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힘', 수도권에선 왜 안먹혔나?
[분석] 텃밭 강남서도 신승, 박근혜 숙제는…
2012.04.12 02:43:00
박근혜의 '힘', 수도권에선 왜 안먹혔나?
'정권 심판론' 대 '거대 야당 견제론'. 결과는 예상을 뒤엎는 새누리당의 아찔한 승리였다. 중앙선관위 디도스(DDoS) 공격,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 형님 비리와 측근 비리, 민간인 불법 사찰 등 셀 수 없는 '악재'가 줄줄이 터진 올해 초만 해도 새누리당은 100석조차 바라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당 일각에선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때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그러나 결과는 1당은 물론 과반 의석 '재탈환'이었다.

이에 비해 수도권 성적표는 비교적 저조했다. 전체 300석 중 112석이 걸린 수도권에서 새누리당이 얻은 의석은 43석. 민심의 '바로미터'로 48석이 걸려 있는 서울에선 16석을 얻었다. "수도권서 40석만 얻어도 선전"이라던 당초의 기대보단 높게 나왔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후 뉴타운 열풍으로 이른바 '타운돌이'들이 서울만 40석을 휩쓸었던 기억은 4년 만에 '추억'이 됐다.

박근혜 위원장의 대선 가도는 이번 총선 승리로 다시 탄력을 받게 됐지만, 수도권 앞에선 '일시 정지' 상태가 된 셈이다.

▲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19대 총선을 통해 '선거의 여왕'이란 명성을 재확인했지만, 수도권 공략이란 숙제가 남았다. ⓒ프레시안(최형락)

수도권에선 힘 못쓰는 '박근혜 개인기'

새누리당의 이번 총선은 '박근혜의, 박근혜에 의한, 박근혜를 위한' 철저한 '박근혜 원톱 체제'를 방불케 했다. 지난 연말 '아사' 상태였던 당의 구원투수로 떠올라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며 당권을 장악했고, 공천 정국은 물론 선거전 역시 박근혜 위원장의 '독무대'나 다름없었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혼자 싸우지만, 민주당은 대선주자들부터 외곽 유명인사까지 군단이 움직인다"던 민주당의 '자랑'은, 바꿔 말하면 야권의 '대군단'이 박근혜 1인조차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번 총선은 '박근혜의 힘'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킨 선거임과 동시에, 박 위원장의 '대선 확장성'에 또 한 번 물음표가 붙게 된 선거이기도 했다. 수도권의 성적이 만족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수도권에서의 '취약점'을 의식한 듯, 박 위원장은 13일간의 공식 선거운동 기간 동안 절반이 넘는 8일을 서울과 수도권 일대를 훑으며 승부수를 띄웠다. 그러나 '박근혜 개인기'는 유독 수도권에선 먹히지 않았다.

정권 심판론, '수도권에서만' 먹혔다…'강남벨트'도 균열 조짐

사실 새누리당의 수도권 패배는 일정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근혜 위원장은 4년 만에 후보 지원에 나서 언론의 대대적인 조명을 받았지만, 결국 7.2%포인트 차이로 참패해 '선거의 여왕' 자존심에 흠집이 났다.

이번 선거도 마찬가지였다. 친노 공천 논란, 한미FTA와 제주 해군기지 '말 바꾸기' 논란, 김용민 막말 논란 등으로 민주당이 우왕좌왕하고 있을 때에도, 새누리당은 비교적 노련하게 전세를 역전시켰지만 유독 수도권에선 '정권 심판론'이 먹혀들었다.

그만큼 수도권은 전통적으로 '바람'이 강하게 작용하는 곳이다. 17대 총선 당시 '탄핵 역풍'과 18대 총선의 '노무현 정권 심판론'이 이를 증명한다. 농촌 지역에 비해 연고주의에서 자유롭고, 젊은 유권자와 고학력자가 비교적 많다는 것도 그 요인이다.

새누리당의 확실한 '텃밭'이었던 강남벨트마저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가까스로 강남벨트 7석 모두를 거머쥐었지만, 송파을의 천정배 후보(민주통합당)가 새누리당 유일호 후보를 턱밑까지 추격하며 엎치락 뒤치락하는 등 아찔한 장면이 연출됐다. 강남을의 정동영 후보 역시 패배했지만, 그간 강남 지역 민주당 후보들의 '완패'에 비하면 선전했다는 평가다.

박근혜, 수도권 잡지 않으면 '대선 승리'도 없다

역사적으로 수도권은 전체 선거판을 좌우할 바로미터로 통한다. 전체 지역구의 45.5%, 112석이 걸린 수도권에 전체 총선의 승패는 물론 8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의 향방까지도 걸려 있는 것.

실제 지난 17대 총선에선 열린우리당이 수도권 109석 가운데 69.7%인 76석을 얻어 1당으로 등극했고, 18개 총선에선 한나라당이 '뉴타운 바람'의 기세를 몰아 수도권 111석 가운데 72.9%인 81석을 얻으면서 1당에 올랐다. 새누리당은 이번 수도권의 패배를 텃밭 영남과 충청·강원권의 '싹쓸이'로 만회했지만, 수도권 표심을 잡지 않고선 대선 승리 역시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특히 역대 대선에서 수도권이 막판 승부처가 됐다는 점에서 박 위원장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 정당사에서 수도권을 잡지 않고 집권을 했던 정당은 찾기 힘들다. 노무현,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 역시 수도권의 압도적 지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영호남의 팽팽한 지역주의 탓에, 수도권이 선거의 최종 승패를 좌우할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해온 것.

수도권을 공략하지 않는 이상 박근혜 위원장 역시 '영남 대통령'으로 남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총선에서 또 한번의 '재신임'을 얻은 박근혜. 대선을 앞둔 그의 마지막 '고지'가 수도권에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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