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에 속아 문재인 찍은 사람 있나?
[기자의 눈] '중대한 범죄'라는데 피해자는 누구인가?
2019.02.02 12:02:59
드루킹에 속아 문재인 찍은 사람 있나?
'드루킹' 사건의 피해자는 누굴까?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는 "한국당 19대 대선 후보였던 저는 드루킹 일당이 관련된 부정선거의 최대의 직접 피해자"라고 했다. '댓글 순위조작 = 여론조작 = 부정선거'라는 논법이다. 틀렸다. 김경수 사건 1심 재판부의 판결문에 명시된 피해자는 '네이버 주식회사', '주식회사 카카오', 'SK커뮤니케이션즈(네이트)'다. 

김 지사에게 적용된 혐의, 즉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가 인정된 이유는 드루킹 일당과 김 지사가 공모해 포털 회사들에 제공된 언론 기사 하단에 붙는 댓글의 순위를 조작한 행위가 중대한 범죄라고 봤기 때문이다. 김 지사 사건을 다룬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 이렇게 설명했다.

"피고인(김경수)과 김○원(드루킹) 등은 네이버, 다음, 네이트 등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일반인들이 많이 열람한 것으로 분류되는 소위 '대문기사' 중 정치부문 뉴스 기사를 이용자들이 많이 구독한다는 점에 착안하여 뉴스 기사 하단에 1차로 노출되는 댓글란에 경공모가 지지하는 댓글이 위치할 수 있도록 댓글 순위 등을 조작하기 위하여 서버에 킹크랩 관리 서버를 설치하고…"

포털 회사들이 시행하고 있는 댓글 정책에 따라, 드루킹 일당은 자기들 마음에 드는 댓글에 '공감' 버튼을 늘려 상위에 노출되도록 했다. 수작업으로는 추천수를 늘리기가 힘들어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그 프로그램이 '킹크랩'이다. '경공모' 회원들로부터 제공받은 아이디를 '킹크랩'에 입력해 추천수를 손쉽게 늘렸다. 

재판부는 이 행위를 "허위 정보의 입력 또는 부정한 명령의 입력"에 해당한다고 봤다. 그 결과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 관련 시스템 등 정보처리장치로 하여금 그 사용 목적에 부합하는 기능을 하지 못하거나 사용 목적과 다른 기능을 하게 한 것으로 정보처리에 장애를 발생하게 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하지만 '킹크랩'은 해킹프로그램처럼 포탈 회사들의 정보처리 시스템을 전산적으로 교란하는 장치가 아니다. 킹크랩이 작동할 때에도 포털 회사들의 정보처리 시스템에는 어떤 장애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미 작성된 댓글에 '공감' 버튼을 많이 누르도록 설계된 '킹크랩' 구동이 허위이거나 부정한 정보를 입력한 행위인지도 애매하다. 수작업으로 하면 정당한 행위인데, '킹크랩'을 이용했기 때문에 부정한 행위라는 게 재판부 논리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박경신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다른 이용자들에게 피해를 준 것도 아니고 컴퓨터들이 작동하는 방식대로 그 결을 따라 이용을 했고 일일이 손으로 할 것을 자동화한 것뿐인데, 이걸 갑자기 범죄로 몰아치는 것은 신뢰 이익에 어긋난다"고 재판부를 반박했다.

재판부가 언급한 '정보처리 장치의 사용 목적'도 해석에 따라 논란의 소지가 있다. 포털 회사들은 댓글 작성과 추천 여부를 이용자들 자율에 맡겼다. 

예컨대, 네이버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네이버 약관 및 개인정보 보호'에는 '책임의 한계와 법적 고지' 항목이 있다. 이는 "본 웹 사이트에 포함되어 있거나, 본 웹 사이트를 통해 배포, 전송되거나, 본 웹 사이트에 포함되어 있는 서비스로부터 접근되는 정보(이하 '자료')의 정확성이나 신뢰성에 대해 어떠한 보증도 하지 않으며…"로 시작한다.

즉, 네이버를 통해 유통되는 언론기사의 정확성과 신뢰성은 물론이고, 기사에 달린 댓글 내용과 그 댓글이 상위에 노출된 경위에 이르기까지, 네이버의 책임은 없다고 고지된 것이다. 이렇게 보면, 외부에서 구동된 '킹크랩'을 막지 못해서 포털 회사들이 법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일은 없다. 반대로 '킹크랩'은 이런 포털 사이트들의 댓글 관련 정보처리 장치의 사용 목적을 잘 활용하도록 설계된 프로그램일 뿐이다. 

그러면 '피해자'인 포털 회사들은 드루킹 일당의 댓글 순위 조작으로 도대체 어떤 피해를 입은 건가? 재판부는 "피해 회사들의 서비스에 대한 회원들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피해 회사들로 하여금 이러한 범행을 막기 위해 추가로 많은 비용을 들여 대비책을 강구하게 하는 등으로 큰 피해를 가한 범죄"라고 밝혔다.

