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도 인정할 훌륭한 과학자는?
외계인도 인정할 훌륭한 과학자는?
[문화, 우주를 만나다] 우주, 생명 그리고 다윈
2009.08.17 14:14:00
외계인도 인정할 훌륭한 과학자는?
2009년은 유엔(UN)이 결의하고 국제천문연맹(IAU), 유네스코(UNESCO)가 지정한 '세계 천문의 해'이다.

실제로 2009년은 아주 뜻깊은 해이다. 갈릴레이가
망원경을 만들어서 천체를 관측하기 시작한 지 400주년, 허블우주 팽창 발견 80주년, 인류의 달 착륙 40주년, 외계 지성체 탐사프로젝트 제안 50주년 및 메시지 송신 35주년을 맞은 해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2009 세계 천문의 해'를 맞아 한국
조직위원회를 만들어서 국제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이미 4월 2일부터 5일까지 전 세계 천문대에서는 100시간 동안 연속으로 별을 관측하고 길거리에서 천문학자·아마추어천문가가 일반인과 함께 별을 관측하는 전 지구적인 행사가 열렸다.

또 우리나라에서는 특별히 이동 천문대 '
스타-카'가 소외 지역 아이들을 찾아가고, '과학예술의 만남'과 같은 전시회도 준비 중이다. 이런 내용은 2009 세계 천문의 해 한국조직위원회가 운영하는 홈페이지웹진 <이야진(IYAZINE)>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바로 가기)

<프레시안>은 이런 '2009 세계 천문의 해'를 맞아 '문화, 우주를 만나다' 연재를 <이야진>과 공동으로 연재한다. 하늘의 별을 바라보면서 꿈을 키웠던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별, 우주, 문화, 예술 등을 화두로 매주 한 편씩 에세이를 선보인다. <편집자>


▲ 뱀주인자리에서 가장 작은 구상성단 M9(Messier 9). M9는 1764년 샤를 메시에가 발견했다. M9는 뱀주인자리의 에타(η)별에서 남동쪽으로 3.5도 정도 떨어져 있다. 우리은하의 중심으로부터는 5500광년, 지구로부터는 2만5800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성단의 전체 밝기는 태양보다 12만 배나 밝으며, 13개의 변광성을 가지고 있다. ⓒ한국천문연구원(사진=신범영)

마침내 그날이 왔다. 지적인 외계 생명체가 지구를 방문하는 날이. 수천 광년 떨어진 지구를 탐사할 수 있을 만큼 찬란한 기술 문명을 이룩한 그들은 이미 우리 인류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지구를 정복하기 위해, 혹은 지구와 평화롭게 공존하기 위해 외계 지성체들은 털 없는 원숭이가 도달한 문명의 수준을 미리 가늠하려 했다. 인류가 비교적 쓸 만한 문명을 이룩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외계 지성체가 활용할 잣대는 무엇일까?

셰익스피어 작품처럼 삶의 본질을 꿰뚫는 위대한 문학 유산을 열람한다면 외계 지성체도 인류의 지적 능력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까? 안타깝게도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우리가 문학 작품을 통해 감동을 받는 까닭은 수백만 년에 걸쳐 진화한 인간 본성의 속살을 문학이 드러내 주기 때문이다. 문학이 다루는 인간 군상은 우리 종에만 국한되므로 문학은 우주적인 보편성을 얻지 못한다. 기실, 문학은 다른 행성은 고사하고 지구에 사는 다른 종의 공감도 얻기 어렵다. 암수 사이의 난삽한 성관계로 유명한 침팬지들은 아내의 불륜을 의심하며 괴로워하는 오셀로를 도무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다음으로, 인류가 축적해온 수학이나 물리학을 생각해 보자. 외계 지성체들은 지구의 수학, 물리학 교과서를 훑어보고 나서야 인류의 문명 수준이 제법 봐줄 만하다고 여겨줄 것이다. 수학이나 물리학 지식이 지극히 보편적이어서 외계 지성체에게도 높은 지적 성취로 인정되리라고 볼 근거는 무엇일까?

