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지자체 재정파탄 초래할 것"
[나가노를 통해 평창의 길을 묻다 ②]"4대강 능가 혈세 낭비, 누굴 위한 건가"
2015.02.15 12:05:24
"평창올림픽, 지자체 재정파탄 초래할 것"
"평창 동계올림픽 투입 재정 규모가 지금 13조 원이면, 앞으로는 4대강 공사비 22조 원보다 더 들어갈 것이다. 삽질을 시작하면 공사비는 오른다. 관계자들이 '올림픽 예산이 아니'라고 발뺌하는 예산들까지 포함하면, 평창 동계올림픽은 4대강 뺨치는 혈세 낭비가 될 것이다." (정희준 동아대 스포츠과학부 교수)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이 4대강 사업 못지않은 재정 적자를 불러일으키리라는 분석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환경 파괴와 재정 적자를 막으려면, 신규 시설을 짓는 대신 서울 등 다른 지역의 기존 시설을 이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 녹색연합, 문화연대 등은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나가노를 통해 평창의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 관련 기사 : 나가노 올림픽 뒤 빚만 17조 원…평창은?)

"강원도 올림픽 부채 2조 원…민생 예산 삭감될 것"
 
올림픽은 '빚더미 행사'다. 일례로 2007년 동계올림픽 장소가 소치로 확정됐을 때 러시아는 전체 예산을 120억 달러로 예상했으나, 2014년 막상 올림픽이 열렸을 때 4배가 넘는 510억 달러를 썼다. 평창 동계올림픽 예산도 애초 유치 신청 당시 8조8000억 원으로 책정됐으나, 개최 3년을 앞둔 지금은 13조 원으로 늘어났다.    

재정자립도가 2014년 기준 18.7%로 전국 최하위권을 달리고 있는 강원도 예산에도 비상에 걸렸다. 강원도는 동계올림픽을 위해 알펜시아 리조트를 지었지만, 재정 부채 1조 원이 들었고 매일 이자만 1억 원이 생기고 있다. 2013년 6월까지 강원도가 지출한 이자만 1946억 원에 달한다. 

▲ 알펜시아 경기장. ⓒ녹색연합


강원도는 동계올림픽 준비로 2015년에는 1000억 원, 2016년 1100억 원, 2017년 500억 원의 지방채를 추가로 발행할 계획이다. 기존 부채와 이자 비용까지 포감하면 약 1조 원의 부채가 추가로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유성철 강원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사무처장은 "강원도는 2조 원의 부채를 감당할 능력도 계획도 없는 상황"이라며 "지난해 아시안게임을 치른 뒤 빚을 갚고 시설 유지비용을 쓰느라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복지예산을 삭감한 인천시의 사례처럼, 강원도의 재정 위기는 필연적으로 민생 복지예산 삭감과 도민의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림픽으로 이득 보는 사람은 소수의 지역 건설업자, 투기꾼"
 
정희준 동아대 스포츠과학부 교수는 "올림픽은 지역 주민을 위한 행사가 아니다. 누구를 위한 행사냐? 지역 건설업자, 정치인, 투기꾼을 위한 행사다. 그들에게는 건더기(떡고물)가 남는다"며 "올림픽은 '국고 먹튀'의 대표적인 행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정 교수는 "외국은 새 시설물을 '가급적 짓지 말고 기존 시설물을 이용하자, 짓더라도 가급적 작게 짓자'는 추세"라며 "하지만 평창에서는 정반대로 '가급적 새로 짓자, 최대한 크게 짓자'고 한다"고 꼬집었다. 

▲ 알펜시아 리조트. ⓒ녹색연합


"환경 파괴, 국고 낭비, 관중석 비어 국위 훼손까지"

