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빚더미' 안상수 공천, 평창의 미래는?
[평창이 '봉'인가? ③·끝] 정용철 서강대학교 교수 인터뷰
2015.04.09 18:46:29
'아시안게임 빚더미' 안상수 공천, 평창의 미래는?

"분산 개최의 골든타임은 지금이다"

'평창올림픽 분산 개최를 촉구하는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의 집행위원장인 정용철 서강대학교 스포츠심리학과 교수가 지난 1일 <프레시안>과 만나 한 말이다.

정용철 교수를 비롯한 시민모임 대표자들은 지난달 19일 강릉 샌드파인 리조트에서 로버트 록스버그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대변인과 비공개 면담을 진행했다. 그 자리에서 시민모임은 '한국 정부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분산 개최를 결정하면 IOC도 이를 수용할 의사가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정부와 강원도, 평창 올림픽조직위원회는 분산 개최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쐐기는 박근혜 대통령이 박았다. 

앞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2020년 하계올림픽을 치를 예정인 일본 도쿄와 공동 개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예산 낭비와 환경 파괴를 줄이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일주일도 안 된 지난해 12월 15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분산개최는 의미 없다. IOC에 분명한 설득 논리로 대응하기 바란다"고 일축했다. 

대통령의 한마디 이후 외국 도시는 물론이고 국내 다른 도시에 대해서도 분산 개최에 대한 검토는 완전히 중단됐다. 

정 교수는 "기존 시설을 개보수하면 준비 시간이 줄어들기에 올해 6월까지 분산 개최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정부 태도로 봤을 때, 경기장 재배치가 이뤄질 확률이 희박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대로 간다면 재정 파탄에 대한 책임자를 끝까지 추적할 것"이라며 "이제 더는 메가 스포츠 행사로 장난치는 정치인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모임은 김진선 전 평창 올림픽조직위원장을 비롯해 5명의 책임자를 선정해 직무유기와 배임 혐의로 형사 고발할 예정이다. 다음은 정 교수와 서강대에서 진행한 인터뷰 전문이다. 

▲ 정용철 '평창올림픽 분산 개최를 촉구하는 시민모임' 집행위원장. ⓒ프레시안(손문상)


"분산 개최는커녕 강원도 내 재배치도 제대로 안 돼"

프레시안 : 분산 개최의 골든타임이 있다면 언제인가?

정용철 : 골든타임은 지금이다. IOC가 3월 말까지 평창 올림픽조직위원회에 분산 개최 문제를 어떻게 할지 알려달라고 했는데, 준비 시간을 고려하면 6월까지 괜찮다. 경기장을 새로 만드는 대신 기존 경기장을 개보수하자는 것이므로 준비 시간이 줄어든다. 

프레시안 : 재정을 아낄 수 있는 사업에 우선순위를 정하자면 어떤 것을 꼽겠나? 

정용철 : 인구 4000명인 횡계리에 6시간짜리 행사를 위해 4만 석 규모로 짓고 일부를 허물기로 한 개·폐막식장은 짓지 말아야 한다. 짓는 데 1200억 원이 들고, 행사 끝나고 부수는 데 또 1000억 원이 든다. 

횡계리 개·폐막식장을 내줘도 가리왕산이라도 살려야 한다. 산림청장은 복원한다는 조건으로 활강경기장을 짓도록 허가 낸 건데, 복원 계획이 전혀 없다. 나무 6만 그루 잘라서 슬로프 만들고 콘크리트 두르면 원상복귀가 불가능하다. 경기장 규모라도 줄여야 한다. 

동계올림픽의 꽃이라 불리는 아이스하키 경기는 흥행을 위해서라도 고려대나 태릉선수촌에서 분산 개최해야 한다. 슬라이딩센터도 만들면 애물단지다. 일본 나가노에서도 루지, 봅슬레이 선수 국제 훈련장으로 만드는 사후 계획을 세웠다가 못했다. 얼음 얼리는 데만 억 원대가 필요하다. 합리적인 출구전략을 짜야 한다.

프레시안 :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을 치르는 일본이 지난 2월 계획을 바꿔 1조 원 이상을 절약한 선례가 있지만, 이는 도쿄 안에서 경기장 재배치를 했기에 가능했다. 시민단체가 제안하는 전라북도 무주리조트나 목동 빙상경기장을 활용하자는 계획과는 다르다. 

정용철 : 강원도 내 경기장 재배치라도 해야 하는데, 그조차도 안 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비용 문제를 이유로 스키·스노보드 경기장 위치를 보광 휘닉스파크에서 강원도 정선 하이원리조트로 바꾸려고 했지만 못 바꿨다. 아직도 원안을 고수하고 있다.

'구세대의 끝물' vs. '새 패러다임의 첫 주자'

프레시안 : 구닐라 린드베리 IOC 조정위원장이 평창 올림픽조직위원회의 결정을 기다리다가 1월에는 "예정대로 치르자"고 했다. 이 발언 이후, 분산 개최하기에 이미 늦은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 정용철 '평창올림픽 분산 개최를 촉구하는 시민모임' 집행위원장. ⓒ프레시안(손문상)

정용철 : 한국 정부가 워낙 분산 개최는 없다고 굳건하게 원안을 고수하니 나온 말이다. 그전까지 린드베리 조정위원장은 IOC가 한국 정부를 배려해서 분산 개최를 먼저 제안했는데, 한국이 거절하니 어이없어했다. 이대로 가다 보면 올림픽 준비가 제대로 안 될 것 같으니, 한국 정부 결정대로 가자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굳이 돈 쓰면서 단독 개최한다는데 IOC로서는 말릴 이유가 없다. 

