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종북 전투'에 눈멀어 '기업 살인'은 안 보이나
[기고] 대통령이 힘써야 할 건 '종북 놀이'가 아니다
박근혜, '종북 전투'에 눈멀어 '기업 살인'은 안 보이나
박근혜 대통령이 종북 놀이, 공안 몰이를 하는 이유는 한 가지다. 국민들의 삶을 개선할 정치력, 사회 경제 프로그램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천주교 사제의 발언을 꼬투리 삼아 대통령부터 국회의원까지 총력으로 '종북 전투'를 벌이던 이튿날인 26일, 구로에서 그리고 당진에서 노동자들이 화염에 휩싸이거나 질식해 죽어갔다.

박근혜 정부가 강조하는 '법과 원칙'에 비추어 본다면 일어나지 않았어야 할 죽음들이고, 책임 소재를 가려 엄벌에 처해야 할 중대 사건들이다. 하지만 대통령은 이들의 죽음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는 민생을 개선할 정책도, 비전도 없다는 걸 자각하기에 이렇게도 광기에 서려 종북, 공안 놀음에 '올인'하는 것인가.

노동건강연대는 오래전부터 대기업, 재벌 기업이 산업 현장에서 노동자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기업 살인'을 저지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해왔다. 사회 정의 차원에서, 경제 민주화 차원에서, 복지 사회 건설 차원에서도 '기업 살인'을 멈추게 할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기업을 옥죄는 경제 민주화는 해악'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함으로서 친기업적 인식을 분명히 드러냈다. 26일 일어난 두 개의 대형 사고는 '코오롱'과 '현대제철'이라는 대기업에서 일어난 인명 사고다. 대기업 현장에서 사고가 일어나면 대기업은 도급·하청에 책임을 넘겨버린다. 지금 법이 그렇다. 발주업체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을 방법이 없고, 원청 기업은 서류상 때우면 책임을 면하게 되어 있다. 돈줄을 쥐고 현장 시스템을 통제하고 있는 대기업은 책임에서 빠져나가고 맨 아래 '삥' 뜯기는 하청·도급 업체가 책임도 뒤집어쓴다. (☞ 관련 기사 : 朴대통령 "기업들 옥죄는 경제 민주화는 해악")

정부와 대통령이 사제 한 명의 발언에 대해 무자비한 공격을 퍼붓고 있을 때, 서울과 당진에서 같은 날에 각각 대형 화재와 가스 누출로 노동자가 죽어갔다는 것이 슬프다.

또 '가스 사망 사고' 난 현대제철, 법 위반 1123건

▲ 26일 구로동 화재 사고 현장. ⓒ구로동 IT 노동자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 사고는 2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9명이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기업의 책임을 제대로 안 물으면 결국 현장 노동자들이 열악한 상황에 내몰린다. 그 연장선에 이번 '코오롱 화재 사고'가 있다. 공정률이 상당히 진행된 공사 현장이라, 일하는 노동자가 200명이 넘었다고 한다. 지하에서 불이 나고, 건물에 붙어 있던 유리가 펑펑 터질 때 그 안에 있던 노동자들이 얼마나 공포에 떨었을까. 사고 현장 옆 건물에서 일하던 IT 노동자는 아버지가 그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계셨는데 화재 내내 연락이 닿지 않아 울다가, 화재 진압 후 연락이 닿아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 와중에 '롯데호텔'은 '롯데호텔 공사 현장'이라고 언론의 초기 기사에 언급되자 자신들의 공사 현장이 아니라고 민감하게 반응했다. 대형 사고는 기업 이미지와 직결된다.

2012년 8월, 국립현대미술관 화재 사건이 떠오른다. 사고 직후 시공사 'GS건설'은 그 로고를 공사 현장에서 지우기 바빴다. 4명이 사망했지만 결국 현장 소장에 대한 벌금형으로 이 사건은 마무리되고 있다. 검찰은 벌금형 1500만 원에 처했지만, 대기업의 치밀한 법적 대응에 비추어 볼 때 'GS건설'이 대법원까지 항소한다면 그 액수는 1000만 원 이하로 떨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2005년 이천 물류센터 신축 현장 붕괴 사고 당시, 9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원청 시공사인 GS건설은 5년간의 법적 대응으로 700만 원의 벌금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구로동 화재 사고 이후 같은 날 저녁에 일어난 현대제철 당진 사고는 또 어떠한가. 1명의 노동자가 질식사하고 8명의 노동자가 다쳤다. 현대제철에서 가스 누출 사고로 5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지 6개월이 지났을 뿐이다. 5월의 사고와 같은, 가스 누출로 인한 '질식'이다. 5월 사고 이후 특별근로감독에서 현대제철은 1123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과태료를 받았다. 몇 단계 아래의 하청 노동자가 사망하였어도 현대제철의 책임이다. 2012년 11월, 노동건강연대는 현대제철에서 일어나는 잇따른 하청 노동자 사망에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공사 기간을 끊임없이 단축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사고들이기 때문이다.

노동부 장관은 어디에 있었나?

노동부는 질식사가 발생한 현대제철 사고 현장의 7호기를 포함해 유사 작업을 진행하는 5, 6, 8호기에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리는 데 그쳤다. 작년부터 26일까지 13명의 노동자가 죽어가는 동안 노동부가 제 역할을 했는지 의문이다. 노동부가 현대제철 전체 공정에 전면적인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리지 않은 것을 이해할 수 없다.

노동부 장관은 어디에 있나 묻고 싶다. 사고가 난 구로동 현장은 '노동부 서울관악지청'에서 200미터 거리에 있었다. 사고에서 돌아가신 한 분은 가족도 연락이 닿지 않는 조선족 이주 노동자, 한 분은 코오롱건설의 정규직 노동자다. 정부가 보호해야 할 사람들이 공사 현장에 있다. 박근혜 정부에 묻고 싶다. 공무원노조가 선거 운동을 했다고 컴퓨터를 뒤지는 게 급한가. 해고자를 조합원으로 두었다고 전교조를 치는 게 이념 놀음 외에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가.

방하남 노동부 장관에게 진지하게 말씀 드리고 싶다. 노동자 생명을 보호하는 일에 전념해 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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