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월, 우효... 20대 솔로 뮤지션의 '성장기'
[화제의 음반] 김사월 [수잔] 외 5장
2015.11.14 09:04:10
김사월, 우효... 20대 솔로 뮤지션의 '성장기'
김사월의 [수잔]을 조금 늦게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그냥 지나가기에 아까운 음반이었으며, [수잔]과 마찬가지로 20대 초반 여성의 자기 이야기를 담은 우효의 앨범도 다룹니다.

역시 그러다보니 지나친 앨범 중 짚어볼만한 앨범인 블랙칼리셔스의 신보까지 다룹니다. 이스턴 사이드킥의 새 앨범과 밥 딜런의 부틀렉이 어찌 보면 ‘신보’라는 타이틀에는 가장 맞게 되어버렸습니다. 

...지난주에도 리뷰를 냈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어쩌다보니 이렇게 되어버렸습니다. 

김사월 [수잔] 7.5/10

▲김사월 [수잔]. ⓒ미러볼뮤직

한국 대중음악의 너른 지형을 아는 사람이라면 김사월의 이름도 알 것이다. 김사월은 자기 곡의 프로듀싱을 부탁하러 찾아간 김해원과 공동 앨범 [비밀]을 내 2015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신인', '최우수 포크 음반' 등 2개 부문을 수상했다. 

[수잔]은 그러므로, 유예되었던 김사월의 솔로 데뷔앨범이다. 김사월이 이제는 작업 파트너가 된 김해원과 공동 프로듀싱으로 자신의 20대 시절을 노래한 11곡을 눌러 담았다. 

[비밀]에서 김사월은 김해원과 함께 한국의 모던 포크를 60년대 영미권 모던 포크의 토양에서 세르쥬 갱스부르(Serge Gainsbourg)의 관능의 영역까지 확장시켰다. 속삭이는 목소리는 성인 여성의 그것이었고, 가끔 가사에 등장하는 욕설은 퇴폐미까지 느끼게 했다. 

[수잔]은 보다 자연스러운 앨범이다. 김사월이라는 솔로 뮤지션의 세계가 온전히 펼쳐져 있다. 김사월의 설명대로 20대 시절의 자아를 수잔이라는 인물에 투영했다. 수잔은 비밀이 있는 화자가 아니다. '수잔'에서처럼 화자는 "소녀 같은 건, 소년스러운 건 어울리지 않"는 나이가 되었음을 깨달았던 순간을 기억하고 "오래된 음반 향기와 희뿌연 담배 연기"(콧바람)를 가졌던 그와의 시간을 추억한다. 

김사월의 보컬은 [수잔]에서도 기대대로 공간감을 만들고, 그 공간에서 청자는 오히려 집중하고 사유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자칫 단조로워질 수 있는 몰입의 순간에 슬쩍 끼어드는 바이올린, 첼로, 플루트, 색소폰은 앨범의 힘을 끝까지 이어줄 만큼, 그러면서도 기타와 보컬이라는 주인공의 자리는 넘보지 않을 만큼 앨범에 청량감을 실어준다. 

[수잔]은 마구 드러내지 않지만, 필요한 순간 은근히 자신의 성격을 보여준다.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어찌 보면 여성 포크의 클리셰를 담았지만 한편으로는 [비밀]에서 보여준 관능의 잔상을 희미하게 남겨놓았다. 생각 이상으로 영리한 앨범이다. 


우효 [어드벤처] 8/10

▲우효 [어드벤처]. ⓒ미러볼뮤직

지난해 십대 시절부터 만든 곡을 모은 미니앨범 [소녀감성]을 냈던 신스팝 뮤지션 우효가 정규 데뷔앨범 [어드벤처]를 냈다. 

우효 본인이 말한 대로 '20대 초반의 기억과 감정'을 담았다. 따라서 시간적으로 이 앨범은 전작의 연장선에서, 아이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시기의 흔들리는 순간을 포착한 작품이 되었다. 

불안한 공조는 나른하게 처지는 우효의 목소리와 단정하고 예쁘게 다듬어진 멜로디의 결합으로 더 극적인 대비를 이룬다. 기본적으로 앨범은 개인의 이야기를 일기처럼 담았다. 이런 감성은 (흔한 홍대 신의 유행은 물론) 대중가사에서는 익히 쉽게 포착할 수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어드벤처]는 그 이야기를 더 세밀하게 조명해 차이를 만들어낸다. 이별을 노래하는 '안녕'의 가사는 관계의 상실 경험이 어느 때보다 클 20대 초반의 노래이기에 더 진솔하게 와 닿는다. 사랑의 설렘과 어른으로써 우뚝 서고자 하는 감정의 흔들림을 포착한 '스쿨버스' 역시 마찬가지다. 

