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는 '이화여대' 같은 대학이 없다
[조성복의 '독일에서 살아보니'] 독일의 교육 ④ 대학교
독일에는 '이화여대' 같은 대학이 없다
1990년대 문민 정부가 실시한 대학 자율화 정책(학과 정원의 자율 결정)에 따라 대학생 수가 급속하게 늘어났으며, 이후 대학 숫자는 그대로인데 학생 수가 감소함에 따라 대학 진학률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30~40%에 불과한 것이 우리는 80%를 넘어서고 있다. 2015년 독일 대학생 수가 약 280만 명인데 반해, 한국은 360만 명에 이르고 있다. 독일 인구가 약 8000만 명, 한국이 약 5000만 명인 것을 비교하면 우리의 숫자가 과도하게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런 현상이 바람직하다고 보지는 않지만, 딱히 그들만을 탓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사람 취급을 안 하는 잘못된 사회 분위기가 큰 문제이고, 또 상대적 저임금, 승진 시 차별 등 불이익이 지나치게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졸과 고졸, 일류대 출신과 그렇지 않은 출신 사이의 드러나거나 또는 드러나지 않은 격차가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 사회에서 유난히 큰 것 같다.

그래서 많은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무한경쟁에 내몰리고 있으며, 부모들은 과도한 사교육비에 등골이 휘고 있다. 선행 학습을 위해 과외나 학원이 기형적으로 발전하고, 그에 비례하여 학교 교육은 심각하게 훼손되었다. 이런 와중에 학생들은 공부 기계로 전락하고, 인성은 파괴되어 우리 사회는 점점 더 삭막해지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진학률이 증가하여 대학은 커졌지만 대학에서의 교육은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대학 교육의 부실은 많은 학생들에게 대학을 왜 다녀야 하는지 하는 자괴감을 주고 있으며, 비싼 등록금은 부모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가난한 대학생들을 장시간 값싼 아르바이트에 내몰고 있다. 그래서 소위 '반값 등록금' 공약이 선거 때마다 정치권의 화두가 되고 있지만, 그것이 현실에서 가능할 것 같지는 않다. 현재와 같은 대학의 모습으로는 그 호소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대학의 모습은 사회적 비효율성과 비용의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 따라서 대학 숫자를 축소하는 구조 조정과 대학 교육 본연의 역할을 되찾는 것이 매우 시급한 상황이다. 아래에서는 독일 대학의 모습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대안을 모색해보겠다.

독일 대학의 역사와 구조

2016년 현재 독일의 대학은 약 420개에 달하고 있다. 이들은 크게 100여 개의 일반 대학(Universität)과 약 200개 전문 대학(Fachhochschule)으로 구분되고, 그 밖에도 6개의 교육 대학, 17개의 신학 대학, 50여 개의 예술 대학, 29개 행정 전문 대학 등으로 구성된다. 독일의 전문 대학은 우리의 전문 대학과는 차이가 있는데, 일반 대학보다는 못하지만 기본적으로 기준 학기 수가 동일하고, 졸업하면 똑같은 학위를 받기 때문이다. 다만 실무에 적합하도록 특화되어 있을 뿐이다.

이들은 또한 국립대와 사립대로 나누어 볼 수도 있다. 대학의 숫자만으로 보면 그 비율이 엇비슷하지만, 사립대는 학생 수가 수십에서 수백 명에 불과한데 비해 국립대는 최소 만 명 이상에서 큰 대학은 3~4만 명이 넘는 규모이다. 따라서 독일 대학들은 대부분 국립이라고 할 수 있으며,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은 모두 국립으로 보면 된다.

그래서인지 일류대, 이류대 등과 같은 대학의 서열이 존재하지 않는다. 전공 분야별로 어떤 학과는 어디가 유명하다 정도이다. 예를 들어 하이델베르크 대학은 전통적으로 의학이 유명한 곳이다. 따라서 학생들은 자신의 관심 분야 교수가 있는 대학을 희망하는 정도이다. 베를린 대학이 제일 좋을 것이라는 생각은 일부 한국 유학생들만의 착각이다. 졸업을 하고 사회로 나와도 굳이 어디 출신인지를 따지지 않는다. 대학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쾰른 대학교 정치학 교수들 가운데 쾰른대 출신은 아무도 없었다.

독일 대학은 1960년대 후반까지는 주로 소수 엘리트를 위한 곳이었다. 이후 이를 탈피하여 1990년대 말까지 대학생 수가 급격히 증가하였는데, 이는 기존 질서에 저항했던 '68 혁명'의 사회 분위기와 더불어 주 정부들의 교육 정책 변화에 따라 대학의 정원 및 전문 대학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독일에서는 교육 문제가 주(州) 정부의 소관이다. 대학들에 대한 법적 근거가 '주 대학법(Landeshochschulgesetz)'에 있고, 이에 따라 각 주는 각각의 대학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 통합 과정의 일환으로 교육 분야에서도 그러한 노력이 경주됐는데, 1999년부터 시작된 '볼로냐 프로세스(Bologna-Process)'가 그것이다. 이는 회원국별로 조금씩 차이를 보이는 대학 과정을 하나로 통일하기 위한 것이다. 독일에서는 기존의 학위 과정 대신에 학사(Bachelor)와 석사(Master) 학위를 처음으로 도입하였다.

