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망이로 엄마 두들겨 팬 아이, 어떻게 할까요?"
[대담] 신의진 의원-기선완 박사, '게임 중독' 논란에 답하다
"방망이로 엄마 두들겨 팬 아이, 어떻게 할까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을 두고 논란이 거세다.

지난 4월 30일 발의된 이 법안의 핵심은 국가가 중독관리센터를 만들어 중독자에 대한 치료와 재활을 돕고, 더 나아가 중독을 예방하자는 것이다. 주목을 받지 못했던 이 법안은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 10월 7일 도박, 마약, 알코올과 함께 4대 중독으로 '게임'을 언급하면서 논란의 중심이 되었다.

이 법안이 게임 중독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닌데도, 게임 업체와 일부 언론이 '게임 중독법'이라고 부르면서 논란을 부채질했고,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게임 업체가 자사 홈페이지에 '중독법 반대 서명 운동' 링크를 걸면서 9일 기준 법안 반대 서명 운동 참가자가 22만 명에 달하게 되었다.

이 법안을 발의한 신의진 의원 공식 홈페이지는 법안에 항의하는 이용자의 접속 폭주로 한때 마비되기도 했다. 이 법안의 초안을 작성하는데 참여하고, 또 법안을 둘러싼 오해를 풀고자 언론과의 인터뷰에 나선 '중독포럼' 소속 의사들은 누리꾼의 인신공격에 뭇매를 맞는 모양새다.

그렇다면, 이 법안이 게임 업체와 일부 누리꾼의 주장처럼 그토록 문제가 많은 법안일까? "게임을 마약과 똑같이 취급했다"는 주장은 근거가 있는 것일까? 더 나아가 "게임 중독"은 실체가 없는 '게임을 이해하지 못하는' "꼰대"들의 시대착오적인 발상일 뿐일까? 혹시 이 법안 역시 "유신 회귀"와 같은 선상에 놓인 박근혜 정부의 "음모"일까?

<프레시안>은 법안을 발의한 신의진 의원(전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과, 해당 법안의 초안을 마련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중독 포럼'의 기선완 박사(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기획홍보실장)를 만나서, 논란의 핵심인 이번 법안을 둘러싼 자세한 사정을 들었다. 기선완 박사는 말문을 열자마자 이렇게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교통사고 환자를 치료하고, 예방하는 법을 만들었더니 자동차 업계가 나서서 '우리가 살인 무기를 만들었느냐', '자동차 산업을 왜 망하게 만드느냐'고 따집니다. 그리고 잠재적으로 이 법으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운전자들이 '운전을 못하게 만드는 법'이라고 자동차 업계의 이해를 대변하는데 나서고 있습니다. 웃어야 합니까, 울어야 합니까?"

▲ 신의진 의원. ⓒ프레시안(최형락)

게임 중독을 규제하는 법입니까? "아니요!"

프레시안 : 신의진 의원이 지난 4월 30일 발의한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을 두고 논란이 뜨겁습니다. 법안은 중독 관리와 대응이 핵심인데, 정작 논란은 엉뚱한 곳에서 진행 중이죠. 덕분에 음주, 도박, 마약을 둘러싼 중요한 문제는 토론조차 되지 않고 있고요. 일단 이 법안의 취지부터 설명해 주세요.

신의진 : 법안 이름 그대로입니다. 중독을 예방, 관리, 치료하기 위한 법률이에요. 국가가 중독의 예방, 치료, 폐해 방지를 할 수 있도록 법으로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하자는 것이죠. 지금 우리나라의 중독 문제는 심각합니다. 우리나라 인구의 6.7%가 (알코올, 마약, 도박, 게임 등의) 중독자입니다. 그런데도 국가가 중독자를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않고 있죠.

중독자는 치료를 안 하려고 할 뿐만 아니라, 막상 이들을 치료할 전문 기관도 없는 실정이에요. 그래서 국가 차원의 중독자 치료 체계를 만들자는 겁니다. 국무총리실 산하에 국가중독관리위원회를 만들고, 중독자의 치료를 위한 중독관리센터를 신설해서 체계적인 중독으로 고통 받는 시민을 보호하려는 게 이 법의 우선적인 목적입니다.

