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 흉터 지우는 수술, 왜 건보 적용 안 되나?"
[우리 아이는 왜 거울을 안 볼까] 화마보다 무서운 시선, 화상 환자의 삶
2014.12.25 11:38:15
"화상 흉터 지우는 수술, 왜 건보 적용 안 되나?"
'외모 지상주의' 사회에서 화상 환자들은 종종 불길보다 뜨거운 고통을 겪습니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일터에서. 그리고 병원에서.

화상 환자들의 고통은 남의 일이 아닙니다. 대형 참사 현장에서만 화상 환자가 생기는 게 아닙니다. 화상 환자의 30%가 어린이입니다. 한 병원에선 전기장판에 방치된 신생아가 4도 화상을 입었습니다. 어른들이 실수로 끓는 기름을 쏟아서 화상을 입은 아이도 있죠. 생활 속의 작은 사고가 치명적인 화상을 낳는 경우도 흔합니다. 

화상 환자들은 "인간이 겪는 고통의 정점에 화상 치료가 있다"고 말합니다. 그만큼 고통스럽습니다. 그런데 화상을 입은 아이들이 겪는 고통은 치료 한두 번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몸이 자라면서, 여러 차례 더 치료를 받습니다. 치료비용은 또 다른 고통입니다. 수천만 원 치료비 부담을 덜기엔 건강보험 보장성이 아직 턱없이 낮습니다.

병원 문을 나서면 새로운 고통이 시작됩니다. 능력이 남과 다를 바 없는데, 따돌림 당하고 차별 당하기 일쑤입니다. 남 앞에 나서는 게 두려워집니다. 그들은 '시선의 감옥' 안에서 살아갑니다. 

이들은 언제까지 갇혀 지내야 할까요. 여기, 용기 있게 독자들 앞에 나타난 화상 환자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알고 있습니다. '시선의 감옥'은 스스로 깨야 한다는 것. 당당히 얼굴을 들고 식당과 커피숍에 가야 한다는 것. 그래야만 편견과 따돌림 역시 누그러든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힘들게 용기를 낸 환자들에게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준비한 기획입니다. 독자들의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불에 다친 피부를 사포로 긁어내고 소독을 하는, 화상 치료는 인간이 겪는 고통의 정점이다. 화상 환자들은 그 정점에서 아주 오래 머문다. 치료가 끝난 뒤에도, 피부 보습 관리와 화상에 필요한 의료용품을 사서 발라야 하기에 경제적 어려움이 따른다. 그러나 평생 짊어지고 가야하는 가장 큰 고통은 바로 사람들의 낯선 시선이다. 

소아 화상, 시퍼렇게 멍든 동심

어린이 화상 환자 후원회 '비전호프' 안현주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중증 화상을 입으면 그 치료과정에서 이미 반은 죽습니다. 겨우 그 악몽이 끝나면 길고 긴 어둠의 터널이 기다립니다. (…) 드디어 퇴원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본격적으로 자신의 모든 것이 달라졌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몸 곳곳에 남겨진 상처와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 가족들마저 외면하는 현실, 치료비 때문에 빚은 늘어나고. 아무도 자신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소통은 단절되고. 그러다보면 몇 번이고 죽음을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만났던 대부분의 성인 화상 장애인들이 겪은 과정입니다.

화상을 입은 아이들은 어떨까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성장이 멈출 때까지 수술을 받아야 하는 아이들의 화상은 그 여린 동심을 시퍼렇게 멍들게 합니다. 얼굴을 다친 아이들은 거울을 보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화상은 잃어버린 것이 너무 많아서 회복이 가장 더딘 장애입니다."

팔에 흉터가 있는 화상 환자는 한여름에도 긴팔 옷을 입는다. 공중목욕탕이나 수영장 역시 화상 환자들에겐 너무 먼 곳이다. 목욕탕이 문을 연 시간에 들어가서 후다닥 씻고 나왔다는 환자도 있다. 화상 흉터를 남에게 드러내는 건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밖에 아예 나오지 않고 방에 숨어 지내는 화상 환자는 1만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화상 환자가 들어서면 '손님 떨어진다'며 내쫓는 식당 주인이 있다. 화상 환자를 가리키며, 아이에게 '너, 불장난 하면 저렇게 된다'라고 말하는 엄마도 있다. 화상 환자가 밖에 나오면 '시선의 감옥'에 갇힌 죄수가 된다. 그럴 바엔, 스스로 유폐되는 길을 택한다는 게다. 

