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래동 창작 예술촌'이 지닌 한계…극복방법은?
[김경민의 도시이야기]<26> 노동지 집단거주지 활용 못해 아쉬움
'문래동 창작 예술촌'이 지닌 한계…극복방법은?
서울 지하철 2호선 문래역에서 남동쪽 구역에는 '문래동 창작 예술촌'이 있다. 공장들 사이에 예술인들이 모여 하나의 예술촌으로 성장한 곳이다.

임대료가 저렴한 공장 지역에 예술가들이 모이며 예술가와 공장 노동자들이 공존하는 곳이 되었다. 건물 1층은 주로 예전부터 운영되던 공장들이 있고, 2~3층은 예술가들의 작업실로 사용된다. 서울시에서도 인근에 지원 센터를 설립해 여러모로 이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 중이다. 일부 예술가들 또한 지역 내부에 커뮤니티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문래 창작 예술촌은 많은 면에서 가치가 큰 곳이다. 그러나 그 성장 가능성에는 일정 부분 한계가 있다. 지상부 1층이 자리한 공장들에 철공소나 철재·철강 상가 등 철재 관련 업체가 많아 외부인들이 마음 놓고 걸어 다니기엔 다소 위험하다. 소음이 심하고 분진이 날리는 경우도 있다.

▲ 서울시 문래동 창작 예술촌 풍경. ⓒ김경민

따라서 창작촌을 소개한 사진을 보고 온 외부인은 따라서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부정적인 인상을 받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 또한 공장 운영자와 노동자 입장에선 작업 중 외부인의 갑작스러운 방문 때문에 안전 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높고, 공장 작업 능률도 떨어질 수 있어 매우 신경이 거슬릴 테다. 따라서 이용 가능한 공간이 얼마큼 확장될 수 있는가란 면에선 제약이 존재한다.

창작 예술촌이 인근 다른 지역에 위치하면 어떨까. 현 위치에서 대각선 지역, 즉 문래공원 사거리 남서구역 쪽은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이 지역엔 토지주택공사의 전신인 조선영단주택이 1940년대 초반 건설한 노동자 집합주거단지의 원형이 나름 잘 보존되어 있다.

ⓒ김경민

비록 1960~70년대 인근 그루와 영등포 지역에 대규모 공장들이 들어서면서 이 지역도 주거 단지에서 제조업 관련 공장과 창고로 쓰임새가 변했지만, 현재까지 영단주택의 원형이 남아있는 지역은 문래동이 유일하다. (<한겨레>, 2010년 4월 25일, '70년 세월 빼곡히…'영단주택' 헐리나' 참조)

이처럼 지하철 2호선 문래역에서 5분 거리에 우리나라 최초의 노동자 집합 주거 단지가 원형에 가까운 형태로 감추어진 채 남아있다. 그리고 길만 건너면 되는 지역에는 문화 예술인들의 창작촌이 자리잡고 있다.

▲ 문래 2가에 남아 있는 공장 건물들. ⓒ김경민

앞선 연재에서 소개한 중국 상하이 티엔즈팡과 미국 뉴옥 미트패킹 지구의 사례처럼, 이 지역에서도 건물 외형은 그대로 두고 공장과 기존 커뮤니티를 파괴하지 않으면서 지역을 재활성화할 수 있지 않을까. (아래 연재 모음에서 <1>, <2>, <24>번 글 참조)

하지만 역사 자원과 문화 자원, 교통 인프라란 지역 활성화 3요소를 갖춘 문래동 영단주택단지는 활성화 가능성이 충분함에도 현재 재개발 예정 지역으로 설정돼 있다. 재작년 10월, 서울시 구로구 도시계획국은 이곳을 조건부로 도시환경 정비구역으로 결정하며 최고 150미터 높이의 주상복합단지로 개발할 안을 내놓았다.

▲ ⓒ김경민

* 다음 주 수요일 발행될 연재에서 도시 이야기가 계속됩니다. 김경민의 [도시 이야기]는 책 <리씽킹 서울-도시, 과거에서 미래를 보다>(김경민 지음, 서해문집 펴냄)으로도 출간되었습니다.

김경민의 도시 이야기
<1> 서울, '200년 역사' 상하이보다 못하다…왜?
<2> 휘청휘청 용산 개발, '티엔즈팡'만 미리 알았어도…
<3> 서울 최고의 한옥 지구, 역사 속으로 사라지나
<4> 서울 최고의 한옥 지구 만든 그는 왜 잊혔나
<5> 당신이 몰랐던 피맛골, 아직 살아 있다
<6> 박정희 시대 요정 정치 산실, 꼭 헐어야 했나
<7> MB·오세훈 '뉴타운 광풍'과는 다른 '낙원삘딍' 탄생사
<8> 음악인들의 성지, 기어이 밀어버려야겠나
<9> 동대문, 세계적 패션 도시 뉴욕·밀라노처럼 되려면?
<10> 봉제 공장 외면한 '甲' 동대문, 나홀로 생존 가능할까?
<11> 창신숭의 뉴타운 해제, "동대문 패션 타운 몰락할 뻔"
<12> 동대문에선 왜 자라·유니클로가 탄생 못하나
<13> 5000억 들어간 '오세훈 졸작', 동대문 디자인플라자
<14> 오세훈의 전시행정이 낳은 비극, 동대문디자인플라자
<15> 창신동, 패션과 관광산업 메카 가능성
<16> '슈퍼 갑' 동대문에 대응할 '창신동 FTA' 만들자
<17> "오세훈의 야망, 동조한 건축가…역사 파괴한 新청사"
<18> 오세훈의 천박한 논리 "청사 철거로 일제 잔재 청산"
<19> 벽화마을 프로젝트 성공사례 '동피랑 벽화마을'
<20> 독립선언서 낭독 태화관이 보스턴에 있었다면…
<21> 공단에서 IT와 패션의 '메카'로…구로의 변신
<22> 탄광촌이 세계문화유산으로 탈바꿈, 어떻게?
<23> 옛 흔적도, 새 휴식처도 없는 '팍팍한' 구로공단
<24> 미국에서는 마장동이 '패션 1번지'?
<25> 미국의 전통시장 활성책 "오래된 건물 그대로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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