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당 선생 미스터리'…장진영은 '사기꾼'에 농락당했나?
'구당 선생 미스터리'…장진영은 '사기꾼'에 농락당했나?
<주간동아> 김남수 '화타 신화' 맹공격 "신화는 없었다"
2010.10.04 09:55:00
'구당 선생 미스터리'…장진영은 '사기꾼'에 농락당했나?
'지난 80년간 배우 고(故) 장진영 씨를 비롯한 수많은 이들을 침과 뜸으로 치료했다'며 유명해진 구당 김남수 옹의 그간 행적의 상당 부분이 '거짓'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주간동아>는 최근호에서 "'화타 신화'의 진실-구당 선생 미스터리'"라는 제하의 6건의 기사를 통해서 이런 의혹을 제기했다.

구당은 2008년 방송에 소개되고 나서부터 재야 '명인'으로 불리며 큰 인기를 끌었으나, 그간 보건의료계 안팎에서는 그의 행적을 놓고 여러 가지 의혹이 제기되었다. 이런 의혹의 상당 부분이 근거가 있음을 주장한 이번 보도에, 구당과 그의 인터뷰 책 <구당 김남수, 침뜸과의 대화>(동아시아 펴냄)를 펴낸 이상호 문화방송(MBC) 기자의 대응이 주목된다.

"아버지로부터 열한 살 때부터 침구술 배웠다" vs "구당은 유복자!"

구당(95세)은 그 동안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915년 5월 12일에 태어난 자신은 열한 살 때부터 아버지에게 침구학을 배워서 80년 동안 의술 활동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많은 이들은 이 말을 믿고서 구당이 비록 자격증이 없지만 상당한 의술 실력을 가지고 있으리라고 여겼다. 그는 구사자격증은 없고, 침사자격증만 있다.

그러나 <주간동아>는 이런 구당의 증언이 '거짓'이라고 지적했다. 이 잡지의 취재 결과를 보면, 구당의 부친 고 김서중 씨는 기록상으로 1915년 2월 28일 사망했다. 이 잡지와의 인터뷰에 응한 구당의 친척 김모 씨도 "기수(구당의 형, 작고) 씨가 다섯 살 때(1915년) (구당의 부친이) 돌아가셨다"고 이런 기록을 확인했다.

이 기록과 증언을 염두에 두면 구당은 유복자인 셈이다. 물론 구당이 태어나기 3개월 전에 사망한 아버지로부터 열한 살 때부터 침구학을 배우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이런 의혹을 놓고 구당은 "호적 기록이 잘못된 것"이라며 "본인이 선친에게서 배운 것이 분명한데 부친의 사망 신고일까지 파헤쳐서 말한다면 답변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해방 때까지 고향을 떠나지 않았다" vs "침사자격증은 1943년 함경북도에서?"

▲ 지난 1월 21일 "미국에서 암 환자를 상대로 임상 시험을 했다"고 주장하는 구당 김남수 옹. ⓒ연합뉴스
<주간동아>는 이어서 구당의 침사자격증을 놓고도 의문을 제기했다. 구당은 이상호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동네 사람들이 면허를 받아야 한다면서 군수인지 도지사인지한테 추천해 주었는데, 거기 가니까 면허를 줬다"고 증언했다(<구당 김남수, 침뜸과의 대화>, 245쪽). 그는 다른 언론과도 같은 사정으로 "1943년 침사자격증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이 잡지는 "이런 구당의 진술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일제 강점기인 1943년에도 침사자격증을 받으려면 도에서 치르는 시험에 합격해야만 자격증을 획득할 수 있었다. "동네 사람들이 군수인지, 도지사인지한테 추천하는 것"만으로 침사자격증을 땄다는 구당의 증언은 믿기 어렵다는 것.

이런 구당의 증언은 이 잡지가 확인한 재판 기록과도 어긋난다. 구당이 현재 가지고 있는 침사자격증은 1982년 고등법원에서 받은 ''침사 자격 존재 확인(사건81구549)' 판결로 얻은 것이다. 이 기록을 보면 재판부는 "1943년 4월 함경북도에서 실시한 침사자격시험에 합격했으나, 월남하면서 자격증을 가지고 오지 않은" 사실을 인정해 그에게 자격증을 부여했다.

이런 재판 기록은 그간 구당이 언론과 했던 인터뷰와도 다를 뿐만 아니라, 그의 행적과도 어긋난다. 구당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945년 해방 전 고향(전라남도 광산군)을 떠난 적이 없다"고 여러 번 언급했었기 때문이다. 이 잡지는 "'해방 전 고향을 떠난 적도 없다'는 사람이 어떻게 함경북도까지 가서 자격증을 취득했던 것일까"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장진영 씨 침·뜸으로 암세포 사라져" vs "서울대병원 소견서를 살펴보니…"

<주간동아>는 배우 고 장진영 씨의 위암 치료를 놓고 구당과 이상호 기자가 그간 해왔던 주장('구당의 치료가 장진영 씨의 위암 치료에 큰 도움을 줬다')에 대해서도 새로운 의혹을 제기했다. 구당과 이 기자의 주장은 환자인 장 씨의 진술에만 근거한 객관성이 없는 주장이라는 것이다.