어떤 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잠재적인 해결책의 수가 극히 적어서 사실상 단 하나밖에 없다면, 그 해결책은 온 우주를 통틀어 어디서나 채택될 것이다. 예컨대 2 더하기 2라는 과제에 대한 해결책은 4밖에 없다. 외계 문명이 2 더하기 2는 5라는 인식에 따라 축조되었으리라고는 상상하기 어렵다. 반면에, 둘이라는 개념이 취할 수 있는 기호는 2, 二, II 등등 무수히 많다. 알고 보니 외계 지성체도 둘을 가리키기 위해 2와 똑같은 형태의 아라비아 숫자를 사용하고 있었다면 누구나 까무러칠 정도로 놀랄 것이다. 수학이나 물리학 지식이 이처럼 보편적임을 고려하면, 고도의 기술문명을 이룩한 외계 지성체들은 사칙 연산뿐만 아니라 미적분, 열역학 제2법칙, 상대성 이론 등등을 훤히 알고 있으리라고 확신할 수 있다.

다윈의 자연 선택에 의한 진화 이론은 어떨까? 외계 지성체들은 지구인들이 독자적으로 다윈주의를 발견했다는 사실을 지구의 문명 수준이 높다는 증거로 받아들일까? 달리 말하면, 외계 지성체들도 그들의 다윈을 지성계에 큰 영향을 끼친 위대한 과학자로 인정하고 있을까? 대답은 '그렇다'이다. 세간의 오해와 달리, 다윈주의는 지구뿐만 아니라 우주 안의 다른 어떤 행성에 존재하는 생명도 설명해내는 보편적인 이론이다. 우주와 다윈이 어떻게 만나는지 살펴보자.

보편 다윈주의

생명은 참으로 오묘하고 복잡하다. 일견 당연하게 보이는 생명 현상을 찬찬히 뜯어보면 어떻게 이런 걸작이 생겨날 수 있었는지 감탄이 절로 나온다. 세포 내부에서는 갖가지 분자들과 효소들, 소기관들이 서로 빈틈없이 협력하여 호흡이나 신호전달 같은 화학 반응을 매끄럽게 진행한다. 돌고래의 유선형 몸매는 헤엄칠 때 물의 저항을 줄여준다. 개미 군락은 수많은 식구들 간의 노동 분업을 통해 먹이를 구하고 자식을 공동으로 키운다. 이처럼 어떤 기능을 잘 수행하게끔 정교하게 조직화한 생물학적 특성들, 즉 적응(adaptation)은 너무나 대단하고 훌륭해서 때론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이들을 공들여 설계했으리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기까지 한다. (정말로 이러한 착각에 빠져 사는 사이비 과학자들도 있다). 말할 필요조차 없이, 생명의 복잡한 '설계'는 우주 안에 생명이 존재하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포착되는 핵심 특질일 것이다. 어떻게 지극히 복잡한 생명이 우주에 생겨날 수 있을까?

다윈이 답해야 했던 질문이 보편적이라고 해서 다윈이 내놓은 해답인 자연 선택도 덩달아 우주적인 보편성을 얻는 것은 아니다. 사실, 자연 선택 이론을 정립한 찰스 다윈과 알프레드 월리스(Alfred Wallace)에게는 지구의 복잡한 생명을 설명하는 것만이 지상과제였다. 다윈이 언제나 현장을 누비고 엄청난 양의 관찰 자료들을 꼼꼼하게 종합하는 당대 최고의 자연사학자였다는 역사적 배경도 자연 선택 이론은 '기껏해야' 지구에만 적용되는 좁은 이론이 아니냐는 의심을 더 키운다.

실제로 오늘날 다윈주의에 포괄되는 입론 가운데 어떤 것들은 우리 지구에서만 통용될지 모른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이 오직 하나의 공통조상으로부터 유래하였다는 '생명의 나무(Tree of life)'가 그 예이다. 가능성은 적지만, 다른 행성에서는 생명이 두 곳에서 자연발생하여 각기 독립적인 계보를 낳았을 수도 있다. 군살을 말끔히 발라낸 다윈주의의 정수는 무엇일까? 앞으로 어떤 새로운 실험이나 역사적 사실이 제출된다 해도 절대 흔들리지 않을, 지구뿐만 아니라 우주 안의 어떤 생명에도 똑같이 적용될 자연 선택 이론의 핵심은 무엇일까?

