 적도 지역과 남반구 일대에서도 이런 현상이 있었는지 알 수 있는 기록이 거의 없다.

온도 측정 기록에 따르면 북반구와 남반구의 온도가 항상 서로에게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따라서 중세시대에 북반구 온도가 높았다고 해서 전지구 평균 온도가 비슷하게 높닸다고 가정할 수 없다.

물론 중세 시대의 온도 상승이 전지구적이었으며, 지금 못지 않게 더웠다면 20세기말 지구온난화 현상이 유례없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중세시대가 지금처럼 더워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현재의 온난화가 유례없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1850년부터 현재까지 온난화 현상이 비슷한 시기들이 여러 차례 있었고, 중세시대 온난화가 전지구적인 현상이었느냐의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에 동의한다면, 현재의 지구 온난화는 주로 인간 탓이라고 확신하게 된 근거는 무엇인가?

1950년대 이후 온난화는 태양과 화산 활동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현재의 온난화의 책임이 주로 인간에게 있다는 것을 부정하는 견해를 뒷받침하는 과학적인 증거들도 똑같이 검토해보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아니다. 자연현상이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되지 못했다는 앞의 답변을 상기하라.

-불확실성이나 리스크를 다루는 방식에 대해 사회나 과학자들이 배워야 할 교훈들이 있는가?

그렇다. 영국 정부의 과학수석 고문 존 베딩턴이 말한 바 있다. 그리고 이런 교훈은 기후과학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과학적 절차의 경게선 넘었나? "독립적 조사에 맡길 문제"

-지난해 11월 '기후게이트' 이메일 유출 사건이 있었다. 그 이후 당신의 삶은 어떻게 됐나?

그 이후 나의 삶은 상당히 시달렸다. <선데이 타임스>에 자세한 얘기를 한 바 있다. 다시 반복해서 말하고 싶지 않다.

-이메일의 내용에 대해 얘기해보자. 문제의 이메일들에서 당신은 대중을 속이려 드는 음모를 꾸몄다는 공격을 받게 한 '트릭'이라는 말을 언급했다. 또한 당신은 (온도가) '내려가는 추세를 숨기자'고 말하기도 했다. 왜 이런 말들을 했나?

맥락을 무시하고 그 말들을 해석하기 때문에 오해가 생긴 것이다. 그 말들은 계측에 의한 온도 측정 자료와 관련해서 나온 것이 아니다.

지난 600년에 걸친 여름철 온도 변화와 관련된 나이테와 관련된 자료들을 언급하면서 나온 말들이다. 문제의 이메일은 몇몇 동료 학자들게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보내진 것이다. 일반 대중을 상대로 쓴 것이었다면 더욱 자세한 방식으로 설명을 했을 것이다.


-IPCC의 4차 보고서와 관련된 모든 이메일을 삭제하라고 동료에게 요구한 이유는 뭔가?

IPCC의 제1분과가 작성한 보고서 저자들 사이에 오고간 이메일 기록을 제출하라는 관계당국의 요구에 좌절해서 그런 이메일을 보낸 것이다. 독립적 조사에 맡길 사안 중 하나다.

-이메일들의 내용에 따르면 당신은 피어 리뷰 절차를 무시하려고 했고, 어떤 논문이 게재될 것인지 결정하는 편집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려 했다. 이런 지적을 인정하나?

인정하지 않는다. 일부 이메일들에서 내가 보기에 부실한 논문들에 대한 피어 리뷰 절차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를 밝혔을 뿐이다. 그건 표현의 자유에 속하는 거 아닌가?

-채택할 자료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수용할 만한 과학적 절차와 배치되는 행위는 무엇인가? 당신은 그 경계선을 넘어섰다고 인정하는가?

독립적인 조사에 맡길 문제다.

-'기후게이트' 문제로 다시 돌아가보자. 당신은 IPCC의 제1분과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당신을 비롯한 여러 행위들로 IPCC의 신뢰가 손상됐다고 인정하나. IPCC는 대중의 신뢰를 얻기 위해 개혁이 필요한가?

내 이메일을 읽는 시간만큼 나의 과헉적 논문들을 읽어줬으면 한다. IPCC가 평가를 제대로 했는지 사람들을 안심시켜줄 필요는 있다.


전임 IPCC위원장 "우려할 만한 사태"

그동안 지구온난화 연구자들은 자신들의 연구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은 '석유업계의 로비에 놀아나고 있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IPCC의 라젠드라 파차우리 위원장은 지구온난화를 연구하는 동료 과학자에게조차 그들이 일말의 오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하면 "부두(흑마술) 과학자들"이라고 몰아부쳤다.

