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걸스부터 언니네이발관까지…대중음악 부흥시대"
"원더걸스부터 언니네이발관까지…대중음악 부흥시대"
[나도원의 '대중음악을 보다'] '쾌도난마' 2008 대중음악
"원더걸스부터 언니네이발관까지…대중음악 부흥시대"
음악이 부활했다? 단정적으로 말하기에는 이르다. 하지만 당대의 문화수준을 비춰내는 대중음악에서 어떤 조짐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변화는 예상보다 느리게, 혹은 훨씬 빠르게 온다. 물론 중요한 것은 외날썰매를 타고 있는가, 아니면 쌍날썰매를 타고 있는가이다.

부산했던 2008년의 대중음악을 다각도에서 결산하고 2009년을 전망하기 위해 스타·방송·음반·축제·인디·작품·사회 등의 키워드로 대담을 가졌다. 김작가(대중음악평론가), 김학선(<한겨레> 객원기자·<보다> 편집장), 서정민갑(공연기획자·대중음악의견가) 씨가 함께했다.

새로운 스타들의 탄생

▲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최운
나도원 :
2008년은 다시 대중음악이 주요 이슈로 부상한 해였다. 먼저 눈에 띄는 현상들을 하나씩 짚어보았으면 한다.

김작가 : 90년대 싱어송라이터들은 물론 그 시절에 인기를 얻었던 뮤지션들까지 모두 돌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태지, 신승훈, 김동률, 유희열은 물론이고 김건모, '구피', '알이에프'까지 나왔다. 재결성한 그룹들도 있다. 이러한 현상은 90년대 대중문화를 향유했던 세대가 현재 문화소비시장의 블루칩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서정민갑 : 대형음악축제의 성장과 내한공연의 폭발적인 증가를 말할 수 있다. 음악을 즐기는 방식이 듣는 것에서 보고, 함께 즐기는 것으로 변화했다. 장기하의 성공도 그런 변화와 관련되어 있다.

김학선 : 인디뮤지션들과 소위 고급가요군의 경계가 옅어졌다. 그 배경에는 모 지상파 방송프로그램 등이 있었다. 장기하의 경우와 같은 인디뮤지션들의 TV방송 진출에도 주목한다. 음악시장이 힘들어졌다고는 하지만 인디음악이야 항상 어려웠다.

나도원 : 2007년부터 이어진 현상인 아이돌의 부활에 대해선 어떻게 말할 수 있는가?

김작가 : 2007년의 주요한 현상이었고 2008년은 그 연장선상이었다. 2008년에 '소녀시대'가 쉬는 동안 '원더걸스'가 <So Hot>과 <Nobody>을 연달아 히트시키면서 걸그룹의 절대강자로 군림했다. 또 한편으로는 '동방신기'가 30만장의 음반판매 성과를 거두면서 컴백했고, '빅뱅'도 <하루하루>와 <붉은 노을>을 히트시켰다. 다시 90년대 후반기로 돌아간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아이돌의 전성시대였다. 성공하기 힘들다고 예상한 '샤이니'마저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는데, '빅뱅'의 전략도 그렇듯이 아이돌이 10대를 넘어 20대, 30대까지 확장하는 측면을 보여준 2008년이었다.

김학선 : 아이돌이 음악적으로 쉽게 폄하당할 수준을 넘어섰다. 2007, 2008년을 지나면서 기술적으로도 완성되었다. 특히 태양의 [Hot]만큼 뛰어난 알앤비 음반이 있었나 싶고, '샤이니'의 노래도 잘 만들어졌다. 어떻게 보면 아이돌이 시장을 탄탄하게 하는 데에 일조했다.

김작가 : 덧붙이자면 2007년에 '빅뱅'과 '원더걸스'의 공로가 있었다. 그 전까지 스타는 있어도 노래가 없었다. 그런데 '빅뱅'과 '원더걸스'가 노래를 돌려놓으면서 기획사 SM이 독식하던 아이돌시장을 확장시켰다. SM도 자극을 받아 전형적인 스타일과 다르게 멜로디를 내세운 '샤이니'를 성공시켰다. 전반적으로 아이돌마저도 노래를 중시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서정민갑 : 기획되고 만들어지는 가수들도 엔터테이너로서의 역할과 음악적인 역할, 그리고 소비계층의 확산에 있어서 나름대로 절치부심하며 새로운 전략을 찾지 않았나 싶다. 기존의 방식은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는 한계에 대한 자각이 플러스가 되었을 것이다.

나도원 : 일부 아이돌이 이미테이션으로서 창조성의 한계를 갖고는 있지만 2007년부터 '유행가'가 다시 만들어지면서 사람들이 대중음악에 관심을 갖도록 한 자극들 중 하나가 된 것은 분명하다. 또 인디 출신의 스타가 등장했다. 어떻게 가능했다고 보는가? 아울러 이전까지 음악계에 피해를 주거나 획일화에 가담했던 인터넷이 2008년에는 순기능을 발휘했다는 점과 연관지어 말해 달라.

