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김정은 회담에, 이 보고서 발표가 미뤄지고 있다
[정욱식 칼럼] 미국 MD 보고서 발표, 연기된 까닭은
트럼프-김정은 회담에, 이 보고서 발표가 미뤄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방문 의사를 피력하고 나섰다. 그는 9일 2차 북미 정상회담이 "11월 6일 미국 중간 선거 이후 열릴 것"이라며, 장소로는 1차 회담이 열렸던 싱가포르를 제외한 "3~4곳"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나는 결국에는 미국 땅, 그리고 그들의 땅(북한)에서 많은 회담을 하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쌍방향인 만큼 그들의 땅에서도 역시 (회담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북한을 오가며 정상회담을 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셈이다. 만약 트럼프의 방북이 성사된다면,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는 최초가 된다.

그런데 18년 전에도 평양을 방문하겠다고 말했던 미국 대통령이 있었다. 바로 빌 클린턴이다. 그의 방북을 협의하기 위해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기도 했었다. 하지만 당시 미국 대통령의 방북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해 올브라이트는 이렇게 회고했다.

"의회와 전문가 그룹의 많은 사람들이 북한과의 거래가 미사일 방어체제(MD) 구축의 명분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기 때문에 북미정상회담에 반대했다."

1994년 북미 간의 제네바 합의와 MD 구축을 외교정책 1순위로 내세웠던 공화당의 '미국과의 계약'이 조우하면서 MD는 한반도 평화의 최대 장애물로 작용해왔다. 작년에 북핵 위협을 이유로 사드 배치를 밀어붙일 때까지 말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떨까?

MD 보고서 발표, 계속 연기되는 이유는?


당초 미국 국방부는 작년 말에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올해 2월로 한 차례 연기했었다. 그리고 내부적인 검토에 더 시간이 필요하다며 5월에는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5개월이 지나도록 감감 무소식이다. 왜 그럴까?

이와 관련해 10월 5일 자 미국의 <디펜스뉴스>는 주목할 만한 보도를 내놨다. 펜타곤이 이미 이 보고서 작성을 완료한 상태이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의 대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해 아직 발표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한 것이다.

실제로 펜타곤은 5월에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4월에 밝혔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북미정상회담을 열기로 함으로써 연기된 바 있다. 그리고 9월 이후에는 2차 북미정상회담이 거론되면서 MD 보고서 발표 일정을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국가안보전략, 핵태세검토(NPR), 국방전략(NDS) 등 주요 전략 보고서는 연말연초에 이미 다 발표된 상황이라는 점에서 MD 보고서 발표가 늦어지고 있는 것은 더욱 이례적이다.

이 대목에서 역사의 아이러니를 발견하게 된다. 미국은 지난 25년 동안 MD 구축의 최대 구실로 북한위협론을 내세워왔고, 이로 인해 한반도 평화는 연거푸 좌초되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북미관계가 데탕트 시대를 노크하면서 MD 보고서 발표가 지연되고 있다.

트럼프와 의회의 충돌

이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과 의회의 기싸움도 만만치 않게 전개되고 있다. 트럼프는 최근에도 거듭 밝힌 것처럼 10억 달러를 쓰면서까지 사드를 한국에 배치해야 하는 이유를 납득하지 못한다. 그리고 기회가 되면 사드 철수를 지시할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 의회는 거꾸로 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내년도 MD 성능 향상 예산으로 8100만 달러를 요구했지만, 의회는 무려 2억 8400만 달러로 증액시켰다. 이러한 예산 증액의 상당 부분은 사드를 비롯해 한국에 배치한 MD 업그레이드에 쓰일 예정이다.

이러한 흐름은 두 가지 중대한 함의를 내포하고 있다. 하나는 MD와 북핵 사이의 질긴 악연의 향방이다. 지난 25년 동안 MD는 북핵을 먹잇감으로 삼아 자라나왔기 때문에 북핵 해결은 곧 MD가 영양실조에 걸릴 위험(?)을 동반하게 된다. MD를 거의 종교적 신념으로 추앙해온 미국 주류가 트럼프의 대북정책에 끊임없이 저항과 반격에 나서고 있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또 하나는 MD와 북핵의 질긴 악연이 끝날 때 잉태된다. 역설적으로 북한은 미국과 중국, 그리고 미일동맹과 중국·러시아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을 완충해온 측면이 있었다. 미국과 미일동맹이 MD와 동맹을 강화하면서 '북한 때문'이라고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비핵화 달성은 이러한 주장이 설 자리를 잃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 미국이 MD를 계속 추진하면서 중국과 러시아를 최대 위협으로 명시하면 어떻게 될까? 지구촌을 배회하고 있는 신냉전은 우려가 아니라 현실이 될 것이고, 한반도의 탈냉전도 거센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도 두 가지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사드 출구 전략이다. 미국 의회가 증액한 MD 예산에는 한국에 배치된 사드 및 AN/TPY-2 업그레이드 비용도 포함되어 있다. 업그레이드가 진행될수록 미-중 및 미일동맹-중러 사이의 전략적 갈등에 한국이 휘말릴 위험도 커진다. 이러한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비핵화 합의에 도달하면 사드를 즉각 철수시킨다'는 점에 한미 정상이 공감대를 이뤄내야 한다.

또 하나는 동북아 평화안보체제의 구체화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최근 한반도의 탈냉전이 동북아 다자간 평화안보체제로 발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그 출발점은 6자회담을 재개해 동북아 비핵지대 창설을 핵심 의제로 삼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wooksik@gmail.com 다른 글 보기
▶ 필자 소개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