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 '7전8기' vs 용산 유족 '218전219기'
나로호 '7전8기' vs 용산 유족 '218전219기'
[박동천 칼럼] 정부의 권위는 균형과 정의
2009.08.26 10:43:00
나로호 '7전8기' vs 용산 유족 '218전219기'
나로호가 발사는 "성공"했지만 "최초 교신은 실패"했다고 한다. "최초 교신은 실패"했다는 제목을 보고 그럼 나중에라도 교신에 성공했나 싶어 기사를 읽어보니, 내가 잘못 넘겨짚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최초 교신이 안 되었다니 결국 교신이 한 번도 안 되었다는 말이다. 현대 한국 사회에서 다양한 전문 분야가 발전하면서 한국어도 자꾸만 맥락적인 의미가 짙어지는 경향을 보여주는 한 예인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왜 나로호를 보고 용산 참사가 생각났을까? 이명박 대통령이 "7전8기가 안 되면 8전9기로 한다는 각오로 더욱 분발해 우주강국의 꿈을 꼭 이뤄야 한다"고 발언했다는 기사 때문이다.

이 말 자체는 지당한 말씀이다. 다른 나라의 경우에도 위성을 처음 발사해서 궤도 진입에 성공한 비율은 별로 높지 못하고, 설사 다른 나라의 성공률이 높다고 하더라도 일을 하다 보면 착오는 생기기 마련이다. 지도자가 그 때마다 질책하고 나무란다면 남는 것은 복지부동뿐이다. 이번에 잘 안 되었다면 안 된 원인을 세밀히 조사해서 다음 번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면 된다.

소를 잃었더라도 외양간이라도 고치면 밝은 미래를 기대해도 좋다. 마침 적시에 미리 조치를 취해서 소를 잃지 않았다면 하늘에게 감사할 일이고, 사람이 할 수 있는 최대치는 실패를 방지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실패로부터 배우는 데에 있다. 이처럼 나로호 건 하나만을 놓고 말한다면 이명박 대통령의 "7전8기 또는 8전9기"는 나무랄 데가 없을 뿐만 아니라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으로서 대단히 훌륭한 덕목의 표현이라고 평가해 줘도 좋을 만하다.

ⓒ뉴시스
그런데 내 마음속에서는 얘기가 거기서 끝나지를 않는다. 특히 "7전8기로 안 되면 8전9기"라는 표현을 보자마자, "그렇다면 용산의 희생자 가족들은 지금 몇전몇기를 하고 있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든다. 날짜를 세 봤다. 1월 20일부터 8월 26일까지 219일이다. 218전219기를 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경찰의 힘에 밀려 넘어진 횟수만 쳐야 하니까 218전은 과장인 것일까? 앞으로는 몇전몇기를 더 해야 할까?

나는 대한민국이 반드시 "우주강국"이 되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지만,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이 열심히 노력해서 우주 분야에서 남다른 성과를 보인다면 마음 가장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경하와 존경이 마땅하다고 믿는다. 따라서 나로호 발사와 궤도 진입 실패 과정에서 수고한 분들 모두께 격려와 칭찬을 보낸다. 또 대통령이 그들에게 분발을 촉구한 것까지도 온당하다고 본다.

그렇지만 세상에는 악착스러운 집념만으로는 안 되는 일도 있다는 사실을 제발 우리의 장로 대통령이 깨달았으면 좋겠다. 당장 나로호와 용산 참사가 아주 좋은 대조를 보여주지 않는가! "8전9기"라는 소리까지 만들면서 분발을 강조하는 대통령이 용산 참사의 희생자 가족들이 보여주고 있는 집념은 왜 무시로 일관하는가? 정치적 의제로 관심을 기울일 가치가 없다는 뜻인가, 아니면 자신의 치부에 해당하는 일이라고 보아 논의하면 할수록 손해일 것 같아서인가?

나는 용산 참사 때문에 <프레시안>에 칼럼을 기고하기 시작했고, 그 일에 관해서는 충분히 여러 편의 글을 이미 썼다. (☞ 관련 기사: 무식한 고집쟁이가 악하기까지 하다면, 아버지 부시, 이명박과 달랐다, 왜곡과 은폐의 악순환, 지금이 끊을 기회다, 조갑제를 진압하라, 다시 공권력을 생각한다). 따라서 이 문제의 실질에 관한 내 입장은 반복하지 않고, 단지 겉모습만 가지고 나로호의 7전8기 곁에 용산의 218전219기를 한번 놓아보자.

