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사랑 못 받은 어머니, 동성애자 아들 만든다?
남편 사랑 못 받은 어머니, 동성애자 아들 만든다?
[내 혼은 꽃비 되어·②] 정치권, 보수 기독교계에 결국 무릎 꿇나
2013.04.23 09:08:00
남편 사랑 못 받은 어머니, 동성애자 아들 만든다?
2003년 4월, 청소년 성 소수자 육우당이 '아비규환 같은 세상이 싫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0년이 지났다. 성 소수자 유명인들이 공중파 방송에서 게이 토크를 하고, 동성애를 소재로 한 드라마도 몇 편 방영됐다. 동성애가 하나의 문화 코드로는 자리를 잡아가는 것이 분명하다. '나는 동성애 이해해'라는 관용적인 발언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하지만 문화 코드가 형성됐다고 해서, 또 동성애를 '관용'하는 사람이 늘었다고 해서 차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이란 단어를 학생인권조례와 차별금지법에서 통으로 오려내고 싶어 하는 이들은 여전히 많다. '하나님과 성경'의 이름으로 행하는 바, 두려울 것이 없는 이들은 거침없이 실명을 드러내며 전국적인 차별금지법 반대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학생인권조례 역시 '조례를 수정하지 않으면 학교에 동성애가 확산된다'는 흑색선전으로 또다시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

<프레시안>은 육우당 10주기를 맞아, 청소년 성 소수자와 학생인권조례, 그리고 보수 기독교계와 차별금지법을 다룬 기획을
마련했다. 육우당이 살았던 때에 비해 2013년 한국의 청소년 성 소수자들은 조금은 더 안전한 학교에서,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을까. 국제 사회가 수차례 제정을 권고한 차별금지법을 그토록 반대하는 사람들은 누구이며, 그들은 무엇을 위해 '동성애에 맞선 전쟁'을 선포했을까. <편집자>

내 혼은 꽃비 되어
① "가식적인 기독교에 깨달음을"…어느 10대의 죽음

아들의 남자다움을 낙담하게 하는 강한 어머니, 남편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무시를 당해 아들을 과잉보호하거나 사랑의 대상으로 삼는 어머니, 약하고 리더십 없는 아버지, 무관심하거나 "적개적인" 아버지.

이런 부모의 영향을 받으면 자녀가 동성애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단체가 있다. 2010년 3월 "왜곡된 성 문화를 바로잡겠다"며 결성된 '바른 성 문화를 위한 국민연합(이하 바성연)'이다. 바성연은 지난해 4월 미국 가수 레이디 가가의 공연 반대 운동을 주도했고, 최근에는 '동성애에 대한 불편한 진실'이란 제목의 소책자와 '동성애자의 양심고백'이라는 책자를 발간했다.

이 책들에 담긴 바성연의 설명을 종합하면, 동성애는 후천적으로 생기는 일종의 '질병'이다. 그 후천적 요인 가운데 하나가 위에 나열된 전통적 성 역할을 따르지 않는 부모다.

또 있다. 이들은 "유년기에 발육 부진이나 뚱뚱함으로 또래 집단으로부터 놀림과 거절을 경험하면 불안정한 성 정체성이 형성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남성에게 성 학대를 당한 여성"과 "교도소·군대·기숙사와 같이 동성끼리 장기 숙식하다 동성애에 노출된 사람"도 동성애자가 될 수 있다. 동성애를 우호적으로 표현하는 영화를 통해서도 동성애는 "옮을 수 있"으며, "반대 성에 가까운 외모, 목소리, 체형 등의 신체적 조건"도 동성애 요인 중 하나다.

이를 뒷받침하는 과학적 근거는 그러나 이 책자들에서 찾을 수 없었다.

한국의 미풍양속 = 기독교?

▲ 기독교계 동성애·동성혼 입법 저지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회원들이 지난달 12일 국회 정론관에서 차별금지법안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동성애는 문란한 성 문화를 조장하고 한국의 미풍양속을 해친다"고 소리 높여 경고하는 이들. 관련 책자를 만들어 전국에 보급하고, 언론과 인터뷰를 하는 등 동성애 '박멸'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이들은 그렇다면 누구일까. 지난 4일 열린 바성연 제2차 정기총회를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바성연은 이날 서울 광림교회 실로암관에서 열린 총회에 앞서 심만섭 목사의 사회로 개회 예배를 열었다. 예배는 전용태 장로의 대표 기도, 최낙중 목사의 축도로 진행됐다. 홈페이지를 통해 대외적으로 공개된 약 45명의 단체 구성원들은 대체로 보수 기독교계와 관련이 깊은 인사들이다. 사실상 종교 단체인 셈이다.

