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판사를 스토킹하는 정지민
이젠 판사를 스토킹하는 정지민
[진중권 칼럼] 정지민의 처절한 몸부림
2010.02.01 08:32:00
이젠 판사를 스토킹하는 정지민
1심 판결이 나온 후 정지민이 패닉에 빠진 모양이다. 하긴, 이게 어디 그냥 패소이던가? 판결문은 따로 한 항목을 마련해 왜 정지민을 신뢰할 수 없는지 별도로 적고 있다. 당연히 충격이 컸을 것이다. 그러자 <PD수첩> 물고 늘어지던 정지민, 이제 방향을 바꾸어 애먼 판사를 붙들고 늘어지기 시작했다. 판사에게 보내는 장문의 '공개 질의서'라는 것을 무려 네 차례나 써서 올렸다.

읽다가 번번이 뿜는 바람에 다 읽지는 못 했다. 허접한 내용들이라 일일이 반박할 것은 없고, 거기서 정지민이 핵심이라고 강조하는 부분만 살펴보자. <PD수첩>이 또 다시 아레사 빈슨의 어머니 로빈 빈슨의 인터뷰 발언을 왜곡했다는 대목이다. 과연 그럴까?

정지민의 사법부 스토킹

원문은 다음과 같다.

It's, I mean, it's not like if I said there might have been times when I did say CJD, I must've been speaking in general. Because the variant or the beef, whatever, I'm just speaking in most of the time, it's just CJD. And then I would reference the variant.

정지민은 두 개의 번역을 제시하면서 담당 판사에게 "A와 B 중에서 어느 것이 자의적 번역인지 잘 보시"라고 권고한다. 하나는 정지민의 것이고, 다른 하나는 <PD수첩>의 것이다.

(A) "내가 CJD라고 말한 적은 분명히 여러 번 있었을 거예요. 그때는 일반적으로 CJD 이야기를 한 것이겠죠. 왜냐하면 그 변종, 쇠고기든 뭐든, 내가 대부분 이야기하고자 한 것은 그냥 CJD이니까요. 그 다음에 나는 변종을 언급했지요." (정지민의 번역)

(B) "내가 CJD라고 말했다면, 그것은 분명히 일반적으로 이야기한 것일 거예요. 왜냐하면 변종이든 쇠고기든 뭐든, 나는 대부분 그것을 CJD라고 이야기하니까요. 그리고 그때 내가 지칭하는 것은 변종이에요." (<PD수첩>의 번역)

내가 판사라면, 당연히 자의적 번역은 (A), 즉 정지민씨 당신의 번역이라고 할 것이다. 원문과 번역을 비교해 보면, 정지민이 과연 번역자로서 기본 소양을 갖고 있는지조차 의심하게 만든다. 좀 복잡하지만, 두 번역의 차이는 이것이다.

(A) 아레사 빈슨의 어머니는 'CJD'라는 표현을 일반적으로 CJD를 가리키는 데에 사용했고, 그 다음에 가끔 vCJD를 언급하기도 했다. (정지민)

(B) 아레사 빈슨의 어머니가 'CJD'라고 했다면, 그때 그것은 vCJD를 일반적인 용어로 표현한 것뿐이다 (<PD수첩>)

여기서 정지민이 'in general'이라는 말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보라. 문제가 되는 로빈 빈슨의 발언은 '왜 때때로 variant라는 말을 생략하고 그냥 CJD라 했느냐?'는 물음에 대한 답변이다. 따라서 'in general'이라는 말은, 마치 폐암을 일반적으로 암이라 하듯이, vCJD를 일반 개념인 CJD로 표현했다는 뜻이다. 그게 상식적인 해석이다.

하지만 정지민은 이를 왜곡하여 그 말을 슬쩍 '로빈 빈슨이 CJD라 했을 때는 일반적으로 CJD를 가리킨다'는 뜻으로 둔갑시켜 놓았다. 여기서 그가 얼마나 가소롭게 잔머리를 굴리는지 볼 수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정지민이 잊은 게 있다. 그것은 저 문장 바로 다음에는 이런 얘기가 이어진다는 것이다.

And that if there was a problem with the interview on some variant CJD to CJD, different many articles, many many articles, and the newspaper, and on the radio, on television, where they talk about the variant, the possible variant CJD!

