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MB조롱 패러디'는 국민들 한가해서가 아니다"
"넘치는 'MB조롱 패러디'는 국민들 한가해서가 아니다"
[박동천 칼럼] MB씨는 진정하다
2009.06.29 10:19:00
"넘치는 'MB조롱 패러디'는 국민들 한가해서가 아니다"
"나는 진정성을 갖고 접근하는데 잘 안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나를 만나고 나가면 마치 무슨 지시를 받는 것처럼 비쳐지고 해 아쉽다." 우리의 MB씨께서 한나라당과의 불화와 불통에 관해 하신 말씀이라고 한다 (☞ 바로가기). 어처구니없는 말과 사건을 날마다 접하게 된 지가 17개월째지만, 그런 와중에서도 이번에는 두드러지게 어처구니가 없다. 왜 그런지는 굳이 설명이 필요 없겠는데, 맡은 칼럼의 난을 채우기 위해 적어본다.

MB씨는 진정하다. 미국 소고기에 반대하는 촛불시위를 사탄의 장난이라고 보면서 지금까지 진정으로 공포에 사로잡혀 있다. 신영철 씨는 서울중앙지법원장으로 있을 때 대통령의 그런 진성성을 바로 읽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왜 재판에 개입할 생각을 했겠는가?

MB씨는 진정하다. 재개발을 통해 지주와 건설업자가 이익을 챙길 때 세입자들은 귀찮기만 한 걸림돌이라고 진정으로 생각한다. 김석기 씨는 서울경찰청장으로 있을 때 대통령의 그런 진정성을 바로 읽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왜 자기 부하를 포함해서 멀쩡한 생목숨을 여섯이나 희생시키면서 무모한 작전을 펼쳤겠는가?

MB씨는 진정하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KBS를 장악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진정으로 생각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그런 대통령의 진정성을 바로 읽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왜 정연주 사장을 몰아내기 위해 먼저 신태섭 이사를 억지로 해촉했겠는가? 그리고 신태섭 이사가 동의대와 KBS에서 당한 해임처분이 부당하다며 법정에 호소한 소송의 결과를 기다릴 생각도 해보지 않고 이사 자리를 채워서 정연주 해임안을 통과시켰겠는가?

MB씨는 진정하다. 미네르바가 인터넷에 올린 글 때문에 환율이 불안해졌다고 진정으로 믿는다. 김경한 법무장관은 그 진정성을 바로 읽었고, 검찰은 그런 대통령과 장관의 진정성을 또 바로 읽어서 미네르바를 기소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무죄가 뻔한 재판을 왜 시작했겠는가? 재판정에서 무죄판결은 몇 달 후의 일이고, 일단은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MB씨에게 충성하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MB씨는 진정하다. 예술에서 이론은 좌파고 실기는 우파라고 진정으로 생각하면서,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스며든 좌파를 색출해서 뿌리 뽑아야 한다고 진정으로 생각한다. 유인촌 문광부 장관과 신재민 차관은 그런 MB씨의 진정성을 바로 읽고 감격에 겨워 신바람이 났다. 그렇지 않다면 황지우 총장에게 치사하기 이를 데 없는 혐의를 뒤집어씌워서 물러나게 만들고, 진중권 교수에게 계약된 강의를 안 주고 나서 반년 치 연봉을 돌려받는다는 치졸한 발상이 왜 나왔겠는가?

MB씨는 진정하다. "잃어버린 10년"을 복수하기 위해서는 고 노무현 대통령을 확실하게 밟아야 한다고 진정으로 생각했다. 김경한 법무장관과 검찰은 그런 대통령의 진정성을 제대로 읽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들이 왜 전직 대통령을 먼지털이식으로 수사하면서, 쓰레기 언론사들과 합작해서 토끼몰이식 인격살인극을 벌였겠는가?

MB씨는 진정하다. 개인의 인권이나 표현의 자유는 말장난이고, 통치자의 뜻을 무조건 받들면 법과 질서가 실현된다고 진정으로 믿는다. 다시 김경한 장관과 검찰은 대통령의 토건주의 법치가 곧 진시황식 법치와 똑같다는 진정성을 바로 읽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어떻게 <피디수첩>을 기소한다는 발상이 가능했겠으며, 어떻게 작가의 개인 이메일을 뒤져서 짜깁기로 "반정부성향"을 조립한 것을 증거랍시고 공표한다는 발상이 나올 수 있었겠는가?

MB씨는 진정하다. 4대강 정비사업이 곧 대운하나 마찬가지라고 진정으로 생각하면서, 동시에 4대강 정비사업은 대운하가 아니라고도 진정으로 생각한다. 다시 유인촌 장관은 같으면서도 동시에 다른 이 오묘한 대통령의 진정성을 바로 읽고서, 단지 그 신비한 뜻을 헤아리지 못하는 일부 몰지각한 국민들만 따돌리면 된다고 본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대한늬우스' 따위 선전으로 계몽이 된다고 믿겠는가? 지금 이 상황에 어떻게 유머로 봐달라는 소리가 나오는가? MB를 조롱하는 풍자와 패러디와 유머가 넘치는 것은 국민들이 한가하고 여유로워서가 아니라, 치솟는 분노를 자제하면서 때를 기다리는 각고의 고통이 뒤에 있는 것이다.
▲ ⓒ문화체육관광부.

