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는 감세하고 서민 임금은 깎는 것이 고통분담인가?
부자는 감세하고 서민 임금은 깎는 것이 고통분담인가?
[홍헌호 칼럼] 16조 감세액 보충하려면 근로자 임금 6.1% 삭감
부자는 감세하고 서민 임금은 깎는 것이 고통분담인가?
경제위기 시에는 고통분담이 중요하다 했더니만 배부른 부유층의 호주머니는 더욱더 두둑하게 채워주고 그 비용을 서민층 근로자들 호주머니를 털어서 충당하며 그것을 고통분담이라고 우기는 황당한 정부가 이 지구상에 있다. 그 정부가 바로 '영혼과 양심이 실종'된 이명박 정부이다.

부유층에게 퍼주고 서민층 부담 지우면서 고통분담이라니…

그동안 진보진영의 연구자들과 활동가들이 이명박 정부의 대규모 감세정책을 줄기차게 반대한 것은 경제위기 시에는 부유층들이 고통분담을 해서 그 재원으로 일자리를 나눌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일자리 나누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은 장기요양기관들이다. 장기요양기관들은 이전 정부의 복지확대정책의 일환으로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장기요양보험료 증세에 힘입어 그 수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그 영향으로 최근 전국의 상당수 병원들이 간호사 구인난을 겪을 정도로 장기요양기관 고용도 크게 늘고 있다.

다만 유감스러운 점이 있다면 장기요양보험료가 누진세가 아니라 비례세(전국민이 소득에 비례하여 일정액을 내는 세금)로 징수되는 것이어서 서민들의 부담을 증가시키는 약점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 정책은 정부가 취해야 할 최선의 정책은 아니고 차선의 정책 정도에 해당한다.

그럼 장기요양 복지정책과 관련하여 최선의 정책은 어떠한 것이었을까. 그것은 그 재원을 장기요양보험료와 같은 비례세가 아니라 소득세 등 누진세를 증세해서 마련하는 것이었을 것이다. 2006년 현재 OECD 30개국의 GDP대비 소득세 비율은 9%가 넘지만 우리나라는 4%에도 못 미치고 있어서 더욱 그렇다.

그런데 독선에 사로잡힌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의 이런 차선의 정책 정도가 아니라 최악의 정책을 고집스럽게 추진하고 있어서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그것은 바로 서민들의 부담은 늘리고 부자들의 부담은 줄이는 방식의 정책들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5일 언급한 '근로자 임금삭감을 통한 일자리나누기'정책도 이런 몰염치한 정책들 중의 하나다. 이명박 정부의 이런 정책들, 즉 부유층에게 대규모로 감세 혜택을 주고 서민근로자 호주머니를 털어 일자리를 나누자는 이런 정책들은 부유층들과 서민들의 생계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까. 이 글에서는 그 영향이 어떠한 것일지 하나하나 자료를 찾아가며 추적해 보기로 한다.

소득상위 12% 부유층, 종합소득세 감세혜택 80% 독점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이명박 정부는 향후 4년간 80조 원에 가까운 대규모 감세를 하게 된다. (이 글에서는 편의상 지난해 9월 1일 MB정부가 발표한 감세안만을 토대로 그것의 경제적 효과를 추정해 보기로 한다.)

[표]2008~2012년 세목별 세제개편안 감세 효과(단위 : 억 원)

(출처) : 국회 예산정책처가 정부의 <2008~2012년 국가재정운용계획>(2008.10)을 가공
이런 감세정책은 계층별로 어떤 혜택을 주게 될까. 이 중에서 근로소득세와 종합소득세 감세가 각 계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추정해 보면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을 수 있다.

[표] 근로소득세 인하와 계층별 1인당 감세액(만 원)

(원자료 출처) : 국세청, 국세통계연보(2007)
[표] 종합소득세 인하와 계층별 1인당 감세액(만 원)
(원자료 출처) : 국세청, 국세통계연보(2007)
위의 표를 보면 MB정부의 감세로 2006년 연말정산 대상 근로자 1260만 명 중 상위 10.4%인 132만 명이 전체 감세혜택 중 64.6%의 혜택을 받고, 종합소득세 신고대상 개인사업자 458만 명 중 상위 12%인 55만 명이 전체 감세혜택 중 80.4%의 혜택을 독점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소득상위 10% 부유층, 5대 세목 감세혜택 무려 735만 원

법인세, 상속증여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의 감세혜택은 계층별로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여기에서는 지면관계상 모든 자료를 전부 다 소개할 수는 없지만 이들 4대 세목들에 대한 감세가 가져오는 계층별 혜택의 편중현상은 위에 소개한 종합소득세 감세혜택 편중현상보다 훨씬 더 심각할 것으로 추정된다.

소득세, 법인세, 상속증여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의 감세혜택의 계층별 편중현상이 위에 소개한 종합소득세 감세혜택 편중현상과 유사하다고 보고 이것이 각 계층에 미치는 감세혜택 총액을 추정해 보면 그 결과는 다음과 같이 나타난다.

[각 계층별 감세혜택 총액] (단위 : 억 원, 2010년 기준)

(주) 계층별 혜택비율은 근로소득세 혜택비율과 종합소득세 혜택비율의 평균을 적용하였음.

[각 계층별 가구당 감세혜택 총액] (2010년 기준)

(주) 전국의 가구를 1600만 가구(1인 가구 포함)라 가정
위의 표를 보면 소득상위 10%인 부유층들이 2010년 5대 세목의 감세총액 16조 2230억 원 중에서 72.5%인 11조 7617억 원을 독식한다는 사실과 그들의 연간 가구당 감세혜택이 무려 735만 원에 이른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국민들의 절반은 이런 대규모 감세잔치로부터 어떤 혜택도 받을 수 없다.