그리고 vCJD나 CJD에 관한 인터뷰에 문제가 있었다면, 다양한 기사들, 수많은 기사들, 신문들, 라디오, 텔레비전을 (보세요). 거기서 사람들이 얘기하는 것은 변종, 즉 vCJD라구요.

여기서 빈슨은 그게 그렇게도 문제가 된다면, 자신의 딸의 사인을 vCJD로 보도했던 수많은 기사들, 신문들, 라디오와 텔레비전을 보라고 말하고 있다. 이렇게 바로 뒤에서 금방 들통 날 거짓말을, 대체 왜 하는 걸까?

정지민의 눈 가리고 아웅

정지민의 번역이 얼마나 엉터리인지 그 문장이 들어 있는 인터뷰의 전체 맥락을 살펴보자. 아레사 어머니의 발언은 '왜 때때로 variant라는 표현을 생략하고 vCJD와 CJD를 혼용했냐'는 물음에 대한 답변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자기가 한 말을 다시 한 번 확인해 준다.

그건 제 딸이 변종 CJD(vCJD)로 의심되었다는 뜻, 아니면 MRI 결과에서 변종 CJD(vCJD)를 의심했다는 뜻 그 둘 중 하나였을 테니까요. 그런데 당신도 알다시피, 그것은 CJD 범주 (카테고리) 아래에도 놓이기도 해요. 범주요. (…)

아울러 로빈 빈슨은 왜 자기가 vCJD를 때로 그냥 CJD라 했는지 이유를 대고 있다. vCJD도 CJD의 범주(category) 아래 들어가기 때문에 그렇게 했다는 것이다. 이는 앞에서 본 '일반적으로(in general) 말했다'는 표현과 같은 의미다. 아울러 로빈 빈슨은 그 말로써 자기가 최종적으로 의미한 것은 (either) 아레사가 vCJD로 의심된다, (or) MRI 결과가 vCJD로 나왔다는 것이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녀는 계속 이렇게 말한다.

나는 왜 그게 문제가 되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요. 왜냐하면 그건 미국의 모든 신문에 보도되었기 때문이지요. 보건 당국에서도 변종 CJD(vCJD)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되었어요. 그래서 나는 이해할 수 없다는 겁니다. 그건 신문에도 나왔어요. 텔레비전으로도 방송되었고요. (…)

자기가 vCJD라고 했다는데, "왜 그게 문제가 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한다. 그 다음에 <PD수첩>이 제대로 번역하고, 정지민이 오역이라고 우기면서 스스로 엉터리로 번역한 그 문장이 나온다. 앞뒤의 맥락에서 이 문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판단해 보라.

It's, I mean, it's not like if I said there might have been times when I did say CJD, I must've been speaking in general. Because the variant or the beef, whatever, I'm just speaking in most of the time, it's just CJD. And then I would reference the variant.

그리고 만약 변종 CJD(vCJD)나 CJD라고 인터뷰한 데에 문제가 있었다면 다른 많은 글에서, 정말 많은 글에서도, 신문, 라디오, 텔레비전에서도 변종, 변종 CJD(vCJD) 가능성을 얘기하고 있어요. (…)

정지민스러운 질문이 계속되자, 로빈 빈슨은 미국의 모든 신문에 그렇게 보도가 됐고, 보건 당국에도 그렇게 보고가 됐다고 말한다. 그게 그렇게 문제가 된다면, 당시에 vCJD의 진단을 보도했던 수많은 기사들, 신문 , 라디오, 텔레비전을 보라는 얘기다.

예, 변종은 거의 같은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도 알다시피 당시에 딸의 장례식을 치른 후였어요. 나는 정말 (죽을 수 있다고) 생각도 못했다고요. 딸이 그래요, 그땐 딸이 죽었을 때에요. 그래요, 제가 변종 CJD(vCJD) 가능성을 얘기했을 거예요. 왜냐하면 우리가 들은 게 그거니까요. (통역 : 의사가 가능성이 있다고 얘기했지요.) MRI 결과 음…. 내 딸이 변종 CJD(vCJD)로 죽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나왔으니까요. 도대체 내가 무슨 말을 하길 바라는 건가요? 내가 무엇을 하길 바라요? 당신이 원하는 게 뭐에요, 난 MRI 결과를 당신에게 얘기했었는데. (…)

여기서 그녀는 자꾸 같은 말 반복하게 하는 인터뷰어에게 도대체 뭘 바라는 거냐고 짜증을 내면서 다시 한 번 자신이 의사에게 들은 진단명은 vCJD였으며, 그 진단은 MRI를 통해 내려졌다고 확인해 준다.

