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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무제, 국회에 넘겨진 공

[대선에 묻힌 인권법안·⑬]병역법 개정안

최정민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 집행위원장 2007.11.21 07:38:00

2004년 '개혁국회'라는 꼬리표를 달고 시작했던 17대 국회가 이제 마지막 정기국회를 열었다. 하지만 대선을 앞둔 상황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들이 제대로 된 토론을 거칠 수 있으리라는 전망을 어둡게 한다. 중요한 인권 쟁점을 담고 있지만, 대선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 속에서 자칫 외면될 수 있는 인권 관련 법안들을 인권운동사랑방이 살펴봤다.
  
  다음은 병역법 개정안에 관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 최정민 활동가의 글이다. 이 글은 인권운동사랑방이 발행하는
<인권오름>에도 실렸다. <편집자>
  
  현재 17대 국회에는 지난 2004년 9월과 11월 임종인 의원과 노회찬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병역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이후 3년의 세월이 흘렀다. 국회는 그 동안 법안을 처리하지 못하고 뭘 했는가 하면 공청회를 딱 한 번 했다. 국회의 속사정을 속속들이 모르기 때문에 뭐라 단정 짓기는 뭐하지만 적어도 내가 아는 한은 그렇다.
  
  국회 내부에서 진지한 토론이 오갔고 결국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해 여기까지 질질 끌었는가하면 그것도 아닌 것 같다. 공청회 자리에서도 그랬고 참관 갔던 국방위원회 회의 자리에서도 그랬고 토론은 고사하고 괜히 골치 아픈 일에 끼어들기 싫어서인지 병역거부 관련 주제가 상정될 즈음에는 자리에 앉아있는 국회의원들도 별로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결국 세월은 흘러흘러 17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개원을 했다. 과연 이 법안이 폐기되지 않고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까…? 만약 병역법 개정안이 그냥 그대로 폐기되고 만다면 2009년 시행예정인 사회복무제는 대선 이후 어떻게 추진되어 나갈지, 사회복무제의 미래가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답답한 안개 속에 빠지고 말지는 않을지 마음이 조급해져온다.
  
  정부, 병역거부자들에게 사회복무 허용하기로
  
  지난 9월 18일 국방부는 "종교적인 사유 등으로 집총(입영)을 거부하는 사람들에게 군대 대신 다른 방법으로 병역을 이행할 수 있도록 대체복무를 허용키로 했다"며 "(이에 따라) 내년까지 병역법과 사회복지 관련법령, 향토예비군설치법 등을 개정할 것"이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가졌다.
  
  국방부는 또 "병역이행이라는 국민의 의무와 소수 인권보호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병역거부 분위기의 확산 방지를 위한 안전장치를 강구한다는 차원에서 종교적 병역거부자들의 대체복무 분야를 가장 난이도가 높은 부문으로 선정할 것"이라는 계획도 덧붙였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에게 대체복무제를 제공하는 방안은 연대회의가 지금까지 7년 동안 줄기차게 주장해왔던 내용이 현실화된 것으로, 병역거부자에게 감옥 대신 대체복무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점에서 일단 상당한 진전이라 평가할 수 있다.
  
  정부가 이런 결정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던 데는 물론 여러 가지 상황이 작용했겠지만 지난 60년 동안 자신의 양심상 집총을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열외' 없이 감옥에 보내졌던 1만3천여 명의 병역거부자들의 존재가 크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남북한의 군사 대치 상황, 그 속에서 한국사회를 지배했던 반공주의와 국가안보 제일주의 하에서 개인의 인권과 양심의 자유는 국가안보를 위해 당연하게 제한되었던 것이다. 군사정권이 종식되고 여러 분야에 걸쳐 민주화가 진척된 90년대 이후에도 국가안보 우선주의와 이에 따른 절대적인 병역의무는 여전히 인권이나 인간안보보다 우선시 되어 병역거부자들을 출소 이후까지 전과자라는 낙인 속에서 사회적, 경제적으로 엄청난 차별을 가했다.
  
  군부독재 시절은 물론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등을 거치면서도 상황은 변하지 않았고 남북 간의 교류가 활발해진 최근까지도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처벌은 계속되어 왔다. 이는 남북정세를 포함해 급변하는 안보환경, 인권존중에 가치를 두는 시민의식을 생각할 때 시대에 뒤떨어진 결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국방부의 결정은 그 동안 병역거부권을 인정하지 않고 수감자들의 현실을 모르쇠로 일관하던 기존 입장에 비하면 매우 진일보한 결정이라 생각한다. 다만 구체적인 실천 방안에 있어 몇 가지 아쉬운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런 아쉬운 지점들을 이번 국회에서 진지하게 논의를 좀 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제발 좀!
  
  어떤 사회복무?
  
  먼저 사회복무 기간의 문제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1년 6개월의 병역을 피할 목적으로 3년의 사회복무를 각오할 수 있는가. 이것은 사회적으로 매우 민감한 문제이자 앞으로 사회복무를 수행할 병역거부자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병역거부와 관련한 토론 때마다 언급되는 문제이지만 그 누구도 어느 정도 선이면 병역거부자들이 급증하지 않고 현역 군인과의 형평성도 맞출 수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이에 대해 정부는 최장기 대체복무(공중보건의 등) 기간이 36개월인 점, 본인이 선택한 대체복무라는 점, 국민정서, 현역의 사기 등을 감안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예로 든 최장기 대체복무는 현재 정부가 도입하려는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와는 그 질이 판이하게 다른 것으로 말이 국방의 의무지 군사훈련을 제외하고는 월급 받고 일하는 직업과 같은 개념이다. 왜 이 대체복무가 병역거부자들의 사회복무 기간의 기준이 되어야 하는지 잘 납득이 가지 않는다.
  