그는 "올림픽 시설들을 사후 활용할 방안도 없다"며 "인천 아시안게임 주경기장을 민자 유치하자는 얘기가 나오는데 전용을 못한다. 단 6시간짜리 개폐막식 행사를 위해 인구 4000명의 강원도 횡계리에 1300억 원을 들여 짓는 개·폐막식장도 다른 데 쓸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실제로 동계올림픽을 위해 신축하는 시설 7곳 중 사후 활용 방안이 확정된 경기장은 아이스하키 경기장 단 한 곳뿐이다. 반면 유지 관리 비용과 시설 보수비로 매년 수백억 원대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정 교수는 "환경 파괴와 빚더미 논란은 물론이고, 올림픽이 '국위 선양'은커녕 '국위를 훼손'하는 행사가 될 수 있다"며 "수도권 행사였던 인천 아시안게임 때도 관중석이 텅 비었는데, 평창 동계올림픽에 관중이 갈 것인가? 외국인이 텔레비전으로 본다면 (텅 빈 관중석을) 기이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분산(공동) 개최해야 관중도 자기 지역 행사라고 가지, 강원도에만 집중적으로 개최하면 강원도민을 동원해도 흥행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에자와 마사오 '올림픽이 필요 없는 사람들 네트워크' 대표도 "정부와 올림픽조직위원회는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을 유치할 당시 '경제 활성화'라는 장밋빛 전망을 제시했지만, 돌아온 것은 빚과 환경파괴뿐이었다"며 "막상 올림픽이 열리자 관객이 적어서 지역 학생들을 관중석에 동원했다"고 말했다.  
 
에자와 대표는 "(환경 파괴, 재정 낭비 논란 등으로 선진국들이 올림픽 유치를 꺼리면서) 올림픽은 이제 인기가 많이 떨어졌다"며 "이제 올림픽을 유치하려는 국가는 한국, 중국, 일본 정도인 것 같다"고 말한 바 있기도 하다. 
 

▲ 12일 녹색연합이 벌목이 진행되고 있는 가리왕산을 방문했다. ⓒ녹색연합


"공동 개최로 재정 낭비, 환경 파괴 문제 줄여야"

전문가들은 단 2주일간의 동계올림픽을 위해 수천억 원을 들여 새로운 시설물을 짓기보다는, 분산 개최(타 지역과 공동 개최)하는 방식으로 기존 시설물들을 이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병천 '산과 자연의 친구 우이령 사람들' 대표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제시한 평창 동계올림픽 분산 개최안을 전문성 없는 일부 정치인들이 거부함으로써 IOC는 평창 동계올림픽의 실패와 환경파괴 책임 문제에 대해 국제적인 비난에서 빠져나갔다"고 꼬집었다. 

이병천 대표는 "평창 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와 강원도, 정부는 IOC가 제안한 공동 개최안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기존 시설물인 무주 덕유산 리조트와 목동, 고려대 아이스링크장 등을 활용하면 사후 활용 걱정 없이 최소 5000억 원 이상의 예산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알펜시아 리조트. ⓒ녹색연합


"예산 투명하게 공개하고, 환경영향평가 해야" 

올림픽 예산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설물이 들어설 곳에 타당성 조사와 환경영향평가를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에자와 마사오 씨는 "나가노 올림픽 당시 농업 예산이 올림픽에 돌려 쓰이기도 하고, 홍수 방지를 위한 예산이 올림픽 도로 건설에 전용된 바 있다"면서 "평창 올림픽 때 올림픽 특별 회계를 만들어서 유치비, 건설비, 운영비용을 한 가지 특별회계 안에 공개하고, 감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에자와 씨는 "한국에서 가리왕산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됐음에도, 올림픽 특별 유치를 위해 개발제한구역 규제를 해제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매우 놀랐다"며 "환경 파괴 위험이 어느 정도인지 알기 위해 경기장별 환경영향평가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희준 교수는 "원래 국고 예산이 500억 원 이상 들어가는 사업에는 예비 타당성 조사를 해야 하는데, '올림픽 특별법'은 타당성 조사도, 환경영향평가도 안 하도록 무력화시키고 있다"며 "올림픽 특별법을 없애야 하고, 전문가 의견을 듣지 않고 (올림픽 유치 지역을) 정치적으로 판단하는 일도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 벌목되기 전 가리왕산의 모습. 희귀생물 자생지인 가리왕산은 산림청이 지정한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민간은 물론이고 국책사업으로도 개발이 불가능한 보호구역이었으나, 평창 동계올림픽을 위해 벌목되고 있다. ⓒ사진그룹 청사진, 박용훈, 이재구


* 가리왕산 사진 이미지 프레시안으로 더 보기 (바로 가기 ☞ 가리왕산 500년의 숲 vs 단 3일의 경기)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dongglmoon@pressian.com 다른 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