저는 MRI 결과가 내 딸이 쓰러진 이유를 진단했다고 말했어요. 내 딸이 죽어가는 이유가 변종 CJD(vCJD)라 의심된다는 결과가 나왔어요. 그리고 내가 한 말이 바로 그거고요. 그리고 나는 정말 이해할 수가 없어요. 인터뷰에서 내가 들은 걸 말한 건데 텔레비전에서 당신이 본 것과 다르다면 신문은 어떻게 된 거죠? 보건 당국은요? 보건 당국에서도 얘기했는데요. (통역 : 보건 당국에서도 얘기했나요?) 보건 당국에서도 얘기했어요. 보도 자료로 냈고요. 심지어 이 질병이 무엇인지 정확히 설명하기까지 했어요. 그리고 의심된다고 말했어요.

보건 당국에서도 vCJD를 의심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아레사의 어머니는 <PD수첩> 측에 자신의 딸이 (CJD가 아니라) vCJD 의심을 받았음을 반복해서 확인해 주고 있다. 그런데 발언의 당사자가 이렇게 말하는데, 일개 번역자가 아니라고 바득바득 우기고 있으니, 이 얼마나 해괴한 일인가?

▲ <PD수첩>을 물고 늘어지던 정지민, 이제 방향을 바꾸어 애먼 판사를 붙들고 늘어지기 시작했다. 판사에게 보내는 장문의 '공개 질의서'라는 것을 무려 네 차례나 써서 올렸다. ⓒ동아일보

검찰의 미션 임파서블

주목할 만한 것은 그 동안 찰떡궁합을 과시하던 검찰과 정지민이 이 대목에서 서로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적어도 검찰은 아레사의 모친이 자신의 딸이 MRI 결과 vCJD 진단을 받았다고 말했다는 사실만은 인정한다. 다만 그것은 병원과 소송을 벌이는 빈슨 가족의 "일방적 주장"일 뿐이라는 것. 하지만 정지민은 검찰도 인정하는 그 사실마저 부정한다. 아레사 모친은 자신의 딸이 vCJD가 아니라 CJD에 걸렸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입장이 난처해지자, 이제 아예 현실을 외면하기로 한 모양이다. 이 정도면 임상의학적으로 대단히 위험한 상태가 아닌가?

정지민이 정신 줄을 완전히 놓은 반면, 검찰은 아직 현실 감각을 잃지 않았다. 위의 인터뷰는 소송을 벌이는 빈슨 가족의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므로 신빙성이 없다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다. 하지만 이 역시 해괴하기는 마찬가지다. 지금 검찰과 <PD수첩>은 '아레사가 병원에서 받은 진단이 정말로 vCJD였는가'를 놓고 싸우는 게 아니다. 그 문제는 한국이 아니라 미국에서, <PD수첩>과 검찰이 아니라 빈슨 가족과 병원 사이에서 따질 문제다. 관계가 있는 것은 로빈 빈슨이 <PD수첩>에게 말한 진단명이 무엇이었냐는 것. 그것은 위에서 본 것처럼 vCJD였다.

당시에 MRI 결과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은 빈슨 가족 밖에 없었다.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병원 측은 취재진에게 검사 결과를 공식적으로 확인해 주지 않았다. <PD수첩>이 MRI 결과를 직접 전해들은 유일한 사람인 가족의 증언을 취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미국의 언론도 당시에 아레사가 광우병 의심을 받았다고 보도하고 있었다. 그런데 왜 한국의 언론만은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일까?

검찰이 가족의 "일방적 주장"일 뿐이라고 말하는 데에는 다른 뉘앙스가 있을지도 모른다. 즉 빈슨 가족이 소송을 제기한 이후에 입장을 바꾸었을 것이라는 가정이다. 말하자면 <PD수첩>을 만나서 인터뷰할 때에는 CJD라 했다가, 소송을 건 후에는 MRI 진단 결과가 vCJD였다고 말을 바꾸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그것도 가망 없는 것이, 아레사의 어머니는 소송을 제기하기 전부터 자기 딸이 vCJD로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1. 아레사는 MRI를 통해 CJD, 즉 크로이츠펠트 야콥 병의 한 변종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았다.

2. 우리는 국가 기관의 의사로부터 우리가 딸이 CJD, 즉 변종에 걸렸다면, 그것은 매우 희귀한 병이며, 이제까지 세 사람만이 걸린 병이고 우리 딸이 그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들었다.

