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처럼"…노동자, '중국몽'에 맞서다
[중국 노동자, 권리를 향해 떨쳐 일어나다 <下>]
"반딧불처럼"…노동자, '중국몽'에 맞서다

"중국의 꿈(中國夢)", 중국 시진핑 정부가 지난 2012년 내건 구호다.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을 가리킨다. 


하지만 중국의 학생 운동가들은 되묻는다. 과거 중화제국의 패권을 되살리는 게, 왜 현대 중국인의 꿈이어야 하나. 중국 공산당은 인민들에게 이런 꿈을 꿔야 한다고 요구할 권리가 있나? 공산당을 창건하고, 혁명을 성공시켰던 마오쩌둥과 그의 동지들이 꿈꿨던 중국의 미래가 지금 시진핑 정부가 내건 구호와 일치하나?


마르크스와 마오쩌둥의 사상을, 암기 과목이 아닌 살아있는 지식으로 받아들인 학생 운동가들이 보기에 중국 곳곳에 걸려 있는 "중국의 꿈" 구호는 몹시 불안하다. 극심한 양극화를 방치한 채 추구하는 패권과 성장이라면, 마오쩌둥을 계승한 공산당이 꿈꿔야 할 방향이 아니다. 


고도성장 과정에서 소외된 노동자들과 함께하려는 중국 학생운동가들의 활동을 소개하는 글을 이어서 싣는다. 필자인 제니 첸(陳慧玲) 홍콩 폴리테크닉 대학교 교수는 아이폰 제조 협력사인 폭스콘에서 벌어진 노동 탄압 등을 널리 알렸던 노동 전문가다. 제니 첸 교수의 영문 원고를 성현석 기자가 번역해서 소개한다. 


☞중국에서 좌익 활동가들이 사라지고 있다

☞중국 노동자, 권리를 향해 떨쳐 일어나다 <上> : 공산당의 나라에서 '노조' 만들면 보복 당한다?

☞중국 노동자, 권리를 향해 떨쳐 일어나다 <中> : '공산 중국'의 노동자들, 투쟁을 시작하다


현장 학습과 사회 조사에 참여하는 중국 대학생들이 꾸준히 늘었다. 저임금으로 생활하는 대학 청소부, 구내식당 직원, 건설 노동자, 치명적인 진폐증을 앓는 광부, 원래 살던 집과 땅에서 쫓겨난 농부, 도시 변두리에서 생활하는 농민공…. 이들의 삶속에 들어간 대학생도 함께 늘어났다.

어떤 학생들은 공장에 직접 취업해서 생산 라인에서 일하는 길을 택했다. 예컨대 아이폰은 전 세계에서 쓰인다. 하지만 아이폰이 시장에 나오기까지 어떤 노동이 이뤄지는지, 그 구조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것을 이해하고자 공장에 들어간 학생들이 있었다.

다른 학생들은 다양한 성적 괴롭힘, 젠더 폭력에 주목했다. 이런 사례를 함께 나누는 "미투" 운동에 힘을 보탠 학생들이다. 그들은 대학과 사회에서 벌어진 성폭력 사례를 알리는 블로그를 개설했다.

중국 학생 운동가들의 사회경제적 배경은 다양하다. 그러나 지속적인 불평등과 불의의 원천을 되짚어보기 위해 모였다는 점에선, 그들은 늘 함께였다.

그들은 평등과 사랑과 자유를 열망했다. 그들은 칼 마르크스, 블라디미르 일리치 레닌, 마오쩌둥, 루쉰의 고전을 읽고 토론했다.

지난해 7월 27일, 제이식 노동자들에 대한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단속이 있었다. 그 뒤, 여러 대학의 제이식 노동자 지원 모임은 공개 회합 등을 통해 정부에 메시지를 보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중국 안팎의 언론 매체의 머리기사가 됐다. "우리의 동지들을 돌려보내라. 노동자들을 우리에게 돌려보내라."

아울러 학생들은 동영상, 사진, 블로그 등 온라인상에서 다양한 긴급 지원 활동을 했다. 인권 탄압에 맞서 항의하던 노동자와 동료 학생의 석방을 요구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24일, 선전에 인접한 후이저우(惠州)시에서 경찰 기동대가 한 임대 아파트를 급습했다. 그곳에서 약 50명을 체포했다. 학생과 노동자가 포함된, 제이식 노동자 지원 모임 회원들이었다. 그들 가운데 일부는 신원이 알려졌다.

웨신. 그녀는 22살이며, 베이징대학교를 갓 졸업했다. 외국어를 전공했다. 지난해 8월 경찰의 급습 이후 연락이 끊겼다. 그녀의 행방에 대한 소식은 지금까지 완벽히 차단돼 있다.

리통. 난징대학교의 '마르크스 사회' 모임 회원이다. 대학 졸업반인 그는 가택 연금을 당한 상태다.

후홍페이. 난징대학교의 '마르크스 사회' 모임 회원이다. 언론학 전공이며 졸업반이다. 그녀는 46일 동안 가택 연금 상태였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11일, 간신히 탈출했다. 그때까지 그녀는 경찰의 긴밀한 감시를 받았었다. 부모와 선배들이 그녀에게 학생운동을 접으라고 압박했다. 하지만 그녀는 자기 뜻을 꺾지 않았다. 탈출한 그녀는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반딧불처럼, 스스로 빛과 열을 내며 살아가겠다."

