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왜 떨어집니까"
"출산율? 왜 떨어집니까"
[덴마크에서 살아보니ㆍ<6>] 아이를 낳아도 걱정없는 여성들
"출산율? 왜 떨어집니까"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둘만 낳아 잘 기르자", 더 심하게는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표어가 유행했는데, 이제 낮은 출산율을 걱정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셋째 아이부터는 출산 장려금을 지급하는 제도도 생겼다. 없는 것 보다는 낫겠지만 장려금 정도로 젊은 여성이 선뜻 아이를 많이 낳겠다고 할지 의문이다.
  
  한국 여성에게 육아는 지독한 홍역
  
  출산율이 낮아진 이유는 자명하다. 여성이 남성과 동등하게 취업하여 사회에 진출하는 현상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인 반면, 출산에 따른 육아의 부담은 여전히 해당 여성의 몫으로만 남아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이가 크면서 감당해야할 교육 전반의 문제는 또 어떤가. 사교육비, 경쟁. 입시 등의 단어를 떠올리면 아무도 쉽사리 아이를 낳아 키우겠노라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요즈음 우리나라에서 직장을 다니는 여성이 결혼해서 출산을 하면 육아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게 될까.
  
  예전처럼 아기를 돌보기 위해서 여성이 직장을 그만두는 일은 이제 많지 않은 듯하다. 우선 경제적인 손실을 무시할 수 없고 직업을 통해 정체성을 찾으려는 여성의 욕구가 높아진 까닭이다.
  
  그러나 통상 2개월, 길어야 6개월의 산후 휴가가 끝나고 직장에 다시 나가려면 당장 누군가 아기를 돌보아 주어야 한다. 친정어머니, 시어머니가 동원되기 일쑤이고 그도 여의치 않거나 혹은 여유가 있다면 아기 돌보는 사람을 쓰기도 한다. 아기가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 여성이 직장에 나간다는 일은 일대 홍역을 치르는 것과 다름없다.
  
  "시어머니, 친정어머니가 육아를 돕는다고요?"
  
  덴마크에서 가까이 지내던 50대 후반의 머레이드는 한 해에 손자를 둘이나 보게 되었다. 법률가로 활동하는 큰 며느리는 4월에, 개인 회사를 나가는 둘째 며느리는 10월에 각각 출산을 할 예정이었다.
  
  나는 머레이드에게 며느리들이 출산을 하면 육아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물어봤다. 덴마크에서도 혹시 한국에서처럼 시어머니나 친정어머니가 아이 키우기를 도와주는지도 농담삼아 묻자 머레이드는 고개를 흔들었다.
  
  덴마크에서는 대부분 60세가 넘어서까지 일을 하기 때문에 딸이나 며느리를 도와주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는 것이다.
  
  (덴마크에서 은퇴 연령은 67세이고 희망하면 조기퇴직을 할 수는 있다. 은퇴를 하면 연금수령과 노후생활을 꾸려나가는데 필요한 모든 복지혜택을 받기 때문에 가능하면 오래 일을 해서 세금을 내도록 정부가 유도책을 쓰고 있다.)
  
  또한 어려서부터 자립심을 길러주고 대학에 갈 나이면 독립을 하는 등 독립심이 강한 덴마크의 젊은 여성들은 아주 힘든 경우가 아니면 친정어머니나 시어머니에게 기대려 하지 않는다고 한다. 아니 무엇보다 육아를 위한 제도적인 뒷받침이 잘 되어있으니 가족의 도움을 청할 필요가 없다고 해야 옳겠다.
  
  출산 휴가 끝나면, '개인 보모'에게 아이를 맡긴다
  
  덴마크의 산모는 산전 6주부터 직장에서 휴가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산후 1년간 유급휴가를 받을 수 있다. (스웨덴에서는 1년 반이다. 덴마크에서도 육아를 위한 유급휴가 기간을 1년반 내지 2년으로 연장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유급 휴가 시에는 평소 월급의 80% 정도를 급여로 수령하는데 이의 지불을 정부의 몫이고, 회사는 산모를 대신해서 일을 하는 임시직원에게 월급을 준다. 1년간의 유급 휴가는 남자도 같이 나누어 받을 수 있다.
  
  1년 후 직장에 다시 나갈 경우에는 아이를 유아원에 맡기거나 동네의 '개인 보모'에게 맡긴다. '개인 보모'란 동네에서 그룹을 만들어 서너 아이를 한꺼번에 자기 집에서 돌보는 사람이다. 이 사람의 월급은 구청에서 지급한다.
  