3. 아레사에게는 신경정신과 의사가 있는데, 그 사람이 바로 우리에게 MRI 결과를 알려준 의사다. 그런데 그 사람이 우리에게 MRI 결과 우리 딸이 vCJD에 걸린 것으로 의심된다고 말해주었다.

4. 하지만 두 사람은 미국 시민이 아니고 우리 딸이 미국에서는 유일한 환자가 될 것이다. 우리는 그게 어떻게, 왜, 어디에서 왔는지 알고 싶다. 우리는 모르고, 그냥 기다릴 예정이다. 그들은 결과를 얻기까지 9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말한다.

5. 사실 나는 어떻게 우리 딸이 광우병의 인간 형태에 감염될 수 있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제까지 세 사람만이 걸린 병", "미국에서는 유일한 환자", 그 밖에도 위에 인용하지는 않았지만 "우리 딸은 소떼가 많은 곳으로 가 본 적도 없는데…" 등과 같은 표현 역시 아레사의 어머니가 처음부터 자신의 딸이 vCJD 의심을 받는다고 말해왔음을 보여준다. 그것은 물론 그녀가 <PD수첩> 측에도 그렇게 말했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따라서 <PD수첩>이 아레사의 어머니에게 CJD라 듣고서도 고의로 병명을 vCJD로 왜곡했다는 검찰과 정지민의 주장은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할 수 있다.

아니, 그 이전에 상식적으로 아레사가 인간광우병 진단을 받은 게 아니라면, <PD수첩> 측에서 굳이 미국으로 찾아갈 필요가 있었겠는가? <PD수첩>의 요청을 받아 처음 로빈 빈슨을 접촉했던 국제시사다큐멘터리 'W'의 해외리서처도 그녀가 처음부터 아레사의 병명을 vCJD로 밝혔다고 증언하고 있다.

문 : 증인이 4월 15일에 한 국제 전화가 <PD수첩>팀의 로빈 빈슨과의 첫 접촉이었지요?
답 : 예. 그렇게 기억합니다.
문 : 로빈 빈슨에게 전화를 할 당시 김보슬 PD가 어떤 내용으로 통화해 달라고 부탁했나요?
답 : 다른 언론에서 보도된 광우병 진단을 받고 여성이 사망했다는 내용이 사실인지 여부를 확인해주고 이에 대해서 몇 가지 질문을 한 후에 그 내용이 맞다면 취재 협조를 얻어 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문 : 첫 통화 내용은 어떤 것이었나요?
답 : 로빈 빈슨의 전화번호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전화번호를 찾아서 연락했을 때 공교롭게 그 다음 날이 장례식이어서 격앙된 상태였습니다. 당신 따님이 'mad cow disease'에 걸려서 사망했다고 보도되었는데 사실이냐고 물었더니 맞다, 그렇게 진단을 받고 사망한 것이 맞다고 했습니다. 그 외 다른 의심되는 사항은 없는지에 대해서도 물어보았고 이 사인으로 진단을 받았고 다른 사인에 대해서 의심이 가는 것은 없다는 말을 했습니다. 다음 날 장례식 장면에 대한 촬영 협조를 받고 현지 미국인 프로듀서를 섭외해서 바로 급파했기 때문에 소상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문 : 김보슬 PD의 질문 중에는 위 절제 수술 후유증을 비롯한 다른 원인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에 대한 질문도 있었지요?
답 : 증인이 기억하기에 다른 사인에 대한 문제 중에 위 절제 수술에 대한 질문도 한 것으로 기억하고 여러 가지 제반 사항에 대해서 가기 전까지 세밀하게 자세하게 조사해 달라고 부탁해서 그런 질문도 한 것 같습니다.
문 : 로빈 빈슨의 답변은 무엇이었나요?
답 : 진단받은 사인은 광우병이라고 말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문 : 증인은 아레사 빈슨 어머니와의 통화에서 MRI 결과에 대해서도 물어보았지요?
답 : MRI 판독 결과에 대해서도 물어보았는데 어머니는 MRI 판독 결과 vCJD로 들었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즉 다른 사인에 대한 질문도 했지만 로빈 빈슨의 대답은 한결 같았다는 것이다. 요약하면, 로빈 빈슨은 취재 전에도, 취재 중에도, 취재 후에도 일관되게 자기 딸이 MRI 결과 vCJD로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진술하고 있다. 따라서 로빈 빈슨이 <PD수첩>에 아레사가 vCJD가 아니라 CJD에 걸렸다고 말했다는 정지민의 주장은 순도 100퍼센트의 판타지다. 황당한 것은 검찰이 <PD수첩>을 기소하는 거의 유일한 근거가 바로 이 애송이 번역자의 판타지 소설이었다는 사실이다. 완전 초현실주의 부조리극이다.

