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 지식인 4인 대담…"웃다가, 울면서 행복했다"
'괴짜' 지식인 4인 대담…"웃다가, 울면서 행복했다"
['괴짜사회학' 대담①] 상처받은 이들의 행복한 네 시간
'괴짜' 지식인 4인 대담…"웃다가, 울면서 행복했다"
김규항·진중권·우석훈·홍기빈.

한국을 대표하는 진보 지식인 네 사람이 한 자리에 모였다. 무슨 일이냐고? 수디르 벤카데시(Sudhir Venkatesh) 컬럼비아대 교수(사회학)의 역저 <괴짜사회학(Gang Leader For A Day)>의 한국어판 출판을 기념하는 대담이 <프레시안>, 김영사, 예스24의 공동 주최로 열렸기 때문.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의 사회로 지난 28일 오후 2시 건국대 새천년관에서 열린 공개 대담에서 이들은 거침없는 입담으로 한국 사회를 뒤집어 봤다. 그들의 대담을 지켜본 약 600명의 청중은 약 4시간에 걸쳐 웃다가, 울면서 모처럼 행복했다.

ⓒ프레시안

"나 이렇게 힘들어요"

이날 공개 대담에서 네 사람은 △경찰 △폭력 △빈곤 △교육 △개신교 △대통령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거침 없이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네 사람의 입담에 청중은 시도때도 없이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다들 웃지만 웃는 게 아니었다.

▲ 진중권. ⓒ프레시안
결국 지난 5월 2일 촛불 집회 1주년을 기념하는 촛불 집회에 참가했다 전과자가 되었다는 한 새내기 대학생이 질문을 하다가 울음을 터뜨리자 청중은 모두 다 눈시울을 적실 수밖에 없었다. 진중권 전 중앙대 교수 역시 눈물을 글썽였다. (☞관련 기사 : 진중권도 울고 청중도 울었다…"힘들지만 버티자")

사회를 본 김민웅 교수는 "이번 공개 대담을 통해서 상처 받아서 위로를 받고 싶은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게 확인이 됐다"며 "이번 대담은 이런 사람들이 같이 모여서 서로 손을 내미는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이날 강연회의 가장 큰 수확은 좀처럼 한 자리에 앉기 어려운 진보 지식인 네 사람의 만남이 아니라, 상처 받은 사람들이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면서 같이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한 데 있었다. 바로 '연대'가 그것이다.

당장 우석훈 박사(연세대 문화인류학 강사)는 공개 대담이 끝나자마자, 자신의 블로그에 "우리는 진중권을 지켜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마침 진 전 교수는 이날 아침 개강을 앞둔 홍익대 강의마저 취소 통보를 받은 상황이었다.

그래도 웃음 만발!

▲ 김규항. ⓒ프레시안
약한 이들의 가장 큰 무기는 웃음이다. 이날 공개 대담이 치유의 자리가 된 데는 시종일관 관객의 웃음보를 '뻥뻥' 터뜨려준 대담자의 입담이 한몫했다. 이들은 사회자의 짓궂은 질문을 여유롭게 받아넘기며 한국 사회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예수전>(돌베개 펴냄) 출간 이후 '한국 교회에 대한 비판이 없어서 섭섭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책이 나오면 개신교 신자들로부터 린치를 당하고, 그럴 줄 알았는데 아니었으니까요. (…) 저 2권 씁니다." (김규항)

"글쎄요. 홍익대 강연도 잘리고 나니까. 내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인가. 이런 생각을 했어요. 인터넷 게시판에 낙서 좀 자주한 것 뿐인데. (…) 유명해진 이유요? 아무래도 외모가 가장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어요. 뇌주름이 섹시하다더군요." (진중권)

"정부 협상 대표로 일하면서 느낀 게, 외교관이 회의장에서 하는 말은 99% 뻥이라는 거예요. (…) 우리나라 외교관이요? 우리나라 외교관은 외국 외교관과는 정반대죠. 회의장에선 솔직하고 국내에 돌아와서는 '뻥'을 치니까요." (우석훈)

▲ 우석훈. ⓒ프레시안
"요즘 MBC 라디오에 출연해요, 거기서 지난주 경제 얘기를 하는데. 매번 '세계 경제가 이번 주는 잘 될 거라고 합니다.' '이번 주는 어려울 거라고들 합니다.' 이런 얘기를 해요.

문제는 잘 된다고 떠든 선수와 어렵다고 떠는 선수가 같다는 겁니다.
너무 민망해서 하루는 헛소리를 했어요. '이번 주에는 어렵다고 합니다. 하지만 청취자 여러분, 이런 일이 한 두 번이 아니잖습니까?' 이렇게요." (홍기빈)

강연자들은 각자가 관심을 가진 분야를 중심으로 한국 사회를 색다르게 바라보았다.

김규항 <고래가 그랬어> 발행인은 어른의 시각으로 아이를 바라보는 것이나 이명박 정부가 생각하는 '옳음'을 국민에게 강요하는 것은 다르지 않다고 얘기했다. 진 전 교수는 새 시대에 맞는 의식을 가지지 못한 한국 사회의 경직성을 비판했다.

우석훈 박사는 골프장을 중심으로, 홍기빈 전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줄빠따'라는 표현으로 한국 경제와 사회 구조를 꼬집었다.

대담을 마무리하면서 사회자가 "딱 하루만 대통령이 된다면?" 하는 질문에도, 대담자들은 예상대로 '기발한' 답을 내놓았다.

"제가 대통령이 된다면 할 일은 딱 하납니다. 바로 사퇴할 겁니다." (홍기빈)

▲ 홍기빈. ⓒ프레시안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큰 이유 중 하나가 한국은행장이 잘못했기 때문입니다. 전 대통령이 되면 저를 한국은행장에 임명하겠습니다." (우석훈)

"실험을 해보죠. 하루 종일 잠만 자도 현직 대통령 누가 있을 때보다 나라가 더 잘 굴러간다는 게 입증될 겁니다." (진중권)

"일단 사퇴를 할 건데요…. 다들 제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해버려서 재미가 없네. 여러분, 나가시는 길에 보면 <고래가 그랬어> 구독 신청을 하실 수 있습니다." (김규항)


아니, 이 양반들이 도대체 네 시간 동안 무슨 얘기를 했는지 궁금하다고? 왜 강연 내용은 하나도 없냐고? 걱정 말라. 내일부터 김규항-진중권-우석훈-홍기빈 순으로 이들의 대담 내용을 차례로 싣는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 기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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