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영리화법' 내준 야당, 신해철법은?
신해철법 무산되고, 의료법인 인수 합병 허용되나
2016.05.16 17:24:13
'의료 영리화법' 내준 야당, 신해철법은?
19대 국회 마지막 법제사법위원회에 '의료 영리화 법안(의료법 개정안)'과 이른바 '신해철법(의료 사고 피해 구제 및 의료 분쟁 조정법)'이 동시에 올라왔다. 야당이 환자들에게 불리한 '의료 영리화법'을 내준 셈이 됐지만, 정작 환자단체가 통과를 요구하는 '신해철법'은 새누리당 반대로 무산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19대 마지막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가 오는 17일 열릴 예정인 가운데, 국회가 '의료 영리화법(의료법 개정안)'은 통과시키고, 정작 의료 사고 피해 환자들에게 필요한 '신해철법'을 폐기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면, 시민단체가 크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가 된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법인 간의 인수 합병'을 터주는 것이 핵심이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 단체는 "병원 인수 합병을 허용하면 의료비가 폭등하고 병원들이 돈벌이에 치중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현행 의료법상 의료법인은 비영리 법인으로서 매각할 수 없다. 정부는 의료법인에 각종 세제 혜택 등을 주는 대신, 의료법인이 해산할 때 병원 자산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귀속하도록 하고 있다. 의료의 공공성을 제고하기 위한 규정이다.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이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법인 이사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있다면, 시.도지사의 허가를 거쳐 의료법인을 사고팔 수 있도록 규제를 트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을 발의한 이명수 의원은 "부실 의료기관의 경영 악순환을 해소"하기 위해 이 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참여연대 등은 "의료법인 인수 합병을 허용하면, 의사 개인이 한 개의 병원만 세울 수 있다는 현행법이 무력화되고 프랜차이즈 병원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면서 "체인형(프랜차이즈) 병원은 영리 자회사와 결합해 사실상 영리 병원 효과를 가지는 위험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참여연대 김남희 변호사는 "이 법은 부실 병원을 퇴출한다는 법 제안 취지에도 맞지 않다"면서 "기존의 의료법인들이 인수 합병을 통해 문어발식으로 늘어나기에 '부실 병원이 퇴출'된다고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법안이 법사위로 간 이유는 지난 4월 2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이 사실상 통과에 조력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복지위 관계자는 "(의료 영리화에 반대한다는) 우리 당 입장이 바뀐 것은 아닌데,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뿐만이 아니다. 당시 보건복지위원회 법안 심사 소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이 자리에는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 대표도 있었다. 

의료법 개정안 통과에 반대하는 '의료 민영화 저지와 무상 의료 운동본부', '의료 민영화.영리화 저지와 의료 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 운동본부' 등 시민단체는 지난 12일부터 16일까지 5일째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신해철법, 새누리당 김도읍 의원이 반대…"통과 안 될 듯"

▲ 신해철 씨의 부인 윤원희 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윤원희 씨는 '의료 사고 피해 구제 및 의료 분쟁 조정법' 개정을 위해 앞장서 왔다. ⓒ연합뉴스


환자단체의 숙원 사업인 신해철법은 새누리당 반대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새누리당 김정록 의원이 발의한 '의료 사고 피해 구제 및 의료 분쟁 조정법 개정안(신해철법)'은 의료 사고 피해자가 '한국 의료 분쟁 조정 중재원'에 조정을 신청하면 분쟁 조정이 자동으로 개시되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병원이나 의료진 측이 거부하면 조정이 자동 각하되는 문제를 개선하자는 취지다.

본디 의료 분쟁 조정 제도는 의료 사고 피해자가 피해를 구제 받으려면 장기간, 고액이 드는 소송을 통해 스스로 의료진의 과실을 입증해야 하는 등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하지만 병원 측이 거부하면 조정이 각하돼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피해자가 구제를 신청하면 조정이 자동으로 개시되는 언론중재위원회와 소비자보호원 등과는 다른 점이다.

이 법안 개정안은 대한병원협회 등 의료계가 반대하고 있다. 지난 4월 28일 법사위 회의에서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의료인의 재판받을 권리나 직업 수행의 자유가 훼손될 수 있다"며 반대했고, 새누리당 신임 원내 수석 부대표이기도 한 김도읍 의원은 "조정이라는 미명 하에 강제 수사 수준이어서 일반 법 원칙에 맞지 않다"고 반대했다.

김진태 의원은 의료 사고 유형에서 '사망'을 남겨 놓고 중상해를 빼자는 의견을 내놓았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의원들이 중상해도 포함하자고 맞서면서 17일 전체회의에서 다시 논의키로 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보건복지부, 대한병원협회 관계자들이 (신해철법 통과에 반대하는 로비를 벌이려고) 의원실에 찾아오는데, 이견이 있는 만큼 (신해철법이) 법사위를 통과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분위기를 전했다.

'신해철법'은 국민의당이 19대 국회에서 꼭 통과시켜야 할 5대 법안에 포함하기도 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법인데도, 환자들에게 꼭 필요한 법을 새누리당이 반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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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나영 기자 dongglmoon@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기획팀에서 노동 분야를 담당하며 전자산업 직업병 문제 등을 다뤘다. 이후 환자 인권, 의료 영리화 등 보건의료 분야 기사를 주로 쓰다가 2015년 5월부터 정치팀에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