장애인 아닌 장애인, 건보 적용 안 되는 재건수술

화상 환자는 크게 둘로 나뉜다. 신체 기능에 장애가 있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후자는 학업과 노동, 일상생활에 전혀 지장이 없다. 예컨대 얼굴에 화상 흉터가 있다고 해서 학습능력이나 체력이 떨어질 이유가 없다. 그래서 그들은 제도가 인정하는 장애인이 아니다. 그런데 사회는 그들을 장애인으로 대한다. '장애인 아닌 장애인'. 여기에 비극이 있다. 

학교에 입학하니, 교사가 '특수학교에 가라'고 한다. 공부와 체육 활동에 아무런 불편이 없는데도 그렇다. 취업은 더 힘들다. 필기시험에 합격해도, 면접에서 낙방하기 일쑤다. 장애인 인정을 받지 못하니, 장애인에게 제공되는 지원 역시 남의 일이다.

화상으로 인해 몸을 움직일 수 없다든가, 입을 벌려 음식을 먹을 수 없는 등 신체적 장애가 있고, 그걸 치료하는 목적이라면 건강보험 적용이 된다. 다만, 이 경우에도 수술에 쓰는 장비나 약제, 치료도구 등이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거나, 부분적으로 되는 경우가 흔하다. 

신체적 장애가 없는 환자가 받는 재건수술은 미용성형으로 간주된다. 건강보험 적용이 아예 안 된다. 얼굴 화상 흉터를 지우는 수술과 연예인 지망생이 받는 성형수술이 동급이라고 보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천문학적 치료비, 빈곤 추락은 순식간

국민건강보험의 열악한 보장성은 화상 환자들을 빈곤의 구렁텅이로 빠뜨린다. 앞서 소개한 나 씨는 사고 당시 집안이 넉넉했다. 그런데도, 치료비 부담 때문에 가족이 반지하방으로 이사하고, 결국 빚더미에 올라야 했다. 중산층 이하 가정이라면, 가계 파탄, 가족 해체 등으로 이어진다.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대를 오가는 병원비만 문제가 아니다. 수시로 발라야하는 피부 보습제 등 부가비용 역시 큰 부담이다. 여기에 실직까지 겹치면, 극빈층으로 추락하는 건 시간문제다.

'OECD Health Data 2013'에 의하면, 한국의 '국민 의료비 대비 공공 재원의 비중'은 55.3%다. 이는 유럽 복지국가들의 85%에 비하면 약 30%포인트나 뒤지고, OECD 회원국들의 평균인 72.2%에 비해서도 약 17%포인트 낮은 수치다. 공공 재원, 즉 건강보험 재정이 전체 의료비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턱없이 낮다. 얼굴 화상 흉터를 지우는 수술에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는 진짜 이유다.

누구나 화상 환자가 될 수 있다

'장애인 아닌 장애인', 화상 환자들은 국민건강보험 체제 바깥에 있다. 그들을 건강보험 체제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물론, 반론도 있다. 그러자면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늘려야 하는데, 결국 보험료나 세금을 올리자는 주장 아니냐는 게다. 나는, 그리고 내 아이는 화상 환자가 아닌데, 왜 내가 낸 돈이 화상 치료에 흘러들어가야 하느냐는 게다. 

55만 화상 환자 가운데, 자신이 화상을 입게 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없다. 한 아이는 아빠가 담배 필 때 쓰는 라이터가 무척 신기했다. 한번 만져보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는 이불을 뒤집어쓰는 놀이를 했다. 이불 안은 캄캄하다. 문득 라이터 생각이 났다. '라이터로 불을 밝히면 환해지지 않을까.' 아이는 전신 화상 환자가 됐다.

아이 엄마는 애를 등에 업고 집안일을 했다. 여느 때처럼 가스레인지 앞이었다. 등에 업힌 아이는 눈앞에서 보글보글 끓는 냄비 안이 궁금했다. 그래서 팔을 뻗었다. 화상 치료를 받았다. 

누구나 화상 환자, 혹은 그 가족이 될 수 있다.  

아이들 화상, 예방할 수 있습니다. 


- 전기포트는 아이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사용하기

전기선을 잡아 당겨 뜨거운 물이 쏟아져 화상을 입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이 경우 화상의 정도가 심하고, 범위가 넓은 경우가 많습니다. 

쓰고 남은 뜨거운 물에 아이들이 다치는 경우가 많으므로 쓰고 남은 물은 반드시 비워야 합니다.

- 아이를 안고 라면이나 커피 등 뜨거운 음식 먹지 않기

아이가 손으로 그릇을 치거나 순식간에 움직이면서 뜨거운 국물이 쏟아져 화상을 입게 됩니다. 

