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가스를 주주자본주의에 맡긴다?
[초록發光] 에너지 공공기관 상장, 서민에겐 재앙
전기·가스를 주주자본주의에 맡긴다?

정부의 에너지 공공기관 상장 계획

12월 8일, 기획재정부는 '에너지 공공기관 상장 세부추진계획'을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보고하였다. 이는 앞서 6월에 정부가 발표한 '에너지·환경·교육 공공기관 기능 조정'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이 기능조정안의 목적에 대해 정부는 '공공기관 정상화'를 위한 것으로 유사·중복기능 조정, 비핵심업무 축소, 민간개방 확대, 민간경합 축소, 경영 효율화를 통해 '공공서비스의 질'의 제고를 지향한다고 밝혔다.


당시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예컨대 환경운동연합은 "분명한 목표가 없이 '민간개방과 규제완화, 경쟁체제 도입'을 한다면 오히려 현재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시간이 흘러 탄핵 정국에 들어서 이렇게 중대한 사안은 잠정적으로 중단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정부의 시계는 정상적으로 가는 것 같다.


세부추진계획에 따르면, 2020년까지 8개 에너지 공공기관을 순차적으로 상장하는 것으로 목적으로 한다. 상장 대상 8개 기관에는 남동발전, 남부발전, 동서발전, 서부발전, 중부발전으로 구성된 발전자회사와 한국수력원자력, 그리고 한전KDN, 한국가스기술공사가 포함된다. 이중 발전자회사를 '우선상장 대상 그룹'으로 선정하여 2019년까지 상장하고, 나머지 한국수력원자력 등은 2020년까지 상장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시장매력도가 높은 남동발전과 동서발전 중 1개사를 2017년 상반기에 상장할 예정이다. 이 두 기관은 자기자본, 당기순이익, 수익성, 영업현금흐름에서 우수하다고 평가받는다. 이 두 기관은 올해 내 대표주관사 전성 절차에 착수하게 되는데, 이미 남동발전은 상장주관사 선정 작업에 착수했다. 그리고 2017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두 기관을 상장할 계획이다. 상장 방식은 최대 지분의 30%를 상장하는 혼합소유제 방식(정부 등 공공 지분 최소 51% 유지)으로 추진한다. 또한 구주와 신주 비율을 각각 50%로 하여 주주사(한전, 가스공사)와 상장 대상기관 모두에게 공평하게 자금이 유입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에너지 공공기관 상장의 맥락

여기까지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상장 계획이다. 그런데 뭔가 수상하다. 왜 그럴까. 1980년 전후로 지배적 위치를 점한 신자유주의의 흐름 속에서 에너지 산업의 '민영화·사유화'는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되었다. 그러나 2000년대 중후반부터 에너지 산업의 '재공영화'가 추진되거나 검토되고 있다. 이는 20여년 이상 지속된 민영화․사유화로 인해 에너지 산업의 공익성 훼손, 안전관리 부실, 에너지 요금 증가, 서비스 질 하락 등의 폐해가 심각하게 발생하여 에너지 산업의 공적 관리의 필요성이 다시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에너지 전환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서 에너지 산업에 대한 공적 소유와 민주적 운영․관리가 각광받고 있다. '주주 가치'가 아니라 '시민 가치'를 대변하는 에너지체제가 재생가능에너지 확산과 온실가스 감축에 효과적일 뿐 아니라 에너지체제의 신뢰도와 안정성에 유용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 에너지 산업의 민영화는 1990년대 후반부터 추진되었다. IMF 외환위기를 맞아 신자유주의 컨센서스에 따라 전기, 가스, 통신, 철강 등 주요 국가기간산업이 민영화․사유화의 대상이 되었다. 결국 통신과 철강 분야는 주식 상장, 소유권 매각 방식으로 완전 민영화되어 민간기업․사기업의 과점체제로 바뀌었다. 반면 전기와 가스는 에너지 공공성 사수 투쟁과 국민 여론의 지지에 힘입어 민영화 정책을 막았던 경험이 있다. 그러나 역대 정부는 선진화, 정상화, 구조조정이나 기능조정 등의 이름으로 에너지 산업의 구조조정 및 민영화·사유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그 결과 전력의 발전부문에는 민간발전회사가 상당한 수준에서 진출해 있으며, 천연가스 도매부문 역시 발전·산업용 직수입이 허용되었으며 단계적으로 민간 직수입이 확대될 예정이다.