정지민이 가진 근거는 무엇인가

정지민은 무슨 근거로 로빈 빈슨이 MRI 결과를 CJD라 말했다고 주장하는가? 단적으로 말하면, 아무 근거가 없다. 여기서 판결문을 보자.

"정지민이 번역한 위 인터뷰 테이프에는 로빈 빈슨이 아레사 빈슨의 MRI 진단 결과에 대하여 '광우병과 흡사한 질병'이라고 설명을 들었다는 부분이 나올 뿐 CJD나 vCJD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고, 아레사 빈슨이 MRI 진단 결과 CJD 진단을 받았다는 내용을 찾아 볼 수 없다."

정지민이 번역한 테이프에는 (1) 아레사 빈슨이 MRI 결과 CJD 진단을 받았다는 내용이 없다. (2) CJD나 vCJD에 대한 언급도 없다. 들어 있는 것은 그저 (3) MRI 진단 결과 '광우병과 흡사한 질병'이라는 설명을 들었다는 부분뿐이다. 한 마디로, MRI 진단이 CJD라고 주장할 근거가 전혀 없다는 얘기다.

더욱이 정지민이 번역한 그 테이프는 외려 MRI 결과와 관련하여 광우병을 언급하고 있다. 그런데 정지민은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MRI 결과가 원래 CJD였으며, 그것을 <PD수첩>이 왜곡한 것이라고 바득바득 우기는 것일까?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것은 외려 정지민이 오역을 했다는 것이었다. 이 사실이 드러나자, 그는 정관사와 부정관사는 다르다며, 'a variant of CJD'는 vCJD가 아니라고 우긴다. 물론 이 억지는 법정에서 통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vCJD를 'a variant of CJD'라 표기하는 어법은 미국 농무부와 미국 질병관리센터와 같은 공공 기관의 관보에서도 발견되고, 2008년 <Protheome Science>라는 학술지에도 등장하며, 사건 당시 미국의 언론의 보도에서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CJD의 다른 형태들(i, f, s)을 'a variant of CJD'라 병기하는 어법은 찾아볼 수가 없다.

자신이 오역을 했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었던지 정지민은 <성문기초영문법>을 펼쳐 관사 부분을 읽어댄다. 하지만 정관사/부정관사의 구별도 그녀를 구원해 줄 것 같지는 않다. 왜냐하면 로빈 빈슨은 인간광우병을 가리키는 데에 정관사, 부정관사 구별 없이, 때로는 아예 관사도 없이 variant라는 말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Well, let me hear that, too. It was, it was either, my daughter was suspected of variant CJD or that's, that's what the MRI result suggested that it was the variant CJD.

It has been reported through the Health Department, possible variant CJD. So I mean, I can't understand that. It's in print! It's on television!

The MRI results had… um… shown that my daughter possibly died of a variant CJD.

I told you that the MRI result suspected my daughter of downfall. It, they suspected that my daughter was dying from the variant CJD, and I said that.


variant CJD=a variant CJD=(a variant of CJD)=the variant CJD. 로빈 빈슨은 vCJD를 정관사, 부정관사, 무관사로 자유로이 번갈아가며 사용하고 있다. 이 모든 용례는 로빈 빈슨이 variant를 그저 '종류(kind)'나 '유형(type)'과 같은 텅 빈 의미로 사용한 게 아니라, 일반 CJD와는 임상적 증상이 뚜렷이 구별되는 것, 즉 '변종(variant)'이라는 의미로 사용했음을 보여 준다. 그러니 정관사와 부정관사의 차이에 관한 기초 영문법 강의는 같이 관광버스에 타신 그 분들 상대로 늘어놓는 게 좋겠다.

