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평양행 티켓' 한미 군사훈련에 달렸다
정세현 "북한, 남북 정상회담 통해 북미 대화 타진"
2018.02.10 18:28:45
文대통령 '평양행 티켓' 한미 군사훈련에 달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특사' 자격으로 파견한 김여정 조선노동당 제1부부장을 통해 10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빠른 시일 내에 만나자"며 사실상 남북 정상회담을 제의했다. 문 대통령은 회담을 이루기 위한 여건을 만들어가자고 긍정적 검토 방침을 밝혔다.

문재인 정부 임기 초반에 문 대통령의 방북이 이뤄진다면 남북 관계의 거대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최대 난관은 역시 우리 정부가 "최대의 압박과 제재" 원칙이 확고한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를 설득할 수 있느냐다. 

김 위원장이 전격적으로 정상회담을 제안한 배경을 두고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은 남북정상회담을 해야 북미 대화로 건너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한 입장에서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남한 대통령을 설득하고 남북관계를 잘 만들어 놓으면 남한이 동맹인 미국을 향해 북핵 정책을 유연하게 해달라고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로 한국은 미국을 설득해서라도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끌고 나가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에 북한은 이러한 한국을 활용하자는 판단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회담의 성사 가능성과 관련, 정 전 장관은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문제와 당면한 한미 연합 군사 훈련 등이 문 대통령이 말한 '여건'이라는 단어 속에 녹아 들어가 있는 것"이라며 "이러한 여건을 (정상회담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꽤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결국 (정상회담 성사 여부는) 미국이 결정하는 측면이 크다"면서 "한미 양국이 올림픽 이후 연합 군사 훈련을 더 세게 진행하면 북한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지난해처럼 한반도가 다시 긴장에 휩싸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 10일 청와대를 찾은 김여정(왼쪽) 조선노동당 제1부부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했다. ⓒ청와대


하지만 미국이 대놓고 정상회담을 반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정상회담을 논의해 간다면 미국도 군사적인 옵션을 강하게 쓸 수 없다. 적어도 겉으로는 반대하기 힘들다"고 예측했다.

백 수석연구위원은 이러한 틈을 이용해 미국을 설득하고 정상회담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우선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겠다는 점을 미국에 잘 설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북한 문제를 둘러싸고 "남북 양자 간 남북관계 개선 필요성과 다자관계에서의 북핵 문제 해결의 필요성이 있다"며 "이 두 가지를 연결해서 해결할 수 있는 고리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 고리로 가장 효과적인 것이 정상회담"이라고 주장했다.

백 수석연구위원은 "북핵 문제 해결은 북한과 미국이 대화를 통해 돌파구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며 "이를 위한 북미 대화가 가능하도록 옆에서 효과적으로 장을 만들고 북한과 미국을 설득할 수 있는 것은 유일하게 한국 정부"라고 설명했다.

그는 "남북 정상회담은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북한을 설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기회"라며 "그걸 하지 않고 어떻게 북한을 미국과 대화하게끔 할 수 있으며 어떻게 비핵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설득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한 뒤 정부가 정상회담 준비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북 간 10여 년 동안 반목하던 세월이 있는데 정상회담부터 먼저하는 것이 남북관계 개선이나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겠냐는 지적에 그는 "남북 간 불신이 쌓여 있는 상황에서는 정상회담부터 먼저하고 거기서 여러 가지를 합의해 각 분야별로 회담을 진행하는 '탑 다운' 방식이 가장 효과적이다"라며 "역사적으로 봤을 때도 이러한 패턴이 이어졌다는 점에서 탑 다운 방식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정상회담이 가능하다면 언제가 가장 적절한 시기인 것 같냐는 질문에 백 수석연구위원은 8월 15일 광복절을 전후해 이뤄지는 것이 가장 좋은 때라고 진단했다.

그는 "북한 입장에서는 올림픽이 끝나면 바로 하자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남한은 미국과 협조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며 "미국은 남북 간 대화의 진전이 대북 제재 매커니즘에 금이 가게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미국은 올림픽이 끝나면 북한에 대한 최강 제재와 함께 군사훈련을 바로 재개하고 싶어한다"고 분석했다.

백 수석연구위원은 "특히 이번에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한국에 와서 했던 행동을 보면 남북관계 진전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찬물을 끼얹을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연합 훈련을 세게 할 것 같다는 우려도 든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결국 가장 좋을 때는 광복절 기간"이라며 "미국에 이야기할 때도 8월 15일은 우리에게 특별한 날이기 때문에 이 날로 잡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 전 장관 역시 광복절에 인접한 시기가 정상회담을 하기에 적절한 때라고 내다봤다. 다만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이 있을 경우 8월 15일 정상회담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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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기자 jh1128@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