한편 한국은 재생에너지 비중이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OECD 국가들 중 최하위에 머물러 있으며, 온실가스 배출량은 세계 7위로 '기후 악당' 국가로 지목되었다. 그럼에도 최근까지 재생에너지 목표와 온실가스 배출감축 목표에서 전향적인 변화는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다른 한편 정부는 2014년부터 에너지 분야의 창조경제로 '에너지 신산업'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으나, 에너지 신산업의 대부분의 사업들은 자본과 기술 중심의 프레임에서 짜여 있거나, 일부 정책들은 에너지 전환과 기후변화 대응과 거리가 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에너지 공공기관 상장의 쟁점과 비판

정부의 '기능조정 안'과 '상장 안' 추진계획에 대한 입장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서로 겹치는 부분이 있지만 간단히 정리해보자. 


첫째, '에너지 민영화론'을 대표하는 정부와 기업들은 경영 투명성 확보, 시장의 자율적 감시·감독 강화, 재무구조 개선, 에너지 신산업 재원 확보 등을 위해 에너지 공공기관의 상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둘째, 노동조합 중심의 '에너지 공공성론'과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의 '에너지 지역화/공유화론'은 대체로 정부의 기능조정안과 상장 안에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들은 에너지 산업의 규제완화와 민영화를 통해 에너지 요금과 서비스의 질, 그리고 에너지 믹스에 부정적인 영향 미칠 것으로 전망한다. 


셋째, 정부 계획에 대해 일부 학계와 시민사회 진영은 '시장 활용 에너지전환론'의 관점에서 전력 소매시장의 경쟁 도입은 분산형 재생에너지사업자·서비스사업자의 시장 참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에, 이를 위해서는 에너지산업의 구조조정과 판매시장 민영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7주년 창립심포지엄 "에너지산업구조개편 쟁점과 에너지 민주주의의 대안들"(2016년 10월)ⓒ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전 세계는 이미 신자유주의의 파탄 속에서 에너지 산업 등 국가기간시설과 공익사업에 대한 민영화·사유화가 실패했음을 인정하고 있다. 이제는 에너지 산업의 재공영화가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민영화·사유화로 인해 에너지 산업의 공익성 훼손, 안전관리 부실, 에너지 요금 증가라는 온갖 적폐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공공기관을 상장한다는 것은 엄청난 수업료를 낸 해외의 경험에서 어떤 교훈도 얻지 못한 채, 국가의 본분을 망각하고 제 역할을 포기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에너지는 필수재이자 공공재이다. 국가는 국민의 에너지 권리를 적극적으로 보장할 책무를 지닌다. 


현재 발전자회사는 한국전력공사가 100% 지분을 갖고 있다. 발표대로 정부 등의 공공지분을 51% 유지한다는 것은 '우회적 민영화'로 볼 수밖에 없다. 앞으로 공공지분 51% 유지를 명문화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거니와, 기업의 경영실적 및 경제 상황에 따라 본격적인 민영화의 길로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 한국통신 역시 과거에 이와 유사한 과정을 거쳐 상장한 후 결국 민영화 절차를 밟았다. 


설사 당분간 본격적인 민영화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현재 한국전력공사가 겪고 있는 것처럼 주주자본주의의 문제점이 재발될 것이다. 기본적으로 '배당 잔치' 등 주주 이익의 극대화를 바라는 사익 추구 행위는 에너지 공공성을 훼손하고 안전보다는 효율을 중시하게 마련이다. '수익률과 전문성의 원칙' 하에서 민간 자본이 에너지체제를 잠식할수록 에너지체제의 '민주성과 형평성의 원칙'은 침식당하게 된다. 돈이 되는 전기소비자에게는 혜택이 돌아갈지 모르지만, 돈이 되지 않는 전기소비자들은 양질의 전기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 


특히 재벌 등 거대 자본의 영향력 행사의 모순과 사모펀드 등의 유입으로 인한 국부 유출이 우려된다. 가업가치가 높아져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상황을 상장의 적기로 판단하고 있는 정부의 판단 자체가 국익에 해를 가하는 결정이다. 우량기업인 국민자산을 왜 못 팔아서 안달인가. 전기와 에너지는 민주적이고 개방적인 형태로 공적․사회적으로 소유·운영·관리되어야 마땅하다.