다만, IOC는 평창 올림픽이 최악의 올림픽이 될까 걱정할 수도 있다. 강릉에 짓는 5개 경기장 가운데 4개가 사후 활용 방안이 없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정 안 되면 부수겠다"고 했다. 관동대 여자 아이스하키 경기장이 유일하게 사후 활용 방안이 있는데, 밀어내고 강의실 넣고 학교에서 쓴다니까 그나마 설득력이 있다. 나머지는 답이 없다. '경제올림픽, 환경올림픽'에 반하는 올림픽이라는 오명이 생길 수도 있다. 

프레시안 : 지난해 12월 IOC가 '복수 국가, 복수 도시 개최' 허용을 핵심으로 하는 '아젠다 2020'을 발표한 이후 올림픽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는 것이 감지되나? 

정용철 : 그렇다. 평창은 전 세대의 스펙터클하고 뻥튀기된 올림픽의 마지막 후발 주자다. 구세대 끝물이 되느냐, 새 패러다임의 첫 주자가 되느냐 하는 갈림길에 섰다. 하지만 평창은 올림픽 역사상 최초의 동계-하계 올림픽 공동 개최할 기회를 놓쳤다. 일본은 1998년 동계올림픽을 치렀던 나가노의 경기장을 개보수해서 주고, 평창은 배드민턴이나 유도 경기를 가지고 올 수 있었다. 동계올림픽 경기장과는 달리, 하계올림픽의 체육관은 사후 활용 방안이 많다. 

일본 나가노조차도 1998년 동계올림픽 개최 이후 지금까지 17조 원의 적자를 내서 모든 복지가 멈췄고, 빚 갚고 이자 내는 데 급급하다. 평창은 더 심하다. 이대로 가면 재앙 수준의 파국이 벌어질 것이다. 이를 정부는 수수방관하고 있다. 조직위는 아무것도 안 하고. 

평창 올림픽 재정 파탄 책임자는 누구?

프레시안 : 정부는 '합리적인 출구전략'을 짜는 데 왜 이렇게 선을 그을까? 

정용철 : 그전까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분산 개최를 고려했다고 들었다. 하지만 IOC가 '아젠다 2020'을 발표한 이후 일주일 만에 박근혜 대통령이 "분산 개최는 없다, IOC를 설득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이 안 된다고 하니 다 멈췄다. 

문체부, 강원도, 올림픽조직위원회 가운데 올림픽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는 없고, 박근혜 대통령과는 소통이 안 된다. 이대로 간다면 파국에 대한 책임자를 지금부터 적시해야 한다. 끝까지 추적해야 한다. 

프레시안 : 책임자들로 누구를 꼽을 수 있나? 

정용철 :
전임 강원도지사였던 김진선 전 평창 올림픽조직위원장은 알펜시아 리조트 사업을 추진해 1조 원대 부채를 강원도 산하 공기업에 남겼다. 활강 스키장을 치를 장소는 가리왕산밖에 없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했다. 사업 타당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직무 유기 책임도 있다. 

국회 평창특위 소속 염동열 새누리당 의원과 박주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옆에서 부채질했다. 재정 낭비를 막을 수 있었음에도 분산 개최를 막았다. 염 의원은 '올림픽 특별법'을 대표 발의해서 사업 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게끔 했다. 이 때문에 사업성이 떨어지는 고속도로, 철도 사업이 '올림픽 관련 사업'에 포함돼 허용됐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도 책임이 있다. 조양호 올림픽조직위원장도 아무것도 못 하고 손 놓고 있다. 

▲ 정용철 '평창올림픽 분산 개최를 촉구하는 시민모임' 집행위원장. ⓒ프레시안(손문상)


인천 아시안게임 빚더미 만든 안상수 재공천? 

프레시안 : 책임지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정용철 : 기억해야 한다. 인천 아시안게임으로 인천을 재정 파탄으로 몰고 간 안상수 전 인천시장이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새누리당 공천을 받았다. 그러니 지역 정치인들이 나중에 빚이 어떻게 되든 '나 몰라라'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유치해야 하니까 찍어주세요" 하고, 이후에는 "성공적 개최를 위해 찍어주세요" 하는 식이다. 지자체장들이 그렇게 3선 간다. 임기 말에 메가 스포츠 행사를 유치할 궁리를 한다. 이제 더는 메가 스포츠 행사로 장난치는 정치인은 없어야 한다. 

초법적인 올림픽 특별법, 환경 파괴·예산 낭비 주범 


프레시안 : 책임자를 기억하는 것 말고도 다른 해결책으로는 필요한 것은 없나? 

정용철 : 초법적인 올림픽 특별법이 가장 큰 문제다. 500억 이상 드는 국가 프로젝트에서 경제 타당성 검사, 환경영향평가가 다 무시된다. 원주~강릉 고속철도 경제 타당성 0.287이다. 안 된다고 이미 결판 난 건데, 올림픽과 관련 없는 지역 사업을 올림픽 예산에 끼워 넣었다. 

물론 강원도민의 지역적 박탈감을 달래야 한다. 국책사업에 대한 믿음을 줘야 한다. 정말 필요한 도로나 철도라면 2018년까지는 못 해도 2022년까지 하겠다고 말하면 된다. 하지만 알펜시아 리조트로 가는 2차선 도로를 6차선으로 늘리는 식의 사업은 그냥 고객 오는 길을 닦는 것이다. 그런 사업은 하면 안 된다.


ⓒ프레시안(장보화)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dongglmoon@pressian.com 다른 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