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과학자 박상표, 우리는 그에게 빚을 졌다
[프레시안 books] <박상표 평전>
2016.01.12 08:31:26
시민 과학자 박상표, 우리는 그에게 빚을 졌다
2006년 노무현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며, 선결 조건의 하나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추진했다. 이는 먹을거리 위협 문제로 커져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 '광우병 정국'의 도화선이 됐다. 이명박 정부는 불처럼 일어난 여론을 못 이겨 대운하 사업을 4대강 사업으로 축소했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조건을 달았다.

이 정국의 핵심에 고(故) 박상표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 정책국장이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2년 전인 2014년 1월 19일 별세한 고인을 기리는 <박상표 평전>(임은경 지음, 공존 펴냄)이 "부조리에 대항한 시민 과학자"라는 부제를 달고 나왔다.

1969년 전라남도 여수에서 태어난 고인의 삶은 부제 그대로였다.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가 초기 자리를 잡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이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가 방역 문제와 광우병 위험을 인지하는 데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고인은 학계, 정치계로의 진출에도 관심이 없었다. 양심에 따르는 지식인으로 사는데 평생을 바쳤다.

책에 드러난 그의 삶은 1980년대 학번 대학생이 마땅히 따라야 하는 모범적 지식인의 요체로 여겨진다. 서울대학교 수의학과를 졸업한 고인은 전공 못잖게 인문학, 특히 역사에 큰 관심을 가졌다.

한문을 자유자재로 읽은 덕분에 고인은 대학생 시절부터 한자로 된 책을 펴볼 줄 알았다. 이때부터 평생 쌓은 지식을 바탕으로 고인은 여느 전문가 못잖은 역사 유적 전문가가 됐다. 이 당시의 경험은 PC통신 하이텔의 '고적 답사 동호회' 활동과, 이때의 경험을 토대로 공동 저작한 <고적 답사 이야기>(동인 펴냄)를 비롯해 각종 매체의 역사 관련 칼럼으로 빛을 발했다. 참여연대 초창기 운동가와 시민 회원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한 것도 그가 중심이 된 답사 모임이었다.

고인은 소련 해체로 학생 운동이 저물고 시민 운동이 태동하던 시기 대학에 다녔다. 사실상 마지막 위장 취업 세대이기도 했다. 인천의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일하며 세상을 배운 고인은 평생을 주류에 안주하지 않는 지식인으로 살았다. 고인의 치열했던 삶은, 수의사가 된 이후에도 사회 변혁을 위해 쉼 없이 활동했음을 증명하는 <프레시안>을 비롯한 각종 매체의 기고로 능히 증명된다.

▲<박상표 평전>(임은경 지음, 공존 펴냄). ⓒ공존

책은 고인과 친했던 지인과의 인터뷰, 고인이 남긴 글을 바탕으로 길지 않았던 고인의 삶을 촘촘히 정리했다. 아울러 다시금 광우병 사태의 주요 문제가 되었던 해당 분야 전문 지식도 소개한다. 우리가 그나마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연령을 제한할 수 있었던 건 고인의 열정과 지식 덕분이었으며, 이는 "쌀 협상이나 한미 FTA 협상 과정에서 많은 통상 전문가들하고 일을 해 봤지만, 그만한 사람이 없었다"는 이호중 전 강기갑 국회의원 보좌관의 설명으로 명확히 요약된다.

지식을 쌓는 건 어찌 보면 쉽다. 열정을 갖기도 쉽다. 그러나 지식과 열정의 균형을 잡고, 이를 세상과 타협하는 데 이용하지 않기란 어렵다. 고인은 아무나 흉내낼 수 없는 삶을 살았다.

이 책은 우리 사회가 잊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인물의 생을 온전히 기록해뒀다. 한미 FTA 논란 국면에서 고인과 함께 큰 역할을 한 송기호 변호사, 고인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지면에 반영한 강양구 <프레시안> 편집부국장의 '추모의 글'이 함께 실렸다. (☞관련 기사 : 박상표를 추모하며)

"박상표 국장은 앞으로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그는 한국에서 주류 전문가에 맞서 시민의 이익을 옹호한 대항 전문가의 한 전범을 보여줬다. 한국 사회에서 대항 전문가로 나설 용기를 내는 후배에게 박 국장은 끊임없는 영감의 원천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대항 전문가를 격려하는 상이 제정된다면, 그 상의 이름은 당연히 '박상표 상'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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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기자 eday@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기자가 되면 거지부터 왕까지 누구나 만난다고 들었다. 거지한테 혼나고 왕은 안 만나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