에너지 전환과 기후변화 대응은 시급한 시대적 화두이다. 민간 기업과 투자가 녹색산업으로 전환되는 것과 함께 중요한 일은 공적 영역에서 재생가능에너지로의 전환과 온실가스 감축에 적극 나서는 것이다. 그 유력한 방안이 바로 정부의 능동적인 규제와 개입이다. 자유 경쟁시장이 당장의 수익을 위해 사회적․환경적으로 유용한 활동에 나서지 않거나 소극적일 때, 정부와 공공기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에너지 공공기관이 앞장서서 에너지체제를 개조하고 관련 시장을 보호하고 확대하는 방법이 필요한 것이다. 


정부는 2020년까지 에너지 판 창조경제인 에너지 신산업에 42조 원의 재원이 필요하다고 추계한 바 있다.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한국전력과 발전자회사 등 에너지 공공기관을 상장하지 않고도 관련 재원을 충분히 조달할 수 있으며, 나머지 필요한 부분은 민간의 투자를 유도하면 될 일이다. 이제라도 에너지 산업에서의 민간개방과 경쟁체제 도입 및 확대가 에너지 공공성에 위험할 뿐 아니라 에너지 전환과 기후 변화 대응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부분에 대해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최근 박근혜 정권의 거의 모든 계획과 정책에 대해 불신과 의문이 쏟아지고 있다. 에너지 공공기관 기능조정과 관련 기관 상장 역시 정권이 불신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사회적 공론화 과정이 생략된 채 그들만의 논의와 결정으로 추진되고 있다. 에너지 공공기관 상장이 에너지체제를 비롯한 관련 공공기관의 노동자의 고용과 대국민 에너지 서비스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에고 불구하고, 극소수의 비선출 관료와 일부 전문가들의 판단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에너지 공공기관 상장은 물론 에너지 공공기관 기능조정에 대한 주요 결정은 전적으로 국민들과 해당 기관들의 노동자와 노동조합과 밀접하게 관련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에너지 공공기관 상장이 또 하나의 '비선 결정'으로 정당성이 결여되어 있다. 따라서 밀실에서 결정되어 추진되고 있는 에너지 공공기관 상장은 전면 철회되어야 하고 원점에서 재검토되어야 한다.

에너지 공공기관 내부의 개혁

그동안 전력 등 현재의 에너지 산업구조를 지탱해온 '한전 독점'을 비롯한 에너지 공기업의 문제점 또한 적지 않다. 에너지 공공기관의 노동조합들이 에너지 공공성을 주창하고 관련 활동을 벌여왔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밀어붙인 잘못된 정책과 사업에 소극적으로나 적극적으로 동조한 것도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노출된 비민주성과 폐쇄성에 대해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아직 이렇다 할 긍정적인 변화를 찾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최근 창립한 '에너지정책연대'나 '에너지공공기관 민영화 반대 공동대책위원회'가 스스로 밝히고 있는 것처럼, 에너지산업 공공성 강화와 에너지정책 전환을 위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주시할 필요가 있다. 


정부 역시 전력과 가스를 비롯한 에너지 공공기관 기능조정과 상장 추진 계획에 대한 비판에 귀를 열고 '에너지산업구조개편'에 대해 민주적이며 개방적인 사회적, 정치적 논의틀을 마련해야 한다. 이 테이블에는 에너지 공공기관 노동조합은 물론 환경단체와 사회단체를 포괄해야 하며, 마래지향적인 과제를 토론하고 다양한 측면에서 생산적인 방안을 도출해야 할 것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다른 글 보기
▶ 필자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