하지만 지금은 파차우리가 '부두 과학자'로 몰리고 있다. 특히 파차우리에 앞서 IPCC 위원장(1997~2002년 재임)을 지낸 로버트 왓슨 교수조차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IPCC가 저지른 오류들은 모두 기후변화 문제를 더 심각하게 보이도록 그 영향을 과장하기 위해 초점을 맞춘 것처럼 보인다"면서 "이것은 우려할 만한 사태이다. IPCC는 오류들에서 보여진 이런 경향에 대해 조사하고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왓슨 교수는 "IPCC는 차기 보고서에서 일부 과학자들은 대다수의 과학자들이 주장한 것보다 훨씬 느린 속도로 지구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믿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왓슨 교수에 따르면, 과학적 이론은 항상 회의주의자들의 도전을 받는다. IPCC의 임무는 증거를 평가하는 것이다. 회의적인 주장을 무시할 수 없으면, 보고서에 포함시켜야 한다. 소수 의견이라고 밝히고, 왜 틀린 견해인지 설명할 수 없으면 '이처럼 다른 견해도 있다'고 밝히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파차우리는 이런 조치를 취한다고 말만 하고 실제로는 하지 않았다. 반면, IPCC 보고서에는 지구온난화 연구자들과 그들의 결론조차 의심케 만드는 오류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과거 <가디언>이 '오류투성이'라고 일축했던 블로거 스티븐 매킨타이어의 주장도 지금은 지구온난화 연구의 기반을 흔들만큼 날카로운 반론이었다고 인정받고 있다.

IPCC 3차 보고서에 담긴 '하키 스틱 그래프'는 미국의 기후학자인 마이클 만이 창안한 것으로 지구 온도가 1970년대 이후 급격히 치솟은 모습을 나타낸다. 매킨타이어는 "IPCC가 사용한 추정치는 지나치게 인위적이며 계산상 오류가 다수 발견됐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커지자 미국 의회는 지난 2006년 진상 조사 끝에 "매킨타이어의 반론은 타당성과 설득력이 있으며, 마이클 만의 연구 결과는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지구온난화 연구를 이른바 장하준 교수가 제시한 '사다리 걷어차기' 전략과 연계짓는 시각도 대두되고 있다. 선진국들이 후발주자들이 화석연료를 사용하며 추격하자 '코드 그린' 정책으로의 선회를 위해 지구온난화 연구를 왜곡.과장해 이용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견을 용납하지 않는 폐쇄적인 과학?

실제로 지구온난화 연구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에게 "석유회사의 로비가 배후에 있다"고 비난해온 파차우리 위원장은 수많은 기업들의 고문으로 일하면서 사설 연구소에 자금을 끌어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기업들이 주로 석유업계와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금융업체나 에너지 업체들이라는 점에서 그 역시 '로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구온난화 연구 과정과 연구집단을 둘러싼 추문은 과학계 전체의 신뢰까지 위협하고 있다.

또한 <BBC>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의 학술원장 같은 과학계 원로들도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이번 사태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미국 국립과학학술원장 랠프 시세론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기후게이트'를 비롯한 지구온난화 연구에 관련된 논란으로 과학자들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손상됐다고 말했다.

시세론은 "기후변화 데이터와 관련해 논란이 된 이메일 내용은 과학자들이 자유로운 토론을 억압하고 있다는 의심을 하게 만들었다"고 우려했다.

영국의 왕립학회장 마틴 리스 경을 포함한 저명한 과학자들도 "과학자들이 이견을 제기하는 동료 과학자들을 음모라고 일축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고 동의했다.

리스 경은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과학자들을 얼마나 존경하느냐' 또는 '사심없이 연구를 하고 있느냐' 같은 질문에 대한 답변이 최근 몇 개월 동안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구자들에 대한 대중의 신뢰 위기를 경종으로 삼아야 한다"면서 "대중이 과학계에 더 많은 투명성을 기대하는 시대로 세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나아가 그는 "사람들이 연구활동이 보다 투명하게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과학계가 적응할 수밖에 없다"면서 "과학 자체가 자기 수정을 거치면서 발전하듯이, 과학 연구의 절차도 자기 수정을 거치며 발전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계의 자기 수정 모범 사례
해수면 상승 예측 논문 철회



지난 2월 21일 <가디언>의 보도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로 21세기 말까지 지구 해수면이 7cm~82㎝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예측이 담긴 영국 브리스톨대 지구과학 연구팀의 논문이 철회됐다.

이 분야 최고 권위 과학저널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지는 "창간 이래 논문 철회는 처음 있는 사례"라고 밝혔다. 논문이 수정이 아니라 철회된 이유는 결정적 오류 두 가지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시달 교수는 "하나는 계산 착오, 다른 하나는 과거 2000년 동안의 기후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비록 다른 과학자들이 이 논문이 발표된 후 지적해줘서 알게된 오류들이지만, 시달 교수 연구팀은 신속하게 실수를 인정했다.

IPCC는 2007년 보고서에서 21세기말 해수면이 18~59㎝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하지만 이 예측은 빙하 용해에 대한 불완전한 정보에 근거한 것이라는 단서가 달린 것이었다. 그래서 당초 시달 교수팀은 자신들의 연구가 IPCC의 예측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자신했었다.

하지만 시달 교수는 "논문에서 저지른 실수들을 극복하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그는 "논문 철회는 논문 발표 과정의 일환이며, 과학은 견제와 균형의 절차를 거치는 복잡한 게임"이라며 과학자로서의 소신은 잃지 않았다.

editor2@pressian.com 다른 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