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 물든 라마단', 중동의 피바람 예고

[해외시각] "시리아, 바레인, 레바논이 가장 위험"

이승선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1.08.29 14: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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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싸우던 무슬림들도 적어도 총을 내려놓는다는 라마단이 올해 피로 얼룩졌다. 라마단은 이슬람권에서 '성스러운 달'로 해가 떠 있는 동안 금식을 하면서 오직 종교적 가르침에 충실하게 보내는 기간이다.

하지만 국제인권단체들에 따르면, 올해 라마단을 하루 앞둔 지난 7월31일 시리아에서는 군이 반정부 시위 중심도시인 하마에서 민간인에게 발포해 100명이 숨지는 등 전국적으로 140여명이 숨졌고 라마단 첫날인 이달 1일에도 24명이 정부군의 총격에 목숨을 잃었다.

지난 3일에도 시위 거점인 하마에서 군의 발포로 30명이 숨지는 등 하루에만 37명이 목숨을 일었다. 특히 금요예배가 있었던 19일에는 시민 수만명이 거리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여 19명이 숨졌고 올해 라마단 기간의 마지막 주말인 지난 26~27일에도 최소 7명이 정부군의 총에 맞아 희생된 것으로 알려졌다.
▲ 시리아 반정부 시위 거점이 되고 있는 도시 하마에 대해 시리아 정부군의 잔혹한 유혈 탄압이 계속된 26일 주민들이 나토의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AP=연합
'아랍의 봄'이 중동 전역의 종파간 분쟁으로 치달을 수도

시리아 정부군은 27일 수도 다마스쿠스 외곽에 최대규모의 정부군을 배치하는 등 전국 곳곳에서의 반정부 시위에 대한 강경진압을 멈추지 않고 있다.

시리아에서는 지난 3월 중순부터 시작된 반정부 시위 사태로 지금까지 22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라마단 시작 이후에만 사망자가 350명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북아프리카 리비아에서도 반군과 무아마르 카다피 친위부대 간 교전은 라마단과 상관없이 계속됐다.터키에서도 분리독립을 주장해온 쿠르드 반군에 대한 터키군의 공격으로 지난 17일부터 22일까지 쿠르드족 반군 게릴라 90~100여명이 숨졌다.

일각에서는 '피로 얼룩진 라마단'이 중동의 피바람을 예고하는 불길한 징조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28일 <뉴욕타임스>에 게재된 '아랍의 봄이 혼돈으로 변할 때(If the Arab Spring Turns Ugly)'라는 글은 최근 중동의 민주화 열풍이 중동 전역의 종파간 분쟁으로 치달을 가능성을 미국 정치권에 경고하고 있어 주목된다.

필자는 미국 터프스대 교수로 <시아파의 부활:미래를 형성할 이슬람권 분쟁'의 저자 발리 나스르다. 다음은 이 글의 주요 내용이다.<편집자>

식민지 시대부터 조장된 종파간 분열

'아랍의 봄'은 중동의 정치에 대한 희망적인 변화를 얘기한다. 하지만 중동의 역사를 보면 그 결과는 생각보다 암울할 수 있다. 아랍권에서 권력분배가 확대되거나, 민주주의로 평화적인 이행이 이뤄진 최근 사례는 찾아 볼 수 없다.

독재정권이 무너질 때 민주주의의 싹은 폭력과 혼란에 꺾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중동의 많은 국가들은 종파간 분열이라는 암적 요인이 도사리고 있다. 이들 종파들은 기회만 되면 서로 보복에 나서고 권력 투쟁에 나선다.

시리아는 이런 종파간 분열이 분출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이다.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잔혹한 탄압은 종파간 분열의 위험한 물꼬를 틔우고 있다. 알아사드 정권의 기반이 되고 있는 알라위트(시아파 중에서 기독교가 가미된 소수 종파로 시리아 인구의 10% 정도에 불과하다. 편집자)와 수니파(인구의 70% 이상)의 분쟁이 촉발되고 있는 것이다.

라마단 전날인 지난 7월 31일 수니파의 도시 하마에 대해 아사드 정권의 끔찍한 탄압이 벌어지자 수니파 정파인 무슬림형제단은 "종파 청소를 위한 전쟁'이라고 비난했다. 아사드의 전략은 종파간의 갈등을 불러일으켜 반대세력을 분열시키려는 것임이 분명하다.

수니파 극단주의자들은 이라크 국경 부근 등에서 알라위트 주민들에 대해 보복 공격에 나섰다. 알라위트와 수니파 간의 충돌이 확대될 가능성은 분명하다. 시리아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아랍의 봄에 대한 기대에 찬 시나리오를 무색하게할, 종파간 투쟁이 크게 악화되면서 중동의 변화가 초래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

현재 중동 전역에 걸쳐 수니파와 알라위트가 속하는 시아파 사이에 갈등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아파와 수니파는 레바논에서 파키스탄에 이르기까지 지역적으로 밀접하게 대치하고 있으며, 시아파 맹주 이란과 수니파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미 권력 투쟁을 벌이고 있다.

