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된다는 걸 알면서도...야식을 참을 수가 없어요"
[김형찬의 동네 한의학] 어디까지 치료할 것인가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야식을 참을 수가 없어요"
"왜 자주 체하는 것 같으세요?" 
"음식을 좀 급하게 먹어서 그럴까요?"
"그럼 급하게 먹는 이유가 있을까요?"
"전에는 일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어요. 지금은 그렇지도 않은데 고쳐지지가 않네요."
"그럼 위에 탈이 난 것이 급한 불이니 일단 끄고, 다음부터는 급하게 식사하는 습관을 바로 잡을 방법을 함께 찾아보죠."

진료를 하다보면 병증의 인과관계가 누가 봐도 분명해서, 환자가 호소하는 불편함만 없애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때론 그것만으로는 해결이 안 되거나, 자꾸 같은 증상이 반복되거나, 같은 카테고리 안에 있는 다른 증상이 발생하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이럴 때는 한걸음 더 들어가 이 상황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찾아야 하지요. 

위에서 말한 잘 체하는 증상을 예로 들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과식·폭식했거나, 자극적이거나 상한 음식을 먹었거나, 기분 나쁜 사람과 식사했거나, 급하게 먹거나 먹고 자서 탈이 났습니다. 평소에는 괜찮았는데 일회성으로 갑자기 이 같은 증상이 생겼다면, 소화를 돕거나 그에 수반된 염증만 없애주고 한 두 끼 굶거나 죽과 같은 음식을 먹으면서 조심하면 문제는 없어집니다. 

그런데 이 같은 증상이 반복된다면 단순히 위장 운동을 촉진하거나 염증만 가라앉혀서는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습니다. 때론 약물의 복용이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지요. 예를 들어 폭식이나 야식을 참을 수 없는 경우, 이것은 감정적인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방편일 수 있습니다. 포만감과 빠른 혈당의 상승이 주는 쾌감을 통해 일시적인 편안함을 얻는 것이지요. 그래선 안 된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자제가 되지 않고, 한번 스위치가 켜지면 일정 수준에 이르기까지 멈추지 못합니다. 물론 그 잠시의 위안 후에는 후회가 찾아오지요. 이런 현상의 연장선에는 탄수화물 중독이나 거식증, 그리고 우울증과 같은 증상이 존재합니다. 

이런 환자들은 감정적 스트레스 - 신체적 긴장 - 잘못된 식습관 - 감정적 스트레스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끊어줘야 하는데, 대체로 감정이 몸에 일으키는 긴장반응을 풀어내는 방식으로 치료합니다. 간혹 처방을 살피다 보면 환자는 위장약으로 처방받았는데 그 중에 신경정신과 약물이 섞여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해결책은 달라도 인식은 비슷한 것이지요. 

보통은 이 정도에서 치료가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드러난 증상을 개선하고 그것이 의미하는 것을 환자 스스로가 인지하고 이후에 관리하는 방법까지 숙달하게 되면, 환자와 의사 모두 만족할 만합니다.

하지만 조금 더 환자의 속내로 들어가 그것을 의사와 공유하고 풀어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말하자면 '그런 감정 반응을 일으키는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어떤 일에 대한 감정반응은 자기 스스로는 매우 자연스럽고 당연한 결과지만, 가만 들여다보면 그 또한 습관임을 알 수 있습니다. 과거의 경험들에 의해 내 자신의 반응이 길들여져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내가 의도하지 않아도 어떤 자극이 들어오면 반사적으로 특정한 감정 상태에 놓입니다. 

이 과정은 마치 가지고 놀던 공이 덤불사이에 떨어졌을 때 꺼내는 과정과 비슷합니다. 운이 좋아 공이 잘 보이고 딱 꺼내기 쉬운 곳에 있으면 단박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대부분은 예상한 위치를 중심으로 덤불을 헤쳐 가며 찾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 과정이 그리 순탄치 않습니다. 시간이 걸리고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을뿐더러 환자가 적당한 수준에서 그만두기를 바라는 경우도 많습니다. 의사 또한 덤불을 헤치는 과정에서 상처가 나기도 하지요. 때론 엉뚱한 덤불에서 환자와 의사 모두 헤매기도 합니다. 그래서 시간이 필요하고 효과적인 기법도 필요합니다. 또한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운이 작용하기도 합니다. 간혹 나이 드신 분들 중에 같은 병이라도 의사와 연(緣)이 잘 맞아야 낫는다는 분이 계신데, 그럴 수 있겠다 싶기도 합니다. 환자와 의사 모두 잘 준비된 상태에서 만나야 좋은 결과가 나오지요.

소화의 문제를 예로 들었지만, 실제 다양한 병증에서 덤불 속 공 찾기와 같은 경우가 벌어집니다. 의학이 예술(art)인가 과학(science)인가라는 질문이 있습니다. 환자의 병증 속에 담긴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은 과학적 사실들을 기반으로는 하지만, 예술의 성격 또한 강합니다. 단순히 병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 병이 자리 잡은 사람과 그 사람을 둘러싼 여러 관계를 함께 살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의사는 늘 어디까지가 치료할 수 있고 치료해야 할 영역일까를 고민합니다. 환자 또한 드러난 증상만 잠깐 멈출 것인지, 아니면 병을 통해 자신을 바꿀 것인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뭐든지 빠르게 처리되는 것을 미덕으로 삼은 시대에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그러기에 더욱 필요하고 중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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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소개
생각과 삶이 바뀌면 건강도 변화한다는 신념으로 진료실을 찾아온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텃밭 속에 숨은 약초>, <내 몸과 친해지는 생활 한의학>, <50 60 70 한의학> 등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