이 볼로냐 프로세스가 도입되기 전에 독일에는 아예 학사 학위가 없었다. 대학을 졸업하면 디플롬(Diplom : 사회과학, 자연과학 분야의 학위)이나 마기스터(Magister : 인문학 분야의 학위)를 받았는데, 이는 우리의 석사 학위에 해당했다. 이 학위를 받으면 박사 과정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과정은 보통 9학기가 규정 학기였지만, 실제로 이 기간에 학업을 마치는 경우는 드물었다. 대부분 이 학기수를 훨씬 초과하였는데, 평균적으로 13학기 가량 소요되었다. 그래서 대학 졸업생들의 사회 진출 연령이 다른 나라보다 높았다. 현재는 디플롬/마기스터 과정과 학, 석사 과정이 혼용되고 있으나, 점차적으로 일원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학사-석사 과정이 새로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으나, 독일 대학은 몇 가지 점에서 우리와 상당히 다르다. 최근에 수정된 대학 규정을 보더라도 학위의 형식은 영미식으로 바뀌었으나, 그 밖의 것들은 여전히 과거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의 유학 경험을 되살려 그 차이점들을 살펴보겠다.

▲ 독일 뮌스터 대학교 전경. ⓒ위키피디아


독일 대학의 특성

첫째, 졸업 정원제 문제이다. 우리는 대학 입학에 목을 매고, 입학하면 거의 대부분이 자동적으로 졸업을 하지만, 독일은 그렇지 않다. 먼저 대학 입학부터 차이가 있다. 독일에서는 특별히 대학 입시를 치르지 않는다. 고등학교 졸업 시험인 아비투어를 통과하면 대학 입학 자격을 얻게 되고, 그것으로 대학에 갈 수 있기 때문이다.(☞관련 기사 : 정유라 학사 농단, 독일에선 불가능한 이유)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입학 신청서를 내고 허가서를 받으면 대학에 갈 수 있다.

대학 간 서열이 없기 때문에 특정 대학에 몰리는 경우는 드물다. 우리와 같은 입시 전쟁이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의학 등 일부 학과들은 정원 제한이 있고 경쟁이 심해서 아비투어 성적이 좋아야 입학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이처럼 입학은 어렵지 않지만, 졸업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공부를 해나가는 도중에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가차 없이 낙오시키기 때문이다. 이는 외국인 유학생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2008년에서 2015년 사이 특정 학령 인구 전체를 100으로 보았을 때, 대학 진학률은 25~30%에 지나지 않았다. 이들의 고등학교 졸업 이후 통계를 살펴보면, 직업 교육을 받는 비율이 58~62%, 기타 25%, 대학 졸업 이상의 비율은 7~15%에 불과했다. 이것을 보면 졸업 정원제 실시에 따라 대학 입학자 가운데 최소 절반 이상은 졸업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졸 이상 비율의 내역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디플롬 7~13%, 박사 비율이 1.1%이다. 2014년부터는 새로이 학사와 석사 비율이 각각 1.3~1.5%, 0.8~1.0%로 잡히고 있다.

둘째로 강의와 시험이 따로 분리되어 별도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강의에서는 출석을 부르지 않는다. 참석 여부는 자유이다. 또 우리처럼 학기 중간이나 말미에 시험을 치르지 않는다. 시험의 실시는 강의하는 교수가 아니라, 전적으로 대학 당국에 의해 관리된다. 따라서 시험을 보려는 학생은 반드시 학기 초에 미리 신청을 해야만 볼 수 있다. 물론 이런 시험 과목의 수는 우리보다 훨씬 적다. 그러나 한 과목의 내용과 범위는 훨씬 더 방대하다고 할 수 있다. 시험 시간은 보통 2~4시간이다. 필기 시험 이외에도 구두 시험 등 다양한 형태의 방식이 존재한다.

대개 방학 기간에 실시되는 이러한 시험은 각 과목별로 응시 기회가 제한되어 있다. 대학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2~3회이다. 이 주어진 기회 안에 해당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낙제가 결정된 순간 바로 전공하던 학업을 중단해야만 한다. 그래서 학생들은 이 시험 신청을 함부로 하지 못하고, 매우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까닭으로 동시에 입학했더라도 졸업 시기는 서로 다를 수밖에 없고, 우리가 늘 따지는 학번이나 학년의 개념은 별다른 의미를 갖지 못한다.

필자가 공부하던 2000년대 초반 쾰른대 사회과학대학에는 경제학, 경영학, 사회과학 등 6개의 학과가 있었는데(유럽에서 가장 큰 단과 대학의 하나), 매 학기마다 약 10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새로이 들어오고, 약 300명 가량이 디플롬 학위를 받고 졸업하였다. 입학생과 졸업생 사이에 큰 차이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사회과학대학에서 도중에 많은 학생들이 학업을 마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중도에 탈락되었다고 모든 것이 완전히 끝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새로운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전공을 바꿔 학업을 계속하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독일 내 다른 지역 또는 대학으로 옮겨가더라도 같은 공부를 다시 할 수는 없다. 반드시 다른 전공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학과를 구성하는 방식이 우리와 달라서 전과를 하는 것이 그렇게 힘들지 않다.

