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자연을 바꾸면, 자연도 우리를 바꿀 것
[김형찬의 동네 한의학]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우리가 자연을 바꾸면, 자연도 우리를 바꿀 것
"우리가 자연을 함부로 바꾸려 하지만 자연도 우릴 바꾸려 할 것이다." -윌리엄 게리린

중국의 한 과학자가 유전자를 변형한 ‘유전자 편집’ 아기를 세계 최초로 탄생시켰다고 주장한 가운데, 과학자 120명이 공개편지를 통해 '미친 짓'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중국 보건당국은 이와 관련해 즉각적인 조사를 지시했다. (중략) 중국의 과학자 허젠쿠이는 온라인에 올린 비디오를 통해 에이즈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인 HIV에 대해 면역력을 지니도록 유전자를 편집했다고 밝혔다. 그는 시험관 아기 시술과 유전자 편집을 통해 쌍둥이 여자아이인 루루와 나나가 몇 주 전 태어났다고 말했다. - 연합뉴스 2018.11.27.

27일 일본 아사히 신문은 일본 국립 성육의료원구센터 연구팀이 임신 중에 예방접종을 받으면 아기가 알레르기 체질이 되지 않도록 하는 주사약을 개발, 쥐 실험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중략) 연구팀은 태아와 유아기에만 나타나는 'mIgE양성B세포'에 주목했다. 이 세포의 표면에 있는 IgE에 꽃가루나 음식물 등의 알레르기 원인물질이 결합하면 IgE를 대량으로 만들기 시작한다. 반면 IgE에 특수한 약을 결합시키면 세포가 자살하게 하는 스위치가 작동해 평생 IgE를 만들 수 없게 된다. (중략) 일본 연구팀이 개발했다는 기술이 신체에 적용될 경우 평생 알레르기 위험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KBS 지식K 2018.11.27.

제목조차 다 볼 수 없을 정도로 쏟아져 나오는 정보들 중 상당 부분은 건강과 질병에 관한 것입니다. 가벼운 생활의 지혜부터 전문학술지 리뷰까지 그 스펙트럼 또한 광범위합니다. 그 중 꽤 많은 내용은 기사를 가장한 광고이거나, 투자유치를 위한 홍보, 혹은 장님이 만진 코끼리 다리 같은 것들입니다. 전문적이라는 포장지를 덮고 있어서 꽤 주의를 기울여야 하지요. 

이러한 기사들 중 생명공학과 관련한 내용이 꾸준히 등장합니다. 1953년 왓슨과 크릭이 유전자 분자구조를 발표해 인간 게놈 프로젝트 시대를 열었고, 오랜 연구를 통해 유전자 지도가 완성되면서 유전자와 관련한 새로운 내용은 꾸준히 대중에게도 소개되고 있습니다. 이 증가세와 더불어 생명공학과 생명윤리라는 말이 자주 등장합니다. 이러한 기사들을 읽다보면 이제 생명이 더는 신의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인간의 실험실로 들어온 듯하지요. 

저는 이러한 현상이 물리학에서 원자탄을 만들고 핵을 다루게 된 사건과 비슷하단 생각을 합니다. 완벽히 제어할 수는 없고 그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될지는 알지 못하지만, 충분히 어느 정도 제어할 만한 기술을 가진 것으로 판단해 학문의 발전이며 인류의 진보라는 멋진 명분으로 포장된 금지된 장난과 같은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위험한 장난감과 놀이일수록 뭔가 있어 보이고 한 번 빠져들면 헤어 나오기 힘든 것처럼, 핵이나 유전자가 학자들에게 그런 매력이 있는 것은 아닐까 싶은 것이지요. 입자 가속기에서 원자의 비밀과 우주의 구성 원리를 밝히고, 유전자 가위질 한 번으로 생명 현상의 근본을 바꾸어 놓은 작업은 무척이나 짜릿한 경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치 신이 된 것처럼 말입니다. 

"자네가 제 몸의 나사 하나, 못 하나까지 죄다 알고 있다면, 그 때는 자네가 뭘 해야 할지 알게 될 거야. 하지만 겨우 요만큼 알면서 몸을 가지고 실험을 한다면 엄청난 위험을 초래하게 될 걸세. 이 몸이라고 하는 기계가 하도 복잡해서 말일세. 우리 몸에는 강한 충격을 받으면 쉽게 부서지는 작은 나사들이 엄청 많은데 이 나사들은 한 번 부서지면 어디에서도 다시 구할 수가 없다네." <놀라운 사람들과의 만남>(구르지예프 지음, 폴라 옮김, 샨티)

저는 생물학자가 아니고 생명공학도도 아니지만, 인간의 유전자가 자판기처럼 작동하진 않으리란 생각을 합니다. 버튼을 누르면 이것이 우리가 원하는 물건만을 내어 놓을지, 당장은 원하는 모양새로 물건을 내놓지만 수십 년이 지나 인해 엉뚱한 물건을 내놓을지 알지 못하지요. 어쩌면 그래서 이런 유전자를 이용한 치료법이 불치나 난치병에 대한 장밋빛 청사진과 함께 등장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수십 년 후에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오더라도 지금 당장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이는 슈퍼히어로와 같은 존재가 되니까요. 하지만 사피엔스 종의 역사를 돌이켜 볼 때 인간의 욕망은 결코 그 정도에서 머무르지 않을 것입니다. 영화 <가타카>나 <아일랜드> 속 미래가 어쩌면 조만간 도래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앞서 소개한 두 개의 기사를 접한 날, 포털의 다른 섹션에는 나사의 탐사선이 화성에 착륙하는 기사가 영상과 함께 실렸습니다. 환호하는 나사의 직원들을 보면서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장면이 오버랩 되었습니다. "이것은 인간에게는 작은 한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거대한 도약"이라는 닐 암스트롱의 말이 떠오르면서, 어쩌면 저 순간이 인류의 화성 이주를 위한 테라포밍의 전주곡일지도 모르겠단 예감이 들었습니다. 

생각이 인류와 지구를 넘어 화성과 우주로 확장되던 순간, 무릎이 아프다며 진료실에 들어오신 할머니의 목소리가 저를 현실로 금세 끌어 내립니다. 그리고 이제 제 손과 정신은 그 할머니의 무릎과 말 안 듣는 아들에게로 탐사를 시작합니다. 

오늘 하루, 동네 한의원 작은 진료실에서 건너다 본 세상은 중국과 이제는 북한에서까지 날아온다고 하는 황사와 미세먼지로 숨쉬기 힘들었던 공기만큼이나 꽤 우려스럽습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windfarmer@hanmail.net 다른 글 보기
▶ 필자 소개
생각과 삶이 바뀌면 건강도 변화한다는 신념으로 진료실을 찾아온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텃밭 속에 숨은 약초>, <내 몸과 친해지는 생활 한의학>, <50 60 70 한의학> 등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