프레시안 : 지금 현재도 중독자를 관리하는 시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문화체육관광부의 인정 하에 게임 업체가 자금을 지원하고 운영하는 게임문화재단이 '게임 과몰입 상담 치료 센터'를 위탁 운영하고 있죠. 물론 '게임 과몰입'은 사실상 '게임 중독'의 다른 말이죠.

신의진 : 이번 법안을 만든 또 다른 중요한 이유가 바로 그런 상황 때문이죠. 현재 각종 중독 관리에 관련된 법이 13개나 됩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 게임 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청소년 보호법, 주세법, 한국마사회법 등…. 이 법들에서 각종 중독의 관리, 치료, 예방에 관련된 내용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내용이 중구난방이죠. 우선 중독 유발 물질 관리부터 제각각입니다. 도박은 문화체육관광부, 경마는 한국마사회법, 게임은 게임 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과 청소년 보호법 등. 이러니 국가 차원의 제대로 된 중독 관리, 치료, 예방 대책이 나올 리 없잖아요? 그래서 이번 법안에서는 중독 관련 법률을 개정할 때 국가중독관리위원회와 협의하도록 했어요.

최소한 중독 관리, 치료, 예방만큼은 일관된 원칙을 가지고 하나의 스텝으로 갈 수 있도록 이번 법안이 근거를 마련할 수 있도록 한 거예요.

프레시안 : 그런 법안이 없어서 발생하는 부작용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신의진 : 중독 치료와 관련해서는 사업 중복, 예산 낭비는커녕 절대적인 공백 상태예요. 또 중독은 다른 중독이나 정신 질환과 함께 가는 경우가 많은데, 알코올 중독을 제외하고는 통합적인 관리가 부재한 형편이죠. 이러다 보니, 새롭게 제기되는 중독 문제에도 제대로 대응이 안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 마취제 프로포폴 오·남용이 문제가 됐죠. 프로포폴은 마취제인데, 중독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중독에 이르는 과정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아요. 프로포폴 중독에 취약한 어떤 사람은 의료 목적으로 프로포폴을 투약 받다가 본인도 모르게 중독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국가가 한 일이란 뭔가요? 처벌뿐이죠.

이런 식으로는 앞으로도 프로포폴 중독자가 계속 나올 수밖에 없어요. 그 때도 잡아넣기만 할 건가요? 심지어 프로포폴 중독이 무서워서 투약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죠. 그렇다면, 프로포폴 중독 예방을 위해서 의사에게 어떤 교육을 하고, 또 중독자는 어떻게 치료할지 대책을 세워야죠. 바로 그런 기능을 국가가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게 이 법입니다.

기선완 : '게임중독법'이라고 하니까 이 법이 무슨 대단한 규제를 하는 것처럼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데 이 법은 정반대입니다. 규제 위주의 패러다임을 치료 위주의 패러다임으로 바꿔보자는 거예요. 예를 들어, 마약 중독이 그렇죠. 지금까지 마약 중독자는 교도소에 가둬두는 게 유일한 대응이었어요.

그런데 이 법은 그런 불법 마약 환자에게도 치료, 재활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근거를 제공합니다. 왜냐하면, 감옥에 가둬두는 것만으로는 그 마약 환자를 치료, 재활하는 데에 한계가 있거든요. 그래서 불법 마약 환자마저도 국가 차원의 중독 관리, 치료, 예방 체계 속에서 지원받을 수 있도록 근거를 만든 것이죠.

프레시안 : 그런데 게임 업체가 이 법을 놓고서 자꾸 규제를 위한 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뭘까요?

신의진 : 이 법안에서 규제를 언급한 조항은 제13조(중독 폐해 예방 환경 조성)와 제14조(중독에 관한 광고의 제한)입니다. 제13조는 "중독을 예방하기 위하여 생산, 유통, 판매를 적절하게 관리하기 위한 시책을 강구해야 한다" 제14조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중독 물질 등에 대한 광고 및 판촉을 제한하는 시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죠.