그리고 구지아위(베이징대학교 졸업생), 장승예(베이징대학교 졸업생), 우지웨이(인민대학교 졸업생), 쑤종리앙(베이징과학기술대학교 졸업생), 양샤오캉(베이징과학기술대학교 졸업생), 그밖의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청년들이 경찰에 잡혀가거나 집안에 감금됐다.

일부 석방된 청년들은 조사 과정에서 협박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그들의 협박한 이들은 정체가 모호하다. "광범위한 사회 관리 팀" 정도로 부를 수 있다. 각각 다른 정부 기관으로부터 지휘를 받는 이들이다.

이렇게 잡혀갔던 청년들은 앞으로 진보적인 공부를 하지 말라는 협박을 받았다. 공부를 계속 하면, 처벌을 받는다고 했다. 그들은 위챗(중국의 온라인 메신저) 등 통신 수단 사용이 엄격하게 제약된 상태다.

그리고 지난해 9월, 신학기가 시작됐다. 베이징대학교, 베이징과학기술대학교, 인민대학교, 난징대학교 등에선, 대학 당국이 마르크스주의, 마오주의 관련 연구 모임들에 대해 면밀하게 조사했다. 해당 모임의 구성원과 등록과정, 목표 등에 대한 조사다.

이는 좌익 성향 학생 조직에 대한 전면 사찰이었다. 새로 떠오르는 노학연대 기풍, 진보적 변화에 대한 학생들의 열망을 결코 인정하지 않겠다는 대학 측의 메시지였다.

베이징과학기술대학교의 마르크스주의 모임은 지난해 10월 12일 영구 폐쇄 통보를 받았다. 설립한 지 6년이 된 모임이다.

여러 대학의 진보 좌파 성향 학생 운동가들은 대학 내 공산당 위원회로부터 앞으로 어떤 활동도 하지 말라는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완벽한 침묵은 불가능하다. 학생 운동가들의 입을 막을 수는 없다. 그들은 공개적으로 맹세했다. 그들이 속한 조직의 몸통은 등록이 취소될 수 있다. 최근 새로 개정된 학사 관리 규정에 따르면, 대학 관료가 조직을 폐쇄할 수 있다. 그러나 조직의 영혼까지 없앨 수는 없다. 사회 정의를 추구하는 영혼은 살아있으리라는 게 학생 운동가들의 맹세였다.

베이징과학기술대학교의 한 학생은 투쟁 결의를 담아 주먹을 움켜쥐었다.

풀뿌리 노동조합의 재활

"위대한 중국의 꿈을 실현하라. 조화 사회를 건설하라."

중국 정부가 내건 깃발에 적힌 문구다. 하지만 그 꿈이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는 논쟁거리다. "중국의 꿈"은 과연 무엇인가. 그리고 그 꿈을 실현하라는 요구를, 과연 누가 할 수 있나. 그 역시 논쟁거리다.

중국 노동자들의 의식과 실천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학생, 지식인, 국내외 활동가들이 함께하고 있다. 이는 세계 경제 속에서 중국의 미래를 그리는데 중심 역할을 한다. 노동자들의 진보적 변화를 고려하지 않고서는, 중국의 미래를 내다볼 수 없다.

제이식 노동자들은 그들의 존엄과 정치적 권리를 위해 치열하게 싸웠다. 그 과정에서 부딪힌 모든 역경에 맞섰다. 그들의 이런 모습은 동료 노동자와 학생들을 고무시켰고, 새로운 행동에 나서게 했다. 중국 밖에서도 반응이 있었다.

지난해 10월 20일, 미국 코넬 대학교 노사관계 대학원은 중국 인민대학교와 진행하기로 했던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전격 연기했다. 중국 대학 당국의 노골적인 학생 탄압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는 조치였다. 지난해 여름 동안 인민대학교 측이 제이식 노동자와 연대했던 학생들을 탄압한 데 대한 항의였다. 엘리 프리드 코넬 대학교 노사관계 대학원장은 "안정에 대한 병적인 강박에 사로잡힌 중국 정부, 그리고 그 대리인들이 학생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부당한 징계를 했다"면서 "이는 학문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고 이야기했다.

제이식 노동자들을 포함한 중국 노동운동가들에겐 새로운 과제가 있다. 효과적인 리더십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노동자들은 외부의 연대 없이 그들 자신만의 노력에만 기대야 한다. 그리고 오로지 경제적 보상과 이익만을 요구하도록 강요당한다. 그런데 이런 절차는 대부분 법으로 명시돼 있다. 문제는 법률서적에 적혀 있는 권리와 실제 적용 사이의 차이가 거대하다는 점이다. 효과적인 리더십이 있어야만, 이런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

제이식 노동자들의 투쟁처럼, 풀뿌리 노동조합의 재건과 재활을 향한 노력은 앞으로도 다양하게 전개될 것이다. 노동자들의 이런 도전은, 유화적 대응과 강압을 전술적으로 섞는 중국 정부의 대응에 부딪힐 것이다. 이는 새로운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을 낳는다. 그 길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러나 피할 수 없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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