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권역별 비례' 제안…선거제도 개혁 바람 부나?
[분석] 여야, 논의 거부 명분 없을 듯…"현역 기득권 의원 반발" 예상
2015.02.24 19:05:12
선관위 '권역별 비례' 제안…선거제도 개혁 바람 부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 제도와 관련해 권역별 비례대표제, 석패율제 도입을 국회에 공식 제안했다. 또한 지난 2004년 불법 정치자금 문제 등으로 폐지됐던 지구당 제도의 부활, 오픈프라이머리(전국 동시 경선제) 실시 등도 함께 제안했다. 

선관위는 24일 전체위원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지역주의 완화와 유권자 의사를 충실히 반영하는 선거제도 개선, 정당정치 활성화' 방안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정치관계법 개정 의견을 확정, 25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선관위의 안은 곧 꾸려질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될 전망으로,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석패율제는 소수 정당에 여전히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와는 별개로 기득권을 가진 현역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반발도 상당할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당 차원에서는 국민 눈치가 보여 대놓고 반대할 수 없겠지만, 만약에 진지하게 논의된다면 지역구 의원들은 난리가 날 것"이라는 말들이 나온다. 이 방안이 현실화되면 지역구 의원은 줄어들고, 비례대표 의원은 2배 가까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현재 지역구 의원은 총 의원 정수 300명 중 246명, 그리고 비례대표 의원은 54명이다. 선관위의 제안은 비례대표를 100명 안팎까지 늘리고 지역구 의원은 200명 안팎까지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선관위의 선거구제 개편 제안으로 선거 제도 개정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프레시안(최형락)


선거구 대수술여야 모수 껄끄럽지만 논의하지 않을 명분 없을 듯

앞서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 인구 비례 기준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선거제도 개정은 필연적인 것으로 인식됐다. 선거구획정과 함께, 비례대표제, 선거구제 등 대대적인 수술이 함께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국회도 선거제도 개혁을 거부할 명분이 없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선거구제 개혁에 강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는 상황이다. 

선관위는 "(국회에)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구성되면 이번 개정 의견 제출을 계기로 국회 차원의 본격적인 정치개혁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어 정치 선진화로 나아가는 성과를 거둘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공직선거법 개정 관련 의견으로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지역구 후보자의 비례대표선거 동시 입후보(석패율제) △정당 후보자추천의 민주성 강화를 위한 '전국동시 국민경선제’ 실시방안 마련 △후보자 사퇴시한 설정 △후보자 사퇴 등의 경우 선거보조금 반환 등을 제시했다. 

정당․정치자금법 개정 의견으로는 △정당의 생활정치 활성화를 위한 '구·시·군당’ 허용 △정치자금의 원활한 조달을 위한 '법인·단체의 선관위 정치자금 기탁’ 허용 △물가상승률 등을 반영한 후원금 모금한도액 현실화 △국고보조금 지출의 투명성 강화 등을 제시했다. 

현 시스템보다는 진일보보수 양당 체제 고착 비판도

특히 주목받는 부분은 권역별 비례대표 도입 및 석패율제 도입, 그리고 지구당제도 부활 등이다. 

'전국구' 비례대표 방식과 달리,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전국을 6개 권역으로 구분, 권역별로 지역구와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함께 선출한다. 비율은 한 권역에서 지역구 2, 비례대표 1의 범위 안에서 결정된다. 권역별로 정당의 득표율에 따라 정당별 의석을 배분한다. 

이를테면 한 권역에서 국회의원 48명을 뽑게 된다고 했을 때, 지역구는 32명, 비례대표는 16명을 뽑게 된다. 해당 권역의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수는 16명 안에서 각 정당에 배분된다. 여기에 석패율 제도가 도입되면 지역구에 출마했다 낙선한 인사에게 '부활'의 기회가 주어지게 된다. 

석패율제는 권역별로 나눈 정당별 배분 의석 중, 지역구 당선인을 제외한 나머지 당선자를 비례대표 명부 순위(지역구 후보자의 동시 입후보 가능)에 따라 당선인으로 결정하게 된다. 이를테면 어느 한 지역구에 출마한 인사가 해당 권역의 비례대표 후보에 동시에 등록을 한다고 치자. 지역구에서 석패할 경우에도 정당 득표율이 일정 수준이 되면 이 인사는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이같은 제도는 현재 영호남의 특정 정당 독식 체제에 균열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지역주의 완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보수 양당제를 고착시킨다"는 비판도 불가피하다. 현행 소선거제 구도에서 석패자가 영호남 모두에서 거대 양당 소속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선관위는 제안 배경으로 "시‧도 단위로 지역구와 비례대표 동시 입후보를 허용하여 정치적 불리함을 안고 열세 지역에 출마하여 최선을 다한 경우, 비록 지역구에 당선되지는 못하더라도 비례대표로 당선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한다"며 "정당 내에서도 열세 지역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경쟁력을 높이고 정당의 지역 편중 현상을 완화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본이 시행하고 있는 석패율제는 유력 정치인의 '낙선 방지용'으로 사용될 우려가 제기된다. 일본의 경우 이같은 문제로 인해 계파 수장이 매번 선거에서 부활, 계파 정치가 기승을 부리게 됐다는 평도 있다. 또한 비례대표제의 본래 취지인 '전문가의 정치 참여'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제도는 어떻게 시행하느냐에 달려정의당 등 진보 정당 반대 불보듯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는 "선관위의 안을 보면, 그간 논의됐던 안들이 제안된 것 같다. 예상된 수순이었다"면서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은 현행 선거구제에 비춰보면 진일보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석패율제의 부정적 측면에 대해 "신인 정치인의 진입로를 막을 수 있다는 우려 등이 나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각 정당에서 그런 부분을 감안해 전략적 판단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를테면, 유력 정치인이 당선 도구로 이용하려는 의도가 드러날 때 유권자들은 심판을 할 수가 있다. 석패율제가 도입되도 각 정당은 이 부분을 고려해 공천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경우 양당 구조를 고착화시켜 오히려 진보정당이 제도권 정치에 진출하는 데 제약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정의당은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석패율제를 받기 어렵다.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가 대안"이라고 밝혔다. 독일식 제도는 권역을 나누지 않고 전국 정당 지지율에 따라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 수를 결정한다. 정당지지율이 의석에 그대로 반영되는 구조다. 

지구당 부활과 관련해 김 교수는 "(2004년) 폐지된 때와 달리 지금은 부활을 시키는 게 정당 정치를 위해 도움이 더 된다. 폐지될 당시 '금품 살포 및 정치 자금 불법 모집의 창구' 역할이 문제가 됐지만, 지금은 비교적 정치 환경이 변한 상황이다. 정당이 유권자와 스킨십을 할 수 있다는 면에서 부활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박 의원도 "지구당이 없어지면서 '여론조사' 정당이 돼 버렸는데, 지구당이 부활하면 풀뿌리 당원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은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에 큰 이견이 없어보인다. 그러나 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이를 제도로 들이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 각 정당이 전략적 판단에 따라 움직일 수 있는 여지를 둬야 한다. 정당간 합의 하에 운영될 수 있는 것을 왜 굳이 제도로 만들어야 하느냐"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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