개인의 이야기는 전체의 이야기로 확장되며 앨범에 의의를 더한다. "오늘도 고슴도치는 자기가 원하는 게 뭔지는 빨리도 깨닫"지만 "좋든 싫든 직면하는 법을 모른"다는 '고슴도치의 기도'의 가사는 개인의 이야기가 시대 감수성과 교차되며 순식간에 사회의 이야기로 확장되는 경험을 선사한다. 곡을 만드는 이가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이런 해석의 재미가 대중음악 감상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이런 생각을 하고 앨범을 다시 들으면 차분하다 여겨진 사운드는 보다 침울하게 귀를 자극한다. 

사운드의 토대는 가벼운 가운데 우울한 정서를 담았다. 군데군데 보다 어쿠스틱한 사운드가 쉬어가는 구간을 만들지만, 세심히 다듬은 팝 사운드의 두께가 귀를 잡아챈다. 더 콰이어트, 전진한, 프라이머리, 퍼스트에이드 등 여러 뮤지션이 앨범 제작에 힘을 보탰다. 근래 신에서 큰 관심을 모으는 뮤지션이 낸, 기대에 걸맞은 작품. 


이스턴 사이드킥 [굴절률] 7/10

▲이스턴 사이드킥 [굴절률]. ⓒ플럭서스뮤직

데뷔앨범에서 느껴지던 약간의 느슨함은 없다. 이스턴 사이드킥의 2집 [굴절률]은 처음부터 분노를 담고 달려간다. 

대체로 파편적 가사가 흩어져 있지만 '장사'의 노골적인 주제의식(가사 그대로 "장사는 망해가"며, 고작 사업 실패로 "사는 게 망해가"는 내용)에서는 자연스럽게 오늘의 현실이 떠오른다. '낮'의 가사 일부는 메타포로 느껴지고, '가로로 이어지는 길'에서 혼자 있는 화자의 정서가 묘한 생각을 떠오르게 하는 '88' 역시 상상의 여지를 준다. 

앨범에서 가장 먼저 귀를 잡아채는 부분이 분노의 정서라면, 앨범 초반부를 관통하는 진짜 힘은 리프다. 좋은 리프 만들기는 예나 지금이나 록 사운드의 핵심이다. [굴절률]은 명확하게 90년대 미국 록, 곧 얼터너티브로 불리던 그런지 사운드를 바탕으로 한다. 선명한 리프가 개별 곡의 주제가 된다. 반면 비교적 적극적인 기타 솔로는 리듬 메이커로서의 악기가 아닌, 스스로 부각되려는 이전 시대 록 사운드의 열망을 환원하기도 한다. 이런 복고적 정서에서도 의외의 신선함이 느껴진다. 

'차', '식은 쇠', '장사', '낮'으로 이어지는 강렬한 초반 시간을 지나면 조우하는 '88'은 앨범에서 드문 미드 템포의 서정적 노래다. 이 곡은 보다 전작의 정서에 가깝다. 이 곡을 기점으로 앨범 후반부에서는 보다 선명한 멜로디 의식이 드러난다. 이런 정서는 '굴절률'과 '당진'에서 극대화된다. 90년대 그런지 록이 아예 얼굴을 바꿔 한국적 정서를 품은 2000년대 모던 록 풍으로 전환된다. 개별 싱글로서는 매력적이지만, 초반부의 힘이 끝까지 이어지지 못한 건 아쉽다. 


블랙칼리셔스 [Imani Vol. 1] 7.5/10

▲Blackalicious [Imani Vol. 1] ⓒOGM Recordings

캘리포니아의 베테랑 랩 듀오 블랙칼리셔스(Blackalicious)가 지난 9월, 무려 10년 만에 네 번째 정규 앨범 [이마니 볼륨 1(Imani Vol. 1)]을 냈다. 앨범 명에서 추측할 수 있듯, 3부작의 첫 번째로 낸 작품이다. 

