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인권위원장에 '인권 문외한' 현병철 내정
"딱 '듣보잡'…인권위 위상 축소 의도"
새 인권위원장에 '인권 문외한' 현병철 내정
이명박 대통령은 16일 신임 국가인권위원장에 헌병철 한양사이버대 학장을 내정했다.

전남 영암 출신의 현 내정자는 원광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한양대 행정대학원 원장, 한국법학교수 부회장, 한국비교사법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청와대 측은 "현 내정자는 대학장·학회장 등 주요보직을 두루 역임하면서 균형감각과 합리적인 조직관리 능력을 보여줬다"며 "인권위 현안을 해결하고 조직을 안정시켜 인권선진국으로서의 위상을 제고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안경환 전임 위원장이 정부를 강력한 어조로 비판하며 물러난 이후 신임 인권위원장 후보군으로는 조명윤 명지대 교수나 제성호 중앙대 교수 등이 거론돼 왔다.

그러나 조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식 준비위원을 지냈고, 제 교수는 뉴라이트 전국연합 소속이라는 점에서 인권위 내부나 인권단체들은 "최소한의 독립성과 인권의식도 기대할 수 없는 인사들"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조직장악 사전 포석"…"인권위원장 자격있는지 지극히 의문"

현 내정자의 경우에는 앞선 인사들보다는 정치색이 뚜렷하지 않다. 그러나 인권위 내부에선 "조직 장악을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인권 분야에서 보인 족적이 전무한 현 내정자를 '얼굴 마담'으로 앉힌 뒤 실세인 사무총장을 정권 입맛에 맞는 인물로 내세우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인권위 한 관계자는 "현 내정자는 무색무취한 인물인 반면, 오히려 뉴라이트 쪽 인사가 사무총장에 내정돼 전권을 휘두룰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사무총장은 위원장의 추천을 받은 뒤 전원위원회 의결을 거쳐 임명하게 돼 있다"고 전했다.

인권 전문가들도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인권위 독립성 수호를 위한 교수모임에서 활동하는 곽노현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는 "인권단체는 최근 국가인권위원장은 인권에 관한 전문성, 경험, 그리고 인권지향성을 갖춘 인물이어야 한다는 등 7대 요건을 제시한 바 있다"며 "그러나 현 내정자가 여기에 부합하는지 지극히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곽노현 교수는 "국내 인권 사회에서 환영받기 어려운 것은 물론 국제인권기구조정위원회(ICC)의 의장도 사실상 어렵게 됐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천주교인권위원회 배여진 활동가도 "언론에 '듣보잡'이라고 유행어가 있던데, 딱 그 말이 떠올랐다"며 "결국 인권위 자체의 위상을 축소시키는 것이 청와대의 의도가 아닐까 한다"라고 지적했다.

한양대 법대의 한 교수는 "학내에서 보직을 많이 맡았고, 행정을 잘 하는 분이긴 하지만 인권에 관심을 가진 분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주변에서도 너무 의외라는 반응"이라고 전했다. 이 교수는 "인권이라는 분야가 기능성과 효율성 위주로 가는 건 아니지 않나"라며 "소수자를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제도권과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할 텐데 그럴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인권단체들로 구성된 '국가인권위 제자리찾기 공동행동'은 이날 오후 청와대 근처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공개적인 국가인권위원장 후보 선정위원회 구성을 촉구하고 현 내정자의 내정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uknow@pressian.com 다른 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