그런데 참으로 당혹스러운 게, 이미 게임 산업 진흥에 관한 법(문화체육관광부)과 청소년 보호법(여성부)에서 이미 게임 중독과 그에 대한 대응을 규정하고 있거든요.

게임 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제12조의3 : ① 게임물 관련 사업자는 게임물 이용자의 게임 과몰입과 중독을 예방하기 위하여 다음 각 호의 내용을 포함하여 과도한 게임물 이용 방지 조치를 하여야 한다.

청소년 보호법 제27조 : ① 여성가족부장관은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하여 인터넷 게임 중독 등 매체물의 오용, 남용으로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피해를 입은 청소년에 대하여 예방, 상담 및 치료와 재활 등의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다.

그러니까, 이 법안을 제정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아무 것도 없어요. 단지, 위 법률에서 이미 규정하고 있는 게임 중독을 다른 중독과의 관계 속에서 국가가 좀 더 체계적으로 다룰 수 있도록 할 뿐이죠. 확신하건대, 게임 중독으로 인한 피해자가 이 법의 제정으로 훨씬 더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게임을 마약과 똑같이 보는 건가요? "아니요!"

▲ 기선완 박사(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기획홍보실장).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지금 반대 서명에 참여한 22만 명의 누리꾼도 그런 법안의 취지에는 다 지지를 보내리라 생각합니다. 아마 대다수는 법안의 내용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겠죠. 그건 게임 업체나 일부 누리꾼의 의견만 전달하면서, 정작 법안의 내용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은 언론의 책임이 크고요.

아무튼 서명을 한 22만 명의 여론을 종합해 보면, 게임을 알코올, 도박, 마약과 같은 중독 유발 요인으로 간주한 데에 반발이 큽니다. 이 법안의 취지에 공감하는 이들 중에도 담배가 아닌 게임을 집어넣은데 고개를 갸우뚱하죠.

기선완 : 이미 담배는 건강증진법상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어요. 더구나 담배는 니코틴 중독의 폐해보다는, 담배를 피울 때 발생하는 타르와 같은 다른 독성 물질의 폐해가 큽니다. 그러니 간접 흡연의 폐해를 막고자 실내는 물론 야외에서도 금연 구역을 지정하는 등 강력하게 규제하죠.

신의진 : 정말로 이 법이 담배처럼 게임을 규제하는 법안이라면 이런 비판이 억울하진 않죠. (웃음)

프레시안 : "게임이 마약이냐?" 이런 대꾸가 즉각적인 반응입니다.

기선완 : 이제 게임을 왜 중독 유발 요인으로 넣었는지 설명하죠. 오해부터 풉시다. 저도, 신의진 의원도 "게임을 마약"이라고 한 적이 없어요. 저도 술을 즐기고, 명절 때는 고스톱도 치고, 슈팅 게임 같은 컴퓨터 게임도 즐깁니다. 하지만 알코올, 도박, 게임이 경우에 따라서는 치명적인 중독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 법안에서 중독 요인으로 간주한 것이죠.

프레시안 : 그런 "과학적, 의학적 근거가 없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기선완 : 말도 안 되는 소리죠. 중독은 크게 '물질 중독'과 '행위 중독'으로 나뉩니다. 알코올 중독이나 마약 중독이 물질 중독이라면 도박은 행위 중독이죠. 도박을 행위 중독의 원인으로 간주하는 데는 이견이 없을 거예요. 행위 중독은 예기치 못한 보상을 줄 때 나타나기 쉽습니다.

그런데 게임 중에서도 어떤 게임은 예기치 못한 보상을 잇달아 주면서 도박처럼 몰입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그런 몰입이 과할 때, 어떤 이는 중독에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해요. 실제로 이런 게임 중독에 빠진 청소년의 뇌 사진을 찍어 보면 물질 중독에 빠진 환자와 거의 비슷합니다. 게임 중독이 물질 중독과 거의 같다는 신경 과학적 증거가 나오기 시작한 거예요.