올해 시아파와 수니파 사이의 긴장은 바레인에서 시리아에 이르기까지 분명해졌다. 개별 사안들을 종합해 보면 미국은 '아랍의 봄'으로 불리는 사태에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재검토가 불가피해질 수 있다.

중동에서 종파간 분열은 오래된 상처다. 하지만 최근 민주화에 대한 민중봉기와 민족주의적 자부심이 부각되면서 종파간 갈등이 새로운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민중봉기에 봉착한 아랍권 정부들이 대부분의 경우 인권을 탄압하고 소수가 권력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랍권의 종파 분열은 식민지 시대에서 비롯됐다. 유럽 열강들이 식민 통치를 위해 소수파에게 더 많은 대표권을 부여하며 종파와 인종적 분열을 유도했기 때문이다.

식민지에서 독립한 이후 등장한 아랍 정부들은 아랍 민족주의의 깃발 아래 단결할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독재정권으로 종파간 분쟁을 고착화시켰을 뿐이다. 부족과 종파, 인종에 따른 분열이 뿌리깊은 상처가 되면서, 통합을 위한 노력들이 때때로 시도됐으나 물거품이 되었다.

사우디 "이란, 이라크와 전쟁 벌일 준비돼 있다"

수니파와 시아파의 대립은 아랍권 각 국 차원을 넘어 지역 맹주들의 대결이 되고 있다. 수니파 이슬람의 수호자로 자처하는 사우디는 시아파의 맹주 이란과 숙적이다. 사우디는 미국에 의존하고, 아랍 민족주의와 수니파의 결집을 통해 이란이 세력이 커지는 것을 막아왔다.

이라크에서 권력이 수니파에서 시아파로 넘어가면서 사우디는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 하지만 사우디는 시아파와 이란의 득세를 저지하기 위해 더욱 필사적이 되었다. 사우디가 시리아에서 자국 대사를 가장 먼저 철수시킨 아랍 정부인 것도 놀랄 일은 아니다.

'아랍의 봄'의 '눈덩이 효과'를 우려한 사우디 정부는 지난 3월 시아파가 수니파 정권에 대해 민중봉기를 일으킨 바레인 사태에 대해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 반정부 시위를 잔혹하게 탄압하는 바레인 수니파 정권을 지지하기 위해 걸프연안 아랍국들을 소집한 사우디는 "바레인을 지키기 위해서 이란, 그리고 이라크와 전쟁을 벌일 준비가 되어 있다"고 선언했다.

이란은 시리아의 상황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시리아의 알라위트 정권은 이란과 레바논의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연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탄압 대신 권력 재분배 합의 촉구해야

레바논에서부터 바레인에 이르키기까지 유혈 충돌과 암살, 폭발, 종파 학살과 난민 사태가 벌어질 위기가 일어나면 아랍의 봄이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 희망이 파국을 맞을 수 있다. 양측에서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우려된다. 특히 바레인, 레바논, 시리아, 이라크 등지에서는 이미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종파간 갈등을 진정시킬 노력이 지역 안정을 위해 필요하다. 미국은 시리아에 대한 영향력을 직접적으로 발휘하기 힘들지만, 영향력이 있는 동맹국들과 긴밀하게 공조해야 한다.

터키는 시리아의 이웃으로 아사드 정권에 종파간 갈등을 부추기지 말라는 압력을 행사할 수 있다. 또한 터키와 사우디는 아사드의 도발에 대해 반정부 세력이 즉흥적인 대응을 삼가하도록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시리아는 물론이고 현재 가장 위험한 상태에 놓여있는 두 나라는 바레인과 레바논이다. 미국은 바레인 왕정이 반정부 세력에 대한 탄압을 중지하고 진지한 대화에 나서 의미있는 권력 분배에 합의할 것을 촉구해야 한다. 미국은 바레인과 군사적으로 동맹 관계라는 점을 평화적인 타결책을 만들어 내기 위한 영향력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레바논에 대해서도 미국은 이곳에서 종파간 극한 대결이 벌어지게 조장해서는 안된다. 레바논의 시아파와 수니파,기독교인들 사이에 권력 재분배를 포함한 난제 해결을 위해 지원해야 한다.

중동은 역사적인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다. 평화롭고 민주적인 미래를 기대할 수도 있지만 종파간 분쟁에 대처해야 할 것이다. 중동의 종파간 갈등은 일단 뇌관이 터지면 중동과 전세계에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하는 파괴적인 길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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