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하라 사건이 촉발한 '리벤지 포르노' 처벌 현실은?
디지털 성범죄 리벤지 포르노, 100명 중 징역형은 단 5명 뿐
2018.10.04 14:09:13
구하라 사건이 촉발한 '리벤지 포르노' 처벌 현실은?
연인 사이 폭행사건으로만 알려졌던 '구하라 폭행 시비'가 디지털성범죄 사건일 가능성이 생겼다. 그룹 카라 출신 가수 겸 배우 구하라 씨는 자신과 폭행 시비 공방을 벌이고 있는 전 남자친구 A씨에게 성관계 동영상으로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구 씨는 4일 <디스패치>와의 인터뷰에서 "A씨 휴대전화에서 해당 (성관계) 영상을 발견했다. 분명히 지웠는데 (동영상으로 협박을 당해) 무서웠다"며 "디스패치에 제보했을까. 친구들과 공유했을까. 연예인 인생은? 여자로서의 삶은… 복잡했다"고 주장했다. 

구 씨는 "그(A씨)는 동영상으로 나를 협박했다. 여자 연예인에게 이보다 더 무서운 게 있을까"라며 "내가 (A씨에게) 낸 상처는 인정한다. 처벌을 받겠다. 하지만 그가 준 또 다른 상처는? 그는 협박범"이라고 했다.

구 씨는 이어 "더이상 반박하고 싶지 않았다. 그(A씨)를 자극해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 그는 동영상을 갖고 있으니까"라며 "변호사를 통해 일을 마무리 짓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구 씨는 A씨를 상대로 지난 27일 강요, 협박,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을 적용, 고소장을 제출했다. 구 씨는 A씨에게 폭행 혐의로 고소를 당한 뒤, 경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A씨가 동영상을 빌미로 자신을 협박한 증거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 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는 사실상 디지털성범죄다. 특히 일련의 '리벤지 동영상(포르노에 비유되는 성관계 동영상을 포함, 친밀한 관계를 이용해 찍은 사적 영상들을 퍼트리겠다고 협박하는 것이나, 실제로 퍼트려 '복수'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 등을 총칭. 실제 포르노가 아니기 때문에 '리벤지 포르노'라고 표기하는 데 대한 논란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현재 '리벤지 포르노'라는 용어에 익숙해 있기 때문에 '리벤지 동영상'과 '리벤지 포르노' 등을 병행 표기한다. 이는 모두 '디지털 성범죄'다.)' 사건들과 얼개가 비슷한 사건이 될 수도 있다. 

애초에 구 씨는 A씨의 동영상 보유 및 동영상을 통한 협박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를 공개할 경우 구 씨가 언급했듯 '여성', '연예인'으로서 막대한 피해가 예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구 씨의 주장이 사실인지 여부는 향후 사법 기관의 조사 과정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구 씨가 '동영상의 존재'를 알리기로 결심한 것 자체가 '막대한 피해'를 감수한 것이어서 그의 진술에 신빙성이 높아 보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리벤지 동영상'은 사회적 문제다. 구 씨의 폭로가 나온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OOO(A씨)과 이하 비슷한 리벤지 포르노 범들 강력 징역(에 처하게) 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고, 하루도 안돼 1만7000명의 동의를 얻은 상황이다. 

그간 '리벤지 동영상 문제'에 대한 많은 언론,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었다. 특히 피해자가 받는 고통에 비해 범죄에 대한 처벌이 지나치게 약하다는 것, 문제의 영상이 퍼지는 것을 방조하고, 오히려 조장하는 업체나 세력에 대한 처벌이 어렵다는 것 등이 문제로 지적돼 왔다. 

구 씨 사건은 다시 '리벤지 동영상'에 문제를 환기시키고 있다. 

(☞ 관련기사  :  [리벤지 포르노 上] "인터넷 봐라. 이민 안 가고는 살 수 없게 해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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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돌 그룹 카라 출신인 구하라(27)씨의 남자친구 A씨가 17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출두하고 있다. ⓒ연합뉴스


디지털 성폭력 범죄, 법적 기준 있으나 제대로 반영은...

누군가 이른바 '리벤지 동영상'을 통해 실제로 협박을 했다고 가정을 하자. 즉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는다 해도 그 수위는 피해자들이 겪었을 고통에 비해서는 중한 처벌이 되기 어렵다. 대부분이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게 현실이다. 

카메라 등의 기계를 사용하여 다른 사람의 신체를 몰래 촬영한 사람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제14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직접 촬영하지 않았더라도 촬영대상자의 동의 없이 촬영물을 반포, 판매, 임대, 제공, 전시, 상영한 경우에도 같은 처벌을 받는다. 단순 유포일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영리를 목적으로 촬영물을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에 유포했다면 형벌은 더욱 무거워진다.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이처럼 피해 당사자에게는 미흡하겠으나 법적으로는 실형 등 나름 처벌 기준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기준이 실제로 적용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김현아 변호사가 발표한 '카메라 등 이용촬영죄 등 실태 및 판례 분석'을 보면 이와 같은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김 변호사는 카메라등이용촬죄(신체 등을 촬영한 범죄), 통신매체이용음란죄(촬영물을 인터넷 등에 유포한 범죄) 관련, 서울 지역 법원에서 2011년 1월1일부터 2016년 4월30일까지 선고된 카메라등이용촬영죄 2389건, 통신매체이용음란죄 296건 중, 카메라등이용촬영죄의 판결문 1심 1540건과 통신매체이용음란죄의 판결문 1심 222건을 분석했다.  

이중 카메라등이용촬영죄의 판결문 1심 1540건을 살펴보면, 벌금형은 1109건(71.9%), 집행유예는 226건(14.6%), 선고유예는 115건(7.46%), 징역형은 82건(5.32%) 순이었다. 그나마 징역형도 6개월형이 29.27%, 1년형 19.51%, 8개월형·10개월형이 각 14.63% 순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형량이 6월에서 1년 사이에서 결정되는 셈이다.  

통신매체이용음란죄(유포죄)도 비슷하다. 1심 형벌의 종류를 분석해보면, 벌금형 143건(64.41%), 집행유예 36건(16.22%), 선고유예 15건(6.76%), 징역형 13건(5.86%) 순이었다. 벌금형의 비율이 월등히 높고 징역형이 가장 낮음을 알 수 있다. 결국, 법적으로 징역형이 가능하나 법원에서 협소하게 이를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사회적 타살'로 밀어 넣는 가해자들

A씨의 경우는 어떨까. 구 씨의 주장대로라면 민감한 동영상은 A씨에게 존재한다. 상대 동의하에 동영상이 촬영됐는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동의했을 경우와 그렇지 않았을 경우가 법적 처벌의 기준이 사뭇 달라진다. 

하지만 그 여부와 상관없이 현행 법 체계와 사법부의 양형 기준으로는 A씨의 처벌 수위는 매우 낮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구 씨의 주장을 토대로 추정하면,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 A씨는 동영상을 유포하지 않고 협박만을 했다. 피해자 구 씨 입장에서 영상이 유출된다는 건, 사회적 타살이나 다름없다. 이런 상황을 잘 아는 전 남자친구 A씨가 이를 빌미로 구 씨를 협박했다는 것이 구 씨의 주장이다. 전형적인 '리벤지 동영상' 사건의 얼개다. 이럴 경우 실제 유포했을 때보다 처벌 수위는 더욱 내려갈 수밖에 없다. 

처벌이 미약하니, 이러한 범죄는 끊이지 않고 재생된다. 이러한 범죄를, 그리고 가해자들을 우리 사회는 언제까지 지켜봐야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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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기자 kakiru@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