김작가 : UCC의 수혜자라는 측면에서 '원더걸스'와 장기하를 대비해볼 수 있다. <Tell Me>의 경우에 사람들이 반복적으로 재현하면서 인기의 척도를 보여줬다면, 장기하의 경우는 'EBS스페이스공감' 출연동영상과 <싸구려커피>가 하나의 소스가 되어 네티즌들에 의해 계속 새로운 버전으로, 새로운 영상과 창작물로 거듭나며 장기하신드롬을 마련했다. 한국에서도 음악이 단순히 창작자와 소비자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그들 간의 인터랙티브한 작용을 통해 제3의 창작물로 변화하는 단계를 보여준 사례가 장기하신드롬이다.

TV 속의 대중음악

▲ 서정민갑 공연기획자·대중음악의견가 ⓒ최운
나도원 : 지상파 TV방송이 가요계의변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처럼 분석한다면 인과관계의 선후를 뒤바꾸는 것이다. 그래도 어느 정도 작용은 했으니 근래의 TV방송프로그램들도 짚어볼까 한다. 영화와 드라마가 침체되고, 심지어 출연료 추문까지 회자되면서 스타로서의 지위가 약화된 배우들 대신 가수가 방송의 중심이 된 측면이 있지 않은가?

김작가 : 개봉한 한국영화가 많지 않았다. 2007년까지 배우들이 예능프로그램에 나가 홍보만 한다고 문제가 되기도 했었고, 기본적으로 예능프로의 컨텐츠를 채울 수 있는 스타가 없었다. 배우들이 영화를 안 찍고 드라마에선 촬영일정에 쫓겼다. 이 공백을 예전의 가수들이 컴백하면서 채우게 된 건 사실이다. 방송의 순기능이라기보다는 필요에 의해서지만, 자연스럽게 가수들이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김학선 : 외국의 모 프로그램을 모방했다는 얘기가 있지만 '라라라'가 한국에선 획기적인 방식이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반면 외압으로 그만뒀든 그렇지 않든 간에 '윤도현의 러브레터'는 굉장히 식상해져 있었는데, 그 뒤를 이은 '이하나의 페퍼민트'가 초반이라 신선한 감은 있지만 그 전철을 밟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어떤 음악인을 주도적으로 띄워주기보다는 이미 뜬 음악인을 데려오는 방식이다. 물론 그 이상을 요구하기에는 무리가 따르지만 탄력을 만들어주는 방식에 대한 고민은 필요하다.

서정민갑 : 영화산업이 번창하면 그 쪽이 넘쳐 TV로 넘어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반면 대중음악이 융성하면서 그것을 TV가 받아간다고 할 수 있다.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사실 방송이 스스로 어떤 흐름을 만들어냈다고 말하긴 어렵다. 과연 프로듀서와 작가가 얼마나 자기의 사리와 미션을 갖고 이끌어 가는가 하는 점에서 현재 방송프로그램들을 모두 긍정적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런 면에서 '라라라'는 차별화되겠지만, 여자진행자들의 몇몇 프로그램들은 좀 더 개성 있게 움직여줬으면 한다.

김작가 : TV방송의 대표적인 수혜자로 '이하나의 페퍼민트'에 출연한 '장기하와 얼굴들'과 '윤도현의 러브레터'에 나왔던 '갤럭시 익스프레스'를 꼽을 수 있다. 특히 '갤럭시 익스프레스' 경우가 유의미했다. TV음악방송의 환경이 열악하다는 편견이 있었다. 음향은 엉망이고 카메라 앞에서의 움직임도 제한적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 옛날 얘기가 된 것 같았다. 사운드가 좋았고, 뮤지션들의 모니터링 환경과 방송음향도 좋았다. 평소 라이브처럼 날뛰고 다니는 멤버들을 카메라가 따라다니면서 역동적으로 잡아줬다. 사명감 때문이라기보다는 시청률 저조에 시달리고 있는 음악프로들이 생존을 위해서라도 그런 부분에 신경을 쓰게 된 것도 사실일 것이다. '라라라'도 그런 배경에서 나왔을 테고.

나도원 : 예능프로그램에서 솔비, 서인영, 이효리 등이 고정으로 나오지만 사람들이 그들의 노래는 기억하지 못한다. 전에는 가수들이 음반 홍보를 위해 예능프로에 출연했다면 요즘은 예능인으로 살아남기 위해 가수라는 지위를 유지하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마저 든다.