MB씨는 진정하다. 경기도 농촌 아동들에 대한 무상급식은 MB식 교육개혁에 반대하기 위한 좌경 정책이라고 진정으로 생각한다. 경기도 교육위원들은 대통령의 교육목표가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진정성을 바로 읽었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아이들의 급식 예산을 깎았겠는가?

MB씨는 진정하다. 북한에 대해 아무 정책도 없이 무작정 한미동맹만 되뇌다보면 한반도 평화가 저절로 찾아오리라고 진정으로 느낀다. 현인택 통일부장관은 그런 무작정 대북정책의 진정성을 바로 읽었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지금처럼 6·15선언을 이행할 생각도 없고, 그렇다고 대안을 내놓지도 못하면서, 그냥 시간만 보내면 북한이 스스로 핵개발을 포기하리라는 상상을 할 수가 있겠는가?

MB씨는 진정하다. 자기에게 반대하는 사람들은 입만 벙긋해도 혼찌검으로 다스려야 위신이 선다고 진정으로 믿고 있다. 안병만 교육부장관은 박정희 흉내를 내고 싶어 하는 마음의 진정성을 바로 읽었다. 그렇지 않다면 위법이 아니라고 나온 내부 검토의견까지 무시하고, 전교조에 대한 징계를 강행할 리가 있겠는가?

MB씨는 진정하다. 이 땅 위의 인구 가운데 30%만이 국민이고 나머지는 하청업체의 인부일 뿐이라고 진정으로 확신한다. 인부들에게는 의무만 있고 권리는 없다. 그렇지 않다면 도처에서 갈등이 유발되고 확대일로에 있는데 자기 때문임을 깨닫지 못하고 어떻게 남 탓만 할 수가 있겠는가?

MB씨는 진정하다. 콘크리트 위에 녹색 페인트칠을 하면 녹색환경이 된다고 진정으로 믿고 있다. 퇴임한 후 환경운동을 하고 싶다는 말도 그래서 틀림없이 진정이다. 콘크리트와 녹색 페인트의 결합이 그에게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나는 다른 것은 몰라도 MB씨의 진정성은 확실히 믿는다. 한나라당 의원들도 그의 진정성만은 믿은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반대하는 것이고, 한나라당 의원들도 그래서 그가 말만 하면 지시로 듣는 것이다.

내 눈에 분명하게 보이고, 아마도 장관들과 한나라당 의원들 눈에도 분명해 보일 이 모든 진정성이 MB씨에게는 잘 안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저 모든 일들 중 단 한 가지에 관해서라도 대통령이 사과하고, 후속 조치를 통해 잘못을 인정하고 교정하려는 태도를 보였다면, 지금만큼 원성이 자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모든 요구를 거부하고 오만하게 버틴다는 것은 결국 저 모든 일에 대해 자기에게 책임을 물으라는 배짱이다. 세칭 목사라는 직업을 가진 김진홍이라는 사람이 자기 입으로 "배째라"가 전공이라면서, 이명박 씨를 천재라고 부르는 소리가(☞ 바로가기) 뜬금없지만은 않은 까닭이다.

국민이라는 불특정다수와 소통이 되려면 주변 사람들과 먼저 소통이 돼야 한다. 주변 사람들과 소통이 되려면 자기 자신과 먼저 소통이 돼야 한다. 자기 자신과 소통이 되려면 자아가 하나의 영혼으로 통일이 되어야 한다. 자아가 통일되려면 자기가 하는 행동과 자기가 하는 말이 어떤 관계인지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말과 행동이 아무리 따로 놀아도 개의치 않는 재주를 가지고 70평생을 살면서 돈도 벌고 서울시장도 지낸 사람이 남은 임기 안에 자아를 통일시킬 수 있다는 쪽에 내기를 걸 수는 없다. 그러니 MB씨 버리기, 또는 MB 없는 세상, 또는 MB와 상관없이 사는 방향으로 사람들이 몰리더라도 인지상정이랄 밖에.

이미 그렇게 돌아선 사람들은 접어두고, 눈치 빠른 OO일보도 인제부터는 슬슬 MB씨를 버리는 시나리오를 고려하기 시작하는 것으로 내 눈에는 비친다. 김영삼은 대통령이 되기 위해 노태우를 쳐야 했고, 이회창과 정동영은 김영삼과 노무현을 때리고도 대통령이 되지 못했다. 자기네 당의 현직 대통령을 공격해서 차별화해 보겠다는 뱃심은 한국정치에서 흔한 관행이다. 다음번 선거에 즈음하여 한나라당에서 꿈틀거릴 존재라면 잠룡이든 살모사든 지렁이든 싫든 좋든 모두 "MB와 다르다"고 부르짖어야 할 꼴이 뻔하다. 한국정치의 발전을 위해 반드시 나쁠 것 같지는 않지만, 인간적으로는 불쌍한 생각이 들 것 같다. 무엇보다 잘못 배운 기독교 탓인 것 같아서 종교적으로 미안한 맘도 든다. 그랬다가도 앞으로 3년 반 이상을 계속 날마다 점점 더 어처구니없어 하면서 살아야 할 생각을 하면 눈앞이 캄캄하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richkhy@pressian.com 다른 글 보기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