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편중인사가 큰 재앙 초래
지역편중인사가 큰 재앙 초래
'이용호 게이트' : 비리의 중간차단막 스스로 거둬버려
2001.09.23 21:09:00
지역편중인사가 큰 재앙 초래
‘G&G의 이용호게이트’를 보는 관점은 바라보는 측면에 따라 여러 가지로 나눠질 수 있다. 나는 이를 현정권의 지역편중인사가 초래한 대재앙으로 보고자 한다.

이씨의 주가조작과 횡령혐의를 확인하고도 면죄부를 준 검찰․금감원․국세청등 최고 사정기관의 핵심인물들은 대부분 이씨와 동향인 호남 출신이다. 이씨를 돌봐준 조폭 두목 역시 동향이다. 이씨의 변호인 김태정 전법무장관도 마찬가지다.

이들 사이에 벌어진 그간의 행태는 이씨 사건을 특정경제사범가중처벌법 적용대상이자 권력형비리 사건이 아니라 ‘험한 일을 당하는 이웃’의 일 정도로 치부하지 않았나 하는 의심이 들 정도다.

안타까운 얘기지만 만약 국정원․검찰․금감원․국세청 등 최고 사정기관의 요직 한두자리에 비호남 출신을 임명했고, 이들이 중간 브레이크 역할을 할 수 있었다면 이번 사건은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는지 모른다.

***중간 브레이크가 없어졌다**

작년 5월 이씨가 6백억원의 횡령과 주가조작 혐의로 서울지검에 긴급체포되었다. 10 박스에 달하는 비리장부까지 압수됐다. 하지만 하룻만에 풀려났고, 두달 후 무혐의처리되면서 사건은 종결되었다.

이뿐이 아니다. 1999년 12월 이씨의 동업자였던 심모씨가 이씨 등을 특정경제가중처벌법 위반으로 고소했으나 다음해 5월 무혐의처분되었다. 광주지검 역시 이씨에 대한 지역사업자들의 집단고소를 묵살하다 최근에야 조치를 취했다.

이씨가 체포될 당시 서울고검장은 임휘윤 현 부산고검장이고, 차장검사는 임영운 현 광주고검 차장, 수사책임자는 특수2부장인 이덕선 현 군산지청장이었다. 세 사람 모두 전남북만 다를 뿐 호남 출신이다. 여기에 1억원의 수임료를 받고 임 지검장에게 이씨의 ‘선처’를 부탁한 김태정 변호사는 검찰총장과 법무장관을 지낸 검찰내 호남인맥의 대부다. 임 고검장의 조카는 이씨 계열사에 취업해 있었다.

지난 99년 이씨의 계열사 KEP전자가 60억원의 가짜 영수증을 발급한 사실이 세무당국에 적발되었다. 당시 부가세 일반조사만 받고 1억4천만원을 추징당하는 단순사건으로 처리됐다.

최근 국회 재경위 국정감사에서 손영래 국세청장은 “KEP전자에 대한 특별세무조사를 실시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국세청의 조치가 미흡했음을 자인한 것이다. 99년 당시 국세청장인 안정남씨, 지금의 손영래 청장 모두 호남 출신이다.

금감원도 작년 10월 이씨의 동료인 여운환씨의 주가 조작혐의를 조사하면서 조사내용을 미리 넘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금감원측은 이를 ‘관행’이라고 주장하지만 조사내용을 미리 넘겨주는 규정은 없다는 사실에서 의심을 살 만한 소지는 얼마든지 있다.

김영재 당시 금감원 부원장보는 광주일고 출신이다. 그의 동생은 이씨 계열사인 인터피온(전 대우금속)의 전무로 근무해 왔다.

***제2의 ‘옷로비 사건’ 아니냐**

현재 검찰 내부에선 “이용호게이트가 제2의 옷로비 사건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이 많다. 신승남 검찰총장의 동생인 신승환씨가 신용불량자인데도 불구하고 이씨 회사의 사장에 영입돼 월급과 스카웃비 명목으로 6천6백만원이 넘는 거액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검찰의 긴장감은 증폭되고 있다.

‘옷로비 사건’ 당시 구속된 김태정 전 법무장관과 박주선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은 광주고등학교, 서울법대 선후배로 끈끈하게 얽힌 관계다.

두 사람 모두 현직에 있을 때 박 비서관은 김 장관을 ‘형님’으로 불렀고, 김장관 부인 연정희씨를 ‘형수’라고 불렀다 한다. 이 때문에 박 비서관은 자신이 이끄는 사직동팀에서 옷사건의 첩보를 올렸을 때 ‘형수님’에게 미리 내사내용을 알려 호랑이무늬 밍크코트를 돌려주라고 연락하지 않았나 하는 의심을 샀고, 사직동팀 내사자료를 김장관에게 전달하지 않았나 하는 손가락질을 받기도 했다.

장관과 청와대 비서관이라는 공식적 관계가 아니라 지연, 학연으로 얽힌 사적 관계로 공무를 처리하지 않았나 하는 의혹인 것이다.

이번 이용호게이트 역시 동향의 인물들이 다수 등장한다는 점에서 공적 관계보다 사적 관계가 앞서 일을 여기까지 몰고 온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이번 사건을 지역편중인사가 초래한 대재앙으로 보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용호씨에 관해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도처에서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번번이 유야무야 처리되었다. 그중 어디 한곳에서라도 사적 관계가 아닌 공적 관계로 엄밀한 처리가 이루어졌더라면 일이 이 지경으로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역편중인사가 초래하는 문제점은 여럿이겠지만, 나는 그중에서도 부패와 비리의 고리를 중간에 차단할 수 있는 차단막을 스스로 거둬 버린다는 점을 가장 심각하게 지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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