김작가 : 예능프로의 덫이 있다. 양날의 칼이다. 예능프로에 두어 번 나왔을 뿐인 신승훈은 음반판매 효과를 얻고 새로운 세대에게 어필하는 이미지도 얻었다. 그런데 '우리 결혼했어요'에 나왔던 가수들은 덫에 빠지지 않았나 싶다. 그 프로그램에서 알렉스가 한창 잘 나가고 있을 때 그 이미지를 그대로 이식한 솔로앨범이 나왔지만 예상과 달리 흥행에 실패했다. 서인영도 그렇다. 여름시장에서 이효리, 엄정화와 3파전을 벌일 거라고 했지만 완전히 참패했다. TV에는 공짜로 소비한다는 개념이 있다. 예능프로에서 지나치게 소비되는 모습을 보이면 실질적인 유효시장으로 넘어갈 때 거품이 되어버린다는 것을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대중문화를 소비하는 패턴이 변했다

▲ 김학선 <한겨레> 객원기자·<보다> 편집장 ⓒ최운
나도원 :
현재의 흐름이 어떻게 형성되었고, 또 어떻게 가능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원인과 구성요건들을 짚어보았으면 한다. 대형 포털에서 음악메뉴를 운영하게 되었다. 신문사가 '대중음악 100대 명반'을 발표하고 라디오는 '대중음악 100인 인터뷰'를 하는 등 역사를 정리하는 작업이 일단락되고 있기도 하다. 사실 이와 같은 흐름은 2004, 2005년경부터 만들어지다가 2007, 2008년에 겉으로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서정민갑 : 인위와 우연이 결합되었다고 생각한다. 가장 큰 부분은 레이블들이 자기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GMC, 도프엔터테인먼트, 일렉트릭뮤직, 루비쌀롱, 소울컴퍼니 등 레이블들이 좋은 음악을 발굴하고 소개하면서 소통하고자 하는 노력이 순기능을 했다. 거기에 축제, 평론 등 매개자들이 같이 만들어낸 것들이 좋은 영향을 미쳤다. 막연한 생각이지만 2000년대 초반에 바닥을 치면서 올라오는 곡선이 있었는데 지금이 상승기가 아닌가 한다. 그리고 시대가 암울해질수록 좋은 음악이 나오지 않나 싶기도 하다.

나도원 : 경제산업과 마찬가지로 대중음악에도 사이클이 있다. 보통 10년의 주기로 보는데 지금이 상승기에 해당한다. 그런데 연령대별 인구구성비와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10대보다 20, 30대가 두터워졌고, 그들이 문화시장의 주된 소비층이 되었다. 이것이 페스티벌의 성공, 그리고 음악취향과 소비시장의 변화에 영향을 주고 있다.

김학선 : '언니네이발관', 김동률, 유희열 등의 음반이 많이 팔리고 콘서트가 잘 되는 데에는 분명 '언니들'의 역할이 크다. 그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김작가 : 한국 남자들은 뭐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요즘 '문샤이너스'의 공연장도 여자 팬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예전에 차승우('문샤이너스'의 리더로 '노브레인' 등에서 활동했음 *필자주)의 팬들은 거의 남자들이었다. 하드코어 공연장의 상황도 마찬가지가 되었다. 20대에서 30대 초반까지의 여성 팬들이 없으면 한국에서 문화산업의 존재 자체가 가능할까 싶다.

나도원 : 80년대까지는 남성들이 주 소비자였다가 90년대 중반부터 여성들의 역할이 커졌고, 대중문화를 소비하는 패턴이 변했다. 이 변화를 감지하고 집중적으로 타겟팅 한 사례가 '그랜트민트페스티벌'이지 않은가. 이제 음악페스티벌들에 대해 말해보자.

서정민갑 : 지금은 인터넷을 통해 해외음악의 최신 조류들을 신속하게 접할 수 있다. 전 세계의 음악을 손에 쥐지 않고도 찾아서 듣는다. 그리고 음악에 대해 돈을 쓰는 것을 아깝지 않게 여기게 되었다.

김학선 : 생각을 달리 한다. 페스티벌에서 음악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 자체가 브랜드가 되었고, 하나의 여가활동이다. '그랜드민트페스티벌' 무대에 누가 서든 이제 관객들이 공연장을 채울 것이다. '펜타포트락페스티벌'도 그렇다. 여가활동, 놀이, 피크닉이다.

나도원 : 지난 10년간의 영화제들과 같은 취향의 발산지가 되었다. 물론 매니아들도 있었지만, 영화제에 참여함으로써 문화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젊은 세대의 심리가 있었다. 이것이 자리를 잡아가는 음악페스티벌에 분산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김작가 : 그만큼 젊은 세대의 문화적 욕망을 대변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는 것을 반영한다. 사실 '자라섬재즈페스티벌'도 음악 자체에 관심을 갖고 가는 사람은 얼마나 되겠는가.

서정민갑 : 열려진 공간에서 큰 사운드의 음악을 편한 자세로 보고, 남들이 노는 것을 보면서 자신도 즐기는 식으로 놀이문화가 변하고 있다. 촛불집회에도 드러났다. 앉아서 진지하게 구호만 외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놀았다.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와 관련이 있다.

나도원 : 그렇다면 곧 6회를 맞게 될 '한국대중음악상'이나 각 비평매체들의 역할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대담 참석자들은 모두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들이다. *필자주)

김학선 : '한국대중음악상' 자체로만 대중에게 음악을 소개하고 어떤 현상을 만들어내는 데에는 미진했다. 차라리 네이버의 '오늘의 뮤직'이 더 큰 역할을 했다.