16조 원 보충하려면 근로자 가구 평균 127만 원 임금삭감 감수해야

그렇다면 정부가 이런 5대 세목의 감세총액 16조 2230억 원을 감세하지 아니하고 일자리나누기를 할 경우 몇 개의 일자리나 창출할 수 있을까. 16조 원은 연봉 2000만 원에 해당하는 일자리 80만 개를 만들 수도 있는 거액이다.

물론 이명박 정부는 대규모 감세를 철회하는 방식이 아닌 근로자들의 임금을 삭감하는 방식으로 일자리를 나누자고 한다. 그럼 16조 원의 감세철회 효과만큼의 일자리를 임금삭감을 통해 만들려면 근로자들은 어느 정도의 희생을 감수해야 할까.

2006년 연말정산 대상자 1260만 명 중 900만 명을 근로자 가구주라 가정하고 이명박 정부가 16조 원에 해당하는 임금을 삭감하여 일자리를 나누려는 시도를 강행한다고 가정할 때 계층별 임금삭감액은 다음과 같이 산출되게 된다. (16조 원은 근로자 가구주 임금총액 266조 원 중에서 6.1%에 해당하는 액수임)

[16조 원을 보충하기 위해 필요한 임금삭감 규모]

(주) 전체 가구 1600만 가구(1인 가구 포함) 중 종합소득세 신고대상자는 458만명, 농어촌 가구는 100여만 가구임, 이런 것 등을 고려하여 근로자 가구를 900만 가구라 가정.

위의 표를 보면 900만 근로자 가구가 16조원의 감세철회 효과만큼의 일자리를 임금삭감을 통해 만들려면 근로자 가구 평균 127만원에 해당하는 임금삭감을 감수해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이명박 정부는 부유층에게 대규모로 감세하고 그 비용을 근로자들에게 전가하는 이런 정책을 무모하게 추진할 경우 국민들의 거센저항에 직면할 것이기 때문에 과도하게 6.1%에 달하는 임금삭감을 시도하지는 못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어쨌거나 부유층의 호주머니는 더욱더 두둑하게 채워 주고 그 대신 저소득층의 호주머니를 털며 그것을 고통분담이라고 우기는 MB정부의 행태가 어떤 결과를 가져 오는지를 위의 표는 비교적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근로자 평균 127만 원 임금삭감 효과는 127만 원 조세부담 효과와 동일

근로자 가구 평균 127만 원의 임금삭감을 가져오는 정책은 조세재정정책을 평가하는 관점에서 어떻게 해석될 수 있을까. 근로자 가구 평균 127만 원의 임금삭감을 가져오는 정책은 그 자체가 근로자 가구의 가처분소득을 평균 127만 원 감소시키는 효과를 낳기 때문에 산술적으로 가구 평균 127만 원의 조세부담증가효과와 정확하게 동일한 근로자 부담증가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 가처분소득 = 총소득 - 조세부담액과 대출이자액 등

위의 식에서 가처분소득을 127만 원 줄이려면 조세부담액 등이 일정한 상태에서 총소득을 127만 원 줄이거나, 총소득이 일정한 상태에서 조세부담액 등을 127만 원 증가시키면 된다. 즉 근로자 가구 평균 127만 원의 임금삭감으로 총소득을 127만 원 줄이는 정책은 근로자 가구 평균 127만 원의 조세부담을 증가시키는 정책과 동일한 효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그리고 또 이렇게 부유층에게 대규모로 감세하고 그 비용을 근로자들에게 전가하는 정책은 소득양극화와 더불어 소비침체, 경기침체를 더욱더 가중시키는 치명적인 부작용도 유발하게 된다.

[16조 원의 계층별 감세효과와 16조 원 계층별 임금삭감 효과]
(주) 평균소비성향 = 소비지출액/가처분소득
(주) 근로자 가구에는 대기업 임원 등 피용자 가구 전체가 포함됨
(원자료출처) : 통계청
위의 표에서 보다시피 MB식의 '부유층에 대한 대규모 감세 + 근로자 임금삭감' 정책은 소득상위 10% 부유층에게는 상당한 이익을 안겨 주겠지만 그 이하 계층에게는 이익보다는 훨씬 더 큰 손실을 안겨준다. 그리고 이런 정책은 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층 근로자의 가처분소득을 크게 감소시켜 소비위축 현상을 더욱더 심화시키게 된다.

무지와 독선의 악순환 고리는 최대한 빨리 끊어야

이명박 정부는 왜 이런 어이없는 정책들을 추진하는 것일까. 그것은 이들이 무지와 독선적 행태가 반복되는 악순환의 수렁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한 번의 거짓말이 그것을 은폐하기 위하여 수많은 거짓말을 부르듯이 이들은 집권 초의 무지와 독선으로 첫 단추를 잘못 꿰었기 때문에 그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그들의 무지와 독선을 합리화하기 위하여 수많은 무지와 독선적 행태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해결책은 없을까. 악순환의 고리는 최대한 빨리 끊는 게 상책이다. 거짓말을 했다면 빨리 고백하고 새 출발을 하는 게 좋고, 무지와 독선으로 첫 단추를 잘못 꿰었다면 최대한 빨리 그 무지와 독선에서 벗어나는 게 좋다.

그러나 정치권력 주변에 불나방처럼 모여드는 사람들은 권력욕 때문에 스스로의 무지와 독선의 오류를 깨달은 후에도 그것을 쉽사리 바로잡으려 하지 않는 특성이 있다.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할 열쇠는 집권자가 쥐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매우 유감스럽게도 이명박 대통령은 그의 주변에 모여드는 불나방들보다 더 깊은 무지와 독선이라는 수렁에 빠져 있다. 향후 3~4년 간 한국경제의 미래를 밝게 볼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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