복잡한 '설계'가 어떻게 출현할 수 있는가에 대한 다윈의 대답은 놀라울 정도로 간명하다. 다윈주의의 정수를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단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 (가끔 잘못 복제되는) 복제 단위들의 차별적인 생존이 마치 누군가 의도적으로 설계한 것처럼 보이는 복잡한 생명을 낳는다. 자신을 닮은 단위를 만들기만 한다면, 무엇이든 복제자(replicator)가 될 수 있다. DNA 같은 유전자일 수도 있고, 노랫가락이나 패션 양식 같은 모방자(meme)일 수도 있고, 안드로메다 은하계에 고유하게 진화한 복제자일 수도 있다. 한 편, 실수가 전혀 개입되지 않는 완전무결한 복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실수로 말미암아 복제자들 사이에 자연히 변이가 생긴다. 이 가운데 복제자가 전파하는데 유리하게 작용하는 변이가 점점 더 축적된다. 맹목적이고 기계적인 자연 선택 과정이 세대에 걸쳐 누적되면서 복잡하고 정교한 적응을 만든다.

자연 선택은 무미건조한 형식 논증이다. 몇 개의 조건(변이, 유전, 차별적 성공)들이 충족되면, 무조건 자연 선택에 의한 적응적 진화가 논리적으로 도출된다. 달리 말하면, 다윈이나 월리스는 각각 갈라파고스 제도와 말레이 군도에서 굵은 땀을 흘린 현장 생물학자였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역사적 우연이었다. 안락의자에 깊숙이 틀어박혀 골똘히 머리만 굴리는 철학자나 이론 생물학자가 자연 선택이라는 과정을 먼저 발견할 수도 있었다는 말이다.

현실적으로 어떤 복제자라도 실수를 할 수밖에 없고(변이), 그 결과 생긴 변이는 복제자의 전파에 영향을 끼치기 마련이다(차별적 성공). 그러므로 자연 선택에 의한 진화는 우주 안의 어떤 행성이든지 일단 자기 복제자가 출현한 행성에서는 무조건 작동한다. 외계 생명체가 아무리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이상으로 기괴하고 이상야릇한 형체를 하고 있을지라도, 그 생명체의 흥미로운 적응적 특성들은 순전히 다윈의 자연 선택에 의해 진화했다고 장담할 수 있다. 이것이 도킨스가 제안한 '보편 다윈주의(Universal Darwinism)'이다. 다윈주의는 비단 지구상의 생명뿐만 아니라 전우주의 복잡 정교한 생명을 일거에 설명해주는, 간단명료하면서 강력한 이론이라는 것이다.

보편 다윈주의라는 개념은 종종 원래의 의도와 달리 엉뚱하게 쓰인다. 아무 사회 현상이나 다윈주의에 쓰이는 용어들을 동원해 재포장하면 그럴듯한 과학적 설명이 된다고 믿는 것이다. 예컨대 올해 초 국내 어느 일간지의 다윈 특집 기사는 백인이 주류를 이뤄온 미국 사회에서 흑백 혼혈인 오바마라는 '변이'가 '적자'로 선택되었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전 세계 경제위기 속에서 케인스주의라는 '변이'가 신자유주의와의 '생존 경쟁'에서 과연 승리할지 관심을 표명하기도 했다. 특정한 사회현상을 낳은 개개인의 진화 심리에 대한 인과적 설명은 정작 도외시되는 이러한 사례들은 보편 다윈주의와 무관하다.

외계의 생명

외계의 행성에도 생명이 존재한다면, 그 생명체의 복잡한 '설계'는 다윈의 자연 선택에 의해 진화한 것이다. 이러한 통찰은 언젠가 우리가 외계 생명을 실제로 관찰하게 되었을 때 유용한 지침이 된다. 외계 생명이 아무리 기상천외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설계'를 보일지라도, 이는 과거에 그 행성 고유의 복제자가 다음 세대에 널리 전파되는데 도움을 주는 데 이바지한 적응이다.

그렇다면, 외계의 생명은 어떠한 특성을 지닐까? 이는 SF 소설이나 영화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질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생명은 오직 지구의 생명이 전부인지라 이 질문에 제대로 답하기란 쉽지 않다. SF 소설은 종종 행성의 크기나 공전 궤도처럼 지구와 다른 물리적인 제한 요건들이 외계 생명에 미치는 영향을 묘사한다. 예컨대 지구보다 더 큰 행성에서는 중력이 더 크게 작용하므로, 거미만한 생물의 다리가 실처럼 얇기는커녕 코끼리 다리만큼 두껍고 억셀 것이다.