김작가 : 마이너 매체의 한계는 분명하다. '한국대중음악상'이나 'EBS스페이스공감 헬로루키' 프로그램도 그렇지만, 각각 네이버, '펜타포트락페스티벌', 문화콘텐츠진흥원 등과의 컨소시엄이 없었다면 지금만큼의 성과가 있었을지 의문이다. 인디시스템과 인디시장의 저변은 한계가 명확해서 마이너리티의 독자생존은 자기만족에서 그칠 수 있다. 확장이 아니라 생존 자체가 버거운 환경이라는 건 분명하다. 대형 포털이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은 마이너리티의 한계를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나도원 : 같은 테이블에 모임으로써 음악계 종사자들의 수준이 동반상승하고, 그 전까지 음악관이 다르면 불신하던 사람들이 상호 이해하고 교류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또 그 구성원들이 각계에서 나름의 역할을 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그리고 웹진 등의 비평매체들 또한 혈맥을 이어왔다.

서정민갑 : 대중음악계 내부소통을 확산시키면서 공정성을 확립했다는 측면에서 '한국대중음악상'을 평가할 수 있다. 특히 공정함에 대한 인정과 합의가 있었기 때문에 대형 포털과도 연결될 수 있었다. 자체적으로 영향력을 키우긴 힘들었다 해도, 처음부터 대중성과 타협을 해버렸다면 다른 통로와 연결되며 영향력을 확장시킬 수 없었을 것이다.

음반의 회생가능성은?

▲ 나도원 대중음악평론가 ⓒ최운
나도원 :
음반이 수년 내에 사라진다는 전망이 있었고 더 이상 음반은 내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가수들까지 있었다. 그런데 2008년에는 10만장 이상 판매된 앨범이 7, 8장으로 예년의 2배에 이른다. 그리고 미니앨범과 싱글이 활성화되었다. 서태지, '넥스트', 신승훈, '티비앤와이(TBNY)', 휘성 등은 앨범을 쪼갠 미니앨범을 발표했다. 예전에 가요계의 발전을 위해선 싱글이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는데 시장상황 때문에 '본의 아니게' 싱글이 활성화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현상과 함께 음반의 유효성은 어떻게 전망하는가?

김학선 : 음반이 10년 내에 사라진다는 것은 분명하다. 계속 하강세를 보이리라 생각했는데 2008년에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은 동방신기나 '언니들'을 구매자로 하는 유희열, 김동률 등의 음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당분간은 현상유지 또는 선방 정도는 하겠지만 대세를 뒤집을 수는 없다. 현재 일부 레이블들이 하는 것처럼 수집가들을 대상으로 하여 소규모로 제작하고 판매하는 방식이 미래의 모습이다.

김작가 : 2008년의 음반시장에 착시현상이 있지 않나 싶다. 주식시장을 공적자금이나 기금 등으로 떠받들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동방신기를 제외하고 10만장 이상을 기록한 음반들은 거의 대부분 90년대에서 넘어온 사람들이다. 90년대의 싱어 송라이터의 맥을 2000년대 잇고 있는 팀이라면 '언니네이발관' 정도다. 그런데 2만장 팔았다. 엄청난 괴리다. 100만장 시장이 10만장대로 왔는데, 음악성이나 대중에 회자되는 부분에서 크게 뒤지지 않음에도 2만장을 팔아 성공적이라 얘기된다면 결국 어느 정도의 착시현상이 있다는 증거다. 20대와 30대 초반의 소비층이 40, 50대가 되면 지금만큼의 탄탄한 지지층이 또 나올 수 있을까에 대해 회의적이다. 그렇다면 아이돌만 남지 않겠나. 음반이 시장 내지 산업이라는 꼬리를 달 정도로 유의미한 기능과 영향력을 가진 매체로서는 한계가 있다.

나도원 : 물론 음반시장의 규모는 축소된다. 하지만 주류와 비주류의 편차가 작아지고, 특정 계층만이 소비하지 않는 인디 씬에서는 수천 장에서 1만장 가까이 팔리는 음반들이 증가하고 있다. 음반시장의 축소는 일반적인 얘기다. 부적절한 비유지만, TV와 오토바이가 나왔어도 라디오와 자전거가 있듯이 형태는 달라지더라도 물성(物性)을 가진 작품은 존재가능하고, 또 중요하지 않은가.

서정민갑 : 기술의 발전과 같이 봐야 한다. 소장욕은 존재한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는 팬들은 DVD를 소장하겠지만, 그런 소비 스타일을 가진 세대는 늙어가고 있다. CD플레이어도 사지 않고 핸드폰으로 음악을 듣는 상황이다. 재현기계들이 상상을 초월해 발달하고 있다. 음악 역시 기술력의 발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영화를 일상적으로 보게 된 것처럼 기술과 결합된 음악수용 방식에 대해 예측해보는 것이 생산적이다.

