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공천 폐지, '새누리당 싹쓸이' 부른다
[정책쟁점 일문일답] '장비'만 가득한 야권, 선거를 '로또판' 만들어
기초공천 폐지, '새누리당 싹쓸이' 부른다
1.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정치학자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지난 14일 야당의 기초공천 폐지론에 반대 의사를 표했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간략히 소개해 주시죠.
⇨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14일 최재천 민주당 의원실 주최로 열린 한 심포지엄에서 기초공천 폐지론에 반대한다는 발언을 했는데요. 최 교수는 이 자리에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들의 정당 공천 폐지론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에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의 (통합)방식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2. 최 교수의 발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합니까?
⇨ 저의 평소 소신도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론에 반대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최 교수의 발언에 대해 반갑게 생각합니다.  

3. 통합신당이 기초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기로 하면서 새누리당이 6.4지방선거에서 수도권과 비호남 지역의 기초선거를 싹쓸이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 우려가 현실로 바뀔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저는 지난 대선 때도 진보진영 일각의 납득하기 어려운 태도, 예컨대 50대와 60대 이상의 고령층을 불필요하게 경원시하는 태도에 대해 매우 불만족스럽게 생각했는데요. 이번에도 진보진영의 일각이 납득하기 어려운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론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쓰나미급 재앙을 불러오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4. 최근 일부 정치인들과 정치학자들이 마키아벨리에 주목하는 것도 우연이 아니겠지요? 
⇨ 마키아벨리는 군주가 여우의 기질과 사자의 기질을 동시에 가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에서 여우의 기질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나쁘게 말하면 교활함이지만, 좋게 말하면 ‘통찰력’입니다. 삼국지를 보면 제갈량이 나오는데요. 제갈량은 이 두 가지 속성을 동시에 갖추고 있는 인물입니다. 오히려 사자의 기질보다는 여우의 기질이 더 많은 사람이지요. 유감스럽게도 지금의 진보진영을 보면 제갈량에 가까운 인물이 거의 없습니다. 장비에 가까운 인물들로만 가득 차 있지요. 6.4지방선거에서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될 겁니다. 

5. 민주당 경기도지사 경선에 출마한 김창호 전 국정홍보처장도 최근 논평을 내고 기초공천 폐지론의 위험성을 경고했는데요. 그 내용도 소개해 주시죠.
⇨ 김 전 처장은 성남시 분당갑 지역을 예로 들며, "4개의 기초의원 지역구에서 야권의 12~15명의 후보가 난립한 상태다. 이들은 단 1명의 ‘1번 새누리당’ 후보와 경쟁했을 경우 ‘전멸’할수 있다는 심각한 공포에 사로잡혀 있"다고 전했습니다. 또 그는 “새누리당이 ‘기호 1번’을 고수하면서 보수세력은 결집하는 반면, 무공천으로 졸지에 ‘기호 2번’을 잃고 무소속으로 출마해야 할 통합신당 후보들은 분산된 표와 가늠하기도 힘든 무효표로 인해 최악의 선거를 치러야 할 처지에 놓였다"고 개탄했습니다.

6. 진보진영 내의 시민단체들 사이에서도 기초선거 정당공천제를 둘러싸고 의견이 갈려 있다고 하지요?
⇨ 국내의 굵직한 진보진영 시민단체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려 있습니다. 또 학계를 보면 정치학계는 찬성하는 입장이고 행정학계는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부문별로 보면 여성운동 단체는 찬성하는 입장이고 지방분권운동 단체는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7. 우선 먼저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생각에 대해 들어보았으면 합니다. 이들의 주장이 무엇인지 간략히 소개해 주시죠.
⇨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론자들이 이런 주장을 하는 근거는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기초선거 정당공천제가 공천권을 사유화하게 했다는 것입니다. 즉, 국회의원이 개인적인 영향력으로 기초선거 정당후보자를 결정하는 사실상의 사천(私薦)이 많았다는 것입니다. 둘째, 공천비리가 많았다는 것입니다. 셋째, 지방선거에서 지방의 현안문제보다는 중앙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내지 신임투표적인 성격이 강해졌다는 것입니다. 넷째, 지방의회가 지역현안 문제 해결보다 공허한 이념논쟁에 몰두하는 경향이 커졌다는 것입니다.