바성연은 설립 3년 만에 두 번째로 열린 이날 총회에서 실행위원장에 길원평 부산대학교 교수(배아복제반대모임 회장)를, 부실행위원장에 정성희 밝은인터넷세상만들기운동본부(이하 밝은인터넷) 본부장을, 감사에 홍영태 기쁨누리교회 목사를, 대변인에 안희환 예수비전교회 목사를 선임하며 조직을 재정비하고, 한국의 성 윤리를 넘어 전 세계의 성 윤리를 바로 세우는 데 이바지할 것을 결의했다.

면면을 뜯어보자. 한국창조과학회 회원이기도 한 길원평 실행위원장은 2001년 <국민일보> 지면을 통해 "철저한 유물론자로 허무 속에 몸부림치며 살다 어느 날 전광석화처럼 하나님을 만났다"고 했다. 이후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살아온 그는 지난 1월 "강원도 학생인권조례가 통과되면 우리 자녀들이 동성애자가 된다"는 카카오톡을 불특정 다수에게 보내 논란을 불렀다.

부실행위원장인 정성희 씨가 본부장으로 있는 '밝은인터넷'은 2008년 출범했다. 음란물, 폭력물, 잘못된 가치관을 심어주는 인터넷상의 글과 영상들로부터 어린 꿈나무들을 지키는 것이 이 단체의 목표다.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안희환 목사의 블로그를 보면, 밝은인터넷은 북한 인권, 낙태 반대, 포르노 퇴치, 바른 교육, 해외 이슈 등 총 5개 분과를 가지고 있다.

밝은인터넷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후보이던 시절 '박원순 낙선 운동'에 열의를 보이기도 했다. 이들은 선거 당시 '박원순 후보자가 국민의례를 하지 않는 종북주의자', '역사문제연구소를 통해 좌익 국사 교과서를 만들어 청소년들의 국가관을 위협', '서울시장 선거를 위해 경각심을 가지고 깨어 기도하라', '투표하지 않으면 조국이 위태로워질 것' 등의 내용으로 기독교인들에게 문자를 보내 허위 사실 유포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바성연은 최근 나라사랑학부모회, 동성애입법반대국민연합, 기독교사회책임, 바른문화시민운동본부, 자유민주통일추진협의회 등 200여 개 교계 및 시민단체들과 함께 '차별금지법 반대 국민연대(이하 국민연대)'를 구성했다. 최원식·김한길 민주통합당 의원과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 등이 발의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이기 위해서다.

이들은 지난달 20일 서울 영등포 민주통합당 당사 앞에서 '차별금지법 반대 1000만 명 서명 운동' 발대식을 하며, 차별금지법 폐기를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이기탁 국민연대 대표는 이날 "이번 법안은 기독교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동성애를 반대하는 설교를 어렵게 할 것"이라고 말해, 동성애 반대가 종교 활동의 일환임을 숨기지 않았다.

'하나님'을 위한 마타도어인가, 마타도어를 위한 '하나님'인가

▲ 2008년 6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를 앞두고, 북파공작 특수임무수행자회 회원들이 서울광장에 대형 태극기와 십자가를 설치했다. ⓒ연합뉴스

이처럼 보수 기독교계에서 나오는 주장에는 언제나 종북주의와 동성애가 '짝꿍'인 듯 연결돼 있다. 밝은인터넷의 사례처럼, 동성애 반대에 열성인 단체들은 이른바 "좌파 척결"에도 대체로 열성이다. "좌파 곽노현 교육감(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 동성애가 확산된다"는 식의 주장이 대표적이다. (☞관련 기사 : 일부 대형교회 "곽노현, 못 막으면 청소년 동성애 급증?")

이를 두고 기독교계와 상당 부분 인적·물적 자원이 겹치는 보수 진영이 동성애 혐오증을 동원, 진보 진영을 공격하고 자신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강화하는 데 효과적인 무기로 삼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동성애 반대'가 목표이기 이전에 수단이라는 지적이다.

물론 동성애 혐오증이 기독교 사상과 아주 관련 없는 것은 아니다. 많이 알려져 있듯, 성경은 동성애를 '죄악'으로 묘사하고 있다. 대표적인 대목이 창세기 19장의 소돔과 고모라 구절이다. 동성애가 만연했던(또는 만연했다고 해석되는) 이 지역에 '하나님'이 유황을 던져 멸망시킨다는 이야기다.

이 밖에도 레위기 20장 13절은 "누구든지 여자와 동침하듯 남자와 동침하면 둘 다 가증한 일을 행함인즉, 반드시 죽일지니 자기의 피가 자기에게로 돌아가리라"라고 했고, 로마서 1장 27절은 "그와 같이 남자들도 순리대로 여자 쓰기를 버리고 서로 향하여 음욕이 불 일듯 하매 남자가 남자와 더불어 부끄러운 일을 행하여 그들의 그릇됨에 상당한 보응을 그들 자신이 받았느니라"라고 했다.

