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호철 "그들은 민주주의를 '야금야금' 갉아먹는다"
손호철 "그들은 민주주의를 '야금야금' 갉아먹는다"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성찰 ⑤·끝]
2009.07.03 08:49:00
"한국에 파시즘이 오는가?"

혼란스러운 정국이 계속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부가 되겠다며 재래시장에서 떡볶이를 먹었다. 한나라당과 보수 언론은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며, 비정규직이 해고돼 '실업대란'이 오면 어떡하냐고 야단법석이다. 정부와 여당 그리고 보수 언론이 서민과 비정규직 노동자를 언제부터 이렇게 생각했는지 아리송하다. 우리는 그간 보지 못했던 친서민 정부의 진면목을 보고 있는 것일까.

한편으로 정권은 더욱 험악하게 얼굴을 구기고 있다. 서울광장, 광화문, 쌍용차 평택 공장, 용산 참사 현장 등 곳곳에서 경찰은 '철통 경비'를 서거나 정부에 비판적인 집회와 기자회견을 막고 참가자를 연행한다. 지하철과 버스정류장 곳곳이 '집회'를 막는다는 이유로 통제된다. 정부 정책 홍보를 위해서라며 극장에 '대한 늬우스'가 상영된다.

그러는 사이, 언젠가부터 '파시즘'이라는 단어가 다시 지면 위로 등장했다. 리영희 한양대 명예교수는 이명박 정부를 두고 "파시즘 초기"라고 일갈했다. 지난 6월 29일 손호철 서강대 교수가 진행한 강연의 주제도 바로 파시즘이었다.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열린 '월요 민주주의 학교' 1학기 마지막 강의에서 였다.

▲ 언젠가부터 '파시즘'이라는 단어가 다시 지면 위로 등장했다. 광화문, 쌍용차 평택 공장, 용산 참사 현장 등 곳곳에서 경찰은 '철통 경비'를 서거나 정부에 비판적인 집회와 기자회견을 막고 참가자를 연행한다. 사진은 지난 5월 검찰청 앞 용산 참사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권영국 변호사가 경찰에 의해 연행되고 있는 모습. ⓒ프레시안

"억압성의 전면화, 대중의 자발적 지지 따져봐야"

손호철 교수는 우선 파시즘 논쟁에 앞서 파시즘에 대한 서로 다른 시각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파시즘 논쟁은 굉장히 감정적이고 정치 선동적 측면이 많았기 때문"이라며 "정치적 코드, 선정적 용어로서의 파시즘이 아니라면 파시즘에 대한 좀 더 과학적인 정의가 무엇일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우선 독일과 이탈리아를 파시즘의 전형으로 생각하는 시각이 있다. 손호철 교수는 "히틀러 동원에 움직이는 대중들을 연상하듯 광범위한 대중적 지지와 동원, 그리고 파시스트당이 전형적인 파시즘에 대한 인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두 번째 시각은 파시즘이 독일과 이탈리아 등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 1920~30년대 동유럽과 남유럽에서 전반적으로 일어난 광범위한 현상이라고 보는 관점"이라며 "파시즘에서 대중적 지지는 일반적 현상이 아니며 출현 과정은 나라에 따라 다르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호철 교수는 "따라서 현재 한국에 파시즘이 오는가의 여부를 따질 때 억압성의 전면화냐, 또는 광범위한 대중의 자발적 지지에 기반하느냐라는 두 개의 이슈가 개입돼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파시즘의 기본은 광범위한 대중적 지지 여부가 아니라 20세기 초반에 나타난 독점자본주의로 성장하면서 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반동적 재편이 있었느냐의 문제라고 본다"며 "이승만 정권을 두고 파시즘이라고 하지 않는 이유는 그 정권이 덜 억압적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독점 자본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파시즘이 나오게 된 배경을 이해해야 한다"며 "결국 경제 공황 속에서 자유주의 정권들의 경제 위기 극복 능력이 무능했고, 그것에 따라서 첨예한 계급 갈등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도 비슷하다. 민생의 위기와 양극화가 바로 파시즘이 나오게 된 계기라고 볼 수 있다"며 "자유주의 정권의 무능, 사회적 갈등의 첨예화라는 점에서 우리도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신자유주의 정책 속에서 '크리핑 파시즘' 경향 나타나고 있다"

