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신동, 패션과 관광산업 메카 가능성
[김경민의 도시이야기]<15> 무한 변신 잠재력 살려야
창신동, 패션과 관광산업 메카 가능성
서울 종로 창신동 꼭대기에 있는 낙산공원은 최근 주목받는 드라마 촬영 장소다. 동숭동이나 동대문 방향에서 서울 성곽 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나오는 이 나지막한 언덕 위 공원은, 서울 강북의 동서남북 모든 방향을 시원하게 바라볼 수 있는 훌륭한 조망을 가진 장소다.

창신동은 봉제 공장의 밀집지다. 1970~80년대 서울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는 물리적 특징이 있다. 그러다 보니, 과거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 촬영 장소로 창신동은 자주 등장한다. <건축한 개론>이 한 가까운 예다. 영화 속 배경은 정릉이지만, 실제 촬영은 창신동에서 이루어졌다.

▲ 드라마 찰영 장소로 애용되는 낙산공원. ⓒ김경민
▲ 영화 <건축학개론>의 한 장면. ⓒ명필름

창신동의 남쪽, 창신시장 부근에는 아직 한옥들이 많이 남아 있다. 낡고 허름한 한옥도 있고, 깔끔하게 개축해 외국인을 위한 '게스트 하우스(방문자 숙소)'로 사용하는 곳도 있다.

북촌의 현재 모습을 만든 사람들은, 북촌이라는 독특한 환경에 주목한 '외부인'들이었다. 이들은 북촌 한옥과 주변 공간에 매료되었고, 북촌에서 작업하는 것이 이들에게 필요한 창의성을 키우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았다.

북촌과 마찬가지로, 창신동 주변 환경도 매우 독특하다. 낙산공원, 서울 성곽 길, 꾸불꾸불하고 높디높은 골목, 오래된 한옥들, 그리고 인근 이화동의 1950년대 지어진 대한영단주택 건물들.

▲ 창신동의 남쪽, 창신시장 부근에는 아직 한옥들이 많이 남아 있다. ⓒ김경민
▲ 창신동 주변 환경은 매우 독특하다. 낙산공원, 서울 성곽 길, 꾸불꾸불하고 높디높은 골목, 오래된 한옥들, 그리고 인근 이화동의 1950년대 지어진 대한영단주택 건물들. ⓒ김경민

김경민의 도시 이야기
<1> 서울, '200년 역사' 상하이보다 못하다…왜?
<2> 휘청휘청 용산 개발, '티엔즈팡'만 미리 알았어도…
<3> 서울 최고의 한옥 지구, 역사 속으로 사라지나
<4> 서울 최고의 한옥 지구 만든 그는 왜 잊혔나
<5> 당신이 몰랐던 피맛골, 아직 살아 있다
<6> 박정희 시대 요정 정치 산실, 꼭 헐어야 했나
<7> MB·오세훈 '뉴타운 광풍'과는 다른 '낙원삘딍' 탄생사
<8> 음악인들의 성지, 기어이 밀어버려야겠나
<9> 동대문, 세계적 패션 도시 뉴욕·밀라노처럼 되려면?
<10> 봉제 공장 외면한 '甲' 동대문, 나홀로 생존 가능할까?
<11> 창신숭의 뉴타운 해제, "동대문 패션 타운 몰락할 뻔"
<12> 동대문에선 왜 자라·유니클로가 탄생 못하나
<13> 5000억 들어간 '오세훈 졸작', 동대문 디자인플라자
<14> 오세훈의 전시행정이 낳은 비극,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이화동의 '변신'

창신동을 처음 마주할 때 드는 느낌은 산뜻함, 깔끔함과는 거리가 멀다.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도저히 변화 가능성이 없는 지역으로 느끼기도 할 테다. 하지만 창신동보다 더욱 노후한 창신동 바로 옆, 이화동의 변신에서 변화의 징조를 볼 수 있다.

아래 자료 사진에서 볼 수 있듯, 이화동에 있는 건물들의 상태는 창신동보다 더 심각하다. 창신동은 최소한 봉제 공장으로 사용 중이라, 건물 외관이 아주 깔끔하거나 세련되지는 않아도 제대로 유지·관리되고는 있다. 하지만 이화동 건물 가운데 몇몇은 폐허 일보 직전이다.

▲이화동에 있는 폐허 직전의 한 건물. ⓒ김경민

그럼에도 이화동 주택들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은, 그 역사성과 건축적 특이함 때문이다. 이화동 일대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의 전신인 대한영단주택이 1950년대 대단지로 개발한 도시 구조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 독특함을 무기로 인근 건물들이 서서히 변화하는 중이다. 한 건물은 곧 갤러리로 바뀔 예정이며, 이런 변화에 발맞춰 문화 예술인들이 작업 공간을 찾아 이 지역으로 들어오고 있다. 아쉬운 점은, 변화의 가능성이 싹트는 이곳도, 재개발로 묶여 있다는 것이다.

▲ 왼쪽 사진은 벽화로 새 단장한 이화동의 한 건물. 위 사진의 폐허 직전 건물과 같은 구조다. 벽화 골목 중간에 위치해 있다. 오른쪽 사진은 벽화골목 맨 아래에 있다. ⓒ김경민

이화동의 주택 단지, 구로공단의 '창고카페', 성수동의 '대림창고'는 한옥이 아닌 근현대 건물이 원형을 간직한 상태에서 새 기능을 만남으로써 '소생'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상하이 티엔즈팡에서 볼 수 있었던 변신 가능성이 이제 서울에서도 자라나고 있음을 예시하는 것이다.(☞티엔즈팡 관련 기사 보기)

창신동, 무한 가능성의 공간

창신동 소재 건물들은 다른 지역에 비해 시선을 끌 만한 구조적 차별성이 크지 않은 터라, 변화가 느릴 수도 있다. 하지만 창신동에서도 변화의 기운은 감지된다. 젊은 예술가와 사회적 기업이 창신동을 기반으로 사회적 가치를 향상하고자 노력하면서, 기존 공간을 창조적으로 변형하여 사용하는 중이다.

창신동이 가진 가장 중요한 잠재력은 이곳이 동대문 패션 타운의 '생산 기지'란 점에서 나온다. 세계적 디자이너 중 재단사 출신이 많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 고급 제조 인력 양성은 창신동이 단순한 봉제공장 집합소가 아닌, 패션 디스플레이 장소로 성장하는 데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창신동에서 완성된 의류를 직접 보고 입을 수 있는 공간이 존재한다면, 지역 기반 패션 산업과 관광 산업의 성장을 일굴 수 있다. 예를 들어 외부 관광객이 창신동의 고급 재단사를 방문하여 치수를 잰 후 다음날 바로 만든 옷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한다면, 패션 산업과 관광산업 활성화에 일조할 수 있을 것이다.

창신동은 봉제 공장과 한옥, 낙산공원, 인근의 이화동 주택 단지까지, 근대 서울의 모습을 간직한 역사성과 장소성, 그리고 패션이라는 문화 자원이 풍부한 곳이다. 그리고 지하철 접근성까지 뛰어나다. 이렇듯, 창신동은 무한 가능성의 공간이다.

▲ 최근 사회적 경제 관련 사업을 하려는 사업가들과 젊은 예술가들이 창신동으로 몰려들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동네 아이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작은 도서관. ⓒ김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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