게임 산업에는 과문합니다만, 이런 게임 중독이 나타나게 된 데는 게임 산업의 변화와도 관계가 있어 보여요. 예전에 게임 업체는 게임 CD를 팔아서 돈을 벌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게임 유저가 오랫동안 몰입해야 수익을 나는 구조로 바뀌었어요. 그러니 게임을 개발할 때 더 많은 시간을 몰입할 수 있는 중독 요인을 가미했고, 그게 게임 중독으로 나타난 거죠.

프레시안 : 그러니까, 게임 중독을 유발하는 게임은 전체 중 아주 일부군요. 이번에 반대 서명을 한 이들 중에는 "지뢰 찾기도 규제를 하느냐", "애니팡 하는 유저도 중독자로 몰겠다" "이제 애들이랑 게임도 못하겠다" 이렇게 대꾸하는 이들도 있었는데 번지수를 잘못 짚은 반박이군요.

기선완 : 맞습니다. 게임 유저가 장시간 몰입하게 하면서 예상치 않은 보상을 끊임없이 주는 일부를 제외한 대다수 게임은 '게임 중독'에 해당 사항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게임 (전체를) 마약과 같은 중독 물질로 규정한 적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런 비판을 하는 게임 업체나 게임 유저의 대부분은 게임 중독과 해당 사항도 없는 이들이죠.

프레시안 : 그런데 여전히 게임 중독이 그렇게 심각한가, 하고 의구심을 제기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혹자는 설사 게임 중독이 있더라도 "부모가 같이 게임을 하는 등 가정에서 관리만 잘하면 되지, 게임을 하는데 국가까지 나서서 이러쿵저러쿵 하느냐" 하고 반문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신의진 :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분통이 터지죠. 누구나 자기 경험의 한계에 갇혀 있다지만, 최소한 타인의 심각한 고통을 한 번쯤 생각해 보고서 말을 해야죠. 제가 정신과 전문의였잖아요? 그 때 게임 중독으로 고통 받는 환자와 가족을 보면서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몰라요. 그들은 정말로 절실히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국가가 그런 도움을 줘야 하고요.

예를 들어 보죠. 게임 중독에 빠진 아이가 있었어요. 식생활을 비롯한 일상생활의 대부분을 컴퓨터 앞에서 게임만 하면서 사는 아이였죠. 어느 날 이 아이가 컴퓨터 앞에서 컵라면을 먹다가 엎어서 키보드가 못쓰게 되었어요. 게임을 할 수 없게 되니까, 컴퓨터를 발로 차고 난리가 났죠.

보다 못해 엄마가 그걸 말렸습니다. 그랬더니 그 아이가 어떻게 했는지 알아요? 옆에 있던 야구방망이로 엄마를 두들겨 팼어요. 엄마 갈비뼈가 모조리 부러졌습니다. 엄마를 치료하던 의사가 아이의 치료를 저한테 의뢰했어요. 명백한 게임 중독이었죠. 말 안 들으면 감옥에 보내겠다고 협박을 하면서 아이를 치료한 적이 있습니다.

2주간 게임을 못하도록 격리를 시켰더니 겨우 게임이 아닌 다른 곳에 호기심을 보이더군요. 이렇게 게임 중독에 걸린 아이를 부모나 교사가 관리를 할 수 있을까요? 아마 더 큰 사단이 났겠죠. 정말로 '게임 중독은 없다'고 말하는 이들은, 한 번만 더 눈을 여기저기로 돌려보길 바랍니다.

기선완 : 기왕 얘기가 나왔으니 제 치료 사례도 말하죠. 명문 대학을 다니는 여학생이었어요. 집안도 좋았고, 공부도 잘하고, 얼굴도 예쁘고, 겉보기에는 문제될 게 하나도 없는 친구였죠. 그런데 MMORPG(Massive Multiplayer Online Role Playing Game)에 빠진 거예요. 기숙사에서 학교에도 안 가고 게임만 하다가 결국 전 과목 F(낙제)를 받았어요.