예를 들어 인문학 분야 마기스터 과정에서 철학, 사회학, 영문학으로 구성된 학과에서 공부하다가 사회학을 낙제했다면, 철학과 영문학은 그대로 유지하며 사회학 대신에 역사학 또는 심리학을 선택하는 학과로 옮겨가는 것이다. 이런 경우 대체로 대학도 옮겨가게 된다. 독일 학생들의 학력을 보면 종종 여러 대학에서 공부한 것을 볼 수 있는데, 대개 이런 사유 때문일 것이다.

전공을 바꿔서도 학업을 마치지 못하거나, 첫 낙제에서 대학에서의 공부가 적성에 맞지 않다고 판단할 경우, 즉 대학에서의 학업을 완전히 중단하는 경우 그동안의 학업 결과를 가지고 그에 합당한 적절한 직업 훈련을 받고 취업의 길로 나서게 된다.

셋째, 교육 및 평가 방식이 우리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가장 큰 차이점은 대부분의 평가가 절대 평가라는 점이다. 최저 기준을 넘으면 패스(4점), 만족(3점), 우수(2점), 매우 우수(1점) 등으로 점수를 얻는다. 해당 교수들이 문제를 출제하고 채점을 하겠지만, 시험 및 발표 과정은 학교 당국이 공무원 행정 처리하듯이 관리를 하기 때문에 대단히 엄격하고 냉정하다. 마치 우리의 공무원 시험이나 고시를 치르는 것과 유사하다. 독일이라면 이화여대 정유라 사례는 애당초 상상하기도 힘들다.

대학에서 가르치는 방식은 크게 강의와 세미나로 구분된다. 강의는 주로 정교수가 담당하는데, 출석은 물론 아무런 조건이나 제약이 없이 강의실을 찾아가 들으면 된다. 일반인도 자유로이 청강이 가능하다. 멋있는 노신사 교수의 강의에는 곱게 차려입은 할머니 수강생들이 앞자리를 차지하기도 한다. 기본 과정(Gundstudium)의 경우 수강생이 적게는 수백 명에서 천 명에 이르기도 한다. 이러한 강의는 나중에 시험을 치를 때 도움이 된다.

세미나는 강의보다 훨씬 더 많이 개설되는데, 여기서는 참가자 수를 제한한다. 대개 수강 신청이 필요하며, 참석할 경우에는 강의와 달리 반드시 출석을 해야 한다. 2번 이상 무단 결석할 경우에는 학점(증명서)을 못 받게 된다. 세미나에서는 수강생 모두 돌아가면서 주제 발표를 하고 그에 대해 적극적인 토론을 해야 하며, 학기가 끝나고 방학 기간에 소논문을 작성하여 제출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증명서(Schein)를 받게 되며, 전공에 따라 필요한 증명서의 개수는 달라진다.

넷째, 독일 대학에는 등록금이 없다. 누구에게나 평등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이다. 물론 사립 대학에는 등록금이 있다. 1990년대 동서독 통일 이후 정부 재정 상황이 악화되자 기민/기사당을 중심으로 등록금을 부과하자는 주장이 나왔고, 오랜 논의를 거쳐 2000년대 들어 일부 주들의 대학에서 한 학기에 500유로를 받았었다. 하지만 베를린 등 나머지 주에서는 끝내 도입하지 않았다.

90년대 후반 독일에 처음 갔을 때 등록금 도입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유학을 마칠 즈음에서야 쾰른 대학에서도 도입되었다. 하지만 그때는 디플롬을 마치고 박사 과정으로 넘어가서 끝내 등록금을 낼 기회를 갖지는 못했다. (박사 과정에는 등록금이 없다) 그런데 이 등록금마저 가난한 학생들에게 부담이 된다는 이유로 오래 가지 못했고, 2010년대 초반 다시 모두 폐지되었다.

독일 대학에 등록금이 없는 까닭은, 즉 대학을 세금으로 운영하는 것을 국민들이 수긍하는 이유는 대학 진학률 30%, 엄격한 졸업 정원제의 실시, 국가 차원의 소수 정예 인재 육성, 그리고 이와 더불어 일반인 청강 허용이나 대학 도서관의 공동 이용과 같이 대학의 공공성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와는 매우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우리 대학의 현실에서 반값 등록금이나 등록금 폐지와 같은 주장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까?

▲ 쾰른 대학교 내 중세 철학자 알베르투스 마그누스(Albertus Magnus) 동상 앞에서 학교 친구들과 함께 한 필자(왼쪽). ⓒ조성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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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복 소장은 1986년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오랫동안 직장 생활을 하다가 1997년, 30대 중반에 독일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2000년부터 2007년까지 쾰른 및 듀이스부룩-에센 대학교에서 정치학 공부했고 2007년 쾰른 대학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베를린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후 귀국, 한림 국제 대학원 대학교 정치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을 지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