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카보다 비키니" 독일 극우정당이 사는 방식
[독일 총선 관전기 ③] 극우정당 AfD와 직접민주주의
"부르카보다 비키니" 독일 극우정당이 사는 방식


독일 총선 기간 중 <베를리너 몰겐포스트(Berliner Morgenpost)>에는 독일 시민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치문제가 어떻게 바뀌는지 보여주는 흥미로운 조사결과가 게재되었다. 전통적으로 독일 정치에서 진보-보수의 가장 중요한 쟁점은 노동·복지 등 사회경제적 문제이다. 그러나 조사는 노동·복지 문제보다 난민문제가 더 크게 부상했음을 보여준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난민 100만 명을 수용한 메르켈의 난민정책이 큰 영향을 주었다고 볼 수 있다.

▲ 그래픽의 상위 5대 문제 내용 1. Einwanderung(이주민/난민/외국인 문제 포함) 2. Soziale Ungerechtigkeit(사회적 부정의/빈곤/하르츠개혁 포함) 3. Rente(연금/노후보장) 4. Bildung(교육/학교/직업교육) 5. Arbeitslosigkeit(실업/노동시장) ⓒ 베를리너 몰겐포스트 9월 18일 (바로보기 : https://interaktiv.morgenpost.de/probleme-bundestagswahl-2017/)


AfD(독일을 위한 대안)는 독일 주요 정당 중 유일하게 반난민을 정치적으로 동원했다. 독일 총선 기간 중, 가장 눈에 많이 띈 것은 자극적인 AfD의 반난민 선거 포스터였다. 대체로 "이슬람화를 멈춰라" "우리는 부르카보다 비키니를 좋아한다"처럼 이슬람 난민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담고 있었다. 

그럼에도 독일의 정치분석가 예나대 올리버 렘프케(Oliver W.Lembcke) 교수는 AfD가 전통적인 극우 민족주의 정당이라기보다는 포퓰리스트 정당이라고 말한다. 그는 "극우 민족주의 정당은 백인 우월주의처럼 자기들이 왜 우월한지 설명할 수 있는 일관된 가치관이 있어야 하지만, AfD는 그런 가치관이 없다"고 했다. 

그는 "AfD는 불만에 찬 시민들에게 잠깐 번뜩이는 무언가를 던져주고 사람들의 반응을 끌어내는 기회주의적인 우파 포퓰리즘"이라고 설명한다. 그렇기 때문에 AfD는 "기존 독일 정당과 의회 등 대표체계를 기득권으로 몰아세우고, 그들이 국민(Volk)이라고 부르는 착한 시민과 대립시킨다"고 말한다. 정치적 동원을 위해 실제 현실에서는 다양한 이해와 견해로 나뉘어져 있는 시민을 마치 '기득권'에 맞서는 일체화된 집단인양 자기 맘대로 형상화 한다는 것이다. 
 
우파 포퓰리즘 정당 AfD의 정치강령 - "직접민주주의"

이번 총선에서 AfD는 대체로 세 가지 쟁점에 주력했다고 볼 수 있는데 유럽회의주의(주1) , 반난민, 그리고 직접민주주의(Direkt demokratie)가 그것이다. 이 중 직접민주주의는 다른 모든 쟁점을 집약하는 AfD 선거강령의 핵심이다. 실제로도 베를린 시내의 대형 광고판에 가장 많이 걸린 AfD의 슬로건도 "우리도 스위스처럼 직접민주주의를(Direktdemokratische wie in der Schweiz)"이었다. 

AfD는 "국민주권 없이 민주주의 없다(Ohne Volkssouveränität keine Demokratie)"며 부패하고, 서로 담합하고, 난민정책이나 유로통합 등 국민의 이익에 반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정당, 의회 기득권을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일의 협력적 정치체제 전반을 공격한 것이다. 그들은 개혁을 위해 "국민에게 주권을 돌려주겠다(Das Volk muss wieder zum Souverän werden)"며 직접민주주의 수단들 – 예를 들면 시민의 참여와 감시, 국민청원, 국민발안, 국민투표, 의회 활동 제한, 의원정수 축소 등을 공약했다.(주2)

우파인 AfD는 복지에 반대하지 않았다. 렘프케 교수는 "AfD도 복지를 주장한다. 다만 그들이 말하는 것은 독일 사람만을 위한 사회복지다"라고 설명했다.

▲ 대형 광고판에 설치된 AfD의 슬로건 "국민의 목소리?" "스위스처럼 직접 민주주의로"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사)정치발전소


AfD는 민중, 복지, 직접민주주의, 저항을 말한다. 일견 극우와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처럼 보인다. 불만과 불안에 찬 유권자층을 반체제적으로 세련되게 동원한다. AfD는 우리가 생각하는 전통적 극우와는 다른 현대적으로 변형된 극우이다. 전통적인 극우가 적극적인 민족우월주의를 기초로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파시즘을 동원했다면, 현대화된 극우는 제한적 인종주의와 직접 민주주의를 수단으로 포퓰리즘을 추구한다. 

포퓰리즘은 전체주의의 입구다

포퓰리즘은 전체주의의 입구다. 과거에는 민족우월주의가 그 길을 열었다면, 지금은 직접 민주주의를 동원해 그 길을 연다. 국민주권을 말하는 직접민주주의가 결과적으로 민주정을 파괴한 것은 아이러니다. 독일의 AfD 전문분석가 알렉산더 호이슬러(Alexander Häusler)는 "우파 포퓰리즘은 곱씹어봐야 그 이데올로기의 반민주적 핵심을 알게 된다"고 강조한다.