그 때야 상황을 알게 된 부모가 억지로 끌고 찾아왔어요. 역시 티격태격하다 치료를 통해서 겨우 게임을 통제할 수 있게 되었죠. 이런 임상 사례는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그러니까 게임 중독이 없다거나, 혹은 정신과 의사들이 만들어낸 것이라는 무책임한 얘기는 안 했으면 좋겠어요.

정신과 의사의 '밥그릇 챙기기' 아닙니까? "아니요!"

프레시안 : 게임 중독은 결과일 뿐이고, 그 배후에 있는 근본적인 요인-성적 스트레스, 취업 스트레스, 가정 내 의사소통 단절 등-을 짚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어요.

기선완 : 맞습니다. 누군가를 현실에서 도피해 게임에 몰입하게 하는 여러 사회적인 요인이 있겠죠. 당연히 그런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데 우리 모두 지혜를 모으고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게임 중독을 사적 영역에만 놓아 둬선 안 되고 국가가 그 치료에 책임을 져야죠. 게임 중독을 낳은 원인이 바로 사회 구조적인 문제와 무관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게임 중독을 낳은 원인이 따로 있다고 해서 게임 중독 자체는 신경 쓰지 말아야 한다는 식의 얘기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게임 중독은 명백한 뇌 질환이고, 그런 질환은 즉시 치료하지 않으면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훨씬 더 심각한 문제를 낳을 수 있으니까요. 그런 다차원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신의진 : 여기 먹고사는 게 힘든 나머지 틈만 나면 담배를 30년간 피운 사람이 있어요. 그리고 그 사람이 폐암에 걸렸습니다. 그럼, 우리는 뭘 해야죠? 당연히 폐암부터 치료해야죠. 그 사람을 30년간 줄담배를 피우게 만든 사회 구조적 원인도 물론 해결해야죠. 하지만 그건 또 다른 차원의 문제죠.

입시 스트레스, 학교 폭력, 취업 스트레스, 가정 학교 직장에서의 소통 문제 등 사람을 게임에 몰입하게 하는 요소는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그리고 그렇게 게임에 몰입하는 이들 중 어떤 이들은 중독에 빠지죠.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정적으로 사회적으로 심각한 피해를 줍니다. 바로 그렇게 중독에 빠진 이들을 구제할 방법을 당장 모색해야 한다는 거죠.

프레시안 : 게임에 몰입한다고 해서 모두 다 중독에 빠지는 건 아니죠?

기선완 : 물론이죠. 중독에 유독 약한 소인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 사람들이 온갖 이유로 게임에 몰입하기 시작하면, 다른 사람에 비해서 중독에 빠지기 쉽죠.

프레시안 : 그런데 게임 이용과 게임 중독을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요? 게임을 좋아하는 누리꾼 중에는 '나도 혹시 중독자?' 이런 걱정을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기선완 : 우선, 게임 시간을 조절하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 게임 때문에 학교나 직장을 못가거나 중요한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면 일단 게임 중독 단계에 들어선 걸로 봐야죠.

신의진 : 게임을 좋아하는 것과 중독은 달라요. 밤새 게임 하다가, 아침에 졸린 눈으로 출근할 정도의 정신이면 게임 중독은 아니에요. 그 정도는 괜찮아요. (웃음)

기선완 : 다음 단계는 생리적인 변화죠. 게임하는 시간이 점점 더 많아져야 직성이 풀린다거나 게임을 안 하면 금단 증세가 온다거나…. 이 단계에서는 근골격계 질환, 소화 불량, 두통 등 건강도 심각하게 나빠지죠. 당연히 세 번째 단계는 사회적인 문제죠. 학업 성적이 떨어지고, 업무 능력이 저하되고, 대인 관계가 심각한 위기에 빠집니다.

