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공공 일자리 81만개 창출'에 반박한다
[민미연 포럼] 비정규직이어도 살만한 세상 만들어야…
문재인의 '공공 일자리 81만개 창출'에 반박한다
근거도 모호한 수치 하나가 대한민국을 파탄의 구렁텅이로 몰아가려 하고 있다. 이 유령 같은 수치는 2013년 기준 공공부문 고용비중이 7.6%로 OECD 국가 평균(21.3%)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이를 근거로 공공부문 고용을 3%p 올려 OECD 평균의 절반 수준(10.6%)에 맞추면, 총 고용이 2700만 명은 상황에서 공공부문에서 총 81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문재인의 일자리 공약을 뒷받침하는 OECD 통계는 'Government at a glance OECD 2015'다. 이 통계(2013년 기준)에 따르면, 한국의 공공부문(Public sector) 고용 비중은 총 고용(total employment) 대비 7.6%, 임금노동자(labour force) 대비 7.4%다. OECD 평균은 문재인이 말한 대로 각각 21.3%, 19.3%다. 미국을 제외한 G7(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일본) 평균은 각각 17.8%, 16.4%다. 이웃 일본은 우리와 엇비슷한 7.9%, 7.6%다.

2013년 기준 연평균 취업자는 2506만 6000명, 임금근로자는 1819만 5000명인데, 이를 기준으로 고용 인원을 계산하면 공공부문 총 취업자는 190만 5000명(총고용의 7.6%), 총 임금근로자는 134만 6000명(임금근로자의 7.4%)이다. 그런데 공공부문 종사자(190만5000명)는 거의 임금근로자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 수치(임금근로자의 7.4%)는 논리적으로 성립하지 않는 수치다.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자신의 일자리 정책과 관련한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8일 경기도 성남시의 한 중소기업을 방문한 모습. ⓒ연합뉴스


공공부문을 분류하는 국제 기준은 여러 차례 바뀌었는데, 가장 최근 것은 '2008 SNA'(System of National Accounts, 국민계정체계)이다. 이 기준에 따라 작성된 통계는 2014년부터 발표되고 있다. 2008 SNA의 공공부문 정의는 "정부단위와 정부단위에 의해 소유되거나 지배(통제)되는 모든 제도단위"다. 공공부문은 일반정부(General government)와 공공법인기업(Public corporations)으로 구분되는데, 일반정부는 수많은 기금, 특별회계, 공공비영리단체(위탁집행기관 등)을 거느린 중앙 및 지방정부와 사회보장기금(국민연금, 국민건강보험 등)이다. 공공법인기업은 금융공기업(한국은행, 산업은행 등)과 비금융공기업(한국전력공사, 가스공사, 토지주택공사 등)이다.

2008 SNA에 따라 작성된 통계청의 '2015년 기준 일자리행정 통계'와 한국은행의 '2015년 공공부문 계정(잠정)'에 따르면, 일반정부의 일자리는 총 189만 개고, 피용자보수는 109조2542 억 원이다. 공공법인기업(정부산하기관) 일자리는 총 35만 개고, 피용자보수는 20조 2973억 원(비금융공기업 18조 원+금융공기업 2조3000억 원)이다.

요컨대, 2015년 통계청 고용통계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공공부문 고용(224만 명) 비중은 총 취업자 2593만 6000명의 8.6%, 총 임금근로자 1923만 명의 11.6%고, 공공부문 총 피용자보수(129조5915억 원) 비중은 전체 피용자 보수(6933조 원)의 18.7%다. 물론 고용인원에는 임시 일용근로자와 단시간 근로자도 포함되어 있고, 피용자보수에는 향후 70년간 연평균 10조 원씩 나간다는 공무원연금 적자 보전금 등이 빠져있다.

문재인이 인용한 OECD 통계 'Government at a glance OECD 2015'에 따르면 공공부문 임금근로자 비중은 7.4%(2013년)인데, 피용자보수 비중은 적게 잡아 18.7%(2015년)니 공공부문의 근로조건이 얼마나 좋은지 알 수 있다. 거칠게 조망하면, 한국의 공공부문은 유럽 같으면 400만 명이 먹을 몫을 200만 명이 먹는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주요 통계를 조합해도 알 수 있고, 공공부문에 취업한 지인들을 통해서도 알 수 있고, 엄청난 공공부문 취업 경쟁률로도 알 수 있다.

