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무력감 느낀다" 당무 거부 '파업'
'야권연대' 초입 전에 '후보 조정' 내부 갈등 겪는 통합진보당
2012.02.01 16:25:00
유시민 "무력감 느낀다" 당무 거부 '파업'
4.11 총선을 앞두고 통합진보당이 후보 조정을 놓고 내부 갈등을 겪고 있다. 몇몇 지역구에서 옛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통합연대의 후보들이 대립하고 있고 현재 공동대표단의 권고 및 조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이런 가운데 유시민 공동대표는 한때 당 대표 업무를 거부하는 일종의 '파업 시위'를 벌였다. 유시민 대표는 1일 "당의 통합과 총선 승리를 저해하는 여러 일들이 당 안팎에서 일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예방하거나 바로잡을 수단이 없는 현실 앞에서 너무나 심각한 무력감을 느낀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유 대표가 이날 당 게시판에 올린 글은 '당무 거부'의 배경을 설명함과 동시에 상황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유 대표는 사실상 당무에 다시 복귀했지만, 문제의 발단이 된 몇몇 지역의 후보 조정 갈등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세 주체의 합당으로 건설된 통합진보당의 내부 갈등은 보다 증폭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유시민 "당이 사실상 무정부 상태"

문제의 시작은 19대 총선 후보 조정에서부터 시작됐다. 이는 세 세력의 합당 때부터 예측됐던 문제기도 했다. 그러나 복수의 후보가 출마를 준비중인 지역의 경선룰이 특정 후보에 의해 거부되고 대표단의 수용 권고조차 먹히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사태는 심각해졌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 성북갑, 성북을, 구로갑, 울산동구 네 지역이다. 성북갑은 민주노동당 출신의 정태흥 후보와 국민참여당 출신의 엄윤상 후보가, 성북을은 통합연대 출신의 박창완 후보와 민주노동당 출신의 편재승 후보가, 구로갑은 민주노동당 출신의 오인환 후보와 통합연대 출신의 이호성 후보가, 울산동구는 민주노동당 출신의 이은주 후보와 통합연대 출신의 노옥희 후보가 경쟁하고 있다.

중앙당 후보조정위원회가 이들 지역에 각각의 상황에 맞는 경선 규칙 등을 권고했지만 옛 민주노동당 출신 후보들에 모두 이를 거부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공동대표단의 권고 수용을 호소도 소용이 없었다.

유시민 대표가 1일 "우리 당은 지금 중앙당 지도부가 사실상 무정부 상태에 빠져 있다고 진단한다"고 말한 까닭이다. 유 대표는 "당을 위해 대표들의 결정이 때로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수용해 달라고 간곡하게 부탁드렸지만 별로 소용이 없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유 대표는 '당무 거부'에 들어가기 직전인 지난달 26일 대표단회의에서 이례적으로 이 문제를 직접 지적한 바 있다.

4.11 총선을 앞두고 통합진보당이 후보 조정을 놓고 내부 갈등을 겪고 있다. ⓒ연합뉴스
후보조정위·대표단 '권고'도 무시하는 지역 후보들, 왜?

유 대표는 "어떤 분들은 '특정 정파의 횡포'를 거론하지만 저는 이런 진단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통합진보당 안팎에서는 "통합 이전부터 예상됐던 일이 벌어진 것"이라는 평가가 다수다. 과거 민주노동당의 분당의 핵심 이유가 됐던 특정 정파의 '패권주의'가 다시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가 되고 있는 지역에서 중앙당과 대표단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는 후보들이 모두 옛 민주노동당 출신이라는 점도 이런 분석에 힘을 얻게하고 있다. 통합진보당 한 관계자는 "옛 민주노동당의 '당권파'가 국민참여당이나 진보신당 출신의 후보들이 출마하는 모든 지역에 이른바 '후보 알박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중앙당과 대표단의 권고를 거부하는 이들의 행동에는 조정이 무산될 경우 결국 당원 투표를 통해 후보를 결정하게 되고 이는 자신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당원 규모에서 월등하기 때문이다.

옛 민주노동당 출신 가운데도 이런 행태에 문제의식을 느끼는 사람이 없지 않다. 정성희 전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특정 정파의 무능과 패권이 통합진보당을 망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전 최고위원은 "전국운영위원회의 결정 취지, 후보 본인들이 따르겠다는 약속에 기초한 중앙 후보조정위원회의 권고와 대표단의 절절한 호소가 깡그리 무시되고 있고 더 나아가 특정정파 입김이 작용하는 당 중앙선관위의 비상식적 여론조사 방식 고집으로 후보 경선의 왜곡, 파행이 걱정된다"고 노골적인 우려를 토로했다.

특정 정파 '독점' 제어 못하는 과도기 리더십의 본질적 한계, 극복할까?

유시민 대표의 '폭발'에는 4월 총선 전까지 한시적으로 당을 이끄는 이른바 '과도기 리더십'의 본질적 한계도 작동하고 있다. 특정 정파의 '독점'을 제어할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이 없다는 하소연인 것이다. 유 대표는 최근 부쩍 "대표단의 리더십 강화 필요성"을 호소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 대표는 이날도 "여러 불리한 조건 아래 의회권력 교체와 원내교섭단체 확보라는 목표를 이루려면 비록 넉달 임기가 남은 과도기간 공동대표단이라 할지라도 기민하고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통합진보당의 또 다른 관계자도 "유 대표의 문제제기는 공동대표단이 후보 조정 등 총선 대응에 있어 제대로 된 역할을 하기 어려운 당 구조에 대한 것"이라며 "통합의 리더십 확보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에서는 유 대표의 문제제기 방식에 대한 불만도 터져나온다. "'당부 거부'라는 방식으로 대표단의 권위를 스스로 허물면서 어떻게 리더십 강화를 얘기하냐"는 비판이다.

일단 공동대표단은 유 대표의 이런 강력한 문제 제기에 지난달 31일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사태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이정희 공동대표는 울산동구 등 문제 지역을 직접 찾아 설득해보겠다는 중재안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대표 역시 이날 올린 글에서 "조금 못 미더워 보이더라도, 자신의 판단이 더 옳다고 확신할지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눈 딱 감고 대표단의 판단과 결정, 권고와 호소를 받아들여주지 않겠냐"고 호소했다.

총선 승리를 위한 필수 요건인 '야권연대'라는 큰 산의 초입에 이르기도 전에 통합진보당이 맞닥뜨린 내부 갈등이 유 대표의 호소대로 순조롭게 풀려갈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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