프레시안 : 누리꾼 사이에서는 이번 법안에 게임 중독이 포함된 것을 놓고서 정신과 의사의 '밥그릇 챙기기'라고 보는 시선도 있습니다. 마침 신의진 의원도 정신과 의사 출신이고요.

기선완 : 정신과 의사들이 제일 치료를 꺼리는 환자가 중독 환자와 성격 장애 환자입니다. 외국에서는 이런 환자를 치료하다 죽기도 하죠. (웃음) 주변에 우울증 환자 많잖아요? 그런 우울증 환자만 봐도 돈 잘 버는데 왜 중독 환자에 눈길을 돌리겠어요? 중독 분야는 정신과의 3D입니다. 실제로 중독 환자를 전문적으로 보는 정신과 의사는 거의 없어요.

그런 면에서 이번 법안을 발의하는데 앞장선 '중독 포럼' 소속의 정신과 의사야말로 전문가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지려고 나선 것이죠. 여기서 오해는 풉시다. 의사는 진단만 할 뿐이죠. 오히려 중독 치료에는 의사보다 임상심리사, 사회사업사, 간호사, 특수 교사 등의 인력이 더 필요합니다. 그러니 정신과 의사의 밥그릇 챙기기라는 비판은 정말로 억울하죠.

게임 업체로부터 돈을 뜯어내려는 건가요? "아니요!"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사실 누리꾼이 22만 명이나 서명을 하면서 이 난리 법석을 떨게 된 데는 게임 업체의 조직적인 반발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기존 게임 업체는 기존의 법(게임 산업 진흥에 관한 법)으로 충분히 규제를 할 수 있는 상황에서, 게임을 4대 중독 중 하나로 규정한 이 법이 게임 산업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주장하죠.

신의진 : 그럴 리가 있나요? (웃음) 게임 자체는 문화 활동이자 성장 산업으로, 이름부터 "게임 산업 진흥"을 위해 존재하는 법으로 보호받고 있잖아요. 더구나 문화체육관광부, 미래창조과학부 등 게임 산업 육성에 관심을 가진 정부 부처가 한둘인가요? 이참에 게임 업체가 얼마나 힘이 센지도 확실히 보여줬잖아요. (웃음)

오히려 이런 법안을 계기로 게임 업체가 게임 중독을 예방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설 때, 게임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도 가능하리라고 생각합니다.

기선완 : 동감입니다. 사실 모든 산업에는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있습니다. 밝은 면만 부각하고, 어두운 면을 숨기다 결국 나중에 더 큰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경우가 많았죠. 음주만 해도 그렇죠. 음주의 긍정적인 기능이 분명히 있죠. 하지만 알코올 중독이라는 역기능에 대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게임 산업도 마찬가지예요. 반복하지만, 대다수 게임은 중독과 무관합니다. 하지만 근래 게임 산업의 주류로 떠오른 인터넷 게임의 일부는 중독과 같은 부작용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어요. 그렇다면, 더 늦기 전에 그런 중독 문제가 발생했을 때 치료하고, 더 나아가 효과적으로 예방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 법은 딱 그 정도에서 게임 산업에 오히려 도움을 줄 수 있는 법입니다. 아까 규제 중심의 접근의 한계를 지적했죠? 청소년 보호법이 규정하고 있는 '셧다운제'가 대표적인 예죠. 일단 게임 중독 단계에서는 셧다운제 같은 제도는 효과를 발휘할 수 없어요. 규제가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단계니까요.

이 법은 이렇게 규제 중심의 미봉책만 있었던 기존의 접근을 바로잡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어요. 앞으로 게임 산업이 성장할수록 게임 중독 환자가 늘어날 텐데, 그 때 게임 업체들이 그 후과를 어떻게 감당하려고 합니까? 지금부터 머리를 맞대고 방비를 해야죠. 이번 법안이 그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프레시안 : 이 법안이 통과되면 게임에 벌금이 부과되고, 게임 업체의 수익 중 일부를 국가가 강제 징수한다는 황당무계한 얘기도 누리꾼 사이에 돌고 있습니다.

