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지 않는 강
[이 많은 작가들은 왜 강으로 갔을까?]<10> 다시 MB에게
2011.04.03 14:10:00
흐르지 않는 강
ⓒ이상엽

아, 당신이 내 몸속 구부러진 혈관들도
바르게 펴서 일렬로 세워주면 좋겠다

헐은 위장에도 콘크리트 벽을 세워
쓰린 역류를 막아주면 좋겠고

췌장 바닥까지 포클레인을 넣어
오래된 결석들을 준설해주면 좋겠다

당신은 그것이 가능하고
그것이 미래이며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이상한 종족
세상의 모든 것을 도구와 화폐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보라, 그 무지와 폭력으로
지금 수천만 개의 촉촉한 눈동자들이
지금 수억만 개의 부드러운 지혜들이
지금 수조억 만개의 새로운 체험들이 내동이쳐지고 있다

보라, 당신이 지금
우리 모두의 숨겨진 배후를 짓밟고
우리의 처음을 훼손하고 현재를 부정하고
우리의 미래를 도륙하고 있다

당신은 배후가 없어진 우리들에게서
그림자마저 떼어갈 시대의 악한

명심하라
오늘도 뜨고 지는 저 태양의 빛나는 경고를
저 달의 차디찬 직시를
저 강에 번뜩이는 댓잎 지느러미들의 날카로운 화살촉을
발가벗겨진 대지의 분노를

똑바로 보아라
이 대지의 수많은 연관과
연대의 깊은 뿌리들이 얽혀
곧 당신의 해괴한 전모를 이 땅에 드러내고 말 것이니
4대강이 곧 당신의 수장처가 되고 말리니
그러고도 이 역사의 강 생명의 강은
오래도록 말없이 흐르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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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강을 기억하다>(성남훈 외 지음, 이미지프레시안 기획, 아카이브 펴냄).ⓒArchive

그들은 왜 강으로 갔을까. 강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파괴'의 현장에서, 그들은 무엇을 보고 무엇을 기록했을까.

이제는 막바지로 치달은 4대강 사업에 관한 세 권의 책이 출간됐다. 고은 외 99명이 쓴 시집 <꿈속에서도 물소리 아프지 마라>(한국작가회의저항의글쓰기실천위원회 엮음, 이하 아카이브 펴냄), 강은교 외 28명의 산문집 <강은 오늘 불면이다>(한국작가회의저항의글쓰기실천위원회 엮음), 성남훈 외 9명이 참여한 <사진, 강을 기억하다>(이미지프레시안 기획)가 그것들이다.

저자와 출판사의 동의를 얻어 문인들과 사진가들이 기록한 '강의 오늘'을 <프레시안> 지면에 소개한다. 오늘도 포클레인의 삽날에 신음하는 '불면의 강'의 이야기는 한 달여 동안 독자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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