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마음을 돌린 문재인과 김정은
[기고] 문재인-김정은-트럼프, 한배를 탔다
트럼프의 마음을 돌린 문재인과 김정은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예정인 북미정상회담의 취소를 지난 24일(한국시간) 전격선언해 전 세계와 무엇보다 한민족을 아연실색케 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바로 다음 날 북미정상 회담이 예정대로 열릴 가능성도 있다고 태도를 바꿨다. 북한이 과거와는 달리 트럼프의 외교적 무례를 공격하지 않고 회담을 희망한다며 유연하게 나온데 대한 트럼프의 태도 변화였다.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사는 시민 대부분은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트럼프의 조변석개하는 태도는 한국전쟁 이후 70년 가깝게 쌓인 북한과 미국 사이의 적대와 불신이 얼마나 두꺼운 것인지를 다시금 확인 할 수 있는 사건이었다. 지금은 트럼프를 탓하고, 트럼프를 배후조정했다는 의심을 받는 볼턴을 비난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지금은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에 온 신경과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다.


'북미 정상회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북한 핵의 비핵화'에 앞서 높치지 말아야 할 기초적 사실들

우리는 먼저 '북미정상회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북한 핵의 비핵화'와 관련된 아래의 몇 가지 기본 사실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물론 전쟁을 해서라도 북한을 멸망시켜야 한다거나 흡수통일해야 한다는 악마들 혹은 무뇌아들에겐 무의미한 지식이다.

1. 역설적이지만 북한이 핵 및 장거리미사일을 완성했기에 지금과 같은 협상 국면이 조성될 수 있었다. 물론 북한이 지금과 같은 핵 및 장거리미사일 능력을 보유하기 전에 북미국교 정상화 등을 통해 한반도 평화체제가 수립되었다면 최선이었겠지만, 그럴 수 있는 기회였던 1994년의 제네바 핵합의와 2005년 9.19공동선언이 미국의 상당한 책임 등의 이유로 무산되면서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다. 쉽게 말해 북한은 핵 개발이라는 지렛대를 가지고 미국과의 관계회복을 간절히 원했지만, 미국은 북한의 핵 개발 포기라는 과실은 손에 쥐고 싶어하면서도 북한이 절박하게 원했던 체제보장과 경제지원에 극히 인색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북한으로서는 미국을 협상장으로 끌고 나오기 위해서는 핵의 고도화, 경량화, 소형화, 다양화 등과 함께 미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개발에 올인할 수 밖에 없었다. 6차 핵실험을 통해 수소폭탄까지 확보한데다 미 본토를 직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에도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생각한 북한이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며 경제발전에 총력을 경주하겠다는 당의 결의를 천명한 것, 문재인 대한민국을 믿을만한 중재자로 간주해 미국과의 협상에 나선 건 당연한 수순이다.

2. 맥스선더 훈련을 이유로 강경 메시지를 낸 북한의 태도는 비난 가능성이 높지 않다. 4.27판문점 선언에서 남북정상은 지상과 공중과 해상에서 상대방에 대한 적대행위를 중단한다고 합의한 바 있다. 물론 한미연합사의 통상 범위의 군사훈련은 남북 정상이 합의한 적대행위의 범주 밖에 위치한다. 문제는 맥스선더 훈련에 미국의 전략자산인 F22스텔스기가 다수 동원되었고 B52초중폭격기도 전개될 뻔 했다는 사실이다. 특히 F22 스텔스 같은 전략자산은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은 해 북한 지도부를 강타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북한 입장에선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협으로 간주할 수 밖에 없다. F22스텔스 같은 전략자산을 전개한 것이 미국 군부나 한국 군부의 고의였는지 부주의였는지는 알 수 없다. 확실한 건 북한의 문제제기가 일리가 있다는 것이다.

3. 북한 핵의 비핵화는 절대 일시에 달성될 수 없다. 북한 입장에서 핵 및 장거리미사일은 체제보장과 경제지원을 얻기 위한 유일한 카드다. 특히 비핵화는 한 번 진행되면 역진이 불가능하다. 반면 체제보장 약속과 경제지원은 역진이 가능하다. 북한 입장에서 비핵화의 단계 (동결 - 불능화 - 이미 생성된 핵 및 장거리 미사일의 폐기)마다 그에 상응하는 반대급부를 얻으려는 시도는 지극히 당연하다는 뜻이다. 북한이 볼턴류의 네오콘들에게 발끈하는 이유는 그들이 우선 북한이 불가역적 비핵화부터 하면 체제보장과 경제지원을 하겠다는 식으로 언론플레이를 하기 때문이다.