신의진 : 도대체 그런 유언비어는 누가 퍼뜨리는 거래요? (웃음)

프레시안 : 사실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게임 업체로서는 사회적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라도 게임 중독과 같은 부작용을 해결하는데 기여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신의진 : 아니요. 저는 반대입니다. 다른 업체는 사회적 책임을 지고 있나요? 왜 게임 업체만 그런 사회적 책임을 강요받아야 하나요? 게임 업체도 돈 벌어서 세금 잘 냈잖아요. 그러니까, 게임 중독을 비롯한 중독자 치료와 예방에 대한 책임은 국가가 지는 게 맞습니다. 이번 법안은 국가가 그렇게 하도록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고요.

기선완 : 물론 게임 업체가 남다른 사회적 책임을 느껴서 자발적으로 게임 중독 관리, 치료, 예방에 기여하도록 노력하는 걸 말릴 이유야 없죠. 하지만 정신과 전문의로서는 게임 업체가 정말로 게임 중독을 걱정한다면, 몰입을 유도해서 게임 시간을 늘려서 수익을 내는 방식부터 재고했으면 좋겠어요.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입니다만, 중독자를 양산할 수도 있는 게임보다는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그런 게임을 개발하는 일이 게임 산업의 미래를 위해서도 좋은 일입니다.

인터넷 게임만 문제입니까? "아니요!"

프레시안 : 외국은 어떻습니까? 게임 중독을 놓고서 이런 식의 법안으로 대응을 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신의진 : 아닙니다. 영국에서도 국립중독센터에서 온라인 게임을 비롯한 인터넷 중독에 대응하고 있어요. 2009년 후반기부터는 온라인 게임 중독자를 치료하기 위한 재활 클리닉도 열었어요. 이곳에서는 약물 중독자와 함께 온라인 게임에 중독된 사람들이 열두 단계의 프로그램을 통해 재활 치료를 받습니다.

프레시안 : 방금 '인터넷 중독'이라고 하셨죠? 실제로 인터넷 중독과 게임 중독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어요.

신의진 : 법안을 보면 "인터넷 게임 등 미디어 콘텐츠"라고 표현했어요. 그러니까 이 법은 단순히 게임 중독만 염두에 둔 게 아닙니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이 인터넷 중독, 게임 중독, 스마트폰 중독 등 최첨단 테크놀로지의 발달이 유발할 수 있는 새로운 중독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해요.

실제로 요즘에는 아이들이 게임에 집착하는지 스마트폰에 집착하는지 헷갈리죠. 그래서 영국에서는 아예 이 모든 것을 포괄해서 '테크놀로지 중독'이라고 부를 정도예요. 이렇게 새롭게 나타날 중독 현상의 피해자도 구제할 수 있어야 하니까 법안에 "인터넷 게임 등 미디어 콘텐츠"라고 다소 포괄적으로 규정해 놓았죠.

기선완 : 동감입니다. 요즘에는 디바이스와 콘텐츠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식으로 중독 현상이 나타날지 알 수 없어요. 이미 그런 조짐이 보이고요. 특히 성장기의 아이들이 무차별적으로 중독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디바이스, 콘텐츠에 무차별적으로 노출되는 것이 불안하죠.

프레시안 : 게임 중독, 인터넷 중독, 스마트폰 중독 등의 외국 연구 동향은 어떤가요?

기선완 : 전 세계적으로 게임 중독이 심각한 세 나라가 한국, 중국, 일본입니다. 인터넷 게임이 가장 활성화된 나라가 이 세 나라로 알고 있어요. 당연히 이 세 나라에서 게임 중독에 대한 가장 최신의 연구 성과가 쌓이고 있죠. 다른 테크놀로지 중독도 마찬가지죠. 우리나라야말로 새로운 테크놀로지 중독의 테스트베드입니다.

ⓒ프레시안(최형락)

박근혜 정부의 '꼰대' 성향이 나타난 건 아닌가요? "아니요!"

