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훈 "강남 뺀 서울 전체가 '슬럼'으로 전락한다"
[토론회] 이택광 "주거 문제, 우파가 해결해야 한다"
2010.05.06 10:46:00
우석훈 "강남 뺀 서울 전체가 '슬럼'으로 전락한다"
대학생 A씨는 텐트에서 노숙을 하면서 잠을 해결한다. 하루는 학교, 또 하루는 한강 공원 등에서 텐트를 펼친다. 이유는 돈이 없어서다. 지방에서 서울로 상경한 A씨는 한 달에 아르바이트로 40만 원을 번다. 밥값, 차비, 담뱃값을 제하면 남는 돈이 없다. 고시원에서 사는 것도 고민해봤지만 아무리 싼 곳이라도 한 달에 10만 원이 넘는다. 그에겐 언감생심.

7년째 서울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 B씨. 그는 학교 식당이 문을 닫는 주말이 싫다. 학교 식당 밥값의 두 배나 달하는 일반 식당 밥을 먹을 순 없기 때문이다. 주말에는 슈퍼마켓에서 산 과자 등으로 끼니를 때우기 일쑤다. 싼 집을 구해 다니다 얻은 게 옥탑 방. 겨울에는 번번이 얼음장 바닥에서 자기 일쑤다. 그에겐 집이 '집'이 아니다.

고시원과 반 지하, 옥탑방에서 거주하는 20대의 이야기를 다룬 독립 다큐멘터리 <방 있어요>와 <자기만의 방>의 등장인물 이야기다. 다소 극단적인 상황처럼 보이지만 자립해서 자취하는 20대는 한 번쯤 이런 경험을 해봤다. 5일 서울 홍대역 4번 출구 '두리반'에서는 진보신당 주최로 20대의 주거 문제를 고민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 서울 안암동 고려대학교 후문에서 학생들이 하숙집 광고가 붙은 게시판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시장 논리가 아닌 다른 가치 체계를 생각해야 한다"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대학생은 모두 하루를 살아가는 게 버겁다. 학업에 치여, 아르바이트에 치여, 생활고에 치여 하루를 버티는 게 전부다. 사회가 바뀌어 자신에게도 혜택이 돌아오길 바라지만 그것은 요원한 일. 그렇다고 자신들이 직접 나서서 목소리를 내는 것도 힘들다. 왜 그럴까.

패널로 참석한 이택광 경희대학교 교수(영문학)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답했다.

"1997년 금융 위기 이전까지는 유럽식 자유주의와 미국식 자유주의가 서로 경쟁을 했다. 하지만 1997년 이후 미국식이, 신자유주의가 완전히 장악했다. 생활 방식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특히 자기 계발 담론이 유포되면서 이러한 이론은 더욱 공고히 됐다. 미국식 자본주의는 사회와 시장을 구분하지 않는다.

유럽식은 시장에서 얻어지는 스트레스를 사회가 해소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동체와 복지사회를 생각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시장을 옹호하면서 시장을 통제하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미국식은 그런 게 없다. 대립하는 게 아니라 시장의 논리를 사회에 적용하는 시스템이다. 담론이 들어오고 한국이 이것을 다 빨아들였다. 이것은 도시 개발과 결합했다. 꿈이 이뤄지는 시대가 된 셈이다.

결국 사람들은 이것을 따라서 나를 상품으로 내놓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나를 시장 논리로 재단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것은 자신을 괴롭힌다. 20대들이 힘든 이유다. 결국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급진화를 해야 한다. 나는 이렇게 안 살아도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시장 논리가 아닌 다른 가치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안 된다면 이데올로기 투쟁밖에 없다."


"방어선을 치지 않으면 다 빼앗아 간다"

<88만 원 세대>(레디앙 펴냄)의 저자 우석훈 박사(경제학)도 동의했다. 그는 "방어선을 치지 않으면 다 빼앗아 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 박사는 "집은 많이 지어졌지만 20대를 위한 집은 없다"며 "결국 얼마 안 있어 강남 등을 제외하고는 모두 슬럼으로 바뀔 것"이라고 예견했다.

우석훈 박사는 "결국 중대형 아파트처럼 쓸데없는 집은 많이 지어지고 사회적 집은 짓지 않는 게 현실"이라며 "이런 식으로 하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걸 보여주는 행동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그는 유럽에서 벌어지는 빈 집을 무단 점유하고 사는 방식 등을 제시했다.

이택광 교수는 "주거 문제는 사실 좌파가 아닌 우파가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방이 가진 개념은 누구나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게 근대 국가의 이념"이라며 "이런 방이 없어 괴로운 사람들이 만약 집을 가진 자의 마당에 자고 있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택광 교수는 "공공적인 투자를 하지 않을 경우 이런 일이 생기지 말라는 법은 없다"면서 "공공재를 나눠주고 주거 환경을 만들어 준다면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 우석훈 박사가 20대 주거 문제에 관해 발언을 하고 있다. ⓒ프레시안(허환주)

"학교는 흑자 기업이지만 기숙사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스웨덴 스톡홀름을 예로 들어 주택의 공공성 강화를 설명했다. 노회찬 대표는 "스톡홀름은 2차 세계 대전 이후 시에서 지속적으로 부동산을 매입했다"며 "지금은 시가 전체 부동산과 주택의 50퍼센트를 소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회찬 대표는 "그렇기에 주택 가격의 변동은 대단히 적다"며 "시가 시민들에게 장기로 주택을 임대해주기에 주택을 소유할 필요는 없으면서도 안락하게 거주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회찬 대표는 "서울시도 부동산을 50퍼센트 소유했다면 개인이 가진 주택의 가격이 오를리 없다"고 덧붙였다.

노회찬 대표는 "집 문제는 높은 주택 가격의 문제"라며 "가격을 내리는 다양한 방법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노회찬 대표는 특히 "20대 주거 문제는 가격도 근본적인 문제이지만 학교에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노회찬 대표는 "학교가 책임져야 할 것을 책임지지 않고 있다"며 "학교는 흑자 기업임에도 상품 가격(등록금)을 인상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기숙사 같은 것에 투자는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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