8.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론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간략히 소개해 주시죠.
⇨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반대론자들이 이런 주장을 하는 근거도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기초선거 정당공천제가 폐지되면 현직 지자체장들과 지방의원들이 당선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즉 정치 신인이 지방정치에 진출하는 것이 더 어려워진다는 것입니다. 둘째, 정당의 검증절차가 작동하지 않으면 자금과 조직면에서 우세한 지방토호세력들이 득세할 위험이 커진다는 것입니다. 셋째, 정당 공천 여성할당제가 사라짐으로써 여성정치인 비율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넷째, 후보자들이 난립할 경우 유권자들이 공약 등 후보 면면을 꼼꼼하게 체크하기 어려워, 번호를 잘 뽑은 후보가 당선되는 로또판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9.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에 관한 여론조사도 많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그 결과에 대해서도 소개해 주시죠.
⇨ 지난 1월 1일 SBS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중 30%가 기초선거 정당공천 유지론에 찬성했고 56%가 폐지론에 찬성했습니다. 또 1월 12일 MBC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중 35.4%가 기초선거 정당공천 유지론에 찬성했고, 46.5%가 폐지론에 찬성했습니다.

10. 지난 대선에서 여야는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찬성론이 우세하자 폐지를 공약으로 제시했었지요?
⇨ 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대선 후보 모두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11. 진보정당의 입장은 어떤 겁니까?
⇨ 진보정당들은 통합신당의 행보와 무관하게 기초선거에 정당공천 후보를 내기로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최근 정의당, 녹색당, 노동당 등의 청년 리더들과 청년유니온,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등 청년시민단체들의 기자회견이 눈길을 끌었는데요. 이들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약속을 지키는 정치의 중요성”에 공감하지만, "틀린 약속을 지키는 것은 책임 있는 정치가 아니”라며 정당공천제 폐지 반대론을 폈습니다. 이들은 정당공천제 폐지의 문제점으로 검증되지 않은 후보의 난립, 청년‧여성‧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의 제도권 진출 차단, 풀뿌리 정치와 정당정치의 약화 등을 거론했습니다. 또 이들은 “기초선거 정당공천제를 무조건 폐기할 것이 아니라, 이 제도를 사적 이익과 기득권 유지를 위해 사용하지 못하도록 시스템을 개혁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역설하기도 했습니다.  

12. 홍 소장은 이들 청년들의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13.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가 대선 공약이고 이에 대한 찬성여론이 높다면 여야는 그것을 지켜야 하는 것 아닌가요?
⇨ “국민 다수의 찬성 의견”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맹목적으로 추종해서는 안됩니다. 전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문 독재 승인 헌법, 유신헌법에 대해서도 국민 대다수가  찬성 표를 던졌습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추악한 정치인 중 하나로 평가받는 히틀러도 대다수 독일 국민들의 찬성 위에서 합법적인(법에 근거한) 독재를 했습니다. 동서고금의 역사를 보면 국민들의 민심이 천심(天心)인 경우도 있었고 아닌 경우도 있었습니다. 20세기 후반 현대 민주주의의 최대 성과가 ‘소수 의견에 대한 존중’이라는 것에도 주목해야 합니다. 20세기 후반에 ‘소수 의견에 대한 존중’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것은 다수결 원칙에 대한 맹신이 히틀러를 통해 인류를 잔인하게 유린했기 때문입니다. “국민 다수의 찬성 의견”을 맹목적으로 추종해서는 안되는 이유입니다.   

14.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에 대한 찬성여론이 높은 원인이 무엇이라고 봅니까?
⇨ 원인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중앙정부와 중앙 정치인들이 불신을 초래할 일을 많이 했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지역 토호들이 여론전에서 승리했기 때문입니다. 그 동안 지역 토호들은 중앙정부와 중앙 정치인들은 악의 축이요, 지방정부와 지방 정치인들은 피해자라는 주장을 끊임없이 반복해 왔는데요. 이들의 주장은 상당 부분 사실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지방정치가 중앙정치 이상으로 썩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해 왔는데요. 물론 모든 지역의 지방정치가 중앙정치 보다 더 썩은 것은 아니지만, 많은 지역에 있어서 지방정치는 중앙정치보다 더 썩어 있습니다.   

15.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지방정치가 중앙정치보다 더 썩었다고 보는 근거가 있나요?
⇨ 지방정치가 중앙정치보다 더 썩었다는 것은 부정비리에 연루되어 재임 중 물러나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속출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확인됩니다. 지금의 대한민국 지방자치제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은팔찌(수갑) 지방자치제’입니다. 

16. 재임 중 물러나는 지방자치단체장이 많은 원인은 어디에 있나요? 
⇨ 행정학자들은 ‘아래로부터의 주민통제’, 즉 주민에 의한 지자체장과 지방의회 통제가 지방자치제의 가장 중요한 토대라는데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지방자치에서 ‘아래로부터의 주민통제’는 여전히 머나먼 이상에 불과합니다. 그러다 보니 주민통제로부터 자유로운 지방정치인들의 일탈이 속출하고 있는 겁니다. 