프레시안 : 4월 30일에 발의한 법안이 이제야 뜨거운 쟁점이 된 것은 지난달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4대 중독'으로 게임을 언급하면서부터죠. 박근혜 정부가 '성폭력, 가정 폭력, 학교 폭력, 불량 식품'을 '4대 악'으로 규정한 것과 겹치면서, 일부 야권 성향의 누리꾼은 이번 법안 역시 정치적으로 해석합니다. 시쳇말로, 박근혜 정부의 '꼰대' 성향이 나타난 것이라고요.

신의진 : 좋은 건 '꼰대' 우파가 하든, '자유주의자' 좌파가 하든 받아들여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런 진영 논리를 접할 때마다 속상합니다. 황우여 대표의 그날 연설을 들으면서 저도 깜짝 놀랐어요. 정작 법안을 발의한 저와는 상의 한마디 없었습니다. 그 대목에서는 평소 소신이 반영된 게 아닌가 싶어요.

기왕에 민감한 질문을 물었으니, 솔직하게 대답할게요. 평소에 보수와 진보 양쪽 날개가 다 필요하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진보가 앞질러 갈 때 신중하게 이것저것 따지면서 필요하다면 울타리를 치는 일이 보수의 역할이죠. 바로 그런 일에 기여하고자 제가 새누리당에 몸담고 있는 거고요.

그런 점에서 중독 문제를 관리하고, 치료하고, 예방하는 법안이 새누리당에서 나온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겁니다. 또 게임 중독 문제가 보수를 표방하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 과제에 들어 있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죠. 실제로 가정 폭력(알코올 중독), 학교 폭력(게임 중독) 등과 중독 현상은 무관하지 않거든요.

프레시안 : 학교 폭력과 게임 중독 사이의 관계는 어떻게 보나요? 학교 폭력의 여러 요인 중에서 게임 중독만 내세우는 것을 놓고서 불편해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기선완 : 학교 폭력에 차원이 다른 여러 요인이 있다는 건 인정합니다. 그렇다고 학교 폭력과 게임 중독의 관련성을 부인해서는 곤란하죠. 칼질하고 총질하는 것을 게임을 통해 간접 경험하면서 청소년에게 폭력 성향이 각인됩니다. 또 게임을 오래 하다 보면 어떤 이들은 현실과 사이버 세계의 경계가 불분명해지죠. 그리고 그런 이들이 심각한 게임 중독자가 되는 거예요.

그리고 저도 아까 질문에 한마디만 덧붙이죠. 신의진 의원이 발의를 하긴 했습니다만, 이번 법안을 주도적으로 만든 중독 포럼 소속의 정신과 의사들은 의사 또 정신과 의사들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진보 성향이 많습니다. 그러니 이번 법안마저도 정치적인 색깔로 덧칠하는 것은, 같은 진보 성향을 가진 사람으로서 서운하고 답답하죠.

'게임 중독 법' 웃어야 합니까? 울어야 합니까?

프레시안 : 며칠간 게임 유저의 항의가 빗발치면서 신의진 의원의 공식 홈페이지가 다운되는 등 고생이 많았습니다.

신의진 : 앞뒤 사정도 따져보지 않고서 '나쁜 정치인'으로 매도되는 게 제일 속상했죠. 한국 사회가 '공익'보다는 '사익'에 따라서 움직이고, 또 그런 움직임에 너무 많은 이들이 쉽게 동조한다는 인상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정치인으로서 감내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씁쓸하지만 많이 배웠어요.

기선완 : 맨 앞에 한 말을 한 번 더 반복하죠. 교통사고 환자를 치료하고, 예방하는 법을 만들었더니 자동차 업계가 나서서 '우리가 살인 무기를 만들었느냐', '자동차 산업을 왜 망하게 만드느냐'고 따집니다. 잠재적으로 이 법으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운전자들이 '운전을 못하게 만드는 법'이라고 자동차 업계의 이해를 대변하는데 나서고 있습니다.

웃어야 합니까, 울어야 합니까?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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