이상호 기자는 구당이 장 씨를 치료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나서 "불과 두세 번의 치료만으로 복부의 종양이 3분의 1 정도로 크기가 크게 줄어들어 배가 푹 꺼지고 또 복수도 금세 빠지는 걸 보고 무척 놀랐습니다(<구당 김남수, 침뜸과의 대화>, 128쪽)"라고 묘사했다. 그러나 이 잡지는 이런 진술의 객관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 잡지는 서울대학교병원이 발행한 장진영 씨의 '건강진단종합소견서'를 입수해 이 기자의 진술이 타당한지를 따져보았다. (이 기자가 언급한 침·뜸 치료와 항암 치료가 약 한 달간 병행되고 나서인) 2008년 11월 6일자 소견서를 보면, '종양 크기가 줄었다'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의 소견서는 "위 내시경상 특별한 변화는 없지만, 복부 CT 검사상 예전보다 많이 호전됐다"는 내용만 있을 뿐이다. 이상호 기자가 "시술 시작 3개월 만에 장진영 씨는 위장 일부를 제외하고는 몸속의 암세포가 모두 사라지는 극적인 효과를 볼 수 있었다"고 기록한 2008년 12월 22일자 소견서도 마찬가지였다.

소견서에는 "위 내시경상 호전된 소견이다", "사이즈가 준 것처럼 보인다" 등의 표현만 있을 뿐, 이상호 기자의 표현처럼 '위장 일부를 제외하고는 몸속의 암세포가 모두 사라졌다'는 식의 언급은 없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도 이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장 씨의 병세가 4기에서 2기로 준 적은 없으며, 일부 호전된 것도 항암 치료의 효과이지 침·뜸 때문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상호 기자도 지난 2월 11일 <오마이뉴스>에 전재한 '고 장진영 88일간의 임상 치료①'에서 "항암제와 침·뜸이 병행돼 어느 한쪽만의 영향에 의한 것이라 단정할 수는 없다"고 인정했었다. 일주일을 안팎으로 동시에 시작한 항암 치료와 침·뜸 치료 중 어느 것이 장 씨에게 영향을 준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침·뜸의 효과를 과장해서 표현했던 것이다.

이런 문제제기를 놓고, 이상호 기자는 이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진영 씨의 차도를 알 수 있었던 구체적 내용은 진영 씨와 친구로부터 직접 청취한 내용에 근거한 것"이라며 "(장 씨가 의사로부터) 듣지 않은 이야기를 그렇게 구체적으로 제게 했을 리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장진영 씨의 남편 김영균 씨의 설명은 다르다. 김 씨는 이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주위에서 가능한 한 진영 씨가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좋게 이야기를 많이 했다"며 "진영 씨는 이 말들을 자랑스럽게 구당 선생에게 이야기하곤 했다"고 전했다. 작은 희망의 끈이라도 놓고 싶지 않은 환자의 얘기를 구당과 이 기자가 그대로 믿었다는 것이다.

"암, 에이즈, 사스도 치료" vs "미국에서의 임상 시험은 거짓말"

이 밖에도 <주간동아>는 구당이 그동안 자신이 치료했다고 홍보해온 김영삼 전 대통령, 박태환 선수, 고 장준하 선생, 고 김재규 중앙정보부장, 박태환 선수 등의 관계자에게 일일이 치료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은 모두 "(고인이) 구당으로부터 치료를 받은 적이 없다"거나 혹은 "한두 번 치료한 것은 사실이나 부풀려서 홍보해서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이 잡지는 "침·뜸으로 암, 에이즈, 사스를 치료했다"는 구당의 주장을 놓고도 각 분야 전문가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타당성을 검증했다. 대다수 전문가는 "대꾸할 가치도 없다"며 "만약 구당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미 노벨상을 타야 한다"고 침·뜸 치료 효과에 대한 구당의 주장에 불신을 표했다.

이 잡지는 "구당이 '2009년 1월 암에 대한 임상 시험에 성공해, 종양이 줄어드는 것을 과학적으로 측정했다'고 주장한 미국 애틀랜타 뉴호프 병원은 암에 대한 공개 임상 시험을 실시할 만한 여건을 갖추지 못한 호스피스 병원이었다"고 한인 의사, 미국 침구사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폭로했다.

지난 1월 21일 구당은 프레스센터에서 기자 회견을 갖고 "(뉴호프 병원에서의) 임상 내용이 미국의 암 학회에 보고되고, CNN이나 미국 신문을 통해 보도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구당은 이 잡지와의 최근 인터뷰에서는 '임상 시험을 하지 않았고, 수 명의 암 환자를 (침·뜸) 치료하고 그 결과를 모아서 공표하려고 한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한편, 이렇게 구당 김남수 옹에 대한 의혹을 집중 제기한 <주간동아> 최근호(756호)는 3일 오후 현재 시내 대형 서점에서 구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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