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부국 베네수엘라, 어쩌다 이지경까지 왔나
[분석] 차베스 사후 4년만에 국가파산
2017.11.16 16:04:39
석유 부국 베네수엘라, 어쩌다 이지경까지 왔나

지난 2013년 남미 '반미 좌파의 기수' 우고 차베스가 사망한 지 4년만에 베네수엘라가 사실상 국가 파산에 이르렀다. 600억 달러가 넘는 국제 채권에 대해 잇따라 이자 상환에 차질이 빚어지자 국제신용평가사들이 베네수엘라의 국가신용등급을 일제히 "사실상 디폴트" 등급으로 처리했다.

S&P는 15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가 이날 이자 상환이 도래한 국채에 대해 2억 달러의 이자도 못내자 "국가 부도" 상태임을 공식 발표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앞서 이자 상환 만기가 도래한 국채에 대한 4억 2000만 달러의 이자도 못낸 상태였다.

현재 베네수엘라가 상환해야할 국채 규모는 1500억 달러(약 167조3000억 원)에 달한다. 지난 2012년 그리스가 2000억 유로(약2356억 달러)가 넘는 국채를 부도내 채무조정에 들어간 사태에 비견되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외환보유고는 현재 100억 달러에 불과하며 이자 상환에 쓸 현금성 자산은 이미 바닥난 상태다.


▲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지난 2일 더 이상의 국채 상환을 거부하고 국채채권자들에게 채무재조정을 해줄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AP=연합


서방권의 경제제재 속 베네수엘라 경제 회복 난망


베네수엘라는 그리스보다 디폴트 국면을 수습할 국제적 여건이 나쁘다는 점에서 상황은 더 심각할 수 있다. 베네수엘라 경제 파탄은 마두로 정부가 인권탄압과 반대파 숙청, 마약 밀매를 일삼는다는 이유로 지난 8월 미국, 그리고 11월 유럽연합까지 경제제재에 가세하면서 가속화됐기 때문이다.

현재 베네수엘라의 유일한 '동아줄'은 러시아와 중국이다. 베네수엘라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러시아는 31억 5000만 달러의 만기를 향후 10년 연장해주고 6년간은 최소 금액만 상환할 수 있도록 합의했다. 중국도 러시아와 함께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요구하는 비공식 유엔안전보장이사회 회담 제의를 거부하는 등 지정학적 대결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이처럼 베네수엘라가 국제 열강의 각축장으로 전락한 과정에 대한 논란도 가열되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한때 세계 1위의 석유 자원국이면서 세계 5위의 석유수출국으로 남미의 최부국으로 떠올랐지만, '오일쇼크'라는 외부적 요인이 가져다준 행운을 기득권 세력이나 대중이 나눠 먹었을 뿐이다.

1986년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베네수엘라의 경제는 이미 파탄의 늪에 빠져들었다. 결국 1989년 베네수엘라는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국민적 불만이 고조된 1998년 12월 대선에서 차베스는 사회주의 기치를 내걸고 56.2%의 지지를 얻으며 권력을 장악했다. 다시 차베스는 2000년 8월 대통령에게 사실상 초법적 권력을 부여한 새 헌법을 제정하며 새 공화국의 대통령으로 장기 집권의 길을 열었다.

하지만 차베스 역시 오일머니를 분배하는 대상만 기득권에서 서민층으로 바꾸었을 뿐 국가의 장기적 경제발전의 토대를 구축하는 산업개혁을 이뤄내지는 못했다. 차베스는 2012년 대선에서 4선 대통령이 됐지만, 이듬해 사망했다. 이후 후계자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차베스의 후광에 기대어 권력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2014년 또다시 국제유가가 폭락하면서 오일머니가 급속히 고갈됐다.

베네수엘라는 재정 수입의 90% 안팎을 원유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구조를 가졌다. 내수 기반이 취약해 대부분의 식량, 생필품, 의약품 등을 수입에 의존한다. 결국 베네수엘라는 연간 물가상승률이 올해 2000%에 육박하는 하이퍼인플레이션에 빠지는 등 자력갱생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  수도 카라카스 곳곳에서는 주민들이 먹을 것을 찾아 쓰레기통을 뒤지는 장면이 목격되고 있다.

베네수엘라 경제는 국내총생산(GDP)은 2014년 이후 3분의 1 이상 줄었고, 현지 통화(볼리바르)의 달러화 대비 가치는 지난 5년 동안 99.97% 폭락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경제가 파탄난 베네수엘라에서 정치적으로는 마두로가 이끄는 좌파 정권이 북한 정권처럼 반미 기치 아래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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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선 기자 editor2@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2001년 입사해 주로 경제와 국제 분야를 넘나들며 일해왔습니다. 현재 기획1팀장을 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