보호자가 컵을 들고 있다가 기침을 하면서 커피 등이 쏟아져 아이가 화상을 입을 수 있습니다. 

- 전기밥솥은 바닥에 내려놓지 않기

뜨거운 증기를 만져 주로 손가락과 손바닥이 다치게 되며, 화상의 정도가 심하여 손가락 관절에 운동 장애를 가져오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아이를 업고 음식을 조리하지 않기

아이가 업힌 채로 손을 앞으로 뻗어 냄비 손잡이를 잡아당기면서 내용물이 쏟아져 화상을 입는 경우가 있습니다. 

- 정수기는 아이 손에 닿지 않는 곳에 설치하기

손으로 온수꼭지를 눌러 뜨거운 물에 화상을 입는 경우가 많습니다. 온수가 나오는 정수기를 쓰는 경우, 안전밸브를 꼭 설치해야 합니다. 

찬물이 나오는 곳에 입을 대고 먹다가 온수꼭지를 누르게 되어 이마에 화상을 입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 이유식은 식힌 후에 그릇에 담기

아이가 이유식에 손을 넣고 휘저어 화상을 입게 됩니다.

물보다 끈적거리므로 피부와 접촉 시간이 길기 때문에 화상의 정도가 심한 경우가 많습니다. 

- 프라이팬, 냄비 등의 조리 기구는 사용 후 아이 손에 닿지 않는 곳에 설치하기

뜨거운 물체에 닿아서 생기는 화상은 화상의 정도가 심하여 치료 기간도 길어지고, 흉터를 남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 거실 바닥에 앉아 고기를 구워먹지 않기

아이가 뛰어 놀다가 넘어져 뜨거운 그릴 및 기름에 손바닥을 짚으면서 넘어져 화상을 입는 경우가 많습니다.

- 사용하지 않은 콘센트는 안전덮개로 막아두기

쇠 젓가락이나 머리핀 등을 콘센트 구멍에 끼워 넣는 경우 양손에 전기 화상을 입게 됩니다. 

전기 화상은 치료 기간이 길고, 인대, 근육 등에 손상을 입는 경우가 많습니다. 

- 러닝 머신 전기 코드 빼 두기

손가락이나 손이 끼인 채로 벨트가 돌아가는 경우 마찰열에 의해 화상을 입게 됩니다. 

손가락이나 손을 쉽게 빼내지 못하여 화상의 정도가 깊은 경우가 많습니다. 

- 라이터나 성냥 등은 아이 손에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하기

옷에 불이 붙어 심한 화상을 입을 수 있으며, 집이 화재로 번지게 되면 유독가스에 질식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 세면대에서 아이를 씻기지 않기

아이 또는 보호자의 부주의로 수도꼭지 손잡이를 온수 쪽으로 돌리게 되면 갑자기 나오는 뜨거운 물에 화상을 입을 수 있습니다. 

뜨거워진 수도꼭지에 아이 몸의 일부가 닿아서 화상을 입는 경우도 있습니다. 

- 욕조에서 목욕할 때 뜨거워진 수도꼭지 부분은 마른 수건으로 감싸주기

뜨거워진 수도꼭지와 접촉하여 화상을 입을 수 있습니다. 

- 샤워기를 사용하여 아이를 씻기지 않기

특히 온수기나 연수기를 사용하는 경우, 물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지 않아 씻는 도중 갑자기 뜨거운 물이 나와 화상을 입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넓은 범위에 화상을 입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입원 치료를 해야 합니다. 

- 다리미를 쓰고 난 후 아이가 출입할 수 없는 곳에 두기

전선을 잡아당겨 높은 곳에 있던 다리미가 떨어지면서 얼굴, 팔, 다리 등에 화상을 입거나, 다리미를 직접 만져 화상을 입을 수 있습니다. 

다리미에 의한 화상은 상처가 깊은 경우가 대부분이며, 치료 기간이 긴 경우가 많습니다. 

- 헤어 드라이기, 고데기 등을 쓰고 아이 손에 닿지 않는 곳에 두기 

본체나 쇠 부분이 달구어져 있어서 아이들이 만지다가 화상을 입게 됩니다. 

- 곰국 등 뜨거운 국이 담긴 냄비를 욕실이나 베란다 등의 바닥에 두고 식히지 않기

아이가 넘어져 빠지게 되면 잘 일어나지 못하므로 화상의 정도가 깊은 경우가 많고, 또한 화상의 범위가 넓어 중증 화상을 입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베스티안 화상후원재단 제작, 베스티안 병원 화상센터 의료진 감수 <쉽게 배우는 어린이 화상 예방 상식>에서 인용) 

* 이 기사는 미디어 다음과 공동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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