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막장 리그' 이제 끝낼 때
[삶은경제] 이제 금융권 적폐 인사는 안 된다
'금융권 막장 리그' 이제 끝낼 때
우리 금융 산업이 정책당국부터 산업현장까지 금융사고와 인사비리의 왕국이나 다름없다보니  국제적인 수준에서 아프리카 우간다와 자웅을 겨루고 있다는 칼럼(☞관련기사 : 한국은 지금 우간다와 경쟁 중)을 쓴지 열흘 만에 금융 감독 기구 수장인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채용비리 연루의혹으로 최단기간 재임이라는 불명예 속에 사퇴했다. 

사실, 필자는 청와대가 강원랜드 채용비리 연루자 226명 전원을 직권면직 하는 등 채용적폐와 전쟁을 선포한 마당에 금감원은 은행 등 1금융권뿐만 아니라 카드, 증권, 보험 등 제2금융권까지 전면적인 채용비리 조사를 확대하고 적폐를 다 드러내자는 취지의 칼럼을 쓰고 있던 터여서 최 원장의 사퇴소식이 더 황당했다. 이 정도면, 막장 중에서도 최상급이라고 해야 옳다. 금융 경찰이라는 금감원이 매년 자체적(?)인 채용비리를 저지르다 감사원의 지적을 받았고, 급기야 촛불 정부가 임명한 수장까지 채용비리혐의로 사표를 쓰고 나가는 상황. 매관매직이 창궐했던 조선말도 이러했을까 싶을 정도다.  

신 적폐와 구 적폐 간의 진흙탕 싸움

이번 사태를 두고 분분한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금융가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이야기는 최흥식 금감원장이 연임을 목전에 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무리하게 압박하다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는 오버슈팅설이다. 하나금융지주 사장 출신인 최흥식 금감원장은 하나금융 왕회장으로 불리던 김승유 사단의 핵심멤버였는데, 박근혜 정권에서 김승유 씨와 함께 금융계를 떠났다가 문재인 정권에서 금의환향한다(이 과정에 김승유 전 회장의 경기고, 고려대 인맥인 청와대 장하성 정책실장이 역할이 지대했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아무튼, 이렇게 금감원장으로 돌아온 최 씨가 자신이 근무했던 하나금융지주를 상대로 사감(?) 충만한 파상공세를 퍼 붓다 뜻밖의 일격에 낙마했다는 스토리다. 재미있는 것은 최 금감원장의 배경으로 알려진 김승유 전 회장은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함께 MB시절 금융권 4대천왕으로 불리던 인물인데, 최근 다스 비자금과 불법정치자금 건으로 묶여 검찰의 수사대상에 올라 있다는 점이다. 연임을 앞두고 궁지에 몰린 김정태 현 하나금융회장도 최순실 불법 정치자금 건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은 인물이니, 한국금융사에 길이 남을 이번 갈등도 결국 신 적폐 세력의 권력연장시도를 구 적폐 세력이 저지하려다 발생한 참극이라는 빈정거림도 나온다.

▲ 채용 비리 연루 의혹에 휘말려 취임 열흘 만에 사퇴한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


론스타 잘했다는 금융위원장, 가계부채 폭등에도 연임하는 한은총재

문재인 정부 들어 금융기관 수장 인사 논란이 인 이는 최흥식 금감원장이 처음은 아니다. 하마평에 오를 때부터 노동계와 시민단체로부터 부적격자로 지목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미 후보자 인사 청문 당시 새 정부 금융개혁이 물 건너갔다는 탄식을 자아낸 인물이다. 그는 금융위 상임위원 재직 시절 산업자본으로 은행을 인수할 수 없었던 론스타를 금융자본으로 인정해 수조 원대 먹튀를 방조했다는 지적을 받자 "그 당시 최선을 다했고, 지금도 같은 상황이면 같은 결정을 하겠다"고 말해 우리를 놀라게 했다. 

최 금융위원장은 이렇게 적폐에 부역하고도 최소한의 반성이나 유감 표시도 없이 금융위원장에 올랐다. 그는 며칠 전 금융회사 최고경영자들의 셀프연임을 막을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는데, 이 개정안에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며 동시에 금융행정혁신위원회의 권고사항인 노동이사제 도입은 포함되지 않는다며 거부했다. 박근혜나 이명박 정부의 금융위원장이라고 해도 전혀 손색없는 자세다. 그는 19일 '금융분야 데이터 활용 및 정보보호를 위한 간담회'를 열어 박근혜 정부의 숙원사업이던 개인정보 비식별화 조치의 금융버전을 앞장서 추진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금융개혁 포기한 정부로 남아선 안돼

구시대 인물들이 금융위와 금감원을 이끌며 홍역을 겪는 와중에 그래도 희망을 갖게 만든 일도 있었으니 누가 새 정부 한국은행장이 될 것이냐 하는 점이었다. 앞선 인사에서 보여주지 못한 문재인 정부의 의지를 기대했던 이들에게 돌아온 청와대의 발표는 놀라웠다. 박근혜 정부의 유동성 확대정책, 즉 초이노믹스에 강력한 브레이크를 걸지 못해 결국 가계부채 폭등을 초래한 장본인인 이주열 총재의 연임을 대통령이 결정한 것이다.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연임을 앞둔 한은총재의 숙제라는 청와대의 낯부끄러운 입장 안에는, 이 문제에 현 정부도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고백이 담겨있다. 평창올림픽이 무사히 끝났고 남북정상회담과 북미회담 등 뜨거운 정치일정들이 지방선거까지 이어진다. 이런 마당에 금융기관장 인사에서 촛불정부가 보여준 실책이 대중의 주목을 끌긴 힘들 것이다. 

그러나 결국 경제다. 국민은 조만간 청년에게 충분한 일자리를 공급할 방법을 금융에 물을 것이고, 일하는 사람들의 소득이 성장을 주도할 방법을 금융에서 찾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지금 이 모든 질문에 일관되게 실패한 사람들, 그러나 아무런 반성도 하지 않은 자들에게 금융정책을 맡기고 있다. 그래선 안 된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의 후임 인선이 변화의 단초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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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소개
풀뿌리신문 기자로 출발했지만 정의당에서 '노유진의 정치카페'를 기획하고 제작하면서 PD라는 명함을 얻었다. 짧은 국회보좌관 활동을 거친 뒤, 지금은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에서 조직국장으로 일하며 조합원들과 함께 경제 팟캐스트 ‘삶은경제’를 제작하고 있다. 잘 먹고, 잘 쉬고, 잘 자는 일에 관심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