하지만 '신뢰성 저하'는 유통되는 정보의 "정확성이나 신뢰성에 대해 어떠한 보증도 하지 않는다"고 명시한 포털 회사들 방침과 모순된다. 포털 회사들이 스스로 신뢰성을 보증하지 않는다고 밝힌 정보에 '신뢰를 떨어뜨린 피해'가 성립될 수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킹크랩' 같은 매크로 프로그램 개입을 방지하기 위해 포털 회사들이 들인 비용은, 이용자들에게 제공되는 서비스 환경을 관리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투자한 관리 비용이다. 수많은 매크로 프로그램들 중에서 유독 '킹크랩' 때문에 추가비용이 들었다고 판단하기에는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부족하다.

결론적으로 재판부는 포털 회사가 입은 피해를 "업무방해의 추상적인 위험"이라고 기술했다. 피해의 양과 질을 계량해 특정할 수 없다는 얘기다. 판결문의 정확한 표현은 이렇다. 

"네이버 등은 매크로 프로그램이나 이른바 봇 프로그램 등을 이용한 댓글 순위 조작 행위 등을 방지하기 위하여 지속적인 모니터링, 시스템 로직 이용 또는 인력 동원 등을 통한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고 이로 인해 모든 기사에 대한 추천이나 댓글 순위가 피고인들이 원하는 대로 된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피고인과 김○원 등의 행위로 인해 업무방해의 추상적인 위험은 이미 발생하였다고 보이므로 범죄의 성립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범죄의 실질은 온라인 여론 훼손"?

이처럼 드루킹 일당이 행한 범죄의 심각성과 이로 인한 객관적 피해가 선명하게 연결되지 않는 1심 재판부의 판결 탓에 김 지사에게 선고된 '실형 2년'이 적절한 양형이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것이다. 김 지사와 '드루킹' 일당의 공모관계가 인정된다 해도 '잡범' 수준의 사건에 그친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해석이다.

박경신 교수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댓글/추천 올리기에 대해서 컴퓨터 업무방해죄를 적용한 사례들이 있지만 내가 아는 한 모두 벌금형 정도였다"고 했다. 박 교수는 "오프라인에 비교하자면 길거리에서 가두확성기를 불법 데시벨로 틀어 놓은 정도의 일이다. 절대로 징역 살 일이 아니다"고 했다.

1심 재판부의 판결문에도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의 경우 대법원 양형 기준이 징역 6개월~1년 6개월이라고 명시돼 있다. 재판부가 이보다 무거운 형을 김 지사에게 선고한 것은 가중요소가 있다는 뜻이다.

이 대목에서 '댓글 순위 조작'은 '여론 훼손'으로 비약된다. 재판부는 "댓글 순위 조작 범행은 그 실질에 있어서는 단순히 피해 회사에 대한 업무를 방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온라인 공간에서의 투명한 정보의 교환과 그에 기초한 자유로운 토론을 통한 건전한 온라인 여론 형성의 기능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지는 재판부의 판결문도 온라인 여론 강독 수준이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모바일 통신의 보편화로 인해 일반 대중이 인터넷을 통하여 정치문제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 관한 각종 정보를 접하고 그에 관한 의견을 주고받게 됨으로써 온라인 여론의 방향이나 동향이 갈수록 사회 전체의 여론 형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에서 심각한 범죄 행위가 된다.

더 나아가 이 사건 댓글 순위 조작 범행은 2017년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 등 국민이 직접 그 대표를 선출하기 위하여 의사를 표출하는 선거의 국면에서 특정한 정당이나 그 정당의 후보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여론을 유도하기 위하여 유권자의 진정한 의사가 아닌 기계적인 방법에 의하여 왜곡된 온라인 여론을 형성하려 한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 위법성의 정도가 중대하다고 할 것이다."

포털 업체가 입은 "추상적 위험"을 넘어 "범행의 실질"을 온라인 여론 왜곡에 두고 이를 '중대한 범죄'로 규정한 재판부 논리에 따르면, 당초 명시되지도 않았던 '인터넷을 이용하는 일반 대중'이 갑자기 피해자로 등장하게 된다. 드루킹 일당이 순위를 조작한 댓글 때문에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찍은 '일반 대중'들이 존재한다는, 입증될 수 없는 추론에 근거한 판단이 재판부의 결론인 셈이다.

댓글 순위조작으로 여론조작이 가능하다고 드루킹은 확신했다. 이런 드루킹의 행위를 김 지사가 인지했고 실제로 댓글 순위 조작에 공모했다고 보더라도, 약간의 일탈 행위로 국가적 선거 전체를 왜곡시킬 수 있다는 드루킹의 과대망상과 똑같은 논리를 재판부가 판결문에서 반복한 것이다. 

박경신 교수는 "여론훼손죄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데 이런 식으로 처벌하는 건 '원님 재판'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드루킹에 대한 유죄 판결은 이미 인터넷의 사회적 역할에 조종을 울린 날"이라고 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임경구 기자 hilltop@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