10월 15일 끝난 오스트리아 총선에서 극우 포퓰리즘 정당 자유당(FPÖ)이 제2당으로 연정 집권이 유력해졌다. 그렇게 되면 유럽에서 극우가 집권하는 전후 최초 사례다. 이 당의 핵심강령 역시 직접민주주의다. 미국 트럼프, 영국 브렉시트, 프랑스 국민전선, 네덜란드 자유당, 오스트리아 자유당까지 국민을 직접 불러내는 우파 포퓰리즘이 서구 민주주의를 뒤덮고 있다. 이것이 과연 유럽과 미국만의 일일까. 

문재인 대통령은 촛불정신을 말하며 이에 반응하는 사람들만 '시민'으로 불러들인다. 다양한 환경 속에서 서로 다른 이해와 견해로 나뉘어진 시민에 대한 참칭이다. 선출된 시민의 대표들이 버젓이 있음에도 대표성 없는 공론화 위원회가 정책을 결정하도록 한다. 시민들 대표하는 정당이 아니라 청와대가 관장하는 게시판이 입법화의 통로가 된다. 이건 국민주권이 아니라 시민이 입법부에 위임한 주권을 대통령과 청와대가 무력화하는 일이다. 

대의민주주의의 핵심적 체계인 정당과 의회를 공격하고 우회해서 정치적으로 편익을 취하려는 것은 비단 독일의 AfD 뿐만 아니라 유럽의 서로 다른 유형의 극우 포퓰리즘을 하나로 관통하는 코드이자 특징이다. 우리가 더 위태로워 보이는 이유는 직접민주주의적 포퓰리즘을 동원하는 것은 유럽에서는 AfD를 비롯해 대부분 통치하지 않는 반체제 정당들이지만, 우리는 통치자와 그 참모들이 이를 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 유럽은 이구동성으로 우리에게 말한다.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회의가 커지고 직접민주주의론이 강해질수록 극우의 토양이 더욱 좋아진다. 오늘 문재인 정부의 직접민주주의는 내일은 우리 민주주의를 공격하는 우파 포퓰리즘의 더 강력한 무기가 된다는 점을 생각했으면 한다.    

미국의 정치학자 샤츠슈나이더는 정치, 정치인, 정당을 공격하고 역할을 축소시키려는 것은 갈등을 국지화함으로써 결국 사회적 약자일 수밖에 없는 보통사람들의 정치참여를 억압하고 민주주의를 축소하는 유용한 도구가 된다고 말한다. 정치는 결과에 대한 책임에 기초한다. 우리는 종종 개혁이라는 '선의'만 믿고 그것이 불러올 참혹한 정치적 결과에 대한 고려없이 정치적 주장을 전개한다. 문재인 정부의 직접민주주의적 행태는 대표적 사례다. 

독일총선관전기 시리즈를 끝내며 

AfD는 12.6%의 지지를 받아 제3당으로 연방의회(Bundestag)에 진출했다. 기민/기사련 오른쪽에 유의미한 우파 정당은 허용하지 않겠다던 독일정치의 방역선이 무너졌다. 그러나 독일 정치는 유럽의 다른 나라와 달리 아직은 나쁘지 않다는 희망적 전망을 가지고 돌아왔다. 안정적인 독일의 주요 정당과 여전히 독일 사회를 폭넓게 조직하고 있는 노조가 가진 통치에 대한 확고한 책임성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민당은 비롯한 주요 야당은 메르켈의 난민정책이나 독일 정치체제, 유럽의 미래를 때려 반사이익을 얻고자 하지 않았다. 밋밋한 총선의 다른 측면은 AfD의 토양이 되는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난민문제 최적점을 찾기 위한 정당들 사이의 공감대가 만들어지는 시간이었다. 연정이 어떻게 구성되건, 통치의 책임성을 공유하는 정당들 사이에 협력은 끊어지지 않을 것이다.

주요 정당, 노조, 언론 등 통치하는 세력 전체가 포퓰리즘 정당의 현실화를 총선 전부터 차분하게 긴장감을 갖고 대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정당과 노조, 언론 그리고 정부가 만들어내는 통치의 그물망을 보며 앞으로 독일 정치가 제기된 갈등을 잘 다룰 것이란 믿음이 생겼다. 나는 이것이 바이마르 시대의 극단적 분열과 파시즘, 대학살과 패전을 겪으며 성장한 독일 민주주의 내면의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  

민주주의가 100년 200년 된 나라도 위기를 맞는다. 이제 30년 된 우리 민주주의는 여러모로 문제가 많고, 완전하지 않다. 그러나 부족하고 문제가 있다고 해서 정당과 정치를 우회한 어떤 유토피아가 있을까? 직접민주주가 해답일까? 유럽의 사례는 그것이 아니라고 분명히 말한다. 

인내력을 필요로 하는 협상과 논의, 밀고 당기는 이 지루한 과정을 견디며 세상에 없던 결과를 만들어내려는 엄정함과 통치의 책임성 없이 민주주의는 좋아지지 않는다. 우리가 더 좋은 민주주의를 위해 분투해야 한다면, 그것은 정치적 엄정함과 책임성의 길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어야 한다. 내가 독일에서 본 것은 민주주의자들은 이미 그렇게 싸워왔고, 그렇게 싸우고 있다는 것이다.

(주1) AfD는 원래 유럽회의주의에서 출발한 정당이다. 2012년 유로존 위기에 개입하는 독일 연방정부의 정책에 반대하기 위해 몇몇 저널리스트와 경제학자, 기업가 들이 중심이 되어 결성한 선거대안 2013(Wahlalternativ 2013)이 모태가 되어 2013년 창당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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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소개
2002년부터 진보정당에서 일하며, 부대변인, 전략기획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2012년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정치교육, 교류, 연구의 공간인 <정치발전소>를 설립했다. 현재는 정치발전소 대표와 정치기획사인 파워플랜트 대표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