손호철 교수는 "MB 정부는 현재까지 두 시기로 구분될 것 같다"며 "집권 이후 2008년 광복절까지가 촛불 시위 방어에 급급했던 수세기라면 광우병 집회 이후 공세로 전환됐고, 월스트리트발 금융 위기를 핑계로 이같은 공세를 더욱 강화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2기를 중심으로 얘기한다면, 이명박 정부는 우파 신자유주의와 신자유주의적 토건 국가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파시즘 체제가 나오게 되는 기본적 틀은 국가의 경제 개입"이라며 "대공황을 가져온 것은 시장이었고, 미국이 그 위기를 뉴딜을 통해 해결했다면, 독일과 이탈리아는 억압적 국가 개입을 통해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그것과 전혀 다른 신자유주의적 방식이 이뤄지고 있다"며 "금산 자본 분리 완화, 비정규직 법안 추가 개악, 최저임금제 부분적 해제, 부유층 감세, 삽질 경기 부양책 등 기본적으로 친자본주의고 반동적인 경향을 동일하게 나타나지만 국가 개입이 아니라 규제 완화라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신자유주의 위기를 해결할 때, 부유층에 증세하고 빈곤층에 감세하는 부의 이전을 하는 오바마적 해법이 있다면 MB식 해법은 정반대"라고 지적했다. 그는 "오히려 부자를 감세하고, 재정 적자가 나니까 부가가치세 높이는 방식을 통해서 부가 더욱 더 부유층에 이전되게 하며 위기를 극복하려 하고, 다양한 저항을 억압적 방식으로 누르는 신파시즘으로 가는게 아닐까"라고 덧붙였다.

손호철 교수는 "또한 정권의 성격과 상관없이 신자유주의 정책을 펴게 되면 민중의 저항이 나오기 때문에 이를 누르고 진행하기 위해 경찰국가의 특성이 나타난다"며 "이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도 어느 정도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신자유주의는 기본적으로 사회적 양극화를 가져오고, 그래서 경찰국가로 갈 수밖에 없다"며 "그래서 항상 레이건, 부시 정부가 작은 국가를 얘기하면서도 법과 질서, 경찰 증원을 요구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손 교수는 "결국 정부가 민주 정부이냐에 상관없이 신자유주의적 정치를 펴게 되면 경찰 국가 경향이 내재돼 있다"며 "그런데 MB 정부는 플러스 알파"라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정치적 민주주의의 핵심인 언론의 자유, 집회의 자유, 사상의 자유 모두 후퇴하고 있다"며 "더군다나 MB악법들이 통과될 경우 이는 더 가속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뿐만 아니라 제왕적 대통령이 부활하고 있다"며 "최근 이뤄진 검찰청장, 국세청장 임명이 제왕적 대통령 부활을 또 다시 예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그럼에도 아직까지 예외적인 파시즘 국가라고 보기에는 헌정 질서의 중단이나 의회 민주주의적 틀의 철폐와 같은 극단적 조치는 아직 없다"며 "나는 이것이 야금야금 갉아먹는 것 같은 '크리핑 파시즘(creeping fascism)의 경향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 손호철 교수는 "또 신자유주의는 기본적으로 사회적 양극화를 가져오고, 그래서 경찰국가로 갈 수밖에 없다"며 "그래서 항상 레이건, 부시 정부가 작은 국가를 얘기하면서도 법과 질서, 경찰 증원을 요구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프레시안

"MB 정권 끝난다고 파시즘이 끝날까?"

손호철 교수는 "그런데 중요한 것은 파시즘이 MB 정권이 끝난다고 끝날 문제가 아니다"라며 "또 우파 신자유주의도 꼭 MB 문제로 환원해선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한국적 특수성과 관련해 봐야할 문제"라며 "한국적 파시즘의 대중적 기반이 인구가 많은 영남에 있다는 지역주의적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또 50대 노령층과 근본주의적 기독교층도 한국적 파시즘의 대중적 기반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손 교수는 "그러나 낙관적 요소도 있다"며 "한국의 경우 이념적 정체성이 뚜렷한 것이 아니라 최장집 교수의 표현대로 일종의 열망·실망의 사이클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즉 현 국면은 국민의 반동화가 아니라 실망의 사이클 때문이라고 본다"며 "10년쯤 뒤에는 다시 냉전세력에 대한 실망으로 국민의 재진보화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손호철 교수는 "또한 25~30%의 무당파가 계속 침묵하거나 한나라당을 지지할 경우 MB의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에도 70~75%가 지지 내지 침묵을 하는 것이 돼 '파시즘적 경향'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움직이지 않는 25~30%를 어떻게 끌어내고 조직할지가 중요할 것"이라며 "단순히 상층부 연합이 아니라 오바마처럼 풀뿌리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파시즘이 뭐냐에 대한 훈고학적 논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민주주의가 공격받고, 이에 대해 다수가 침묵한다면 이미 파쇼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체제로서의 파시즘은 아니더라도. 결국 민주주의냐 파시즘이냐는 것은 예측이 아니라 실천의 문제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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