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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핵재앙, 앞으로 100만명 이상 죽는다"

<인디펜던트> "후쿠시마 유출 방사능, 히로시마 원폭의 168배"

곽재훈 기자 2011.08.29 17:14:00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 사태의 영향이 핵재앙의 대명사인 1986년 체르노빌 사태보다 더 심각하다는 과학자들의 분석이 나왔다. 또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에서 유출된 방사능 물질의 양이 많게는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168.5배에 달한다고 공식 인정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인터넷판은 29일(현지시간) 인명피해와 경제적 손실 등 6개 항목에서 후쿠시마 사태를 체르노빌 사태와 비교하고 후쿠시마가 더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는 일부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전했다. 이들의 말대로라면 인류 최악의 핵 참사는 체르노빌이 아니라 후쿠시마인 셈이다.

▲ 지난 5월 후쿠시마 원전 현장을 방문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조사단이 원자로 3호기를 둘러보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인명 피해. 폭발 및 방사능 관련 질환으로 사망한 피해자들의 수는 체르노빌의 경우 사고 후 25년간 20만 명에 달했다. 그러나 크리스 버스비 영국 얼스터대 교수는 후쿠시마 사태의 여파로 앞으로 100만 명 이상이 사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버스비 교수는 "체르노빌은 한 방에 끝났지만, 후쿠시마(원자로)는 아직도 끓고 있으며 일본 전역으로 방사능을 내뿜고 있다"며 "따라서 후쿠시마가 더 최악"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4월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사태의 심각도를 체르노빌과 동급인 '레벨7'로 상향조정했지만, 그 이후에도 방사능 유출은 계속되고 있다.

또 신문은 각각의 사태로 인한 경제적 손실에 대해 후쿠시마의 경우 1880억 파운드(331조5378억원)로, 체르노빌의 경우 1440억 파운드(253조3435억원)로 추산했다.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TEPCO)은 방사능 피해를 입은 주민 1인당 1760만원의 보상금을 지원했고 유엔 인도적사업조정실(UNOCH)도 9500만 달러(1020억원)의 인도적 지원을 했다. 다만 체르노빌 사태 때는 보상금이나 국제지원은 거의 없었다.

이처럼 피해 규모가 더 크지만 일본 정부의 대응은 오히려 체르노빌 당시보다 느슨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체르노빌 사태의 경우 발전소로부터 반경 30km 지역을 대피구역으로 설정했지만 일본 정부가 지정한 대피구역의 반경은 20km에 불과하다. 일본 정부는 괜찮다며 반경 20km 밖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대피는 불필요하다고 말하지만 많은 주민들, 특히 어린아이를 둔 부모들과 임신한 여성들은 도쿄 등지로 피난했으며 여건이 되는 부모들은 아이들을 수백km 밖의 친척집에 맡기기도 했다.

주민들의 불안은 일본 정부가 설정한 20km 구역 내의 상황의 심각성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지난 15일 발전소 인근의 후타바초(雙葉町)와 오쿠마초(大熊町) 주민 수백 명은 재산을 가져오기 위한 일시 귀가를 허용받았다. <인디펜던트>는 "이는 아마도 그들이 자신들의 집을 볼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호복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자신이 살던 마을로 들어간 주민들은 수백 마리의 동물들이 죽어 썩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한 주민은 <NHK> 방송에 "우리가 살던 곳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 주민들이 언제 다시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는 기약이 없다.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후쿠시마 대책을 지휘해온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관방장관은 지난주 "주민들이 오랫동안 원 거주지에 돌아가지 못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원전 근처가 적어도 한 세대 동안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 될 것이라는 비판자들의 주장을 일본 정부가 인정한 것이다.

ⓒ프레시안

후쿠시마 방사능 유출, 히로시마 원폭의 168.5배

이처럼 일본 정부는 천천히, 꾸준하게 사태의 심각도를 상향조정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후쿠시마 사태로 유출된 방사성 세슘(세슘 137)의 양이 1만5000테라베크렐에 달한다고 <도쿄신문>이 지난 25일 보도했다. '테라'는 1조를 뜻하는 접두사다. <인디펜던트>도 일본 원자력안전보안원과 협력 연구를 진행한 일군의 과학자들이 26일 이같이 밝혔다고 전했다.

방사성 세슘은 암을 유발할 수 있는 대표적인 방사능 물질로 반감기는 30년이다. 1만5000테라베크렐은 1945년 히로시마 원폭 당시 유출된 방사성 세슘보다 168.5배나 많은 양이다. 또 방사성 요오드(요오드131)의 경우 16만 테라베크렐이 유출돼 히로시마 원폭(6만3000테라베크렐) 당시보다 2.5배나 많았으며, 스트론튬90 역시 140 테라베크렐로 히로시마 때(54테라베크렐)의 3배에 가까운 양이 유출됐다.

버스비 교수는 이같은 근거를 들어 후쿠시마 사태가 히로시마 원폭보다 7만2000배나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원자폭탄의 경우 폭풍, 열선, 중성자선이 방출되면서 대량 살상과 파괴를 일으키기 때문에 방사성 물질의 방출량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체르노빌 지역의 방사능이 유전자에 미치는 영향을 10여년간 연구해온 팀 무소 남캐롤라이나대 교수는 후쿠시마 인근 지역이 안전하다는 주장은 맹수에 쫓긴 타조가 머리를 모래 속에 파묻고 있는 것과 같다고 평했다. 체르노빌에 대한 무소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방사능 오염 지대에서는 곤충과 거미들의 개체수가 감소했으며, 새들은 뇌 크기가 작아지는 등 유전적 이상을 보였다.

무소 교수는 "우리가 장기적 영향에 대한 충분한 데이터를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 진실"이라며 "다만 확실한 것은 방사능 노출이 장기간 계속될 경우 건강에 매우 심각한 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경고했다. 저명한 반핵운동가 헬렌 칼디콧 박사도 후쿠시마 사태로 인해 '더 많은 공포'가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