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통신 감청 9000건 돌파…98.5% 국정원 집행
정부 통신 감청 9000건 돌파…98.5% 국정원 집행
시민단체 "통신비밀보호법 개정되면 정치 사찰 부활"
2009.04.07 18:52:00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 집회 참가자에 대한 수사와 형사 처벌이 있었던 2008년 정부의 통신 감청건수가 사상 최초로 9000건을 돌파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이할 사항은 전체 감청 중 98.5%를 국가정보원에서 집행했다는 점이다.

7일 방송통신위원회는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2008년 하반기에 통신사업자가 수사기관 등에게 협조한 감청, 통신 사실 확인 자료 및 통신 자료 제공 현황을 발표했다.

전화번호, 아이디 건수별 감청 통계에 따르면 검찰 24건, 경찰 94건, 국정원 8867건, 군 수사기관 19건 등 전체 감청건수가 총 9004건으로 조사됐다. 특히 휴대전화와 인터넷을 감청하는 횟수가 대폭 늘어났다.

주목할 점은 국정원이 감청 비율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수치도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방송통신위원회가 2000년부터 2008년까지 발표한 감청 협조, 통신사실 확인 자료 및 통신 자료 제공 현황에 따르면 2000년 당시 국정원의 감청 비율은 전체 기관에서 44.5%를 차지했다. 전체 감청 건수도 3542건에 불과했다.

하지만 2001년 55.2%, 2002년 68.6%, 2003년 89.6%로 점점 증가하더니 급기야 2007년에는 98%를 차지하기에 이른다. 전체 감청건수도 국정원의 감청 건수의 증가에 따라 늘어났다.

이를 두고 진보네트워크, 참여연대, 한국진보연대 등 7개 단체로 구성된 '국정원 대응 모임'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현재로도 국정원의 감청 능력은 실로 어마어마하다"며 "통신비밀보호법이 개정된다면 사실상 안기부 시절의 정치 사찰이 부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11월 발의된 국가정보원법 일부 개정안은 국정원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이 법안은 "국가정보원의 직무범위를 확장하고 정치 사찰을 합법화하여 무소불위 권한을 부여하는 법률안"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통신비밀보호법 일부개정 법률안 역시 휴대폰 감청, GPS위치 추적, 인터넷 로그 기록 사찰을 합법화해 일상적인 국가 감시체계를 구축, 공안기구의 정치적 악용 가능성을 키우는 법안이라고 비판을 받았다.

'국정원 대응모임'은 "정부는 국정원의 비밀 독재 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국정원법 개정안'과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을 4월 국회에서 통과시키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며 "이것이 통과된다면 통신 감청은 국정원의 손발이 되어 국민에 대한 전체주의적 감시통제 도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들은 "우리 사회는 무한권력 무소불위 국정원의 재탄생을 코앞에 두고 있다"며 "정부와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힌 집단들은 국정원의 직무범위를 무제한 확대하고 공공부문, 민간부문 정보를 국정원으로 집중시켜 관리통제하려는 야욕을 드러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통신비밀보호법 개정과 국정원법 개정안은 즉시 철회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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