나도원 : 오래전에도 그와 똑같은 예측들이 있었으나 실제로는 실현되지 않고 있다. 어느 정도 음반의 존재가능성이 보였다는 점에서 생각해볼 일이다. 지금 종이뭉치가 아닌 책, 콤팩트디스크가 아닌 음반, 즉 작품을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결국 성장한 음원시장이 음악인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가 하는 문제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김작가 : 요율배분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음원시장이 음반시장을 효과적으로 대체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서정민갑 : 대중음악인들이 자신들의 이해와 요구를 위해 얼마나 철저하게 싸우려했는지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인들이 스크린쿼터 문제를 가지고 몇 년째 견고하게 투쟁해왔던 사례에 비하면 대중음악인들은 고립화되어 있다. 자기의 생존문제와 결부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응이 미약하다고 지적하고 싶다.

인디는 자생적인 수혈기관이고 문제은행이다

나도원 : 근래 대중음악의 활기를 말할 때 인디음악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 현재 인디음악이 차지하는 위치를 진단하고 가치를 조명해보았으면 한다.

김학선 : 수혈이다. 주류가요계에 새로운 피를 수급하고 있다. 소위 고급가요군을 좋아하는 팬들과도 통하기 때문에 간극을 줄이고 있다. 주류가 흥해야 비주류로 넘어갈 수 있다는 '징검다리론'이 있었지만, 정작 인디음악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80년대에 주류가 하지 못한 역할을 언더그라운드가 했고, 지금은 인디음악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나도원 : 주류가 살아야 비주류도 산다는 논리는 90년대 후반의 상황을 보면 경험적으로도 틀렸고 예측에도 실패했다. 또 허리가 튼튼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하지만 음악성과 다양성을 중시하는 인디 씬이 역할을 해야 전체가 살아난다는 분석이 현실에도 들어맞고 있다. 좋은 작품이 나오지 않는다면 다양성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말도 있지만, 다양성이 없으면 좋은 작품이 나올 수가 없다. 그것은 전제다. '노라조'가 "지구를 부탁한다"고 노래할 때 인디밴드 '눈뜨고코베인'은 "아들아, 너는 지구를 지키지 말거라"라고 노래한다.

김작가 : 인디는 문제은행이다. 김동률이나 유희열 등이 만약 지금 데뷔한다면 모두 인디가 될 수밖에 없다. 잘 나가는 가요작곡가 한 사람과 몇몇 작곡가군이 타이틀곡으로 꽂아둔 노래들이 1월부터 12월까지 매달 차트를 석권한다. 기획사 SM, JYP, YG 3사가 가요계를 장악했다. 그러니 자기음악을 하는 사람이 갈 곳이 인디 밖에 없다. 음악이 자기표현의 매개로 멸종하지 않고 유지될 수 있는 건 인디 씬이 있기 때문이다.

서정민갑 : 주류 매체를 중심으로 소비되는 음악이 얼마나 폭이 좁은가 다시 생각해볼 수밖에 없다. 판단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인디음악의 3할 정도는 당대의 팝일 수 있는 음악들이다. 그런 것들까지 인디로 몰리고 수용자도 적은 걸 보면 시장과 방송이 왜곡되어 있다.

김작가 : 그 점에 대해 최근에 생각이 좀 바뀌었다. 인디음악 중에서 대중적이라고 판단되는 노래를 방송에서 틀면 반응이 전혀 없다. PD들도 고민한다. 방송이 왜곡됐다기보다는 대중적인 코드가 예전과는 달라진 측면이 있지 않나 싶다. 장기하의 <싸구려커피>와 <달이 차오른다, 가자>의 히트는 '크라잉 넛'의 <말달리자>와 '델리 스파이스'의 <챠우챠우> 이후 10년 만인 것 같다. 그런 걸 보면 좀 더 심층적이고 다각도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나도원 : 대중의 인식에 변화가 있다. 전에는 가요계 불황에 대한 기사 밑에 욕을 위한 욕이 댓글로 달렸지만 이제는 구분해서 기획사와 주류가요를 지목해서 비판한다. 하지만 인디를 강조하면 인디순혈주의로 오해한다. 과한 찬사에 견제심리가 발동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동물적인 반응이기 때문에 비평가들도 반성할 필요는 있다. 그래서 인디음악이 무언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을 위해 쉽게 설명해주길 바란다. 내 경우에 가장 간단하게 독립영화를 언급하며 시스템은 비슷하나 내용에는 차이가 있어서 '괴물'이나 '친절한 금자씨' 수준의 앨범들이 아무렇지 않게 나올 수 있다고 말한다.

김작가 : 한국은 언제나 트렌드가 하나다. 특히 2000년대 이후에 일렉트로니카가 대세라고 하면 전부 일렉트로니카를 하고, 알앤비가 대세다 하면 모두 '소몰이'를 하는 식이었다. 그런데 인디는 트렌드를 만들어낼 수 있다.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내는 건 아니다. 90년대 초반에 서태지가 트렌드와 떨어져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냈던 것처럼 새로운 시도를 통하여 폭발력을 가질 수 있는 음악, 그러니까 시장의 욕구에 의한 음악이 아니라 자신의 욕구를 표현해서 시장이 따라올 수 있게 하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서정민갑 : 자생성이라고 말할 수 있다. 너무 폭넓게 인디로 불리는 경향이 있어서 오히려 차이를 얘기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한편으로는 그런 사람들이 있음으로 해서 인디가 존재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도 한다.

