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 칭찬 캠페인' 계속해도 됩니다"
[기고] 검역주권만큼이나 중요한 소비자주권
"'조·중·동 칭찬 캠페인' 계속해도 됩니다"
"조직폭력배가 '밤길 조심하라'거나 '오래오래 잘 먹고 잘 살라'고 말하는 것이 모두 협박죄로 처벌되는 것과 마찬가지다"(조선일보 6월 24일자)
  
  서울중앙지법 한 판사의 이야기입니다. 조·중·동 광고주를 대상으로 '칭찬합시다'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조선일보의 법적 평가 기사 중 일부입니다.
  
  "악당들이 무기 구매 계약서에 '총기 1000정'이라는 표현 대신 '정어리 1000마리'라고 쓴다고 해서 법망을 피할 수는 없다"(조선일보 6월 26일자)
  
  한 법조계 인사의 이야기랍니다. 조·중·동 광고주를 대상으로 한 캠페인을 '언론소비자주권운동 국민캠페인'으로 이름을 바꾼 데 대한 조선일보의 법적 평가 기사 중 일부입니다.
  
  먼저 24일자 기사.
  
  한참을 웃었습니다. 정말 오랫동안 웃었습니다. 아니 조폭이 "밤길을 조심하라"는 건 전혀 안녕을 기원하는 의미가 아니잖아요. 반어법으로 "너 내가 어떻게 해 버리겠다" 이런 의미 아닌가요? 누구에게나 협박으로 들려옵니다. 또한 "오래 오래 잘 살라"는 것도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게 아니라 "너 나 때문에 오래 못 산다. 곧 어떻게 해버릴테니까 기다려" 이런 의미 아닌가요? 당연히 처벌 대상이죠. 이런 뻔한 이야기를 법조인의 '보증'까지 받을 필요가 없죠. 어처구니가 없어 웃을 수밖에 없지요?
  
  다음으로 26일자 기사.
  
  아니 '총기'를 '정어리'라고 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집니까? 당연히 처벌 돼야죠. 더군다나 악당들의 거래라고 했잖아요. 마약상들이 필로폰을 '영양제'라고 칭했다고 본질이 달라지나요? 마찬가지 아닙니까? 그건 당연히 처벌이 돼야지요. 법적 측면에서 범죄의 대상과 고의가 전혀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죠.
  
  '조·중·동 칭찬 캠페인'은 헌법상의 권리
  
  이제 법률적으로 한번 살펴보도록 하죠.
  
  첫째, '소비자 주권'은 이미 헌법상의 권리입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해 촛불시위를 벌이는 것도 헌법적 차원에서는 당연한 일입니다. 헌법 제 124조가 소비자 주권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죠.
  
  "소비자는 물품 및 용역의 구입 사용에 있어서 거래의 상대방, 구입 장소, 가격, 거래 조건 등을 자유로이 선택할 권리를 가진다. 소비자가 시장기능을 통해 생산의 종류 양과 방향을 결정하는 소비자 주권의 사고가 바탕을 이루는 자유시장경제에서는 경쟁이 강화되면 될수록 소비자는 그 욕구를 보다 유리하게 시장에서 충족시킬 수 있고 자신의 구매결정을 통해 경쟁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경쟁은 또한 소비자 보호의 포기할 수 없는 중요 구성 부분이다." (헌법재판소 1996. 12. 26. 96 헌가 18)
  
  
이명박 행정부와 한나라당과 전경련과 조·중·동이 그토록 소리 높여 외치는, 자유시장경제의 핵심 중 하나가 소비자 주권이라는 겁니다. 검역주권 뿐만 아니라 소비자 주권도 그토록 중요한 것이죠. 기업 경영의 자유, 언론 기업의 자유 못지않게 소비자 주권도 중요합니다.
  
  소비자 주권은 헌법상의 권리이기 때문에 형법상 위법성을 벗어납니다. 정당한 행위죠. 합헌적인 행위입니다. 위법의 차원을 넘는 '합헌'입니다. 합법도 아니고 더 상위 개념인 '합헌'인 것입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소비자 주권'으로 명칭을 바꾼 행위를 '총기'를 '정어리'로 바꾼 것에 비유합니다. 차라리 '정어리'를 '총기'로 바꿨다고 비유했다면 그나마 받아들일 수 있었겠죠.
  