이명박, 그리고 그 주변의 인사들은 아마도 철거민들이 보상금 더 뜯어내려고 악착같이 버티는 행태를 용납하면 나라가 망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지주들이 평당 7000~8000만 원의 보상을 받고 나가는 판국에, 심지어 그 절반 정도의 비율로 세입자들에게 보상금을 주더라도 그 자체만으로는 나라가 절대로 망하지 않는다고 나는 정치학자의 이름을 걸고 단언할 수 있다.

나라 또는 공동체라는 사항은 보상금을 얼마나 주느냐는 문제 때문에 망하거나 말거나 하는 물건이 아니다. 보상금을 얼마나 주느냐는 문제를 둘러싸고 서로 흥정하다가 폭력이 발생하는 것만으로도 나라는 망하지 않는다. 폭력이 발생했는데 국가라는 조직이 누구에게 얼마나 잘못이 있는지를 진상과 정의에 입각해서 가려낼 생각은 않고, 깡패처럼 아무나 찍어서 두들겨 패기로 일관하면 나라가 망할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와 같은 국가폭력을 대통령이 은근히 뒤에서 부추기면 나라가 망해도 이상하지 않다.

대한민국은 1987년 이후 민주화 시대로 접어들었는데, 그 후로 도처에서 악착같은 이익추구 행위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싫어하거나 무서워하는 인종들은 그때마다 "민주주의의 문제"를 들먹이면서 역사를 뒤로 되돌리고 싶어 한다. 민주주의가 불러온 혼란이 싫다고 하지만, 실상 그들이 원하는 사회는 자기들만이 목소리를 내고 나머지는 입을 닥친 사회일 뿐이다. 다시 말해 자기들은 부동산 투기에 위장 전입 등으로 그악스럽고 악착스럽게 이익을 추구하지만, 나머지는 제발 이익을 추구하더라도 악착은 부리지 말라는 얘기다. 권력과 돈과 지위 등, 사회적 가치를 향한 경쟁에서 자기들은 7전8기가 안 되면 8전9기라도 할 테니까, 나머지는 한 번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지 말라는 소리다. 10만 제곱킬로미터에 5000만 명이 밀집해서 살아가는 과잉경쟁과 과잉스트레스의 공동체에서, 자기들만 쾌적한 공간을 독점하면서 땅짚고 헤엄치기 놀이를 자손만대 대물려 즐겨보겠다는 뱃심이다.

모두가 자기 이익만 챙긴다면 공동체는 망한다. 다시 말해 모두가 자기가 원하는 바를 7전8기로 안 되면 8전9기, 8전9기로 안 되면 218전219기 따위로 악착같이 집요하게 추구하면 나라는 망한다. 어떤 일은 미련을 버리고 포기할 줄도 알아야 개인의 삶도 풍성해지고 사회 생활도 평화로워진다.

문제는 누가 언제 포기할 것이냐는 것인데, 내가 보기에 용산 참사의 희생자들은 정의에 관한 희망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는 한 포기하면 안 된다. 반면에 이명박 대통령은 1월 20일 이전부터 촛불 집회에 대한 복수를 엉뚱한 대목에서 벼르던 증오심을 포기했어야 했다. 항의에 이유가 있든 말든 무조건 묵살하기만 하면 조만간 지쳐서 나가떨어지리라는 무지막지한 악착스러움을 지금이라도 포기해야 한다.

정부의 권위는 오직 균형과 정의에서만 나온다. 용산 세입자들의 화염병 농성이 잘못이라면, 잘못한 만큼 마땅히 벌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들에 대한 국가의 처벌이 권위를 가지려면 무리한 진압으로 불필요한 인명 손실을 초래한 경찰도 마땅히 잘못한 만큼 벌을 받아야 한다. 만약 지주와 건설업자들이 용역을 동원해서 일상적으로 폭력을 자행했다면, 그들 역시 잘못한 만큼 벌을 받아야 하고, 만약 구청과 시청에서 그런 일상적 폭력을 묵인했거나 혹시 뒷거래가 있었다면 그들 역시 잘못한 만큼 벌을 받아야 한다.

이 가운데 어떤 일은 사법부의 소관이랄 수 있겠지만, 대부분은 대통령이 열쇠를 쥐고 있는 문제다. 정부가 할 일 가운데 7전8기를 촉구해서 될 수 있는 일은 나로호 발사와 같은 일부에 국한되고, 대부분의 공공정책은 균형과 정의와 소통의 문제임을 지금이라도 깨달아서 남은 3년 반 임기는 무사하게 마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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