문제는 이런 성경 대목들을 문자 그대로 '진리'라 받아들여야 하느냐란 점이다. 그렇다면 "여자가 몸에서 피를 흘릴 때에, 그것이 그 여자의 몸에서 흐르는 월경이면, 그 여자는 이레 동안 불결하다. 그 여자에게 닿는 남자는 모두 저녁때까지 부정하다"라고 하는 레위기 15장 19절은 어떤가.


"너의 자손 가운데서 몸에 흠이 있는 사람은 하느님께 음식제물을 바치러 나올 수 없다. 몸에 흠이 있어서 하느님께 가까이 나아갈 수 없는 사람은, 곧 눈이 먼 사람이나, 다리를 저는 사람이나, 얼굴이 일그러진 사람이나, 몸의 어느 부위가 제대로 생기지 않은 사람이나, 팔다리가 상하였거나 손발을 다쳐 장애인이 된 사람이나, 곱사등이나, 난쟁이나, 눈에 백태가 끼어 잘 보지 못하는 사람이나, 가려움증이 있는 환자나, 종기를 앓는 환자나, 고환이 상한 사람들이다"라고 하는 레위기 21장 17~20절은 어떤가.

여성 혐오와 장애인 차별을 담고 있는 이런 구절들도 '진리'로 받아들일 수 있는 걸까. 이런 맥락에서 보면, 성경 문자주의는 성경을 입맛에 따라 편의적으로 사용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장애인을 차별해선 안 된다' 또는 '월경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시대적으로 더는 거부할 수 없는 명제에 대해 보수 기독교계는 더는 노골적이고 공개적인 공격을 퍼붓지 않는다. 하지만 혐오 인식이 사회적으로 여전한 동성애 사안에서 보수 교계의 몸짓은 유난히 당당하다.

정치권, 결국 보수 기독교계 앞에 무릎 꿇나


ⓒ뉴시스

보수 기독교계의 거센 반발은 효과가 있었다. 민주통합당 김한길·최원식 의원은 19일 각각 대표 발의했던 차별금지법 제정안 발의를 철회했다. 17대, 18대 국회에 이어 19대 국회에서도 법안 통과가 좌초될 위기다.

김한길·최원식 의원은 이날 공동 발의한 의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고 "발의 이후 기독교 일부 교단을 중심으로 한 법 제정 반대 운동이 격렬하게 전개됐다"며 "항의 전화와 낙선 서명 운동 등을 내세운 압박도 계속됐다"고 철회 배경을 설명했다. 현재 차별금지법을 발의한 의원들은 업무가 마비될 수준의 항의 전화를 받고 있다고 호소한다.

발의 철회 소식이 전해지자 차별금지법 제정을 기다리고 있었던 사람들은 허망함을 표하고 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김한길·최원식 의원은 보수 기독교 세력이 차별금지법을 왜곡하고 오해하고 있다고 강력히 주장했고, 이 법이 헌법에 명시된 평등 원칙을 따르는 기본적인 법이라는 점을 이미 밝힌 바 있다"며 "민주통합당이 정치적 입지와 부담을 이유로 인권의 가치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직 법안 철회는 확정되지 않았다. 공동으로 발의한 의원의 절반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철회되기 때문이다. 김한길·최원식 의원은 이번 주 중 의원들의 동의를 받아 철회 절차를 완료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 기독교계가 전쟁하다시피 달려들고 있는 '차별금지법'은 진보·보수 또는 비기독교인·기독교인을 구분해 찬반을 가를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인권을 보편적 가치로 인식하는 선진국들은 합리적 이유 없이 종교, 성별, 장애, 병력, 신체 조건, 출신지, 혼인 형태, 정치적 견해,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학력, 고용 형태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오래전부터 채택해 오고 있다. 그래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쪽에서는 이 법을 '인권 기본법'이라고도 부른다.

국회에 계류 중인 차별금지법안에는 종교 역시 차별 금지 사유로 포함돼 있다. 맹목적인 믿음을 추구하는 기독교 근본주의를 향한 비판이 날로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기독교계가 오히려 앞장서 종교에 따른 차별 금지를 외쳐야 하는 때는 아닐까.

보수 기독교계에 정치권이 결국 무릎을 꿇을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 <프레시안> 차별금지법 관련 기사·칼럼

- "레즈비언은 차별받아도 된다"는 차별금지법?
- 차별금지법이 반(反)기독교 법안이라고?
- 인종차별 당한 박지성…한국, 분개할 자격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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