공공부문의 중핵은 공무원이고, 임금 기준과 체계는 일반직 공무원의 호봉이다. 2016년 일반직 공무원 호봉표에 따르면 9급 1호봉의 기본급은 월 134만6400원이고, 연 1615만7000원이다. 그런데 무조건 지급되는 몇 가지 수당을 합치면 1980만 원이다. 실제 받는 세전 임금 평균은 2500~2600만 원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물론 이는 공무원 연금 등은 뺀 수치다.

한국 공무원 보수 체계의 매력이자 특이성은 초임 대비 30년 근속자의 임금이 3배 이상 상승하는 가파른 호봉제와 평균 수명 70대에 연이율 7%에 공무원 임금이 진짜 박봉이던 시절 만든 후불 임금 성격의 후한 공무원연금이다.

5년마다 실시하는 '공무원 총조사'(2013년)에 따르면 2013년 6월 기준 평균공무원은 연령은 42.2세(여성3 7.6세), 16.1년(여성 12.2년) 재직에 호봉은 남성 7급 18호봉이다. 2016년 기준 공무원 일반직 평균인 7급 18호봉은 월 298만9700원, 연 3587만6000원인데, 2016년 평균 기준소득월액은 491만 원, 연 5892만 원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1인당 평균 100만 원가량의 복지 포인트와 130만 원가량의 직급보조비가 빠져있다.

2014년 기준소득 월액 평균이 447만 원(연 5,364만 원)이던 시절 나라살림연구소(소장 정창수)의 '2015년 서울시 자치구예산안 분석' 결과에 따르면, 서울 25개 자치구 공무원 2만9047명의 1인당 현금성 지원 금액(각종 수당, 직급보조비, 복지포인트, 사용자 측 연금부담분 포함)은 7700만 원이었다. 2016년에는 8000만 원이 넘었을 것이다. 여기에 연금 적자 보전금 연 평균 10조 원(1인당 1000만 원)을 얹으면 9000만 원고, 사무공간, PC, 전기, 수도 등 인력운영에 따른 경상비를 포함하면 1인당 1억 원 소요된다는 것이 상식이다.

한국 고교생들의 로망이 공무원이고, 고시공시 경쟁률이 100대 1인 이유도, 공공부문이 청년 인재와 기업가 정신의 블랙홀이자, 수많은 고시공시 낭인 제조기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에서 공공부문 고용이 매우 낮게 나오는 이유는 공공부문의 고용임금이 매우 높고, 경직적이고, 과도한 신분 보장으로 근로 윤리까지 저렴하다 보니, 필요한 공공서비스(중고교 교육, 영유아 보육. 기타 복지서비스 등)를 민간기관(사립학교, 민간어린이집, 민간복지서비스 기관 등)으로 제공해 왔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한번 채용하면 정년 보장하고, 퇴직 시에는 초임 대비 3배의 임금을 줘야 하고, 퇴직 후에는 8~10억 원 가치의 연금도 죽을 때까지 줘야 하니 필요한 만큼 늘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공공법인기업 종사자는 국민연금 가입자지만, 명목 임금은 공무원보다 높고, 정년 보장이 확실하기에, 생애 임금은 공무원보다 조금 낮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의 직장' 소리를 듣는다.

문재인은 사회복지 공무원 수가 크게 부족하다고 하였다. OECD국가들의 평균 복지 공무원 수는 인구 1000명당 12명인데, 한국은 0.4명이기에,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으로 늘리기만 해도, 사회복지공무원 25만 명을 늘릴 수 있단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나? GDP 대비 복지지출 비중(2014년)은 한국 10.4%, OECD 평균 21.0%다. 거칠게 계산하면 사회복지 공무원이 OECD 평균의 절반(10.4/21.0)은 되어야 할 것 같다. 공공부문 고용이 한국 7.6%, OECD 평균이 21%라면 사회복지공무원도 대충 1/3(7.6/21)쯤은 되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왜 1/30(0.4/12)에 불과할까? 그것도 ICT기술과 전자정부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 사람이 하던 일을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대체하여 엄청나게 많은 인력을 사회복지부문으로 배치전환할 수 있을 것 같은 나라에서!

이유는 뻔하다. 정부(공무원)나 공공기관이 할 일을 민간복지기관(종사자)이 하기 때문이다. 정부 예산에서 운영비와 인건비가 나가는 민간 어린이집과 사립중고등학교 교원이 대표적이다. 그 외에도 대부분이 비정규직이겠지만, 방과후 교사·예체능교사·급식조리원·학교사회복지사·사서·요양보호사·장애인활동보조인·아이돌보미·간병인 등 다양한 돌봄노동 종사자들도 있다. 이들은 유럽 같으면, 당연히 공공부문에 정규직으로 직고용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공공부문 정규직의 임금은 너무 높고, 경직되어 있다 보니 민간고용으로 돌려버린 것이다.