나도원 : 조직단계에서 자생단계로 넘어온 인디음악이 나름의 역할을 해내길 기대해본다.

2008년 베스트 앨범과 음악인은?

나도원 : 중요한 것은 작품이다. 주목할만한 음악적 성과를 거둔 앨범들은 꼽아보면 결산해본다면? (결산은 통상 2007년 12월에서 2008년 11월까지를 대상기간으로 한다. *필자주)

김학선 : 먼저 '언니네이발관'의 [가장 보통의 존재]를 꼽겠다. 솔직히 그들은 끝난 줄 알았다. 지난 앨범이 마음에 안 들었고, 멤버들은 다 나가고, 운영 중인 카페는 잘 된다고 하고.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재기작을 접하게 되어 가산점을 주는 심정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치졸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아름답게 표현해낸 가사가 좋고, 후반부 곡들이 약간 처지지만 초반부 세 곡의 매력이 강하다. 컨셉 앨범이라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개별 싱글들이 훌륭한 앨범이다.

서정민갑 : 백현진의 [반성의 시간]을 강력히 지지한다. 대부분의 예술작품은 낭만을 얘기하는데 백현진은 거기에서 벗어나 있다. 주체의 균열, 세계와의 불화 등을 얘기하는 작품이 문제작이다. 사실 이 시대가 낭만을 생각할 만큼 아름답지 않다. 연애이야기뿐만 아니라 새서울호텔 607호실에서 미군 품에 안기는 아가씨 이야기라든지, 인사동거리에서 입맞춤을 하다 두들겨 맞는 게이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현실이 균열을 드러내고 있음에도 이런 노래들이 없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나도원 : '언니네이발관'과 백현진의 앨범은 문학과 음악을 함께 향유하는 세대 속의 존재방식으로서 수필집 같은 음악이 사람들의 감수성에 맞아떨어진 사례로 보인다. 백현진의 음반을 가수 백현진이 아니라 예술인 백현진의 작품으로 보는 경향도 있다.

김작가 : '언니네이발관'의 [가장 보통의 존재]는 앨범으로서의 완성도도 탁월했다. 사운드의 안배와 일관성, 그리고 곡들의 배치에서 흐름이 만들어지는 앨범이다. '언니네이발관'과 백현진의 앨범들이 공동 1위를 해도 좋을 정도로 가사와 멜로디 그리고 앨범으로서의 가치가 동등하지만, '언니네이발관'에게는 사운드에 대한 치열함이 있다. 이능룡은 좋은 리프를 만드는 기타리스트에서 자기 톤과 효과음 등을 통해 사운드를 디자인하는 기타리스트로 업그레이드되었다. 그리고 둘 다 공통적으로 외국에서는 나올 수 없는 앨범들이었기에 높이 평가한다. 외국음악의 트렌드와 무관하게 한국의 로컬리티를 획득했다.

▲ "'언니네이발관'의 [가장 보통의 존재]는 앨범으로서의 완성도도 탁월했다. 사운드의 안배와 일관성, 그리고 곡들의 배치에서 흐름이 만들어지는 앨범이다." ⓒ언니네이발관 홈페이지
서정민갑 : 재즈 쪽에선 예년에 비해 눈에 띄는 음반들이 적었지만, 나윤선과 서영도의 약진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박재천과 미연(듀오 미연&박)의 음반까지 세 장을 꼽고 싶다.

김학선 : 힙합은 2007년 말에 [무명]을, 2008년에 [누명]을 낸 버벌진트의 해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많은 스캔들을 [누명]을 통해 한방에 잠재웠다. 그리고 버벌진트와 함께 하는 오버클래스 무리(크루) 등이 한국힙합을 이끌어가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나도원 : 예전에는 힙합에 어린 친구들의 음악 같은 느낌이 있었다면 이제 뮤지션들이 나이 들어가면서 깊이 있는 음악이 나오기 시작해 흥미로웠다. 좋아하지 않는 매니아들도 있지만, 나이 들어가는 30대의 이야기가 있는 앰엔에이(M&A)의 음반에서 그런 면을 발견했다. 그러면 오버그라운드에서는 누구를 언급할 수 있겠는가?

김학선 : 단연 신승훈을 얘기하고 싶다. 그가 기본적으로 곡을 잘 쓰는데 스타일이 지겨워지다보니 팬들 외에는 무관심해졌었다. 그런데 이번에 스타일을 바꾸면서 자신이 곡을 잘 쓴다는 사실을 인식시켰다. 홍대 앞의 모던 록 밴드들보다 훨씬 낫다.

김작가 : 마찬가지로 신승훈이다. 90년대의 스탠더드 팝을 2000년대에는 모던 록이 감성적으로 계승했다. 진화를 했건 변화를 했건 그렇게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이소라처럼 발 빠른 뮤지션이 모던 록과 손을 잡았다. 루시드폴, 김민규(델리스파이스), 이한철을 소비하는 계층이 90년대 스탠더드 팝을 소비하는 계층과 겹친다. 그런 점에서 신승훈의 [Radio Wave]는 모던 록을 선택하면서 자신의 전형적인 멜로디 전개방식과 정서를 리뉴얼한 앨범이다.