  조폭의 협박에 비유한 기사도 참 우습지요? 소비자가 조폭입니까? 소비자의 주권을 존중하기는커녕 '범죄 공모'도 없는데다 자발적 참여에 기초한 소비자들의 행위를 두고 조폭의 협박에 등치시킵니다. 탁월한 반시장적 어법입니다.
  
  '업무방해죄'와 '협박죄' 성립 어렵다
  
  둘째, 조선일보와 일부 법조계 인사는 주로 형법상의 <업무 방해죄>와 <협박죄>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협박죄>가 성립될 수 있는지를 한번 볼까요? 제 짧은 법률적 소견으로는 대단히 부정적입니다. 왜냐고요? 먼저 <협박죄>의 피해자는 '사람'만으로 정해 두었습니다. 다른 말로 하면 '회사'는 <협박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 혹은 회사에 대한 협박은 범죄가 아니다 이렇게 정리 됩니다.
  
  그리고 협박은 해악을 알려 상대방에게 공포심을 유발시켜야 합니다. 단순한 폭언은 협박이 아닙니다. 그리고 단순 경고도 협박이 아닙니다. 해악을 내가 직접 좌지우지 할 수 있을 정도의 협박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해악은 발생 가능해야 하고 상대방이 공포심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상당해야 하고, 또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단순한 욕설 정도는 해악이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광고주들에 대한 소비자 주권 운동이나 혹은 '칭찬합시다'가 협박에 해당 됩니까? '칭찬합시다'가 회사 사장에게 "내가 너 하나쯤 없애 버릴 수 있다" 이런 의미 입니까? 뭔가 이상하지요? 협박의 고의가 있어 보입니까? 협박을 실행할 의사가 있어 보입니까? 그렇다면 엄격한 형법 적용은 무리라는 말 아닌가요?
  
  다음으로 <업무방해죄>에 걸어 보려는 것도 역시 부정적입니다. 업무방해의 '방법'이 문제입니다. 업무 방해의 방법은 허위 사실의 유포, 위계, 또는 위력입니다. 허위의 사실을 유포해야만 합니다. 이를테면 "조·중·동이 내일 폐간되니 더 이상 신문에 광고하지 마십시오." 이러면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는 것이 되겠죠. 이땐 분명히 업무 방해입니다. 다음 부분을 잘 기억해 두십시오. '유포한 사실이 허위가 아니거나 또한 단순히 의견이나 가치 판단을 표시하는 것은 괜찮다'는 것입니다. 1983년 이래 대법원의 일관된 입장입니다.
  
  위계는 상대방의 착오에 빠뜨리게 하는 겁니다. 학력을 속이고, 취업한 경유가 바로 위계에 의한 업무 방해입니다. 이건 아니지요? 위력은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는 수준입니다. 예컨대 깡패를 동원해 폭력으로 식당의 영업을 방해하는 경우입니다. 이것도 역시 현재의 상황과는 무관하지요?
  
  그렇다면 단순히 '칭찬합시다' 수준의 행위나 소비자 주권 행사 차원의 의사 표현 행위를 두고, "당신 업무 방해다" 혹은 "협박이다" 이렇게 말할 수 있을까요? 물론 법률적으로 다른 의견을 가지신 분도 계시겠습니다만 저는 죄형 법정주의의 엄격성에 비추어 '그건 아니다'라고 말씀 드리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형법 위에 헌법이 있고, 헌법상 소비자 주권은 자유시장경제의 핵심 요소라는 것을 헌법과 헌법재판소가 분명히 인정하는 이상 법률가라면 최대한 소비자 주권을 존중하는 쪽으로 법 해석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기본적 인권이 존중되고 있느냐의 징표는 다수자를 기준으로 할 게 아니라 법적 소수자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소비자 권리도 마찬가지이지요.
  
  공급자나 기업주를 기준에 놓고 소비자권을 평가할 게 아니라 시장 경제의 열패자, 혹은 소수자로까지 내몰린 소비자를 기준으로 과연 소비자권이 존중되고 있는지 여부를 평가해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법해석에도 공급자의 논리, 힘의 논리, 폭력의 논리, 다수결의 논리가 지나치게 강요 돼서는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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