단적으로 유럽 같으면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사고로 숨진 김 군이 다니던 은성PSD는 공기업인 서울메트로의 한 부서로 존재했을 것이다. 당연히 김 군도 공공부문 정규직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서울메트로의 고용임금이 너무 높고, 안정적이고, 힘들고, (스크린도어 유지 관리 업무 같은) 위험하고 힘든 업무를 기존의 조직과 인력이 수행하기를 꺼리니, 민간업체로 외주 하청화해버린 것이다. 그런데 이런 기업들을 서울메트로 퇴직자들이 장악하다 보니, 실제 업무를 하는 김 군과 같은 청년들은 너무 적은 임금을 받으면서 지극히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다가 사고를 당한 것이다. 이처럼 공공부문의 임금 수준과 고용 안정성이 민간과 별 차이가 없는 유럽이라면 당연히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임직원 형태로 존재해야 할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한국에서는 민간부문 종사자로 되어있다.

문재인이 말한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의 대부분은 새로이 창출할 일자리가 아니다. 단지 민간에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던 인력을 공무원이나 준공무원으로 전환하는 것일 뿐이다. 당사자들로서는 엄청난 행운이지만, 나머지는 세금을 더 내거나 다른 데 쓸 세금을 줄여서 이들의 행운아들의 고용임금과 연금을 보장해 줘야 한다. 물론 경찰·소방 공무원은 몇만 명 늘릴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도시화, 교통수단과 통신 수단의 발달, 컴퓨터의 도입(전자 정부) 등으로 인해 공공부문의 다른 분야에서는 그 몇 배수를 줄일 여지가 있을 것이다. 이런 배치전환, 구조조정 작업을 잘 못 하니, 공공부문을 함부로 못 늘리는 것이다.

지금 공공부문 개혁의 핵심은 고용임금의 유연화, 공정화(공평화)다. 늘릴 곳은 늘리고, 줄일 곳은 줄이고, 올릴 곳은 올리고, 내릴 곳은 내리는 것이다. 그러면 인건비를 몇십조 원씩 추가로 투입하지 않아도, 민간어린이집 교사나 은성SD 김 군과 같은 사람들이 공공부문에 직고용되면서 공공부문 고용 비중이 쑥 올라간다. 인력이 남아넘치는 곳과 인력이 태부족인 곳의 불균형도 해소된다.

한국의 낮은 공공부문 고용 비중은 신자유주의 담론이 동반한 '작은 정부 이데올로기'가 만든 것이 아니다. 오히려 양반 관료가 백성 위에 군림하면서 백성을 약탈하던 조선의 유산이다. 한국의 공공부문은 유럽처럼 민간고용 가뭄이면 대량 흡수(채용)하고, 민간고용 풍년이면 대량 방출(해고)하는 고용 저수지가 아니다. 600년 이상 백성 위에 군림하면서 백성을 계도해 온 관리다. 헌법 제7조에 신분 보장이 되어 있는 대단한 존재다. 그래서 노량진 학원가에 현대판 과거 시험인 고시공시 준비하느라 수십만 명의 청춘들이, 떨어지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공부를 죽자사자 하고 있는 것이다.

연 30조 원으로 공공부문 직고용 인력을 늘리면, 30년 평균 연봉을 아주 적게 잡아 4000만 원으로 잡아도 각종 부대비용이 들기에 연 6000만 원이 소요되는데, 이는 50만 명분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를 근로장려세제 형태로 지급하면, 500만 명에게 월 50만 원(연 600만 원)의 월급을 올려줄 수 있다. 월 120~170만 원 받는 은성PSD 김 군과 같은 근로자의 월급을 월 170~220만 원으로 올려 줄 수 있다. 무엇이 정의롭고, 무엇이 내수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겠는가.

지금 대한민국 대통령 후보자에게 요구하는 것은 청년 인재의 블랙홀이자, 기업가 정신의 블랙홀이자, 수백만 고시공시 낭인의 양산 공장인 공공부문의 말도 안 되는 고용임금 체계를 깨부수는 것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임금과 안정성을 가진 공공부문 일자리를 더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공공부문 종사자가 아니어도 비정규직이어도 살만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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