생명이 살기 적당한 외계 행성의 크기, 자전 속도, 자전축의 경사각 등의 제한 요인들이 외계 생명의 형태나 생리, 행동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는 무척 흥미로운 주제다. 그러나 이러한 제한 요인들은 일방적으로 생명에 영향을 끼치기만 할 뿐, 생명에 의해 달라지지는 않는 상수(constant)이다. 물리적 제한 요인들은, 문자 그대로, 외계 생명이 택할 수 있는 수많은 진화 경로 가운데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부 경로에 대해서만 진입을 제한할 뿐이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지 않은 나머지 경로 중에 어느 경로가 실제로 선택될 가능성이 더 큰지는 빈칸으로 남는다. 외계 생명체는 눈을 진화시켰을까? 외계 생명체는 신진 대사 기능을 진화시켰을까? 외계 생명체는 인류를 능가하는 지적 능력을 진화시켰을까?

이 문제와 관련해서, 이론생물학자 스튜어트 카우프만(Stuart Kauffman)은 아득한 과거의 지구로 돌아가서 생물 진화를 다시 시작시킨다면 진화의 드라마가 어떻게 펼쳐질지 생각해 보는 가상의 실험을 제안했다. 특히 그러한 실험을 한 번이 아니라 수백 번 이상 행한다면, 어떤 형질이 매번 거의 빠짐없이 출현하고 어떤 형질이 아주 드물게 출현할지 추론해 보라고 했다. 만일 자주 나타나는 형질이 상당히 많이 있다면 이는 진화의 일반적인 패턴이 존재함을 시사한다. 비슷한 사고 실험을 후에 독립적으로 제안한 고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Stephen Jay Gould)는 생물 진화에서 우발성이 차지하는 역할을 강조하였다. 그는 지구 역사의 테이프를 되감아 다시 튼다면 전혀 다른 생물군이 나올 것이며 특히 인간은 절대 나타나지 않으리라고 주장했다. 요컨대 "외계 생명체가 어떻게 진화했을까?"라는 문제에 답하려면 "행성의 크기 같은 물리적 제한 요인들이 외계 생명의 진화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와 "진화를 되감아서 재실행해도 여전히 나타나기 마련인, 진화의 일반적인 패턴은 무엇인가?"라는 두 가지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

한 곳에서 시간을 되돌려 진화를 다시 시작하는 카우프만의 사고 실험은 물론 실제로 행해진 적 없다. 그러나 여러 곳에서 독립적으로 진화를 개시하여 최종결과물을 비교하는 자연 실험은 이미 수없이 행해졌다. 유연관계가 먼 계통들이 동일한 선택압에 대처하여 동일한 적응을 진화시키는 '수렴 진화(convergent evolution)'가 바로 그것이다. 헤엄칠 때 물의 저항을 줄여야 한다는 문제를 풀기 위해, 포유류인 돌고래는 다른 어류들이 쓴 답안을 커닝하지 않고서 유선형 몸매라는 해결책을 자기 힘으로 찾아냈다. 남아메리카 초원에는 토끼가 단 한 마리도 없는 대신, 토끼를 매우 닮았고 토끼처럼 풀을 뜯어 먹고 사는 설치류인 파타고니아 마라(Patagonian Mara)가 산다. 쥐와 비슷한 어느 동물종이 토끼와 겪은 선택압과 같은 압력에 대처하여 동일한 적응을 진화시킨 것이다.

수렴 진화는 특정한 적응적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종종 극히 한정됨을 보여준다. 방향을 탐지해야 한다는 적응적 문제에 대한 해결책 하나는 광자를 탐지하는 시세포, 즉 눈을 진화시키는 것이다. 생물학자들은 동물계의 여러 계통에서 눈이 적어도 40번 이상이나 독립적으로 진화했다고 추정한다. 진화의 테이프를 다시 되감아서 틀어도 눈은 틀림없이 다시 출현할 것이다. 외계 행성에도 우리가 아는 광학 원리가 적용되리라고 보면, 외계 생명체도 눈을 진화시켰으리라 감히 단언할 수 있다. 눈과 달리, 문법적인 언어는 지구의 진화 역사상 영장류의 단 한 종에서만 진화했다. 진화의 테이프를 수십 번 반복 재생한다면 언어는 몇 번이나 다시 출현할까?

자연 선택에 의한 진화 이론의 설명력은 온 우주를 덮는다. 유전, 변이, 차별적 성공이라는 세 가지 전제만 충족되면 자연 선택이라는 논리적 귀결이 도출된다. 이 단순한 자연 선택 과정이 지구뿐만 아니라 온 우주에 있을법한 복잡한 생명을 설명해 준다. 올해가 갈릴레이가 망원경을 통해 천체를 관측한지 400년이 되는 해인 동시에 다윈이 탄생한 지 200년이 되는 해라는 사실이 더욱 흥미롭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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