17. 중앙정치도 문제가 많지 않나요? 
⇨ 물론 중앙정치에도 문제가 많습니다 그러나 중앙의 정치인들은 그래도 전국에 영향을 미치는 언론매체(신문, 방송, 인터넷 언론 등)와, 역시 전국에 영향을 미치는 시민단체의 감시를 받기 때문에 지방행정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아래로부터의 통제가 더 강한 편입니다. 반면 지자체들은 전국에 영향을 미치는 언론매체와 시민단체의 감시를 덜 받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정비리와 부패의 유혹이 더 큽니다.  

18. ‘아래로부터의 주민통제’가 지방자치제의 가장 중요한 토대라고 했는데요. 그것이 제대로 실현되지 않는 원인이 뭡니까?
⇨ 가장 큰 원인은 기초지자체의 규모가 지나치게 커서 물리적으로 아래로부터의 주민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선진국들의 경우 기초지자체 인구는 1~2만 명 내외입니다. 반면 우리나라 일부 기초지자체 인구는 50만 명에 달합니다. 설상가상으로 상당수 기초지자체장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야심을 실현할 목적으로 기초지자체 덩치 키우기에 나서고 있어 아래로부터의 주민통제는 더욱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19. 자치단체장들의 표 구걸용 전시행정 행태도 심각한 상황 아닌가요?  
⇨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지방정부의 전시행정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지난 20여 년간 호화청사 건립에 대한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지자체들은 호화청사 건립을 강행했습니다. 이것은 자치단체장들의 도덕적 해이가 극한에 달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20. 이런 문제, 어떻게 해결해야 합니까? 
⇨ 자치단체장들의 도덕적 해이가 만연한 것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아래로부터의 주민통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래로부터의 주민통제는 기초지자체의 규모가 지나치게 커서 물리적으로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다른 차선책을 찾아야 하는데요. 그것이 ‘옆으로부터의 통제’입니다. 옆으로부터의 통제는 지자체들이 시도연합회나 시군구연합회 차원에서 호화청사 건립과 전시행정을 남발하는 지자체장과 지자체에 대해 치명적인 패널티를 주도록 법제화하는 방식을 통해 실천 가능합니다.

21. 어떤 방식으로 패널티를 줄 수 있나요?
⇨ 중앙정부는 1년에 약 35조원의 지방교부금과 역시 약 35조원의 국고보조금을 지방정부에 내려 보내고 있습니다. 호화청사 건립과 전시행정을 남발하는 지자체, 또는 부정비리가 잦은 지자체에는 지방교부금과 국고보조금을 대폭 삭감해서 지자체장과 지방의회, 주민들이 공동으로 그 책임을 지게 해야 합니다. 이런 제도가 정착되면 무능하고 부도덕한 지자체장과 의원들을 선출한 주민들은 큰 손해를 보기 때문에, 선거 때 유능하고 도덕적인 인사를 자신들의 대표로 뽑기 위해 노력하고 또 수시로 이들을 감시,통제하며 아래로부터의 통제를 자발적으로 실천하게 됩니다. 

22. 그와 같은 법을 시도연합회나 시군구연합회 차원에서 자청해서 만드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뭔가요? 
⇨ 안전행정부 스스로 그와 같은 법을 만들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시도연합회나 시군구연합회 차원에서 자청해서 지방정부 전시행정·부정비리 차단법을 만들고 개혁적인 방향으로 개정해 나가면, 시도나 시군구에 대한 안전행정부의 영향력이 줄어들기 때문에 이 부처 관료들이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 법은 시도연합회나 시군구연합회 차원에서 자청해서 만들고 국회의원 제안 법률로 입법화해야 합니다.

23. 그와 같은 과정을 거쳐서 지방정부의 전시행정과 부정비리 차단되면 그 때 가서 지방분권의 가속도를 높여도 된다는 것인가요?
⇨ 그렇습니다. 권리를 주장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의무도 수행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의 지역 토호들을 보면 막무가내로 “돈만 많이 내려 보내 달라, 지방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만 늘려 달라”고 주장합니다. 염치없는 주장입니다. 

24. 마무리 하겠습니다.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론의 가장 큰 문제점이 무엇인지 요약해 주시죠. 
⇨ 첫째, 현직 정치인들이 당선될 가능성이 높아져서 정치 신인이 지방정치에 진출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진보정당들이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론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둘째, 정당의 검증절차가 작동하지 않으면 지방토호세력들이 득세할 위험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셋째, 정당 공천 여성 할당제가 사라짐으로써 여성정치인 비율이 현저하게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25. 통합신당이 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 사회과학자들에 따르면 유능한 인재란 위기관리능력과 문제해결능력이 뛰어난 인재를 말합니다. 통합신당에 유능한 인재가 많다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것이고, 그렇지 못하다면 아마추어들이 초래한 쓰나미 재앙의 희생양이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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