블랙칼리셔스는 래퍼 기프트 오브 갭(Gift of Gab)과 DJ/프로듀서 치프 엑셀(Chief Xcel)로 이뤄졌다. 둘 모두 각자 분야에서 최고의 실력자로 인정받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90년대 말~2000년대 초 언더그라운드에서 일어나던 '얼터너티브 힙합' 움직임의 최전선에서 활동해왔다. 형언하기 힘든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가운데서도 전반적으로 낙관적인 기운을 머금은 사운드 위로 고무공처럼 튄다고밖에 표현하기 힘든 기프트 오브 갭의 놀라운 래핑이 속사포처럼 이어진다. 

전작 [Nia]나 [Blazing Arrow]처럼 주의를 확 집중하게 만드는 싱글이 부족하다손 싶지만, 'Ashes to Ashes'의 펑키함은 절로 기분을 좋게 만들고 코드를 바꾸는 가운데서도 절묘하게 반복되는 피아노 루프를 뼈대로 갖가지 효과음을 쌓는 'Escape', 앨범 후반부를 화려하게 장식하는 'Alpha and Omega' 등은 베테랑의 반열에 올랐음에도 여전히 이들을 대안적 음악의 최고봉으로 손꼽기에 부족함 없는 곡이다. 

'힙합을 싫어한다'는 사람이라도 이들의 앨범은 꼭 접해볼 것을 권한다. 최고의 사운드 경험을 만끽하기에 부족함 없는 거물의 세계를 접할 것이다. 


밥 딜런 [The Bootleg Series Vol. 12: The Cutting Edge 1965-1966] 10/10

▲Bob Dylan [The Bootleg Series Vol. 12: The Cutting Edge 1965-1966] ⓒColumbia

거장 밥 딜런의 열두 번째 부틀렉 시리즈 [더 커팅 에지(The Cutting Edge) 1965-1966]이 나왔다. 밥 딜런은 정규작 외에도 음악인생의 중요한 부분을 담은 비정규곡을 모은 '부틀렉 시리즈'를 꾸준히 발표해왔다. 

이 작품은 기간에서 추측 가능하듯, 밥 딜런 음악 인생은 물론 대중음악사에서도 가장 중요한 변곡점이 된 시기를 조명했다. 이 시기 밥 딜런은 [브링잉 잇 올 백 홈(Bringing It All Back Home)]과 [하이웨이 61 리비지티드(Highway 61 Revisited)], [블론드 온 블론드(Blonde on Blonde)]를 발표했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밥 딜런은 모던 포크를 버리고 록의 세계로 진입한다. 이후 블루스, 컨트리, 팝, 재즈 등 미국 대중음악사의 전 영역을 탐험하는 밥 딜런 음악 인생의 전기가 마련된 시기인 셈이다. 이 시기 낸 모든 정규앨범은 밥 딜런의 디스코그래피는 물론, 20세기 팝 음악사에서도 여전히 최고의 찬사를 받는다. 

이 시기의 노래들은 당시 혁명의 기운을 품었던 대학생들로부터 밥 딜런이 배신자(유다)로 불리는 원인이 되기도 했으나, 당대의 혁신적 음악가들의 정신세계를 크게 열기도 했다. 밥 딜런이 대중음악의 진정한 거장으로 거듭나는 토대가 이때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밥 딜런 팬들에게는 앨범 [프리휠링(Freewheelin')]의 커버 이미지로도 잘 알려진 당시 그의 전 여자친구 수지를 비판한 곡인 'She Belongs to Me', 밥 딜런이 버즈에게 써줘 더 유명해진 'Mr. Tambourine Man', 전쟁국가 미국에 대한 노골적 불만을 현대사를 관통하는 언어로 써내려간 'Highway 61 Revisited', 무엇보다 딜런식 시니컬함이 절정에 달했으며 팝 역사에서도 최고의 노래 중 하나로 언제나 손꼽히는 'Like a Rolling Stone' 등 명곡의 데모와 아웃테이크 버전이 빽빽이 실렸다. 

가진 게 워낙 많은 뮤지션의 워낙 다양한 버전의 작품이 계속해서 쏟아지는 건 앨범 콜렉터들에게는 잔혹한 일이다. 그러나 딜런의 팬들은 올해도 행복한 비명을 지를 법하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이대희 기자 eday@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기자가 되면 거지부터 왕까지 누구나 만난다고 들었다. 거지한테 혼나고 왕은 안 만나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