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메일이란 작가를 아시나요?

[특집] 러셀 크로우 주연의 <어느 멋진 순간> 국내 개봉에 맞춰

신영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06.10.31 18: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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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는 할리우드에서 '음식영화'가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웰빙바람을 타고 좀더 건강하고 맛있게 사는 법에 대한 관심이 영화계까지 번져나가고 있다는 것. 올 가을부터 잇달아 개봉될 음식영화의 첫번째 타자는 거장 리들리 스콧 감독, 러셀 크로 주연의 <어느 멋진 순간 (A Good Year)>. 돈과 여자를 좇아온 영국의 은행가가 어느날 돌아가신 삼촌으로부터 프랑스 프로방스 지방의 오래된 포도농장을 유산으로 물려받게 되고, 늘 궂은 날씨의 런던을 떠나 사시사철 햇빛이 내리쬐는 프로방스로 이주해 인생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는 로맨틱 코미디이다.
어느 멋진 순간 ⓒ프레시안무비
영화는 한때 전세계 출판가와 여행업계에 프로방스붐을 일으켰던 영국 작가 피터 메일(67)의 2004년 동명소설을 토대로 하고 있다. 피터 메일의 인기에 비해 그의 작품이 영화화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따라서 <어느 멋진 순간>의 개봉을 계기로 피터 메일의 소설들이 또다시 집중적인 조명과 인기를 모으게 될 가능성이 높다.피터 메일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올려놓았던 89년작 에세이 <나의 프로방스(A Year In Provence)>, 91년작 <언제나 프로방스(Toujours provece)>, 93년작 소설 <호텔 파스티스)>, 97년작 소설 <세잔을 찾아서> 등 그의 주요 작품들은 이미 국내에도 번역 출간돼 있다. 프로방스에 '꽂히다'
피터 메일의 소설
피터 메일은 1939년 영국 브라이튼에서 태어났다. 광고회사에서 15년간 카피라이터로 일했던 그는 75년 청소년 성교육에 관한 책들을 쓰는 전문작가로 변신하게 된다.교육계 이외에는 그리 알려지지 않았던 그에게 어느날 인생의 대전환기가 찾아온다. 88년 지긋지긋하게 흐린 날씨와 각박하기 짝이없는 대도시 런던생활을 청산하고 , 젊은 시절부터 흠뻑 매료됐던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뤼베롱 지방의 200년 넘은 농가를 덜컥 사서 이사를 해버린 것. 공자 어머니는 자식교육을 위해 세번 이사했다지만, 이사를 잘하면 인생이 바뀌고 떼 돈까지 벌 수 있다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피터 메일이다. 88년 한해동안 프로방스의 자연과 순박한 사람들, 그리고 맛있는 음식과 와인에 푹 빠져 지냈던 경험을 기록해 89년 발표한 에세이 <나의 프로방스>가 그야말로 초특급 대박을 터트렸던 것이다. 남부 프랑스의 프로방스는 소설가 알퐁스 도데, 화가 폴 세잔과 마티스, 영화 감독 마르셀 파뇰 등 수많은 예술가들을 사로잡았던 곳이다. 도데의 소설 '별'에는 이런 귀절이 나온다. "뤼베롱 산 위에서 양을 지키고 있을 무렵, 나는 사람 그림자 하나 구경못하고 몇주일을 목장에서 혼자 , 개 라브리와 함께 지냈다. 가끔 몽 드뤼르 산의 은자(隱者)가 약초를 구하러 지나가는 모습을 보거나 숯굽는 사람들의 새까만 얼굴을 볼 정도였다. 그들은 모두 고독에 젖어 말이 없고 소박한 사람들이라 이야기하는데 흥미를 잃어버려 아랫마을이나 읍내에서 떠돌고 있는 소문을 전혀 알지 못했다."
어느 멋진 순간 ⓒ프레시안무비
이처럼 '별'의 무대가 된 뤼베롱 마을에 정착한 메일은 카피라이터 출신답게 재기넘치는 글솜씨로 순수하면서도 엉뚱하고 고지식한 현지 사람들의 모습과 풍요로운 자연을 생생하게 묘사해내 수많은 독자들을 매료시켰다. 이책은 전세계적으로 20여개국어로 번역출간돼 약 500~600만부가 팔렸다. 심지어 메일을 좇아서 아예 프로방스 지역으로 이사온 영국, 미국인들이 급증했고, 동네를 기웃거리는 관광객들 때문에 주민들은 몸살을 앓는 지경까지 됐다. 메일의 작품세계는 사실 프로방스의 시골생활처럼 단순하다. <호텔 파스티스>와 <어느 멋진 순간> 등 그의 소설들은 대부분 광고전문가에서 농사꾼으로 변신한 메일 자신의 경험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즉, 극심한 경쟁사회에서 지치고 환멸을 느낀 도시인이 어느날 프로방스로 이주해 푸근한 시골의 정을 느끼며 상처받았던 심성을 되찾게 된다는 식이다.물론 이 과정에서 '2W',즉 와인(Wine)과 여자(Woman)은 필수 양념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드라마틱한 사건이 전개되는 것도 아니고, 문체가 특별하게 매혹적인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호텔 파스티스>는 영국 런던에서 성공한 광고업자가 이혼후 프로방스의 낡은 호텔을 사서 정착하게 되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고, <어느 멋진 날> 역시 주인공의 직업이 다를 뿐이지 거의 비슷한 줄거리로 이뤄져있다. 하지만 아기자기한 에피소드 속에 녹여낸 농촌의 인심,입안에 군침이 돌게 만드는 향긋한 와인과 음식 내음 등이 매력적인 것만은 사실이다. 리들리 스콧도 '2W'에 '꽂히다'
어느 멋진 순간 ⓒ프레시안무비
리들리 스콧감독 역시 그런 메일의 작품에 반한 팬들 중 한사람이다. 프랑스 와인광인 그는 프로방스에 와인농장을 가지고 있으며, <어느 멋진 순간>의 촬영을 자신의 농장이 있는 마을에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콧 감독은 이 영화에 <글래디에이터>를 통해 절친해진 배우 러셀 크로를 끌어들이기까지 했다. 두 사람은 <어느 멋진 순간>의 촬영을 끝내자마자, 70년대 미국 대도시의 마약전쟁을 다룬 액션대작 <아메리칸 갱스터>를 현재 촬영 중이다. 베스트셀러 작가 피터 메일과 거장 리들리 스콧, 남성미 넘치는 선굵은 배우 러셀 크로가 손잡고 만든 <어느 멋진 순간>은 세사람 모두에게 모험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있다. 메일에게는 영화계 첫진출이며, 스콧과 크로에게는 기존 작품세계와 상당히 거리가 있는 로맨틱 코미디 도전이기 때문이다. 그 도전의 성패여부는 오는 11월 중순 판가름나게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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