나도원 : 곡을 잘 만든 '에픽하이'와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 엄정화, 그리고 특별히 '브라운 아이드 걸스'를 덧붙인다. 그러면 크게 이슈를 만들며 컴백한 서태지 등은 어떻게 보는가?

김작가 : 서태지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유와 유를 조합해 다른 유를 만들어내는 뮤지션이다. 그가 90년대에 선풍을 일으켰던 것은 비주류 장르들에서 주류적 코드를 끌어내는 장점 때문이었다. 미국에서 10대 아이들의 취향을 답습한 것이 [울트라맨이야]와 [Issue]였다면 이번에는 자신이 가장 잘 하는 것을 선택해 성공적인 결과물로 뽑아냈다.

나도원 : 2007년의 키워드를 '복고와 키치'라고 얘기할 수 있었던 것은 신인들 때문이었다. 2008년에도 신인들의 역할이 컸다. 기타의 진화와 재탄생을 의미하는 포스트 록과 슈게이징의 확산이 '로로스'의 [Pax]와 '비둘기우유'의 [Aero]에서 표출되었다. 또 주목할만한 신인이 있다면 누가 있는지 소개했으면 한다.

서정민갑 : 음악적으로 호평만 할 수는 없지만 붕가붕가레코드가 배출해낸 음악인들이 아마추어리즘과 복고주의와 함께 독특한 아우라를 만들어내고 있어서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김학선 : 동시대의 음악을 귀에 착착 달라붙게 만들어낸 '검정치마'다. 그리고 태양의 앨범은 모든 가요작곡가들이 닮고 싶어 하는 미국의 트렌드에 가장 근접했다. '따라쟁이'라고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고 평가한다.

김작가 : 메이저에선 태양과 '샤이니', 인디에선 '검정치마'와 '갤럭시 익스프레스' 그리고 휘루다. '샤이니'는 처음 나왔을 때 다른 그룹들에 비해 아이돌의 생명인 캐릭터가 약해 성공가능성이 부정적이었다. 그럼에도 좋은 노래가 있었고, 아이돌시장의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였다. 그리고 미국시장의 빌보드에서 대세인 탁월한 엔터테이너와 프로듀서들의 결합을 한국에서 잘 보여준 사례가 태양이다. '검정치마'에선 글로벌과 로컬리티를 합친 글로컬리티가 잘 구현되었다. 또 휘루가 있다. 한국, 특히 홍대 쪽에서 여성뮤지션들이 팬시적인 이미지로 치장하고, 미니멀한 사운드 위에 보컬 위주로 가면서 여성 자체를 내세우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데 휘루는 보컬리스트로서의 약점에도 불구하고 사운드의 다양한 활용을 통해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냈다. 최근 여성 싱어 송라이터들 중에서 단연 주목할만한 지점에 서있다.

나도원 : 신인뿐만 아니라 김두수, 강산에, '봄여름가을겨울' 등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이 고참 음악인들도 함께 언급해두고 싶다.

우리 사회와 대중음악, 그리고 2009년

나도원 : 지난 1년 동안 사회·정치적으로 작지 않은 변화들이 있었다. 안전망도 없이 외줄타기로 내몰리고 사회적 냉기가 급속히 퍼져가고 있다. 대중음악 역시 영향을 받았다. 거듭된 유해판정과 같은 시대착오적인 심의 논란은 정권교체 이후 전반적으로 사회분위기가 경직되어가는 현상들 중 하나가 아니겠는가?

김작가 : 이명박 정권이 심의에서도 70년대로 단숨에 회귀하는 대단한 능력을 보여줬다. 비의 <매직스틱>의 경우에는 그럴 여지가 있다고 해도, 동방신기의 <미로틱>이 분위기 때문에 유해판정을 받은 건 어불성설이다. '갤럭시 익스프레스', '누렁이'도 유해판정을 받았다. 19금딱지를 일일이 붙이지 않으면 2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지게 된다. 결국 이중심의가 문제다. 방송심의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사전도 아닌 사후에 음반을 다시 심의하는 것은 음악과 대중이 만나는 통로를 규제하는 것이다.

나도원 : 우려하는 부분은 그 논란과 관련하여 이런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미리 걸러내자는, 즉 사전검열의 필요성으로 비약시키는 얘기까지 나오더란 것이다. 외국인노동자가 늘고 있다고 지문날인을 해야 한다고 등의 황당한 얘기까지 들리는 분위기가 어처구니없다.