백 번을 양보하여 'a variant of CJD'가 그냥 'CJD의 한 유형'이라 하자. 그때에도 CJD의 '한 유형'이란 구체적으로 i도 아니고, s도 아니고, f도 아니고, 바로 vCJD일 수밖에 없다. 로빈 빈슨이 언급한 CJD의 유형은 그것뿐이기 때문이다. 취재 전, 취재 중, 취재 후의 전 시기를 거쳐 로빈 빈슨은 자신의 딸이 MRI 결과 vCJD로 의심 받았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빈슨 가족이 법정에 제출한 소장에도 역시 아레사 빈슨이 병원에서 vCJD 진단을 받았다고 적혀 있다. 결국 로빈 빈슨이 말한 CJD가 vCJD가 아니었다는 정지민의 억지를 뒷받침해주는 근거는 하나도 없다.

정지민과 인지부조화

법정에서 정지민의 주장은 허위로 입증됐다. 거기서 그는 여러 차례 진술을 번복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정지민이 그 동안 어떤 식으로 거짓말을 해왔는지 생생하게 보여주는 실례가 있다. 얼마 전 정지민은 자신의 카페에 이런 내용의 글을 올렸다고 한다.

"내가 사태 초반에, 즉 방송 내용도 보기 전에, 로빈 빈슨이 (딸의 사인이 어느 것인지 몰라 혼동했으며, CJD뿐 아니라) vCJD를 의심했다는 취지로 쓴 글을 갖고, 진중권 씨는 MRI 결과란 말을 쏙 빼고, 마치 내가 vCJD 이야기가 전혀 없었다고 주장해온 것처럼 사태를 왜곡하고 있다."

내가 왜곡했다고 그가 주장하는 그 글은, 사건 초기에 그가 <PD수첩> 시청자 게시판에 올린 글을 말한다. 무슨 내용인지 보기 위해 원문을 그대로 인용하겠다.

"vCJD니 CJD이니 (…) 이것도 전 <PD수첩>팀의 해명은 정당하다고 봐요. 죽은 여자분 어머니가 계속 혼동해서 말하면서도 결국 인간광우병으로 의심하고 있었고요." (2008년 6월 25일)

현재 정지민이 하는 얘기와 얼마나 다른가? 나는 이를 정지민이 애초의 주장을 180도로 뒤집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누구나 알다시피, 현재 정지민은 로빈 빈슨이 말한 CJD는 vCJD가 아니며, <PD수첩>에게 밝힌 진단명 역시 vCJD가 아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지민은 자신은 결코 입장을 번복한 적이 없다고 잡아뗀다. 과연 그럴까? 위의 발언에 대한 두 가지 해석을 비교해 보자.

(A) 로빈 빈슨은 vCJD와 CJD를 혼용했으나, 결국 딸의 사인을 인간광우병으로 의심했다.
(B) 로빈 빈슨은 딸의 사인이 뭔지 몰라 혼동했으며, CJD뿐 아니라 인간광우병도 의심했다.


(A)는 나의 해석이고, (B)는 정지민의 해석이다. 그런데 정지민이 한 가지 잊은 게 있다. 자기가 그 얘기를 할 때, "전 <PD수첩> 팀의 해명은 정당하다고 봐요"라고 썼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당시에 정지민이 "정당하다"고 했던 "<PD수첩>팀의 해명"이란 뭘까? 그것은 정지민 자신이 쓴 대로 "CJD니 vCD이니…."하는 논란에 대한 해명, 즉 CJD라는 말을 vCJD로 자막 처리한 것에 대한 해명을 말한다. 당시의 기사를 보자.

아레사의 사인에 대해서도 제작진은 인터뷰 맥락상 어머니가 vCJD를 언급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취재 원본에 '내가 말한 것은 모두 vCJD'라는 어머니의 코멘트가 들어 있다는 것이다.

즉 <PD수첩>의 해명은, '로빈 빈슨이 CJD와 vCJD를 혼용했지만, 그것은 맥락상 vCJD를 가리킨다'는 것이다. 그것은 정확히 위의 해석 (A)와 일치한다. 거기에 대해 정지민은 <PD수첩> 시청자 게시판에 이렇게 썼었다. "CJD니 vCJD이니 (…) 이것도 전 <PD수첩>팀의 해명은 정당하다고 봐요." 그런데 그 글을 찾아 제시하자 이제 와서 자기가 (B)를 의미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억지대로 그 말로써 (B)를 의미한 것이라면, "<PD수첩> 팀의 해명이 정당하다"고 말한 까닭은 무엇인가? 차라리 눈 가리고 아웅을 해라. 이게 그 동안 정지민이 해온 방식이다.