  물론 감옥에 가는 것보다는 3년의 사회복무를 택할 병역거부자들이 훨씬 많을테지만 이들이 '출·퇴근 없는 복무시설에서 합숙근무를 하며, 24시간 근접보호가 필요한 치매노인이나 중증장애인 수발과 같이 사회복무자 배치 분야 중에서 난이도가 가장 높은 분야'에서 복무하면서 자신의 신념을 지켜나가는 것을 뿌듯해할지 나로선 상상하기 어렵다.
  
  지난 17일 열렸던 공청회에서 국방부는 2배의 기간으로 대체복무를 실시하고 있는 그리스의 예를 들면서 현재 정부가 도입하려 하는 사회복무가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을 강조하였지만 토론자로 참석했던 여호와의 증인 홍영일 선생이 그리스가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대체복무 기간을 대폭 줄여 실시키로 했다는 최근 정보를 제공하여 국방부의 주장을 일축하기도 하였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2건의 법안에는 대체복무의 기간을 정부의 안인 2배가 아니라 1.5배의 복무기간을 명시하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대체복무를 도입한 많은 나라들이 이렇게 긴 기간 대체복무를 시행하는 나라들은 별로 없다.
  
  입법과정에서는 복무 중인 군인들이 사회복무에 지원할 수 있는 권리라든가 정부의 어떤 기관에서 이 일을 담당하며 사회복무자를 선발하는 기구는 어떻게 구성할 지에 대해서도 신중한 논의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본다. 유엔 인권위원회(현 인권이사회)에서는 98년 결의 제77호에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은 종교적, 도덕적, 윤리적, 인도주의적 또는 이와 유사한 동기에서 발생하는 심오한 신념 또는 양심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이미 군복무를 하고 있는 사람도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권리는 비단 징병제도 하에서뿐만 아니라 모병제도 하에서도 중요한데 계약에 의해 직업으로 군대를 선택하고 전장에 배치된 군인조차도 비인도적 무기의 사용이라든지 무고한 민간인들이 전쟁의 주요 희생자들이 되는 모습을 보고 병역거부를 선택하거나 탈영하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기 때문이다.
  
  가깝게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반대하여 병역거부자가 된 미국이나 영국 군인들의 사례가 신문이나 텔레비전을 통해 우리에게 보도된 바도 있다.
  
  담당기관의 문제도 매우 중요하다. 유엔 인권위원회는 같은 결의에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의 신념을 차별하지 않고,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가 특정한 사안에서 타당한지를 결정할 임무를 맡을 독립적이고 공정한 의사결정기관을 마련하여야 한다", "징병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를 위하여 양심적 거부의 이유에 부합하는 다양한 형태의 대체복무를 도입하되, 그 대체복무는 형벌적 성격이 아닌 비전투적 또는 민간 성격이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군과의 이해관계가 없는 공명정대한 기관에서 사회복무자를 선발하여 군이 아닌 민간의 영역이 주관하고 실시하는 사회복무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2009년 시행 예정이라는 정부 발표가 있었지만 국회는 하루라도 빨리 입법 과정을 밟아 사회적 불안을 해소하고 안정적이고 합리적으로 시스템이 잘 정착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 정부는 2009년 대체복무제도가 시행되기 이전까지 과도적으로 입영 거부자들에 대한 고발조치를 보류하고 현재 재판과정에 있는 병역거부 사건들의 판결을 유예하며, 또 현재 수감 중인 사람들에 대해 일괄적 혹은 단계적으로 미결수는 보석석방, 기결수는 잔여 형량에 따라 형집행정지, 가석방, 잔형면제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예비군 훈련 거부로 고발된 사람들에 대한 선처, 형기를 마친 사람들에 대한 사면복권 조치도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본다. 평화정착으로 가는 큰 그림 속에서 사회복무제도가 함께 사고되어야 할 것이다.
  
  
- 대선에 묻힌 인권법안
  
  ① [출입국관리법 일부개정안] "7개월 전 여수 참사, 벌써 잊었나"
  ② [에이즈 예방법 개정안] "'죽어 마땅한 자'는 어디에도 없다"
  ③ [학생인권법] 억압의 교육을 넘어 인권의 교육으로
  ④ [사회복지사업법] 사회복지시설은 복지재벌의 사유재산?
  ⑤ [국가정보원법] 국정원 개혁, '정치 개입 근절'만으로는 부족하다
  ⑥ [개인정보보호기본법] 폭주하는 개인정보 유출, 늘어나는 감시
  ⑦ [노동조합법 일부 개정안] "특수고용직, 노동자를 노동자라 부르지 못하고…."
  ⑧ [형법 일부 개정안] 성폭력 피해자에게 두 번 상처주지 않기 위해…
  ⑨ [행형법 전부 개정안]감옥은 언제까지 '인권 사각지대'로 남아야 하나
  ⑩ [검시관법 제정안]주검은 말하고 싶다
  ⑪ [저작권법 일부 개정안] 저작권법, 문화발전의 기반인가? 장애물인가?
  ⑫ [시효배제법 제정안] 국가 범죄, 언제까지 면죄부를 허용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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