▲ "인상적이었던 일 중 하나는 콜트콜텍 노동자들을 지지하는 공연이었다. 늘 그래왔던 음악인들 외에도 정치와는 담을 쌓았던 음악인들까지 선뜻 참여했다." ⓒ프레시안
서정민갑 :
그래도 인상적이었던 일 중 하나는 콜트콜텍 노동자들을 지지하는 공연이었다. 늘 그래왔던 음악인들 외에도 정치와는 담을 쌓았던 음악인들까지 선뜻 참여했다. 수익도 꽤 나올 것 같다고 한다. 앞으로 그 투쟁을 계속 이어나갈 예정이라 한다. 그리고 '촛불'이 소강상태이긴 하지만 그 때에도 많은 음악인들이 나왔고 문화행동공연에도 참여했다. 민중음악과 비민중음악 사이에 경계가 있었지만, 많은 음악인들이 시대를 표현하며 참여하기를 주저하지 않게 되었다는 건 희망적이다. 물론 이명박 정권이라는 강고한 압력에 의하여 이루어졌지만 긍정적인 사건들 중 하나였다.

김작가 : 그에 대해 아쉬운 부분도 있다. 촛불에 참여한 뮤지션들은 많았지만 실질적으로 가치 있는 음악적 결과물로 발표된 것은 적었다. 디지털 싱글을 낸 안치환과 같은 시도들이 참여하고 분노했던 뮤지션들에게서 2008년 중에 더 나올 줄 알았는데, 우리사회에서 촛불이 금방 잊혀진 것과 마찬가지로 그들에게서도 잊혀진 건 아닌가 싶다.

서정민갑 : 바로 나타나긴 힘들다. 민중음악 역시 5, 6월항쟁이 있었다고 해서 바로 음악이 나오진 않았다. 물론 그처럼 아쉬운 부분은 있지만 내재화될 수는 있다고 본다.

나도원 : 어려움 속에서 음악인들이 교류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지는, 작지만 의미 있는 희망을 발견했다고 정리할 수 있다. 이제 2009년을 전망해보자. 우선 연말에 불어 닥친 '12월의 역습'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49몰핀스', 이소라, 황보령, 김창완, 피타입, '오르겔탄츠', '로다운30', '마이앤트메리', '넥스트' 등의 음반들이 쏟아졌다. 또한 거룩함과 숭고함이란 단어까지 동반하는 이장혁의 새 음반이 나오고, 이기용(허클베리 핀), 이우성(코코어)까지 포함한 '삼이방의 귀환'이 기대된다. 도인들 같은 '한음파'의 앨범도 나올 예정이다.

김작가 : 메이저 쪽을 보면 2009년에 '동방신기'는 국내 활동이 없을 것 같고 '빅뱅'은 태양 등 멤버들이 각자 활동하게 된다. 남자 아이돌 그룹은 '슈퍼주니어'와 '샤이니' 정도만 활동하면서 주로 솔로 위주가 될 것 같다. 반면에 '소녀시대', '원더걸스', '카라'의 '걸그룹 3파전'이 벌어지게 되는 상반기 흐름이 재미있을 것 같다.

김학선 : 당분간 올해 수준의 현상유지를 할 것이다. 인디레이블들의 수입도 계속 늘고 있다. 물론 음악계 전반을 통틀어 음원수익분배가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서정민갑 : 여러 요소들을 결합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장치들이 늘어나야 한다. 그것이 대형 포털일 수 있고 대중음악축제나 'EBS스페이스공감 헬로루키'일 수도 있다. '헬로루키'가 축제와 만나고 네이버에 소개되는 것처럼 교차가 이루어져야 한다. 정교한 기획과 대중적인 통로를 통해 보다 확장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좋은 작품들이 대중 속으로 들어가 파급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

김작가 : 2009년 상반기에 TV방송에 음악 관련 프로그램들이 추가될 예정이다. 전반적인 상황을 봤을 때 2010년 정도 되면 음악이 어떤 형태로든 새로운 패러다임을 짜게 되리라 예측하고 있다.

나도원 : 좋은 콘텐츠는 많은데 어려움 또한 많은 시절이다. 풍성함 속에도 난관과 내재적인 한계의 존재 역시 엄연한 현실이고, 2009년에는 전 사회적인 위기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인디레이블육성지원사업이 2008년부터 중단되었고,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로컬방송국들에 대한 지원은 2009년부터 중단된다. 또 정권교체 이후 각 문화기관의 장들이 낙엽처럼 떨어지고 있다. 그래도 지난 11월에 열린 '인디뮤직페스타-헬로루키결산공연'에 문화부와 문화콘텐츠진흥원의 고위급 인사들이 참석해 인디지원을 강조한 일이 있었다. 그 정도 지위에 있는 사람들은 쉽게 말해선 안 되기 때문에 그 말에 책임을 지리라 본다.

김작가 : 지금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모종의 움직임이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사실 한국에서 음악은 항상 열외였고 지원을 제대로 받은 적이 없다. DJ정부부터 지금까지 늘 일관되게 대중음악은 한류와 같은 수출산업이었을 뿐이다.

나도원 : 예전에 밴드 '레이니 선'과 인터뷰를 할 때 멤버인 정차식이 이런 말을 했다. "어차피 완벽한 조건은 갖춰지지 않는다." 2009년에도 모두 좋은 작품을 만나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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