또 다른 왜곡이 있다. 다음 두 주장을 비교해 보라. 두 입장 모두 확진이 내려진 것은 아니므로, 다른 진단이 내려질 가능성은 인정한다. 그러면서도 두 입장은 아레사가 빈슨이 MRI 결과로 통보 받았다고 로빈 빈슨이 주장하는 병명에 대해서는 견해가 갈린다.

(A) 아레사 빈슨이 전한 MRI 진단결과는 vCJD다.
(B) 아레사 빈슨이 전한 MRI 진단 결과는 CJD다.


(A)는 <PD수첩>의 입장이고, (B)는 정지민의 입장이다. <PD수첩>은 로빈 빈슨이 MRI 결과를 vCJD로 통보 받았다고 주장하고, 정지민은 그녀가 CJD로 통보 받았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PD수첩>이 그것을 vCJD로 옮긴 것은 의도적 왜곡이라는 것이다. 다시 원문을 보자. 정지민은 이렇게 썼었다.

"죽은 여자분 어머니가 계속 혼동해서 말하면서도 결국 인간 광우병으로 의심하고 있었고요."

로빈 빈슨이 혼동을 하면서도 "결국 인간광우병을 의심하고 있었"다고 했던 사람이, 이제 와서는 (자기가 쓰지도 않은 말을 괄호까지 쳐서 첨가해가며) 그게 vCJD보다는 CJD를 의심했다는 뜻이었다고 우긴다. 논리학에서 'A≠~A'를 모순율이라 부른다. 즉 A는 A가 아닌 것과 같을 수 없다는 얘기다. 이 규칙을 부정하게 되면, 아예 소통이 불가능해진다. 정지민은 논리를 초월한 선(禪)의 경지에 올랐다.

"결국 인간 광우병으로 의심하고 있었"다는 말은 법정에서 밝혀진 다른 정황과도 일치한다. 정지민이 번역한 인터뷰 테이프에는 MRI 결과 CJD 진단을 받았다는 내용은 없고, 그저 "광우병과 흡사한 질병"이라는 설명을 들었다는 얘기만 나오기 때문이다.

"정지민이 번역한 위 인터뷰 테이프에는 로빈 빈슨이 아레사 빈슨의 MRI 진단 결과에 대하여 '광우병과 흡사한 질병'이라고 설명을 들었다는 부분이 나올 뿐 CJD나 vCJD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고, 아레사 빈슨이 MRI 진단 결과 CJD 진단을 받았다는 내용을 찾아 볼 수 없다."

따라서 <PD수첩> 게시판에 글을 올릴 때만 해도, 정지민은 로빈 빈슨이 vCJD와 CJD를 혼동했지만 실제로는 인간광우병을 의심하고 있었다는 "<PD수첩>팀의 해명은 정당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언론과 검찰, 그리고 "전문가"라는 사람과 코드를 맞추어 가학적 판타지를 전개하는 가운데에 최초의 입장과는 180도 달라진 얘기를 하게 된 것이다. 재판부에서 따로 정지민을 신뢰할 없다고 말하기 위해 판결문에 따로 한 항목을 마련한 것은 괜한 일이 아니다.

궁지에 몰리자 정지민은 아예 현실을 무시하기로 한 모양이다. 객관적 현실과 주관적 믿음이 충돌하면, 자신의 믿음을 고칠 일이다. 하지만 정지민은 그 어떤 객관적 증거를 들이대도 자신의 그릇된 주장을 수정하려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수정해야 할 것은 현실. 그리하여 그는 개별 문장들을 전체 맥락에서 뚝 떼어내어, 같지도 않은 허접한 영문법 실력으로 이리저리 오역을 하는 식으로 객관적 사실을 수정하려 한다. 그런 것을 역사학에서는 '수정주의'라 부른다. 그가 <PD수첩> 게시판에 올린 글을 다시 인용한다.

"vCJD니 CJD이니 (…) 이것도 전 <PD수첩>팀의 해명은 정당하다고 봐요. 죽은 여자분 어머니가 계속 혼동해서 말하면서도 결국 인간 광우병으로 의심하고 있었고요."

제 모순을 지적당하자, 그는 내가 할부 비행기를 타고 다닌다며 횡설수설하더니 갑자기 나보고 "비열한" 사람이라며 인신공격을 퍼붓는다. 사실을 말하자면, 비행기는 일시불로 샀고, 진중권은 비열하지 않고, 정지민이 너절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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