4. 문재인 대한민국만이 북한 핵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의 키를 쥐고 있다. 김정은 북한은 미국을 신뢰할 수 없고, 트럼프 미국도 북한을 믿지 못한다. 양자를 다독이고 중재하며, 양자가 서로를 신뢰하게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능력과 의지를 지닌 건 문재인 대한민국 밖에 없다. 기실 여기까지 온 것도 김정은 북한과 트럼프 미국이 문재인 대한민국을 신뢰했기에 가능했다. 시민들이 문재인 정부에 전폭적인 지지와 신뢰를 보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문재인, 김정은, 트럼프가 한 배를 탔다는 인식을 공유하는 것이 가장 중요

이 시점에서 우리는 트럼프의 처지를 잘 헤아리는 것이 필요하다. 기실 미국 정치계, 고위관료, 씽크탱크의 파워엘리트들이 생각하는 동아시아에서의 미국 국익의 근간은 미·일·한 군사동맹을 통한 중국 포위이고, 불량국가 북한은 미·일·한 군사동맹과 중국포위를 위한 지렛대 역할을 하는 존재에 불과하다. 당연히 미국의 파워 엘리트들은 남북한 관계의 획기적 개선 보단 남북한 관계의 현상유지를 강력히 원한다.

여기에 균열을 만든 것이 북한의 핵 및 장거리미사일 완성이다. 트럼프가 기존의 관점과 문법으로는 설명 불가의 존재라는 것도 한반도엔 행운이다. 물론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문재인이 아니었다면 북한의 핵 및 장거리 미사일 완성과 트럼프를 창조적으로 연결해 한반도 비핵화 및 정전체제의 평화체제로의 전환이라는 사변적 사건들을 도모할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분명한 건 미국의 파워엘리트들이 여전히 기존의 동아시아에서의 미국의 이익 관점을 고수하며 트럼트를 주저 앉히려고 거세게 트럼프를 압박한다는 사실이다. 미국 주류사회에서 외톨이인 트럼프는 북한과의 핵협상에서 혁혁하고 확실한 전과를 세워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기 마련이다. 트럼프의 최근 조변석개는 그런 관점에서 이해하는 것이 옳다.

미국의 메인스트림과 아베 일본 등이 행사하고 있는 강력한 구심력(현재 한반도 분단체제의 고착화)을 뿌리치고 창공(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통한 북한 핵의 비핵화 및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 북한의 정상국가화)으로 날아 오르기 위해선 문재인 대한민국과 김정은 북한과 트럼프가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핵의 비핵화와 북한체제 보장 및 경제지원이 교환가능하고 서로에게 win-win이 된다는 확신을 가져야 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둘 사이에서 그런 확신이 들도록 촉진자 역할을 해야 한다. 그길 만이 불가능(기존의 문법과 관점으로 보면 북미관계의 정상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정말 불가능한 일이었다)을 가능으로 만드는 유일한 길이다.

전격적 2차 판문점 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및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돌파구 마련

천만다행히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의 전격적인 판문점 2차 정상회동이 지난 26일 오후 3시에 열렸다. 2차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이의 관계가 돈독한 신뢰 관계임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증거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전 10시에 발표한 대국민담화를 보면 "우리는 4.27 판문점 선언의 조속한 이행을 재확인했다", "​이를 위해 남북 고위급 회담을 오는 6월 1일 개최하고,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군사 당국자 회담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회담을 연이어 갖기로 합의했다"는 대목이 나오는데 이는 4.27판문점 선언의 실질적인 이행이 추진되고 있다는 공식적 천명의 의미가 있다.

또한 문 대통령의 담화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온다. 


"우리 두 정상은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습니다. ​저는 지난주에 있었던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를 결단하고 실천할 경우, 북한과의 적대관계 종식과 경제협력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있다는 점을 전달하였습니다. ​특히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모두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라고 있는 만큼 양측이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오해를 불식시키고, 정상회담에서 합의해야할 의제에 대해 실무협상을 통해 충분한 사전 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김 위원장도 이에 동의하였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판문점 선언에 이어 다시 한 번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으며,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통해 전쟁과 대립의 역사를 청산하고 평화와 번영을 위해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하였습니다. 우리 두 정상은 6.12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위한 우리의 여정은 결코 중단될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하고, 이를 위해 긴밀히 상호협력하기로 하였습니다." 


이 담화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는 점,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이에서 촉진자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는 점 등이 확인된다. 북미정상 회담을 위한 청신호가 아닐 수 없다.

남북 정상의 노력에 화답하듯 트럼프 대통령도 6.12북미정상회담의 재추진을 사실상 대내외에 천명(관련기사: 트럼프, 6.12북미정상회담 사실상 공식화)했다. 한민족 전체를 위해 복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문재인, 김정은, 트럼프 세 사람이 함께 탄 배가 거센 풍랑을 이기고 항구까지 순항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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