  대개 자신의 아이를 기르면서 겸하여 동네의 다른 아이까지 돌보는 것인데 소정의 교육을 받고, 집에 아이들을 위한 약간의 시설을 갖추면 된다. 일정시간을 공원 등 바깥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야 하고 다른 개인보모들과 만나서 서로 정보를 나누도록 되어있다. 탁아시설이 충분하지 않은 지역에서 이 제도를 활용한다고 한다.
  
▲ 아이들을 돌보는 개인 보모들. ⓒ김영희

  4시 반에 퇴근하니, 육아 부담도 적어
  
  그 후 예정대로 무사히 손자 둘을 본 머레이드를 다시 만났더니 손자의 사진을 보여주며 연신 싱글벙글이었다. 손자 자랑은 한국 할머니나 덴마크 할머니나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이 덴마크 할머니는 손자를 귀여워하는 일만 하면 되었지 도맡아서 돌봐주어야 하는 일은 거의 없는 듯 했다. 손자를 보러 전화를 한 후 잠간씩 아들집에 들르기도 하고 주말에 손자를 데리고 아들 내외가 집으로 오기도 하는데 아직 며느리들이 산후 휴가 중이라서 집에서 아이를 키우기에 전념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며느리가 외출할 일이 생겨도 시어머니나 친정어머니에게 맡기는 일은 거의 없다고 했다.
  
  덴마크에서는 갓난아기를 데리고 식당, 카페, 쇼핑센터 어디에도 쉽게 갈 수 있다. 아기 엄마가 저녁에 외출해야 할 경우는 남편이 아기를 돌보는 것이 보통이다. 퇴근 시간이 4시 반이니 얼마든지 가능하다.
  
  동네에 갓난아기를 둔 엄마들이 가입하는 아기클럽이라는 것이 있어서 필요하면 서로 봐주기도 한다.
  
  "아들이 너무 일을 열심히 해서 걱정이다"
  
  30세인 머레이드의 큰 며느리 마리는 출산 후 아이 양육을 생각해서 미리 그동안 다니던 월급이 많고 바쁜 직장을 그만두고, 월급은 덜 받지만 좀 한가한 정부기관으로 일자리를 옮겨놓았다고 했다.
  
  며느리 둘 다 출산 6주 전부터 휴가를 얻어 집에서 쉬었고, 태어날 때는 아들들이 모두 2주의 휴가를 얻어서 함께 있었다고 했다. 서른 살인 큰며느리는 이듬해 8월까지 즉 1년 4개월 정도 직장을 쉴 예정이라고 했다. 1년까지의 유급휴가가 끝나면 4개월은 무급으로 더 쉰다는 것이었다.
  
  스물 다섯인 둘째 며느리는 회사에서 빨리 나오라고 해서 7개월만 쉴 예정인데, "그때 가면 생각이 바뀌어 더 쉬게 되지 않을까"하며 머레이드가 웃었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클 때까지는 파트 타임으로 일하는 여성도 많다고 했다.
  
  머레이드는 큰 아들이 너무 일을 열심히 한다며 행여 아이들과 함께 지낼 시간이 없을까봐 걱정을 했다. 머레이드는 아이를 기르는 것이 여성만의 몫이 아님을, 그리고 아이를 기르는 것이 인생의 큰 행복임을 잘 알고 있고, 아들이 그런 행복을 놓칠까봐 걱정하는 것이었다.
  
▲ 자전거에 아이를 태우고, 외출하는 여성들. ⓒ김영희

  아이는 사회가 함께 키운다
  
  우리의 경우, 아이 기르기가 여성에게 치우쳐 있는 까닭으로 여성에게는 지나친 부담이 되는 한편 남성은 자신의 아이가 어떻게 크는지 잘 모른다. 게다가 요즈음은 여성이 밖에서 활동을 하게 되니 이 부담이 가족이나 타인에게 넘어간다.
  
  흔히들 미래세대가 국가의 자산이라고 말을 한다. 덴마크에서 느꼈던 것이 바로 "아, 이 나라에서는 아이들이 국가의 보배로구나"하는 것이었다. 아이들을 부모가 기르지만 제도적인 뒷받침으로 사회 전체가 함께 기르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우리도 미래세대의 심신이 건강하게 자라도록 적어도 생후 2년간은 산모가 아이를 기를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있어야 한다. 또 필요할 때 아이를 마음 놓고 맡길 수 있는 시설도 확충하고 맡기는 이의 부담을 덜어주는 지원이 있어야 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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